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84화 (84/243)

# 84

<헤라클래스>

헤라클래스의 멤버들은 리키를 제외하고 총 30명이다.

30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합법적으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무장 단체의 출발이다.

이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연봉과 유지비 등을 생각하면 최치우는 엄청난 투자를 한 셈이다.

화력 측면에서도 30명은 작은 반군 집단 하나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기관총과 소형 바추카포로 무장한 30명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날고 기는 용병 30명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 건 무척 어려운 미션이다.

최치우는 리키가 헤라클래스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면 점차 규모를 키워줄 생각이었다.

나중에는 스파르타의 300용사가 되고, 또 더 나아가 3,000명이 넘는 대규모 무장 단체로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고 다녀야 한다.

그렇게 원대한 계획이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리키는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최치우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헤라클래스의 숙소는 올림푸스의 남아공 사무실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체력 단련과 사격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기에 시 외곽에 숙소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또 다른 현실적 이유도 있다.

남아공 정부에서 허가를 해줬지만, 무장 단체가 시내에 머물게 되면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헤라클래스 등 사설 무장 단체는 교외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죠?”

최치우가 지프 차 뒷좌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케이프타운을 빠져나온 지 한참이 됐는데도 아직 도착할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조수석에 앉은 리키는 창문 너머 풍경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붉은 독수리 바위를 지나쳤으니… 10분이면 도착합니다, 사부!”

“붉은 독수리?”

“저기 보이는 바위, 레드 이글스 락이라고 불립니다. 독수리를 닮았는데 이 동네 사람들의 홀리 플레이스입니다.”

리키가 손가락으로 어디론가를 가리켰다.

고개를 돌린 최치우는 짧은 감탄사를 흘렸다.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는 독수리 한 마리가 황야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색 오묘한 빛이 감도는 바위는 누가 봐도 독수리를 닮았다.

“진짜 붉은 독수리 바위군요.”

“이 동네도 알고 보면 참 멋진 곳이 많습니다, 사부.”

리키는 어느새 남아공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사실 충분히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광활한 대자연과 넉넉한 음식, 유독 푸르고 높은 하늘에 매료되면 벗어나기 쉽지 않을 듯했다.

한국에 비해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리키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쳐 보입니다.”

“사부도 만족하실 겁니다.”

리키가 웬일로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최치우는 기대감을 키우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런 근거 없이 리키가 자신감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이윽고 최치우를 태운 지프가 멈춰 섰다.

헤라클래스의 거점에 도착한 것이다.

“케이프타운 북부 90㎞ 지점에 사부의 지시대로 숙소와 사격 훈련장, 체력 단련실 등을 만들었습니다. 매일 하드 트레이닝을 하며 언제든 실전에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고요!”

차에서 내린 리키가 당당하게 말했다.

숙소는 간이 건물로 지어졌지만, 시설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낯선 황무지에 이만한 건물을 올리고 훈련장까지 갖춘 건 대단한 일이다.

물론 올림푸스의 전폭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원 소집. 우선 실력부터 봅시다.”

“예, 써!”

리키는 기다렸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곧이어 30명의 헤라클래스 1기 팀원들이 최치우 앞에 나란히 도열했다.

딱 봐도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사람부터 우락부락한 근육질, 의외로 비실비실해 보이는 백인 등 다양한 타입의 용병들이 모였다.

인종도 흑인과 백인, 그리고 한 명의 동양인이 골고루 뒤섞여 있었다.

최치우는 30명이 내뿜은 기세를 감지했다.

확실히 까다롭게 선별한 만큼 강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 실전 경험이 충분한 베테랑들이다.

이만한 레벨의 무장 단체를 급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치우와 리키가 헤라클래스를 만들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사부, 헤라클래스입니다.”

리키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야생마 같은 헤라클래스 팀원들은 리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규율이 잘 잡힌 것 같았다.

용병들을 잘못 모으면 분위기가 개판이 된다.

나중에는 통제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런데 헤라클래스의 30명은 마치 정규 군대처럼 나란히 도열해서 군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리키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군요. 짧은 시간 치고는 군기가 잘 잡혔는데, 비결이 뭡니까?”

최치우의 질문을 받은 리키가 커다란 손으로 레게 머리를 긁적였다.

“사부… 그게 사실… 헤헤헤.”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다.”

“그냥 첫날부터 1 : 1로 다 두드려 팼어요. 또 도전하면 또 패고. 그러니까 리더십? 뭐 그런 게 생긴 거 같습니다, 사부.”

“30명을 전부 다?”

“노노. 저기 몽골에서 온 타미르는 제가 더 세다고 느끼고 안 덤볐어요. 그러니까 29명입니다.”

“역시, 리키답군요.”

“칭찬이죠?”

“그럼요.”

“헤헤, 사부한테 칭찬받았다!”

최치우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리키는 무식한 방법으로 헤라클래스를 길들였다.

피를 보는데 무덤덤한 베테랑 용병들을 모두 두드려 팬 것이다.

무력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철저히 힘을 따른다.

몇 번을 도전해도 끄덕도 없는 리키를 보며 다들 마음으로 승복한 것 같았다.

아무리 날고 기는 용병이라도 금강나한권의 초식까지 익힌 리키를 맨몸으로 이길 순 없다.

최치우와 비교할 수 없을 뿐, 리키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괴물이기 때문이다.

“시작해 보죠.”

“옙. 기대해 주세요, 사부.”

군기가 잘 잡혔다고 해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는 없다.

남아공 광산 지대의 치안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언제 어디서 반군과 게릴라 부대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그때마다 올림푸스의 직원들과 광부들을 보호하고, 필요하면 게릴라군의 근거지를 박살 낼 수 있어야 한다.

최치우는 사격 훈련장 근처로 이동해 팔짱을 꼈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헤라클래스 대원들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레디- 겟, 셋!”

리키가 목청 높여 호령을 했고, 다들 무장한 상태로 이리저리 진형을 바꿨다.

척!

리키는 선두에서 손가락으로 사인을 줬다.

전투가 벌어지면 총 소리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무전기도 먹통이 되기 일쑤다.

그렇기에 가장 원초적인 수신호를 완벽히 숙지하는 게 필수였다.

처처처척-

헤라클래스 대원들이 학익진처럼 좌우로 쫙 늘어섰다.

그 직후 원점을 향해 각자의 총기가 불을 뿜었다.

투다다다다다-!

소총과 기관총은 고막을 울리는 굉음을 만들어냈다.

가까이서 지켜보는데 귀가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정확하다.’

최치우는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격 목표를 주시했다.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정확하게 목표를 원점 타격하고 있었다.

물론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하지만 이만한 정확도라면 실전에서도 빛을 발할 것 같았다.

비싼 돈을 들여 검증된 베테랑들을 영입한 효과가 있었다.

‘돈 쓴 보람이 느껴지는군.’

최치우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리키가 또 다른 수신호로 사인을 줬다.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이전과 다르게 움직였다.

절반 정도가 진형을 바꿔 사격 준비를 했다.

나머지 절반은 후방과 측면에 포진하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실전에서 적진으로 돌입할 때를 가정한 것이다.

투두두두두-!

이번에도 귓가를 때리는 소음이 울렸다.

전방으로 총을 쏘는 대원들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사격 범위는 늘어났다.

철저하게 실전을 염두에 둔 대형이었다.

최치우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리키와 헤라클래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조직력을 갖췄으면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다.

왜 리키가 자신만만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 봐도 되겠습니다.”

“어땠어요, 사부?”

“단체 전투 대형은 기대 이상입니다.”

“예쓰!”

리키는 최치우의 칭찬을 듣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늘 설렁설렁 지내는 것 같지만, 헤라클래스를 공포의 외인부대로 만들기 위해 남아공에서 뜨거운 땀을 흘렸다.

방금 전 보여준 훈련은 낯선 30명과 부대끼며 쌓아 올린 성과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최치우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기쁜 게 당연했다.

하지만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저마다 조금씩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그들은 리키에게 두들겨 맞으며 조직력을 갖췄다.

대원들에게 있어 리더인 리키는 불가사의한 괴물이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주는 고용주라고 해도 리키가 최치우 앞에서 너무 설설 기는 것 같았다.

최치우의 칭찬 한마디에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체 전투는 이대로 훈련하고, 개별 전투 스킬도 다양하게 끌어 올려야 합니다. 광산이나 동굴 안으로 침투할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인원에 비해 커버하는 지역이 넓으니 소수로 작전을 펼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옙, 싸부. 저기 몽골인 타무르가 전투 능력은 조금 떨어지는데, 머리가 엄청 좋아요. 같이 트레이닝 방법을 짜보겠습니다.”

리키는 싹싹하게 대답한 후 최치우의 말을 대원들에게 영어로 전달했다.

단체 훈련은 지금처럼 계속하되 상황에 맞춘 개별 전투 훈련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리키가 아닌, 생전 처음 보는 것은 둘째 치고, 강해 보이지도 않는 어린 최치우로부터 훈련에 대한 부분을 터치받아서 불쾌한 것이다.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여러 번 목숨을 걸고 살아남은 베테랑들이다.

그렇기에 자존심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리키는 리더로 인정했지만, 그들에게 있어 최치우는 그저 돈을 대는 스폰서일 뿐이다.

최치우는 대원들의 얼굴에서 불만의 기색을 읽었다.

‘간만에 몸이나 좀 풀까? 어차피 보는 눈도 없고, 바로 실전에 투입해야 하니.’

고민은 짧고 행동은 빠른 게 최치우 스타일이다.

그가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시범을 보여줘야겠군요.”

최치우는 일부러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했다.

대원들이 바로 알아듣길 원해서였다.

“사, 사부? 진짜요?”

오히려 리키가 당황했다.

리키는 최치우가 얼마나 강한지, 보통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치우의 진면목을 모르는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돈 많은 철부지 스폰서가 뭣도 모르고 설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치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리키, 공포탄 있죠?”

“네? 아, 물론 있습니다.”

“모두 권총에 공포탄으로 바꾸고, 여분 탄창은 하나씩. 그렇게 지급해 주세요.”

“사부…….”

“사방이 확 트인 공터에서 어떻게 개별 전투를 하는지 시범을 보여주겠습니다. 30 대 1로.”

최치우의 말을 들은 헤라클래스 대원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건방진 애송이가 아니라 그냥 정신 줄을 놓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한 사람, 최치우를 아는 리키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치우는 여유로운 얼굴로 서 있었다.

자신의 수족이 되어야 할 헤라클래스 대원들에게 그들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각인시키고, 값진 경험 또한 쌓게 해줄 작정이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헤라클래스 훈련장에서 제대로 사고가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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