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116화 (116/243)

# 116

<7서클 마법사>

최치우와 임동혁은 첫 번째 재판을 보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엘리시움이 백기를 들고 물러서며 재판 자체가 취소됐다.

뉴욕 출장의 가장 큰 목적이 다소 시시하게 해소된 셈이었다.

두 사람은 며칠 더 뉴욕에 머물면서 월스트릿, 즉 월가의 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미우나 고우나 뉴욕 월가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다.

월가에서 관심을 가지는 종목은 반드시 한 번은 뜬다.

물론 한국에서도 월가의 소식을 알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몸으로 느끼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최치우는 월가의 모든 금융회사에서 초특급 VIP로 모시는 인물이 됐다.

올림푸스 주식이 폭등하며 개인 금융 자산만 무려 6조 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수천억 원도 투자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자금력을 미리 갖췄다면 전금녀의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버블이 아닙니다. 앞으로 3개월이면 2차 버블현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늦어도 1달 안에는 결정을 하셔야 상승장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최치우는 열변을 토하는 펀드매니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금발을 쓸어 넘긴 중년의 백인은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다.

월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금융회사의 임원이었다.

“그러니까 전자화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답이다. 심플하게 요약하면 이렇군요.”

“네, 대표님. 구체적인 투자 전략과 목표 수익률 전망은…….”

“그거야 계약을 체결하고 들어야죠.”

“정확하십니다.”

브리핑을 마친 펀드매니저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떻게든 최치우를 사로잡고 싶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외부 자금을 투자받아 대신 운용하며 이득을 남긴다.

그래서 최치우 같은 VIP는 1 대 1로 브리핑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요한 정보들이 노출된다.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도 달라지는 법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곧 힘이기 때문이다.

“브리핑 잘 들었습니다. 검토 후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최치우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고층 빌딩 밖으로 나온 최치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빌딩 입구에는 뉴욕에서 그의 다리 역할을 하는 전용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철컥-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줬다.

가볍게 목례를 한 최치우는 안방처럼 넓은 리무진 뒷좌석에 앉았다.

그는 차 안에 있는 미니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

이틀 동안 4곳의 금융회사와 미팅을 진행했고, 뉴욕 최고로 손꼽히는 펀드매니저들의 브리핑을 들었다.

그런데 미팅을 끝나고 나오면 항상 답답한 기분이었다.

“다들 단기적 이익만 좇고 있어. 변화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흐름을 따라갈 생각뿐이군.”

최치우는 짧은 혼잣말로 월가에 대한 인상을 정리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장기적인 산업의 발전, 시대의 변화, 미래 사회의 미션 등 본질적인 문제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돈만 벌고 싶었으면 부동산을 했겠지.”

최치우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쓴웃음을 지었다.

돈을 버는 빠른 방법은 널려 있다.

일단 여유 자산이 일정 규모를 넘어가면 돈 넣고 돈 먹기를 할 수 있다.

오를 게 분명한 지역에 부동산을 사는 것, 또는 펀드매니저들이 추천하는 주식을 사는 것.

그러나 올림푸스는 돈만 버는 회사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면서 돈도 버는 회사다.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를 하더라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주식을 사고 싶었다.

단순히 버블이 예상되니 올라타라는 말은 따를 생각이 없었다.

최치우는 월가에서 일하는 세계 최고의 펀드매니저라면 뭔가 다를 줄 알았다.

그렇지만 가슴을 울리는 브리핑은 듣지 못했다.

“계속해서 나의 길을 가는 수밖에.”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최치우는 원대한 비전을 추구하는 올림푸스 스타일이 옳다는 확신을 얻었다.

투자 기관의 평가에 얽매일 필요 없이 우직하게 직진하면 될 것 같았다.

이제 세상의 평가에 좌우될 레벨은 지났다.

평가 기준 자체도 최치우 스스로 만들면 된다.

뉴욕에서의 일정을 마친 최치우는 새로운 가능성을 목도했다.

세상 사람들은 올림푸스의 현재에 감탄하기 바쁘지만, 그는 더욱 창대해질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

가성비라는 말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줄임말로 팍팍한 살림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가성비 좋은 옷, 가성비 좋은 음식 등 비용 대비 혜택이 월등할 때 칭찬처럼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 면에서 올림푸스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회사였다.

기업의 재무는 복잡하지만, 매출과 이익을 구분해서 보면 간단하다.

매출이 아무리 많아도 영업이익이 낮으면 실제로 버는 돈은 적다는 뜻이다.

반대로 매출은 적어도 영업이익이 높으면 알짜 사업을 하는 셈이다.

물론 언제나 이렇게 단순한 공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이익률이 높아도 매출이 적으면 회사가 성장하기 어렵다.

해당 비즈니스의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매출 대비 이익이 높은 회사가 튼튼하다는 사실이다.

올림푸스는 남아공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광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회사의 매출이나 시가총액에 비해 직원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게다가 꾸준히 초고가에 팔리는 해독제 프로메테우스는 생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익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아공 개발비와 헤라클래스 유지비, 그리고 미래 에너지 탐사대에 막대한 연구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의 이익률은 높은 편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인력 충원이다.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여의도 사무실은 무척 넓었고, 수십 명을 더 뽑아도 공간은 넉넉할 것이다.

최치우는 여의도 본사와 남아공본부 양 측의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여전히 시가총액에 비하면 직원 숫자가 적은 편일 수밖에 없다.

시총 16조 원이면 대한민국에서 10위 안에 들어간다.

임동혁이 물려받을 한영그룹 시가총액을 추월하는 것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재계 서열 10위에 들었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말 그대로 최치우는 24살에 재벌 1세이자 대기업 오너가 된 거나 마찬가지다.

보통 대기업이 수천 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과 다르게 올림푸스는 남아공본부를 합쳐도 150명이 안 된다.

소수정예를 추구하는 최치우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지만, 인력 풀을 늘릴 필요는 있다.

예전처럼 최치우가 일일이 지원자를 선발하긴 어렵다.

그는 임동혁과 백승수에게 신입 및 경력 직원 채용을 맡겼다.

남아공에는 이시환이 버티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헤라클래스 대원들도 리키에게 일임해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었다.

임동혁, 백승수, 이시환, 그리고 리키까지.

모두 최치우의 수족 같은 사람들이기에 채용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맡겨도 될 것 같았다.

그들이라면 최치우가 어떤 인재를 좋아하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나도 참… 쉬는 게 일하는 것보다 힘들어서야. 이것도 병이다.”

직원 선발이라는 커다란 미션을 내려놓은 최치우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음 편히 늘어져 쉴 수 없었다.

최상급 물의 정령, 아도니스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소멸 직전 아도니스는 정령왕이 최치우를 찾을 거라는 말을 남겼다.

분노와 원한이 담긴 사념이었기에 진실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상급 정령이 아예 없는 말을 지어낼 것 같진 않았다.

최치우는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정령을 불러내고, 또 소멸시킬 수 있는 인간이다.

벌써 아도니스와 샐러맨더라는 고위 정령을 소멸시켰다.

특히 인격을 지닌 최상급 정령 아도니스를 소멸시킨 게 컸다.

‘그러고 보면 최상급 정령들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정령왕으로 군림한다 했었지.’

최치우는 아슬란 대륙의 지식을 떠올렸다.

아도니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물의 정령왕이 복수를 위해 최치우를 찾아올 수 있다.

상급 정령과 최상급 정령을 소멸시키는 데도 죽을 위기를 넘겨야 했다.

정령왕과 싸우게 되면 당연히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도니스와의 전투 이후 7서클의 벽을 넘었지만, 정령왕은 8서클 마법 수준의 자연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여유가 있을 때 수련을 통해 더 강해지지 않으면 언제 어떤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대기업을 이룩해 놓고 정령왕에게 죽으면… 너무 허무하잖아.’

혹시라도 정령왕에게 복수를 당해 버린다면, 사람들은 최치우가 왜 죽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 허무하게 이번 생을 끝낼 수는 없다.

다른 차원에서의 환생과 다르게 현대에서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게다가 아바타의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면 영원한 소멸로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정령왕에게 순순히 당해줄 수 없는 이유가 무척 많은 셈이다.

“강해져야 해. 지금보다 더.”

최치우의 입 밖으로 결연한 의지가 담긴 음성이 흘러나왔다.

절정에 다다른 금강나한권과 7서클 마법의 조합이면 지구가 아닌 어떤 차원에서도 최강의 자리를 노릴 수 있다.

그런데 소울 스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지면서 기준점이 달라졌다.

정령왕보다 강해져야만 마음 편히 소울 스톤을 찾아내며 대체에너지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

강해지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꾸준한 수련이다.

실전이 최고의 수련이지만, 매번 실제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상급 정령 수준이 아니면 최치우를 긴장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치우는 일상에서 마법을 자주 쓰며 마나와 친숙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새롭게 넘어선 7서클의 경지에 완전히 익숙해져야만 한다.

그의 결심 덕분에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 재미난 소란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대도시에 나타난 7서클 마법사의 수련이 어떤 후폭풍을 만들어낼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최치우는 역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소울 스톤으로 역대급 대박을 친 최치우는 잠시 숨을 고르며 CEO가 아닌 마법사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태세였다.

대마도사 클래스 바로 아래의 존재, 아슬란 대륙에서도 왕실 마법사로 만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7서클 마법사가 서울에 등장하게 됐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정령과 마법이라는 미지의 힘이 최치우를 통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로인해 현대의 지구라는 차원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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