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460화 (460/464)

460화 The last Chapter-7080 (9)

중순에 탑재된 레일건들은 퓨처 테크놀로지(Future Technology)와 로스트 테크놀로지(Lost Technology)의 환상적인 결합이었다.

레일건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1918년에 기본적인 개념이 만들어졌고, 1920년대에는 이미 미국의 발명가가 특허를 제출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뒤이어 1930년대에는 SF잡지에 레일건과 코일건이 미래의 무기로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1940년대까지도 레일건은 그저 공상 속의 무기였다.

하지만 9전단이 시간이동을 하면서 레일건은 상상의 무기가 아니라 현실의 무기가 되었다.

“레일건이라… 흥미롭기는 하지만 과연?”

물음표로 끝을 냈던 미군의 평가는 도쿄와 유럽의 마지막 전투에서 느낌표로 바뀌었다.

초고속으로 탄도 궤도를 그리며 함대를 향해 몰려들던 자폭용 로켓 공격기들을 차근차근 막아낸 것도 한반도에 설치된 레일건들이었고, 방사능 물질을 가득 채운 탄두를 탑재한 독일의 탄도로켓을 격추시킨 것도 한반도의 레일건이었다.

레일건의 효용성을 본 미국 해군의 장성들은 1950년대 새롭게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항공모함들에 레일건 탑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소재 공학의 수준 차이를 이유로 엔지니어들은 불가능하다고 우겼지만, 장성들의 우격다짐 끝에 레일건들이 장착되기 시작했다. 신세대 항공모함들의 배수량이 1만 톤이 늘어나게 된 배경이었고, 독일과 소련의 해군 장성들이 이 신세대 항공모함들만 보면 욕을 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우격다짐 끝에 레일건을 달기 시작했지만, 1세대 레일건들은 조금 더 사정거리가 긴 성능 좋은 대공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장 한반도와의 합동훈련과 이런저런 시연을 통해 비교를 해봐도 성능의 차이가 확실했기 때문에, 미군은 계속해서 레일건에 투자를 했다.

이런 투자에는 미국의 해군은 물론이고, 육군과 공군도 행동을 같이 했다. 그 이유는 독일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때문이었다. S-2로켓의 개발 이후, 독일은 꾸준히 로켓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ICBM)의 보유를 암시했다.

-전통적인 무기로는 방어를 할 수 없음.

ICBM에 대한 방어수단을 연구하던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미국은 보복수단으로 사용할 ICBM의 개발과 동시에 방어용 수단으로서의 레일건 성능 강화 작업에 인재들을 동원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정 수석차관은 자그마한 카트리지 2개를 들고 미국을 방문했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연구 중인 레일건 말입니다. 레일을 구성하는 합금의 구성비 샘플과 탄자를 고정시키는 아마튜어의 합금 샘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미 한반도에 설치된 레일건에서 확보한 것으로 연구를 하고 있소이다.”

“하지만, 이미 합금으로 완성된 것으로는 정확한 비율을 찾아내기가 힘들죠.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고.”

연구소 소장의 대답에 정 수석차관은 가지고 온 2개의 카트리지를 내밀었다. 카트리지의 뚜껑을 연 연구소장은 안에 들은 금속 분말들을 보고는 정 수석차관을 바라봤다.

“설마?”

“예. 정확한 비율로 섞인 합금 재료들입니다. 특히나 완성품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극소량의 금속들까지 비율대로 들어갔죠.”

정 수석차관의 설명을 들은 연구소장은 바로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연구소장은 정 수석차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방정부의 예산 담당자가 당신을 보기만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그러던데 몸조심하쇼.”

“하하하!”

연구소장의 농담 아닌 농담처럼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들은 연방정부의 예산 담당자들은 재무부 장관에게 몰려가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한반도를 통째로 사 버립시다!”

“1천억 달러 정도 주면 바로 팔 겁니다! 그냥 사 버립시다!”

예산담당자들의 항의에 재무부 장관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자네들이 했던 말은 1941년부터 나왔던 말일세. 하지만 주인이 안 팔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나?”

“Shit!”

대한민국 정부에게 있어서 한반도는 군사적 가치만 큰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의 정비창과 자재창고, 마지막으로 저 홀수 아래에는 막대한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 잠자고 있었다.

* * *

21세기에 한반도가 만들어질 당시, 단 1척으로 끝날 것이 확실했다. 때문에, 해군 지휘관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쳤다.

“절대로 콘서트 전용함, 행사 전용함으로 만들지 않겠다!”

지휘관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인 결과, 한반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최첨단 함선으로 탄생했다. 보통 안전성을 우선해 모든 안전성이 확인된 구식 전자부품-민간시장과 비교하면 적어도 1세대는 뒤진-들이 들어가는 장비들을 사용하던 관례를 벗어나 한반도에는 시대를 앞서는 장비들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탑재하는 장비만 최첨단으로 도배를 한 것이 아니었다.

“기왕 만들게 된 거, 최대한 잘 써먹자!”

위와 같은 결심에 따라 한반도에 요구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최소한의 보급으로 최대한 오래 바다 위에서 버티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한반도에는 필요한 장비들이 대량으로 실렸다. 만약 벌어질지 모르는 실전에서 부상자가 발생해도 식물인간 상태가 되지 않는 한 자체적으로 치료가 가능할 정도의 의료시설-그 이유로 실린 MRI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수명을 연장시켰다-들은 물론이고, 정비창의 장비들도 어마어마했다.

바다에 나가 활동을 해야 하는 함선들의 특성 때문에 어느 정도 덩치가 되는 함선들에는 작은 공장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정비창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함선의 정비뿐만 아니라 함재기의 정비까지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한반도의 정비창은 규모와 질 모두 어마어마했는데, 문제는 자재창고였다.

“각종 소모성 부품들까지 다 싣기에는 공간이 부족한데….”

“그렇다고 덩치를 키우는 것도 문제고….”

서로 상충되는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하던 와중에 모형조립을 취미로 하던 엔지니어가 묘안을 내밀었다.

“3D프린터를 실으면 어떨까?”

“그거다!”

곧 한반도에는 대형 3D프린터들이 탑재되었다. 프린터에 장착할 카트리지만 교환하는 것으로 함재기용 부품에서부터 함선의 부품은 물론 레일건의 부품까지 한반도 내부에서 생산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금속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들은 바로 필요한 최소한의 수량만 실으면 되었다.

엔지니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KF-1C의 동체를 덮는 탄소섬유 외피는 물론이고 1회용으로 사용할 보조 연료탱크의 몸체를 만들기 위한 탄소섬유들이 롤 단위로 실렸고, 필요한 모양으로 성형할 틀들과 오븐까지 한반도에 실렸다.

3D프린터들과 출력물들을 최종적으로 마감 처리할 전기 고로. 탄소섬유로 만들어낸 성형물을 단단하게 만들 전기 오븐 등등 한반도에 실린 장비들이 소모하는 전력은 엄청난 양이었지만 함에 장비된 2기의 스마트 원자로의 출력은 그 모든 것을 공급하고도 에너지가 남아돌 정도였다.

후일담으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반도가 모습을 드러내자, 중국 군부는 엄청난 숙청의 폭풍을 겪어야 했다. ‘백상(白象)’작전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이들이 책임을 지고 무더기로 잘려나간 것이었다.

운영하기에 부담이 가는 군사 장비를 가지게 함으로써 한국군의 첨단화 작업을 방해한다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반도로 인해 중국 해군이 자랑하던 항공모함들이 모조리 2선급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 * *

한반도의 자재창고에 실려있던 각종 합금용 분말들과 탄소섬유만 미국의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미국이 지갑을 열게 만든 가장 큰 존재는 스마트 원자로였다.

‘10만 규모의 작은 도시에 안정적으로 전력과 담수를 공급할 수 있는 안전한 원자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래의 목적과 달리 시간이동 이후의 스마트 원자로는 군용 원자로의 표준이 되어버렸다.

물론, 민간용으로도 적지 않은 수가 만들어져 미국 본토 여기저기와 한반도, 북해도에도 몇 군데 설치되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보급이 된 곳은 해군의 잠수함들과 항모들, 그리고 대형 수상함정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 원자로는 미국이 대한민국에게 엄청난 금액을 내놓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성 부장과 그 팀원들 덕이었다. 비록 오리지널 개발팀은 아니었지만 유지보수의 전문가들답게 성 부장과 그의 팀원들은 스마트 원자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때문에, 1940년대와 50년대의 기술로 스마트 원자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에 기술 라이센스 비용을 제대로 치러야만 했다.

* * *

본론으로 돌아와서 정 수석차관을 통해 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미국 정부는 레일건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합금비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해도 가공기술의 한계로 인해 21세기 수준의 정밀도는 손에 넣지 못했기에 사정거리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충분한 사정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했고, 이를 위한 해답은 포신의 길이를 키우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러나 포신의 길이를 키우는 것은 난제의 연속이었다. 포신의 길이를 키우면 스스로의 무게와 중력으로 인해 포신은 밑으로 휘었다. 포신이 휘어버리면 명중률과 사거리 모두 떨어져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발사 도중 포신이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1세기의 군사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비슷했다. 포신을 최대한 경량화, 다른 말로 최대한 가늘게 뽑아냈고 트러스형 구조물로 포신을 감싸 지지했다. 거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이들은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소재로 만든 판으로 구조물을 감쌌다. 독일의 푸마 장갑차의 주포 포신. 올리콘의 최신 대공포 포신, 기타 21세기형 함선들의 주포 포신들이 그 대표적인 형상이었다.

하지만, 레일건은 그게 힘들었다. 발사 순간 만들어지는 아크방전으로 인해 순식간에 플라즈마화된 공기의 열과 팽창하는 압력을 견뎌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한 것은 미 해군 주력전함의 주포 포신이었다.

2차 대전 당시 전함들의 주포 포신은 야금술의 또 다른 정수였다. 1톤이 넘거나 1톤에 가까운 포탄을 RAP(Rocket Assitant Projectile)탄이나 이런저런 꼼수 없이 순수한 화약의 폭발력으로만 40km 가까이 날린다는 것은 포신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는 것이었다. 때문에, 전함의 주포 포신을 만든다는 것은 그 나라 야금술의 정수가 녹아드는 것이었다.

이 기술이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된 것은 전함이 멸종하면서였다. 데이터나 시방서는 남아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장인(匠人)들이 사망하면서 이 기술은 문서로만 남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1940년대 후반과 50년대에는 그 장인들이 일선에서 날아다닐 때였다.

그런 장인들의 협조 속에 21세기의 첨단 기술과 20세기 중반의 첨단 기술이 만나 2세대 레일건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 * *

이렇게 해서 한반도에 설치된 21세기와 비슷한 성능-물론 그 덩치는 어마어마하게 더 컸지만-을 가진 2세대 레일건들이 완성되자 한국 해군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개장을 받고 있는 중순양함들에 레일건들을 달자!”

“동력은 어떻게 하고? 중순에 달린 보일러들로는 힘이 부족할 텐데?”

미 해군 담당자의 지적에 고 제독이 대안을 내밀었다.

“원자로를 달 거요.”

“원자로! 아하!”

비록 1940년대와 50년대의 기술 수준으로 인해 덩치가 커졌지만, 스마트 원자로는 중순에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소형이었다.

“기존의 보일러와 추진체계를 다 들어내고, 원자로와 전기모터 추진체계로 바꿀 겁니다.”

고 제독의 뒤를 이어 H 조선의 지일규 수석팀장이 설명을 하자 미 해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텐데, 한반도의 해양방어는 어떻게 할 것이오?”

“공군이 있지요.”

“아… 한반도는 작은 나라지.”

개장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국 해군은 3척의 중순을 동시에 도크로 집어넣었다.

“레이더가 꽝이면 레일건도 소용이 없는데….”

“이미 레이더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국 해군은 미국이 막 개발한 AN/SPS-36/37레이더를 중순에 장착했다.

이미 2차 대전부터 레이더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미국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위상배열 레이더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개념 수준이었던 위상배열 레이더가 확신이 된 것은 9전단의 함선들이 탑재한 위상배열 레이더로 확실한 우위를 잡는 것을 보면서였다.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미국은 위상배열 레이더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때마침 트랜지스터가 개발이 되면서 시작된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엔터프라이즈에 AN/SPS-32/33레이더를 달게 만들었지만 신뢰성의 부족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끈질기게 자금을 쏟아부었고, 그렇게 해서 196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것이 한국 해군이 채용한 레이더였다.

“어디 보자… 꽤 괜찮은걸?”

한국 해군의 작업을 구경하며 상황을 관찰하던 미국 해군은 슬그머니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기왕 하는 거, 배도 새로 만드는 것이 좋겠지?”

“당연하지! 이왕이면 덩치도 좀 키워서!”

레일건과 새로운 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한 대형 순양함 8척을 새로 건조하겠다는 해군의 기획안을 받아든 당시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욕설을 뱉으며 기획안을 찢어버렸다.

“예산이 남아도는 줄 아나! 이 미친놈들아! 당장 집어치워!”

단번에 퇴짜를 맞은 미 해군은 방법을 달리했다.

“그럼 우리도 개조하지, 뭐!”

그렇게 올라간 새로운 계획안은 예산을 줄였다는 이유로 맥나마라의 승인을 받았고, 미 해군은 항구에서 놀고 있던 아이오와급 전함 4척을 모조리 개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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