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99화 (99/243)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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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우는 정령석을 김도현 교수에게 넘겼다.

불의 상급 정령인 샐러맨더를 소멸시켜 얻은 소울 스톤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아슬란 대륙이었다면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서 소울 스톤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그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평가받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치우는 주저 없이 정령석을 건넸다.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직접 고안한 케이스까지 포함시켰다.

그만큼 김도현 교수를 믿기 때문이다.

최치우는 현대에도 정령들이 살아간다는 등 불필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랬다간 정령의 존재부터 속성, 능력까지 설명할 게 너무 많아진다.

그저 불가사의한 자연의 힘을 지닌 소울 스톤을 어렵게 구했고, 앞으로도 구할 수 있으리란 말로 충분했다.

최치우는 김도현 교수를 통해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모교인 S대와 함께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려는 것이다.

필요한 연구 인력과 장비는 S대에서 빌려오고, 올림푸스가 비즈니스를 전담한다.

서로 남는 게 많은 장사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소울 스톤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 연구를 맡길 만한 사람은 김도현 교수밖에 없다.

해당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천재인 김도현 교수의 연구 능력을 믿어야 한다.

물론 소울 스톤을 미국 연구기관에 넘기면 더 빨리 성과를 낼지 모른다.

하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의 과실을 그들과 나눌 수밖에 없다.

최치우는 정령석, 소울 스톤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영역에 두고 싶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엄청난 프로젝트이기에 모든 부분을 직접 다스리려는 것이다.

‘교수님을 믿자.’

최치우가 건넨 소울 스톤은 당연히 불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안에서 화력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다면 세기의 발견이 될 것이다.

허무맹랑한 바람이 아니다.

최치우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목숨 걸고 샐러맨더와 싸울 이유도 없었다.

불의 상급 정령석은 수치로 따지기 힘든 에너지를 머금고 있다.

소울 스톤에 내재된 불의 기운이 작용하는 원리를 찾아낸다면, 그야말로 역사가 바뀔 것이다.

기존의 대체에너지 개발 회사에 거금을 투자한 에릭 한센과 네오메이슨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에릭 한센을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미래의 패권을 손에 넣는다는 뜻이다.

석유를 놓고 세계의 패권 경쟁이 벌어졌고, 중동의 가난했던 산유국들은 하루아침에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각자 명분은 다르지만 석유를 놓고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올림푸스가 특별한 방식으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기름이 철철 넘쳐흐르는 유전을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다.

아니,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는 점에서 유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에릭 한센과의 마찰을 통한 나비효과로 최치우는 소울 스톤까지 손에 넣었다.

올림푸스의 시가총액은 3조 원.

이제 최치우는 시총을 30조가 아닌 300조로 끌어 올리는 여정을 시작했다.

험난한 장애물이 수없이 앞길을 가로막겠지만, 모두 박살 낼 각오로 출발점에 섰다.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의 패권을 잡은 세계의 강자들과 한 판 붙을 수밖에 없다.

최치우는 자신이 내딛은 걸음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 옛날 로마와 세계를 지배했던 카이사르의 격언이 최치우에게서 되풀이됐다.

카이사르는 세계의 중심을 로마로 옮긴 장본인이다.

최치우도 새로운 에너지 패권을 확보해 그가 있는 곳, 대한민국과 올림푸스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다.

이미 역사는 바뀌고 있었다.

***

김도현 교수는 최치우가 참여했던 미래 에너지 탐사대를 발전시켰다.

S대 공대의 신화인 최치우를 배출한 F.E는 올림푸스와 산학 협력 제휴를 맺기 위한 연구기관으로 탈바꿈됐다.

앞으로 에너지자원공학과의 우수한 인재들은 미래 에너지 탐사대 F.E에 선발되어 올림푸스의 대체에너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경력이 되고, 올림푸스는 최고의 인재와 연구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치우와 김도현 교수는 세계의 석학들을 미래 에너지 탐사대에 초청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줄 예정이다.

자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올림푸스는 프로메테우스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고, 남아공 광산에서도 막대한 현금을 확보 할 전망이다.

최치우는 단순히 대체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의 하청 기지로 S대를 이용하려는 게 아니었다.

이 기회에 열악한 한국의 연구 환경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싶었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S대 공대도 연구 예산과 인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매번 세계 100위 대학에도 들지 못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올림푸스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매력적인 장기 프로젝트까지 갖춰지면 S대의 연구 레벨은 몇 단계 점프할 수 있다.

지금의 최치우를 있게 한 미래 에너지 탐사대는 장차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들은 김도현 교수는 또 한 번 최치우에게 감탄했다.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최치우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그것을 현실로 이뤄왔다.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김도현 교수는 더 이상 최치우를 제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는 어려도 김도현 교수의 오랜 꿈을 이뤄줄 유일한 사람이자 리더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도현 교수는 최치우 덕분에 엄청난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지만, 소울 스톤으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게 되면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쉽게 말해 학계에서만 알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보다 큰 동기부여가 어디 있을까.

김도현 교수는 모든 능력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미래 에너지 탐사대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연구 장비도 들여와 소울 스톤을 분석할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갔다.

S대 역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한 최치우는 S대 역사상 손꼽히는 학교의 자랑이다.

그가 또 다시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하며 S대 공대의 경쟁력을 높여주는데 마다할 리 없다.

아예 공대 건물에 미래 에너지 탐사대의 연구실을 따로 마련해 줬다.

나중에는 최치우의 기부금으로 단독 건물이 새로 생길지 모른다.

S대와 김도현 교수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최치우도 바빠졌다.

올림푸스의 사업 현안을 체크하는 것은 루틴한 업무다.

사실 한국과 남아공의 기본 업무만 처리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전 세계의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을 살펴보고 있었다.

에릭 한센이 어디에 얼마나 투자를 하는지, 네오메이슨이라는 집단의 꿍꿍이는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백승수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특별 보고서를 만들었고, 임동혁은 재계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수집해 줬다.

덕분에 최치우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관련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막대한 투자금은 두 가지 갈래로 흐르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체에너지 개발. 우리가 흔히 아는 태양광 사업이나 풍력 발전처럼 원자력이나 화력 개발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산업에 투자되는 겁니다.”

“홀홀, 그렇다면 두 번째 흐름은 어디로 가고 있나?”

최치우의 앞에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올림푸스의 대표인 최치우가 평범한 할머니에게 이토록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리는 없다.

최치우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는 할머니를 똑바로 쳐다봤다.

“전기 자동차입니다. 기름이 아닌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 개발에 수십, 수백조의 돈이 투자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참 뒤쳐져 있지. 멍청한 놈들, 강남에 땅이나 사고 말이야.”

놀랍게도 할머니는 전기차 사업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기자동차그룹은 몇 년 전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10조 원에 매입했다.

그 돈을 전기차 사업에 투자했다면, 하다못해 외국의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썼다면 어땠을까.

현기 그룹은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를 읽지 못했다.

전기차 연구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언제나 현재보다 미래 가치를 바라보고 주식을 사기 때문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런데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무척 독특해 보였다.

한 문장으로 가볍게 산업의 흐름을 진단하고 있었다.

평범한 노파처럼 보이지만 내공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자네는 어디다 투자를 할 생각인 게야?”

할머니는 편안한 말투로 질문을 했다.

최치우와 독대를 하고, 투자 방향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최치우는 자신을 향해 질문을 해오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할머니에게는 최치우에게 그렇게 행동할 만한 자격이 있었다.

“당장의 투자 수익을 생각한다면 전기 자동차 관련주를 사야겠죠. 그러나 올림푸스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전력을 쏟기로 했습니다.”

“S대에서 만든다는 미래 에너지 탐사대, 거기 들어간 돈도 자네가 대는 게지?”

“다 아시면서 물어보셨군요, 어르신.”

할머니는 올림푸스의 자금 흐름도 알고 있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S대 미래 에너지 탐사대와의 산학협력도 눈치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치우는 놀라지 않았다.

수십 년 전부터 명동에서 돈놀이를 해왔고, 이제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재벌 및 대기업에 급전을 빌려주는 단 한 사람.

한국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가졌다고 알려진 큰손, 전금녀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최치우와 전금녀의 만남이 알려지면 온갖 소문이 다 날 터였다.

대기업 오너 또는 3선 이상의 실세 국회의원 정도가 되어야 전금녀를 만날 수 있다.

전금녀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재계와 정계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다.

3년 전, 부전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전금녀가 급전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100% 부도가 났을 것이다.

전금녀는 대기업의 부도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금액이다.

재산과 현금은 다른 개념이다.

최치우의 자산은 1조 5천억 원가량이지만, 대부분 올림푸스의 주식으로 묶여 있다.

바로 활용이 가능한 현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전금녀는 최소 수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은 최치우나 다른 재벌 회장들보다 적더라도 언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최고 무기였다.

“홀홀홀, 그럼 이 늙은이를 보자고 한 건 돈이 부족해서인가?”

전금녀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녀를 찾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돈을 빌리려 한다.

그게 아니면 굳이 괴팍한 성격의 할머니를 만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최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 돈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하고, 값비싼 연구 장비를 구입해도 버틸 수 있습니다.”

“홀홀, 남아공 광산을 먹었으니 그럴 만도 허지.”

전금녀는 올림푸스의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이유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론 남아공 광산이 대단한 비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올림푸스 소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돈이 부족하지도 않다면… 무엇 때문에 이 늙은이를 불러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지 점점 더 궁금해지네.”

“올림푸스가 아닌 다른 회사에 투자해 주십시오.”

“다른 회사라?”

“전기차 관련 주식으로 장난을 치는 세력이 있습니다. 어르신이 도와주시면 그들을 막고, 미래를 여는 회사들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장기적인 이익도 보장될 겁니다.”

최치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소울 스톤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첫 번째 승부라면, 에릭 한센과 네오메이슨이 주식으로 장난치는 걸 막는 게 두 번째 승부다.

에릭은 전기차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오직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 애쓰느라 여러 회사들이 망가졌다.

만약 전금녀의 현금으로 에릭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면, 그래서 전기차 회사들이 원래대로 연구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면 미래는 한층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동시에 에릭 한센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뒤흔들 수도 있다.

“내 돈으로 작전 세력과 싸우라는 말인데……. 홀홀, 더 들어봐야겠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일세.”

전금녀는 흥미를 보였다.

최치우라는 특별한 인물의 제안이기 때문에 가산점이 부여됐을 것이다.

“자세한 현황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최치우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 화면을 켰다.

그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단순한 경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치우의 계획대로 일이 풀리면 에릭 한센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네오메이슨도 다급히 실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에너지와 전기차.

인류의 미래가 달린 두 가지 분야에서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최치우와 에릭 한센 중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바닥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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