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131화 (131/243)

# 131

***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최치우는 무한의 환생자가 되어 여러 차원을 경험했지만, 어디에서도 통하는 법칙을 몇 가지 찾아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다.

수세에 몰렸을 때, 마냥 움츠리며 방어에 신경쓰면 역전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판사판 대담하게 공격적으로 나서면 상대가 움츠러들고, 불리하던 판이 바뀌기도 한다.

임동혁과 백승수, 남아공의 이시환은 퓨처 모터스 인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최치우가 뉴욕에서 다양한 인맥, 특히 펜타곤의 도움을 받아 로비에 힘을 쓸 거라 생각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내는 게 퓨처 모터스를 살리는 다음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치우는 미국 국방부 장관이라는 초거물에게 위험한 제안을 했다.

구제금융에 힘을 써달라는 건 방어적인 행동이다.

네오메이슨이 짜놓은 판에서 움직일 수는 없다.

단순히 로비를 위한 미팅이었다면 루이스 고어 장관이 뉴욕까지 날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최치우가 구제금융 로비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전금녀에게 말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 인맥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어에만 힘쓰는 것과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공격을 준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최치우는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중동 침투 작전 승인을 받아냈다.

작전의 개요는 간단하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인 IS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 유전 지대를 탈환하는 것이다.

당연히 대규모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

침투 작전의 목표는 시리아 동부에 머물고 있는 IS 서열 6위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를 죽이면 기반이 약해진 시리아 동부의 IS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IS 때문에 막혀 있던 시리아 유전이 풀리면 국제 유가가 낮아지게 된다.

석유 패권의 핵심은 국제 유가를 조종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유가가 높아져야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중동의 화약고를 해제하며 새로운 유전 지역을 늘리면 어떻게 될까.

석유 산업을 장악해 이득을 누리는 네오메이슨에게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히는 셈이다.

이게 최치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이었다.

미군에서는 이미 IS 서열 6위의 은신처 정보를 입수했으나 쉽사리 작전을 개시하지 못했다.

만에 하나 미군이 나설 조짐을 보이면 러시아가 움직일 확률이 높다.

러시아는 중동 장악력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걸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미쓰릴 개발을 놓고 펜타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최치우는 기상천외한 해법을 제시했다.

올림푸스의 사설 무장 단체인 헤라클래스를 시리아 동부에 투입하는 것이다.

만약 작전이 잘못되어도 펜타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시험 단계인 미쓰릴 필드를 실전에서 테스트할 절호의 찬스다.

최치우 역시 작전을 통해 얻어낼 게 많았다.

먼저 헤라클래스의 실전 경험을 높이고, 미쓰릴 필드를 세계 최초로 시험해 볼 수 있다.

작전이 성공하면 석유 패권에 집착하는 네오메이슨의 힘을 약화시키고, 펜타곤의 선물 보따리를 받기로 했다.

‘헤라클래스가 쓸 수 있는 최신형 무기, 미군 특수부대에서 퇴역하고 용병이 되길 원하는 지원자 150명, 그리고 루이스 고어 장관의 정치력까지. 이만하면 무조건 남는 장사다.’

최치우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제 불편하게 일반 항공기를 탈 필요가 없다.

3천억 원을 들여 주문한 올림푸스 전용기 A350이 있기 때문이다.

터억-

퍼스트 클래스도 호화롭고 편하지만, 전용기는 일반 여객기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최치우는 가죽 소파에 옆으로 길게 누워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중동 침투 작전을 성공시키면 여러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특히 헤라클래스는 아프리카에서 넘보기 힘든 사설 무장 단체로 진화할 것이다.

펜타곤에서 제공할 최신식 무기와 150명의 정예 용병을 확보하면 남아공 정부군도 위협할 수 있는 무력이다.

아프리카 정부군은 숫자만 많지 훈련 상태와 장비는 한참 뒤떨어진다.

최치우는 헤라클래스를 통해 아프리카 남부의 장악력을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중동 침투 작전을 성공시킨 다음에야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는 쉽게 들뜨지 않았다.

루이스 고어에게 IS 서열 6위의 목을 가져다주는 게 우선이다.

악명 높은 IS 지도자의 목에 많은 게 걸려 있다.

퓨처 모터스의 구제금융 문제도 마찬가지다.

루이스 고어가 정치력을 발휘하면 미국 정부의 금융 당국자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네오메이슨의 로비가 강력해도 펜타곤이 나서면 균형이 팽팽하게 맞춰질 것이다.

그사이 브라이언은 올림푸스의 긴급 자금으로 퓨터 모터스를 정상화시키면 된다.

“미래로 나아가는 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어.”

최치우의 입에서 흘려듣기 힘든 혼잣말이 나왔다.

네오메이슨은 강력하다.

그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됐지만, 얼마나 깊고 끈끈한 세력이 뭉쳐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그들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미래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붙잡는 것이다.

반면 최치우는 운명을 걸고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이다.

위험해도,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답이 안 나와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를 진보시키고, 인류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가 열릴 때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이 살아날 거란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네오메이슨과 올림푸스의 전쟁은 곧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의 전쟁이다.

퓨처 모터스를 시작으로 드넓은 지구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치우는 상대의 시선이 퓨처 모터스에 꽂혀있는 틈을 타 중동의 빈틈을 노렸다.

허를 찌르는 그의 공격이 통할지, 결과는 빠른 시일 안에 드러날 것 같았다.

***

“사부, 얼마만의 실전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신나요, 어메이징!”

“목소리 낮추고, 차분하게. 실전인 거 잊지 맙시다.”

“예썰.”

최치우는 리키를 진정시켰다.

헤라클래스의 리더가 됐어도 종잡을 수 없는 리키의 성격은 어디 가지 않았다.

들떠 있는 리키에 비해 다른 대원들은 매서운 눈빛으로 사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치우와 리키, 그리고 20명의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시리아 동부 유전 지대인 이들리브의 안전 가옥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미군이 마련해준 안전 가옥에 들어오는 게 첫 번째 미션이었다.

사실 안전 가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IS의 눈에 띄지 않게 무장을 숨기고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남아공에 30명을 남겨두고 시리아로 날아온 20명의 대원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동한 편이었다.

백인과 흑인, 아랍 출신이 섞여 있지만 기본적으로 눈에 띄는 외모의 소유자가 없었다.

더구나 한 명이나 두 명씩 흩어져 은밀히 이동하는 데 이골이 난 선수들이다.

문제는 리키와 최치우였다.

리키의 외모는 튀어도 너무 튀었다.

시리아 동부 지역에 레게 머리를 한 거구의 흑인이 나타날 일은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리키는 눈에 띄는 외모다.

최치우는 리키처럼 특이한 스타일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양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했다.

두 사람은 시리아 동부 인접 지역의 미군 기지에서 출발해 별 고생을 다 하며 이들리브까지 왔다.

낮에는 임시로 땅굴을 파 휴식을 취하고, 어둠이 깔리면 미친 듯이 질주하기를 며칠 동안 반복했다.

미군이 자랑하는 특수부대 요원들도 해내기 힘든 이동 루트였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안전 가옥에 모였다.

최치우는 자랑스럽고 뿌듯한 눈빛으로 헤라클래스 대원들을 쳐다봤다.

남아공에 남아 있는 대원들도 여기 모인 대원들처럼 강해졌을 것이다.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 50명, 그리고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지원자 150명이 더해지면 헤라클래스는 얼마나 무서운 무장 단체가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남아공을 넘어 아프리카 남부 전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최치우는 한 치 앞을 장담하기 힘든 실전에 처했지만, 마음껏 빛나는 미래를 그렸다.

퓨처 모터스에서 연구 중인 자율 주행차를 아프리카 남부에서 실험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동차가 많이 안 다니는 아프리카의 도로는 최적의 실험 장소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아프리카에 걸친 최치우의 비즈니스가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리고 있었다.

지금은 시리아 동부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비즈니스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한국, 미국, 아프리카의 사업이 영향을 받게 돼 있다.

최치우는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각 지역에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언제 움직일까요, 사부?”

그때 리키의 물음이 상념을 일깨웠다.

최치우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작전을 개시해도 되는 시간이 지났다.

안전 가옥 바깥은 어둠이 드리워져 캄캄할 것이다.

최치우는 리키와 20명의 대원들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줬다.

“이번 작전의 키포인트는 미쓰릴 필드입니다. 오작동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말 것, 미쓰릴 필드가 작동되면 매뉴얼대로 행동할 것.”

“예- 썰!”

“라져!”

리키와 대원들이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최치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이어갔다.

“두 가지만 주의하면 빠르고 은밀하게 작전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IS 서열 6위, 작전 명 흰 수염을 사살하면 소형 카메라로 촬영. 이후 즉시 개별 철수해 동부 지역 탈출. 질문 있습니까?”

“없습니다. 퍼펙트!”

리키가 대원들을 대신해 대답했다.

사실 여러 번 숙지한 내용이라 이제 와서 의문이 발생할 지점은 거의 없다.

최치우는 대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그는 헤라클래스 대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충성심은 절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물론 돈을 많이 준다고 충성심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최치우는 대원들과 함께 레드 엑스를 격파하며 사선(死線)을 넘었다.

그때의 경험은 헤라클래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시리아 동부는 IS가 장악한 위험지역이지만, 아프리카에서 게릴라 반군들과 살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헤라클래스에겐 딱히 특별할 것도 없다.

“작전 개시 3분 전.”

최치우가 오더를 내렸다.

3분이 지나면 안전 가옥에서 뛰쳐나가 흰 수염의 은신처로 돌진해야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안전 가옥을 감쌌다.

‘변수는 두 가지, 미쓰릴 필드의 오작동과 시간이다.’

최치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며 마음으로 대비를 했다.

소란이 발생하고, 흰 수염 사살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동부의 IS가 모조리 모여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헤라클래스라 해도 무사히 탈출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흰 수염을 죽여야 한다.

실전에서 처음 쓰는 미쓰릴 필드의 오작동 가능성도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헤라클래스는 미쓰릴 필드가 무엇인지 알고, 실전에 쓸 수 있도록 오래 준비를 해왔다.

미쓰릴 필드의 존재조차 모르는 IS에 비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째각, 째각-

작전 개시를 앞두고 시곗바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그만큼 최치우의 감각이 예민해졌다는 뜻이다.

그는 단전의 내공을 전신으로 돌리며 힘을 폭발시킬 준비를 마쳤다.

이번에도 처음부터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다.

레드 엑스 섬멸전처럼 전체 상황을 조율하며 지휘를 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쓰릴 필드를 직접 시험해 보고 싶었다.

분명 최치우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적당한 타이밍이 올 것 같았다.

“개시-!”

최치우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작전 개시만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움직였다.

안전 가옥에서 줄줄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선봉에는 리키가 섰고, 최치우는 후방에서 대원들의 동선을 따라갔다.

이들리브의 밤은 어둡고 적막했다.

쉬쉭- 쉬쉬쉭-

대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고요를 깨트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흰 수염의 은신처를 지키는 IS가 총을 쏠지 모른다.

최치우는 오랜만에 실전의 공기를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퓨처 모터스를 위해…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곱게 죽어줘야겠어, 흰 수염.’

시리아 동부를 지배하는 IS 서열 6위, 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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