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79화 (79/243)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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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총기 소지 자체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총기 및 도검류의 허가를 받기도 까다롭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전국적인 위세를 과시하는 조폭들도 부엌칼이나 사시미를 연장으로 사용한다.

미국이나 러시아, 이탈리아 마피아처럼 대규모 총격전은 꿈도 못 꾸는 것이다.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를 받기에 한국의 치안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으로 넘어가면 야쿠자들이 알게 모르게 사회의 음지를 장악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는 훨씬 더 심각하다.

홍콩 삼합회는 정계와도 밀착되어 있고, 실제로 총기류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프리카는 어떨까.

반군이 득세하고, 하루건너 내전이 열리는 검은 대륙은 치안의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에서 아프리카와 비슷한 치안 수준을 가진 지역은 중동이나 멕시코 정도일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처럼 치안이 잘 유지되는 지역도 존재한다.

그러나 같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또는 이름 모를 도시로 넘어가면 군대와 경찰의 힘은 한없이 작아진다.

부유한 축에 속하는 남아공의 사정은 양호한 편이다.

반군과 정부군이 내전을 지속하는 국가들의 경우 지옥이 따로 없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을 뿐,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야만의 역사가 자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아프리카 각 국의 정부들은 궁여지책으로 사설 무장 단체를 허용하는 추세였다.

UN의 평화유지군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투부대라기보다는 보급이나 치료, 기반 시설 건설에 특화된 부대다.

그렇다고 각 국에서 정부군을 대폭 늘리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무조건 징병을 한다고 해서 강한 군대가 되는 게 아니다.

훈련부터 무기 수급까지, 군대를 유지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결국 제일 쉬운 방법이 돈을 주고 무장 단체에게 전투 의뢰를 하는 것이다.

사설 무장 단체가 게릴라 반군을 맡아주면 정부군은 인명 피해 없이 치안 유지에 힘을 쓸 수 있다.

단순히 경호원 수준이 아닌, 독립적인 군대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최치우는 남아공 정부의 실세, 마사투 장관으로부터 무장 단체 설립을 허가받았다.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광산 개발 소식만 알렸을 뿐, 실제로는 무장 단체 설립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굳건한 무력으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기껏 개발한 광산을 뺏길 수도 있다.

남아공에 들어온 국제적인 광산 업체들은 대부분 사설 무장 단체와 거액의 계약을 맺는다.

최치우는 그 돈으로 직접 무장 단체를 키우려는 것이다.

당장은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겠지만, 훗날 아프리카 전체를 올림푸스의 진지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헤라클래스는 올림푸스의 아프리카 법인을 지켜줄 사설 무장 단체다.

리키는 사설 무장 단체 파트의 리더가 될 것이고, 이시환은 아프리카 법인의 본부장이 될 예정이다.

물론 중량감 있는 전문 경영인과 직원들 또한 별도로 선임하며 남아공에 상주시킬 계획이었다.

변방에서 불어온 바람으로 세계를 바꾸겠다는 최치우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그는 세계의 패권을 바꾸기 위해, 역사를 새로 쓰며 나아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

“이력서들은 전부 화려한데… 우리가 삼류 용병 집단도 아니고, 하나의 팀이 되는 게 가능할까요.”

최치우는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표실 벽면에 걸린 모니터 화면 위로 다양한 국적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백인, 흑인, 황인 등 인종을 가리지 않는 이력서를 받은 이유는 명확했다.

헤라클래스의 팀원을 뽑기 위해서다.

최치우의 옆자리에는 리키와 이시환이 앉아 있었다.

특히 모니터를 쳐다보는 리키의 얼굴 표정이 전에 없이 진지해 보였다.

자신이 직접 이끌어야 할 전투부대원을 뽑는 일이다.

일반 직장인이 아닌, 총탄이 터지는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할 파트너들을 선발해야 한다.

늘 장난스러운 리키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때요. 만만한 일이 아니겠죠?”

최치우가 리키를 쳐다보며 한 번 더 물었다.

사실 리키는 파이트 클럽에서 최치우에게 패배한 후, 처음으로 벽을 느꼈다.

그 전까지 비공식 한국 최강자로 적수가 없는 삶에 싫증을 내던 처지였다.

그러나 최치우 덕분에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알게 됐고, 금강나한권 초식을 전수받으며 제자이자 동료로 거듭났다.

그런 리키에게 최치우가 완전히 새로운 미션을 준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외인부대를 만들어라.

남자라면 듣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목표다.

특히 리키처럼 몸뚱어리 하나만 믿고 강함을 증명하며 살아온 남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피가 튀기는 파이트 클럽도 게릴라 반군들이 즐비한 아프리카의 전장에 비하면 시시할 따름이다.

“오케이! 멋진 팀 만들 겁니다, 사부.”

올림푸스에서 일한 뒤 리키의 한국어 발음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는 각오를 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치우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프랑스 외인부대나 영국 특수부대 출신들이 아프리카에 많이 들어와 있더군요. CIA에서도 은퇴를 하고 노후 돈벌이로 아프리카에 무장 단체 또는 경호 단체를 세우는 게 유행이었고. 그렇게 쟁쟁한 곳을 모조리 제치고 헤라클래스가 아프리카 최고의 무장 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내 평생 처음으로 2등을 한 게 사부 때문, 이제 우리는 한 팀. 그럼 다시 2등을 할 일은 없어요. 네버 에버!”

리키의 말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그는 항상 웃는 얼굴로 농담 따먹기나 하지만, 최치우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남자다.

최치우 역시 내공도 없으면서 금강나한권 초식을 습득한 리키를 신뢰했다.

“이시환 팀장님. 아니, 본부장님. 리키와 헤라클래스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실무 지원을 완벽하게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표님.”

공식 직함이 팀장에서 아프리카 법인 본부장으로 바뀐 이시환은 의욕이 넘쳤다.

이십 대 중후반의 나이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물론 험한 타지에서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

어쩌면 목숨이 위험한 사건도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시환은 도전을 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 올림푸스가 자리 잡는데 일조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성장할 마음을 먹었다.

지금까지는 최치우와의 인연 덕을 봤다면, 남아공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리키에게도, 이시환에게도 진정한 시험 무대가 열린 셈이다.

“이틀 주겠습니다. 주말까지 리키와 이시환 본부장이 협의해서 헤라클래스로 선발할 인원을 추리세요. 최종 결정은 나와 함께 하죠.”

“예 써, 사부!”

“네, 대표님.”

두 사람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최치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기 목숨을 돈에 파는 용병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거친 남자다.

특수부대 출신 용병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것.

그저 돈을 많이 준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치우는 오합지졸 헌터들을 모아 세력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확실한 방법을 알았다.

함께 사선을 넘나든 경험.

다시 목숨을 걸 수 있는 충분한 보상.

그리고 돈이 아닌 꿈을 위해 싸운다는 믿음.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면 오합지졸 용병들도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다.

헤라클래스가 어떤 모습의 무장 단체로 태어나 아프리카를 호령하게 될지, 최치우는 기대감을 금치 못했다.

이전 차원에서 배운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다.

열사의 사막을 가로지르며 전설을 써내려갈 외인부대 헤라클래스.

그 씨앗은 놀랍게도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뿌려지고 있었다.

***

찬바람이 불었다.

겨울이 온 것이다.

최치우는 한국 나이로 23살을 바라보게 됐다.

새해가 밝지 않았으니 아직은 22살이다.

하지만 그가 1년 동안 거둔 성과는 도통 나이와 어울리지 않았다.

프로메테우스의 개발로 떼돈을 벌며 기업 가치를 폭증시켰고, 전 세계 거물들이 줄지어 P-1을 구입하길 희망하면서 영향력도 강해졌다.

뿐만 아니라 P-2를 개발해 남아공의 난민 수용소를 제원하며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올림푸스와 한국 정부, 그리고 몇 개의 기업이 주축이 되어 난민 수용소의 식수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그러한 관계 덕분에 올림푸스는 남아공의 광산 개발권을 따냈고, 최고조로 관심이 집중되었을 무렵 기업공개와 상장을 결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올림푸스의 이름이 뉴욕 증시에 올라섰다.

기업공개 절차를 거친 올림푸스의 주식이 하루 만에 얼마나 오를지, 냉정한 투자의 세계에서 얼만큼 인정을 받을지 초유의 관심사였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정도였다.

상장이 되는 날, 창업주와 임원들은 성대한 파티를 연다.

전체 직원들이 모두 모여 샴페인을 터트리며 상장을 축하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상장은 아무 기업이나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규모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뉴욕 증시에 올랐다는 건, 대박이 났다는 뜻이다.

공식적으로 떼돈을 번 거부가 되는 날인데 파티를 안 여는 게 이상한 일인지 모른다.

올림푸스처럼 최소 1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확실시되는 회사라면 크루즈 요트를 빌려서 파티를 열어도 된다.

그러나 최치우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전화기를 끄고,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여의도에 마련한 펜트하우스 대신 어머니께 드린 서대문의 아파트로 향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을 먹고, 항상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자기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누구라도 들뜰 수밖에 없는 날이지만, 가장 소박하고 차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믿을 만한 정보에 의하면 올림푸스의 시가총액은 3조 원 근처로 형성될 전망이었다.

30억 달러라는 돈은 보통 사람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천문학적 금액이다.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주식을 줄였지만, 그래도 최치우는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는 오늘을 기점으로 1조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세계적인 갑부가 된 것이다.

평생 열심히 일해도 10억을 모으기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1조가 넘는 돈을 갖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 이상 치열하게 도전 할 동기를 잃고, 주어진 돈을 펑펑 쓰며 남은 평생을 살아도 된다.

어쩌면 그렇게 바뀌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치우는 화려한 파티장이 아닌 어머니의 아파트 작은방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00조. 그러고도 세계 6위라고 했었지.’

최치우는 자신이 거둔 기념비적 성공에 도취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듣기로 에릭 한센이 보유한 기업의 지분과 자산을 모두 합치면 대략 1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3조 원이라는 시가총액, 1조 원이라는 자산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언제나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

최치우는 보통 사람이라면 가장 기뻐해야 마땅한 성공의 순간, 천외천을 그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 비로소 천외천과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올라왔다.

치우의 영혼은 언제나 바닥에서 환생했지만, 차원의 정점을 찍지 못하면 직성이 안 풀리는 본능을 갖고 있다.

그의 본능은 현대 사회에 맞춰진 형태로 점점 더 정교하게 각성하는 중이었다.

올림푸스의 진격은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치고,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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