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113화 (113/243)

# 113

***

하루아침에 깜짝 스타가 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눈 뜨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올림푸스에게도 같은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최치우가 여의도에서 소울 스톤을 공개하고 난 뒤 참으로 많은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최치우는 단순한 영웅이 아닌 살아 있는 신화로 여겨질 만큼 인기와 명성이 높아졌다.

현대인들은 언젠가 석유가 고갈된다는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들어왔다.

물론 새로운 유전이 계속 발굴되며 석유 고갈은 먼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석유라는 자원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기차 회사를 비롯해 각종 대체에너지 개발 회사들이 미래 산업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업도 올림푸스처럼 혁신적인 발견을 해내지 못했다.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은 여전히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수백만 명이 모여서 살아가는 대도시의 필요 에너지 채우기엔 발전량이 턱없이 모자란다.

기름을 전기로 대체하는 기술 역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아니다.

석유를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치우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대도시의 전력 소모량을 만족시키고도 남는 에너지가 담긴 보석을 찾아낸 것이다.

사실 소울 스톤으로 전기를 만들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소울 스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도 장담하기 힘든 문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가능성에 열광했다.

지속적인 에너지 개발이라는 인류 공통의 미션을 해결할지 모를 단서가 처음으로 등장한 셈이다.

그 기대감은 주가 상승으로 돌아왔다.

최치우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올림푸스의 주가는 1달 동안 무려 4배가 뛰었다.

30억 달러 부근이던 시가총액은 12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달러를 천 원으로 계산해도 올림푸스 시총이 12조 원을 찍은 것이다.

최치우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6조를 넘겼다.

자산이 1조 5천억 원일 때도 실감하기 어려웠지만, 6조 원은 비현실적인 숫자다.

이 정도 레벨이면 주식이 4배 올랐어도 실제 생활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자금 융통이 수월해져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올림푸스 법인 용도로 3천억을 들여 A350 전용기를 구입한 것도 더 이상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최치우는 순식간에 한국 최고의 부자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1위는 오성그룹의 회장이고, 격차는 수십 조에 달한다.

그렇지만 고작 24살 청년이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됐다.

상속을 받지 않은 순수한 신흥 재벌, 즉 재벌 1세의 탄생이었다.

재벌에 대해 반감이 깊은 국민들도 최치우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그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전설을 써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최치우는 유일한 등불이나 다름없었다.

소울 스톤 공개를 기점으로 서점에는 최치우와 올림푸스의 스토리를 다룬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최치우 신드롬이 사회를 휩쓸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열풍의 강도가 완전히 달랐다.

IMF 시절, 박찬호와 박세리 열풍이 한국을 휩쓸었을 때를 연상시켰다.

최치우는 연예인도 아니고, 운동선수도 아니다.

사람들이 멀게 생각할 수 있는 기업가임에도 21세기 이후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치우는 자신을 향한 환호성에 마냥 취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올림푸스와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건 고마운 일이다.

그도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는 즐기는 마음도 있었다.

특히 최치우의 경영 방침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서 통쾌했다.

뉴욕주 법원에서 다뤄질 엘리시움과의 소송전도 보나마나 올림푸스가 승소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대중은 영웅을 바라보며 열광하지만, 영웅이 추락할 때 더 즐거워하는 법이다.

예전처럼 가볍게 로맨스를 즐기다 자칫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지면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유명해지는 게 무조건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주위의 시선도 달라지고, 원래는 그냥 넘어갔을 일도 커지기 쉽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다.

최치우의 왕관은 찬란하게 빛나는 만큼 무거웠다.

그래서일까.

세상을 흔들어놓은 최치우는 일부러라도 미친 듯 일에 집중했다.

자기 자신에게 틈을 주면 혹시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5성급 호텔의 라운지도 예전보다 불편해졌다.

혹시 모를 도청의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

소울 스톤의 존재를 알린 뒤 최치우도 급격한 변화의 파동을 경험하고 있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효과를 거뒀으면 나쁜 것도 감내해야 한다.

그는 불평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를 버텨내려 노력했다.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니? 건강을 잘 챙겨야 하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최치우를 자산 6조 원의 부자가 아닌 걱정스러운 아들로 여기는 단 한 사람이 바로 어머니다.

그는 소울 스톤을 공개한 이후 서대문에 위치한 어머니의 아파트를 자주 찾게 됐다.

마음 편히 집밥을 먹는 게 힘을 충전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틈틈이 운동도 하고, 건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 밥도 꼭 제때 챙겨 먹어야 하고. 알겠지?”

“네, 어머니. 보내주신 반찬이랑 음식들 열심히 먹고 있어요.”

“오늘도 갈 때 들고 가렴. 미리 좀 싸두었단다.”

최치우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잡곡밥을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식집을 하는 어머니의 손맛은 알아줘야 한다.

어머니는 최치우가 한국 10위 안에 드는 부자가 됐음에도 계속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가게도 최치우가 예전에 차려 드린 것이다.

아들이 차려준 가게를 지키며 건강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어머니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인기 연예인의 가족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경우는 제법 흔하다.

누군가 영웅이 되면 어떻게든 붙어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생긴다.

가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최치우의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

다세대 반전세에서 브랜드 아파트로, 남의 가게 직원에서 가게 주인으로 환경은 크게 변했다.

아들 덕분에 돈벌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성실하게 김밥을 만들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았다.

최치우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실 그는 잘 나가는 재벌 총수들을 봐도 배울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처럼 사회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에겐 배울 게 많다.

크든 작든 주어진 몫을 반드시 해내는 성실함, 그리고 하루 일을 마치고 감사함을 느끼는 자세까지.

영혼 없는 재벌들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훨씬 귀하다는 사실을 최치우는 어머니를 보며 알게 됐다.

“천천히 먹어, 천천히.”

“너무 맛있어서요.”

“좋은 거 많이 먹을 텐데… 그래도 맛있니?”

“그럼요. 아무리 비싼 거 먹어도 집밥이랑은 비교 못 해요.”

“말이라도 고맙네, 우리 아들.”

어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치우는 바쁘게 수저를 움직이며 배를 든든히 채웠다.

배가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치우야. 법원에 가고 그런 일… 안 좋게 끝나지는 않겠지? 괜한 말인 걸 아는데 걱정이 되는구나.”

어머니는 이따금 신문지면을 장식한 엘리시움과의 소송전이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최치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조만간 뉴욕으로 갈 거예요.”

“정말이니? 너가 가야 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된 거야?”

“원래는 대리인을 보내도 되는데, 직접 항복 선언을 받을 생각입니다.”

“항복 선언?”

“네. 하이에나들이 백기를 흔드는 걸 제 눈으로 보고 싶어서요.”

최치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 든든하게 말했다.

괜히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지어낸 말이 아니었다.

예정보다 일찍 소울 스톤을 공개한 이유 중 하나가 소송전에서 100% 이기기 위해서다.

그는 소송의 상대편인 엘리시움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엘리시움 동아시아 지부장인 루이스 해밀턴도 하수인에 불과하다.

이참에 네오메이슨의 심장부에 타격을 입히고, 과연 누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소울 스톤 덕에 올림푸스 주가가 급상승하며 게임의 승자는 정해졌다.

최치우는 뉴욕에 승리의 깃발을 꽂기만 하면 된다.

“그래, 우리 아들이 그렇게 말하면 믿어야지.”

어머니는 최치우의 생각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자신만만한 모습에 안심했다.

고등학교 3학년 이후 최치우는 항상 말하는 대로 살아왔다.

하나뿐인 아들이 말하면 무조건 믿는 것, 그게 어머니가 최치우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금방 보여 드릴게요, 어머니.’

최치우는 새삼 엘리시움과 네오메이슨이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들 때문에 어머니까지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곧 뉴욕으로 가서 뼈저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콧대 높은 미국 금융계의 엘리트들이 최치우 앞에 무릎 꿇을 순간이 머지않았다.

최치우는 어머니가 정성스레 끓인 갈비탕을 먹으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

최치우와 임동혁은 같은 비행기를 탔다.

두 사람이 함께 해외로 이동하는 건 꽤나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임동혁은 조증에 걸린 사람처럼 들떠서 계속 말을 걸었다.

“대표님이랑 나는 유독 뉴욕을 자주 같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

최치우는 따로 대꾸를 해주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라도 편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퍼스트 클래스 좌석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는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최치우는 매몰차게 좌석 칸막이를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임동혁이 뭐라고 투덜거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소울 스톤을 공개하고 올림푸스 주가가 폭등하면서 임동혁은 1달 넘게 입이 귀에 걸린 상태였다.

최치우가 상대를 안 해줘도 금방 기분이 풀릴 게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칸막이 너머에서 임동혁이 승무원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이번에도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최치우와 임동혁 둘밖에 없었다.

“언제쯤 철이 들지 모르겠군.”

최치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랩탑을 켰다.

기내 와이파이는 자동으로 연결돼 있었다.

벌써 비행기를 탄지 2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사이에 중요한 메일이 도착했을 수 있다.

한국 본사뿐 아니라 남아공에서도 업무 보고와 결재 메일을 보내기 때문이다.

최치우가 업무 용도로 사용하는 메일 주소는 아무나 알 수 없다.

올림푸스의 팀장 이상과 소수의 VIP들만 그의 메일 주소와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다.

그들이 최치우에게 쓸데없는 메일을 보낼 가능성은 극히 낮다.

따라서 일단 메일이 왔다 하면 대부분 중요한 내용이다.

“어?”

최치우는 새 메일 1통이란 알림을 확인하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홍보 팀장이 메일을 보낸 것이다.

메일을 읽은 최치우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박장대소를 터트리진 않았지만, 쿡쿡거리며 웃는 소리가 칸막이 밖으로 새어나갔다.

“혼자 뭐가 그렇게 재밌는 겁니까? 같이 좀 웃고 싶습니다, 대표님.”

임동혁이 웃음소리를 놓치지 않고 다시 말을 걸었다.

최치우는 인심 좋게 칸막이를 내렸다.

지이이잉-

자동으로 칸막이가 내려가자 임동혁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이사님, 내가 방금 무슨 메일을 받았는지 짐작이 되나요?”

“대표님을 웃게 할 메일이라면… 모르겠습니다. LCK 로펌에서 좋은 소식이라도 온 건 아닙니까?”

“뉴욕에 도착하면 바로 만날 건데 LCK에서 왜 메일을 보내겠어요.”

“그럼 대체 무슨 메일입니까?”

“홍보팀에서 온 메일입니다.”

“에이…….”

임동혁은 김이 빠진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이어지는 최치우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 해밀턴이 우리 홍보 팀장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뉴욕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는군요, 비공개로.”

“엘리시움 동아시아 지부장 말입니까?”

“그렇죠. 그리고 비공개 미팅에 에릭 한센과 같이 나오겠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임동혁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네오메이슨의 실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최치우는 에릭과 루이스 모두 네오메이슨 소속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동혁은 뜬금없이 둘이 같이 비공개 미팅을 제안한 게 믿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왜 같이 대표님을……. 아니, 그보다 에릭 한센과 루이스 해밀턴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겁니까?”

최치우는 임동혁을 쳐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게 다 소울 스톤 덕분입니다.”

“네?”

“뉴욕에 도착해서 보여 드리죠. 에릭과 루이스가 내 앞에서 어떤 굴욕을 당하게 되는지.”

세계를 주무른다고 믿으며 한껏 거만하던 사람들이 최치우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최치우는 소울 스톤과 함께 세계의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역사적인 발표 이후 처음으로 다시 찾은 뉴욕에서 한층 달라진 그의 위상을 확인하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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