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383화 (383/464)

# 383

383화 협상,반란,혼란 (5)

장비를 챙긴 벌레 일당과 그들의 팀원들은 원 준장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미국의 레인저들과 영국의 코만도, 그리고 한반도에서 날아온 UDT/SEAL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이번 작전, 잘해봅시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SEAL의 리더인 서남규 소령과 벌레 일당은 악수를 교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벌레 일당을 본 레인저 부대의 장교들이 반색을 하며 다가왔고, 벌레 일당을 매개체로 하여 SEAL의 장교들과 레인저 부대의 장교들이 수인사를 나누었다.

악수를 교환하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새로운 이들이 들어서며 차갑게 식었다.

새롭게 들어선 이들은 무장SS 특유의 위장복을 입은 이들이었다.

“저들은?”

텐트 안에 먼저 있던 연합군 특수부대원들은 독일군들이 들어오자마자 자연적으로 홀스터에 손을 얹었다. 아니, 벌레 일당과 SEAL 지휘관들은 이미 뽑아 겨눈 상태였다.

“동작 그만!”

원 준장의 호령에 벌레 일당은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총 내려! 이번 작전은 독일군과 함께 한다! 총 내려!”

원 준장이 강하게 명령을 하고 나서야 벌레 일당과 SEAL지휘관은 권총들을 도로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사태가 진정되자, 원 준장은 독일군들을 자신의 옆에 세우고 연합군에게 소개했다.

“이들은 이번 작전에서 귀관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할 이들이다. 리더인 스코르체니 소령.”

원 준장의 호명에 스코르체니는 앞으로 한 발 나와 가볍게 거수경례를 했다.

스코르체니라는 이름에 자리에 모인 연합군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독일군이 진행한 각종 특수작전에서 이름을 날린 이였기 때문이었다.

연합군과 독일군이 모두 자리에 앉자 영국군, 미군 장성들, 그리고 독일군 장성도 자리에 앉았다. 회의의 진행을 맡은 원 준장이 스크린에 사진을 띄우며 설명을 이어갔다.

“문제가 된 장소인 에센의 항공정찰 사진들과 독일군이 보내 준 근접촬영사진이다.”

항공사진과 근접촬영사진들은 발사 준비를 끝마친 5기의 S-2로켓들과 주변에 자리한 무장 친위대의 모습들이 확실하게 찍혀 있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5기의 로켓들은 이 크룹 공원(Krupp Park)과 헬레넨 공원(Helenen Park)에 배치되어 있다. 두 공원 사이의 간격은 약 2.5km. 크룹에 2기. 헬레넨에 3기가 자리하고 있고, 미사일 발사대 사이의 거리는 최소한 300m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시에 들이쳐서 단번에 제압하지 못하면 로켓이 발사된다. 현재 에센 주둔 독일군들이 해당 지역을 포위하고 있지만 방사능 유출 문제로 인해 공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군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원 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벌레가 손을 들었다.

“에센에 돌입을 하려면 국경을 넘어야 합니다. 국경부터 에센까지 가는 도중에 자리한 독일군들에 대한 대처법은 무엇입니까?”

“이번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잠정 휴전이다.”

“돌입 수단은? 육상입니까? 항공입니까?”

“육상이다. 가는 경로는 독일군들이 안내를 해 줄 것이다.”

원 준장의 설명에 빨갱이가 옆에 앉은 창에게 작게 속삭였다.

“무슨 영화 찍나?”

“작전이 성공하면 영화 만들겠다고 나서는 감독들 수두룩하겠네.”

가벼운 잡담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눈은 사진과 지도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벌레는 집요하게 원 준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에센 주둔 독일군의 성향은 어떻습니까? 휴전 명령을 확실하게 준수할 것 같습니까?”

벌레의 질문에 한쪽에 앉아 있던 스코르체니가 대신 대답했다.

“총통 각하의 친필 명령서가 내려갔소. 에센에 주둔한 아군 병사들은 총통 각하의 명령을 무조건 따를 것이오.”

“그럴 거면 이런 사단도 벌어나지 않았겠지.”

작게 비아냥거리던 벌레는 바로 질문을 이었다.

“작전이 벌어졌을 때, 로켓이 발사되거나 실수로 로켓이 손상을 입어 위험 물질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백업 작전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해상에 9전단이 대탄도탄 방어체제에 들어간 채 대기 중이다. 만약 로켓의 문제로 에센에 방사능 물질이 누출된다면 그 즉시 에센의 시민들을 소개하고 제독 작업에 들어간다.”

“에센에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경우, 작전에 들어간 아군에 대한 안전대책은 무엇입니까?”

“1차로 제독 작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철수할 것이다.”

“히틀러 총통은 에센에 방사능 물질이 퍼지면 모든 협상은 결렬이 될 거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전에 들어간 우리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됩니까?”

“히틀러 총통은 고의가 아닌 작전 중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따지지 않겠다는 보증서한을 보내왔다.”

“흐음...”

원 준장의 대답에 벌레는 입을 다물었다.

“다른 질문?”

원 준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레인저와 코만도의 지휘관들이 손을 들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작전 진행에 대한 가닥이 잡히자, 공원에 투입할 부대들을 구성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언어소통의 문제가 없다.’라는 이유로 벌레 일당과 SEAL팀이 한 조가 되어 크룹 공원을 배정받았다.

“어디 보자….”

SEAL팀의 장교들과 벌레 일당은 지도를 펼쳐 놓고 머리를 맞대었다.

“독일군이 미리 알려 준 경로는 알텐도르퍼 가(Altendorfer Str.)를 따라 움직이다가 티센크루프(Thyssenkrupp) 공장이 있는 곳에서 침투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서 소령의 물음에 벌레는 지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우리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일할 때 경험을 생각하면 적들이 거점을 정할 때에는 두 가지 경우에 따라 정합니다. 하나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곳, 또 다른 하나는 거주하는 주민이 매우 우호적인 곳. 저로서는 에센이 선택된 것이 사정거리 문제도 있지만 후자의 문제로 선택되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벌레의 설명에 서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군. 전부 다 적이라 생각한다면 이 경로도 이미 알려졌다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경로를 어떻게 바꿀까요?”

“소령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벌레의 물음에 서 소령은 지도를 보고 한곳을 짚었다.

“이곳, 우체국이 있는 곳에서 틀어서 올라간 다음, 공원에 면한 텃밭을 가로질러 접근. 도로에 면한 숲을 이용해 위와 아래로 나뉘어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서 소령이 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경로를 그려가며 설명을 하자 벌레는 빨갱이와 창기를 돌아봤다. 둘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벌레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움직이죠.”

“경로변경에 대해서는 내가 보고하도록 하지요.”

“옙.”

자신들이 파악한 최적의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선택하겠다는 말에 독일군들은 처음에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유를 듣고는 납득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로 변경은 알리겠지만 자세한 정보는 알리지 않도록 하겠소.”

“그렇게 하지요.”

변경사항을 들은 레인저들과 코만도, 무장SS도 침투 경로를 변경하느라 잠깐의 혼란이 있었지만, 곧 정상을 되찾았다.

“작전은 잘 숙지했나?”

“예.”

“그럼 30분 후에 작전에 들어간다. 대기하도록.”

“차렷! 경례!”

30분 후, 다국적 특공대원들을 태운 트럭들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       *       *

연합군과 독일 헌병들의 길 안내를 받으며 특공대가 에센에 들어선 것은 새벽2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행운을 빕니다.”

“행운을.”

행운을 빌며 악수를 교환한 지휘관들은 각자의 부하들을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 흩어졌다.

“여기서부터는 도보로 이동한다.”

돌입의 시작점인 우체국 앞에서 차를 멈춘 서 소령의 명령에 차에서 내린 SEAL팀과 벌레 일당은 주변을 경계하며 주택단지의 골목길을 달렸다.

좌우에 자리한 주택들의 창문들을 주의깊게 감시하며 움직인 끝에 한국군들은 1차 목표로 했던 텃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쉿.”

텃밭에 이미 진을 치고 있던 독일군들에게주의를 준 한국군은 길 건너편에 자리한 공원을 정찰하기 위한 수단을 꺼내들었다.

머리에 VR고글을 걸친 SEAL대원이 손바닥만한 드론을 꺼내들자 마찬가지로 드론을 준비하던 벌레가 호기심을 보였다.

“쓸 만해보이는군요.”

“이거요? 소말리아와 말라카에서 해적들을 상대하다보니 아주 좋더군요.”

“잘 사주던가요?”

많은 의미가 담긴 벌레의 물음에 서 소령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웬 걸요? 이것 때문에 선배들 때부터 과천이랑 여의도와 싸운 것을 생각하면... 하아~.”

방사청과 국회를 떠올리며 한숨을 쉰 서 소령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좀 적게 만들어 봅시다. 김 원사와 친한 줄이 그렇게 튼튼한 황금줄이라면서요? 좀 부탁합시다.”

“그 줄이 이 갈리게 깐깐한 자린고비라는 것이 문제지요.”

가볍게 농담이 오가는 동안 준비를 끝낸 2대의 소형드론이 하늘로 올라갔다.

드론들이 보내는 영상을 살피던 벌레와 서 소령은 각기 적합해 보이는 진입 경로를 찾아냈다.

“쓸 만해 보이기는 하는데, 깨끗할 것 같지는 않군요.”

“촘촘하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심어져 있을 겁니다. 경보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니까요.”

“그렇게 예상하고 움직입시다.”

회의를 끝낸 서 소령은 손을 내밀었다.

“행운을 빌어요.”

“소령님도 행운을 빕니다.”

*       *       *

벌레 일당의 선두는 창기였다.

-사람이 다닐 수 있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한 번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나만 발견한 경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군에도, 적에도 반드시 하나는 그 경로를 알고 있다.

-그 어떤 경로라도 반드시 적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라. 사람이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지뢰가 기다리고 있고, 어쩌면 둘 다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귀로 듣고, 몸으로 체감한 격언들을 떠올리며 창기는 예의 용액이 들은 스프레이 통과 저광량 자외선 플래시 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칙칙!

스프레이를 사방에 뿌리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음을 옮기던 창기는 걸음을 멈추고는 성대 마이크의 키를 눌렀다.

“트랩. 마킹한다.”

보고를 한 창기는 케미칼 라이트로 만든 고리를 만들어 인계 철선에 걸었다. 하나의 트랩을 표시한 창기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전진했다.

땅에 매설된 S-마인(S-Mine) 4개를 비롯해 트랩들을 모조리 마킹한 창기는 공원에 난 산책로를 통과했다. 공격 준비 선까지 무사히 도착한 창기는 마이크의 키를 눌렀다.

“창이다. 클리어. 이상.”

-곧 따라가겠다. 이상.

벌레의 대답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갱이를 선두로 한 전투조가 도착했다.

“빨갱이다. 레디 투 고(Ready to Go). 이상.”

-잠시 대기. SEAL의 연락을 기다린다. 이상.

“그 양반들 발이 좀 느리네.”

벌레의 대답을 들으며 빨갱이는 공격 준비선 너머의 상황을 다시 한번 살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선 S-2로켓의 제어기 옆에는 장교 한 명이 서 있었고, 병사 둘이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거리를 두고 일단의 친위대 병사들이 참호에 들어앉아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일단은 소대 규모로군…흠.”

잠시 고민을 하던 빨갱이는 저격조를 호출해 명령을 내렸다.

“작전이 벌어지는 즉시 제어판 옆에 있는 장교부터 제거해.”

-알겠습니다.

“장교의 제거가 끝나면 제어판에 접근하는 독일 놈들은 무조건 죽여 버려.”

-알겠습니다.

저격조에게 명령을 내린 빨갱이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잠시 후, 벌레의 통신이 들어왔다.

-실, 레디 투 고. 다른 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

“씨발. 기어가나?”

빨갱이가 욕설을 내뱉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총성이 들려왔다.

타아앙. 타타타탕!

총성이 들리자 빨갱이 일행 앞에 있던 독일군들의 시선이 일제히 총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썅. 좃됐다! 고!고고!

“니미! 고!”

벌레의 말을 듣자마자 빨갱이는 욕설과 함께 명령을 내렸다.

탕! 탕!

빨갱이의 명령과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저격조들이 제어판 옆에 서 있던 독일군 장교와 호위병들을 저격했다.

퉁! 퉁! 투쾅! 투쾅!

“아악!”

“아악!”

그와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K11과 유탄수가 20mm유탄과 40mm유탄들을 발사했다. 발사된 유탄들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독일군 참호에 정확히 명중했고, 참호 안에 있던 독일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참호 안으로 사라졌다.

“뛰어!”

*       *       *

유탄들의 대활약으로 벌레 일당들은 목표로 했던 로켓을 손에 넣었다. 로켓을 확보한 벌레는 바로 SEAL을 호출했다.

“여기는 벌레다! 씰 상황 보고! 이상!”

-여기는 씰. 접수했다. 이상.

“수고하셨습니다. 로켓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상.”

-깨끗합니다. 이상.

쿠아아아아.

바로 그때, 요란한 소음과 함께 2발의 S-2로켓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로켓들을 본 벌레가 다급히 마이크의 키를 눌렀다.

“여기는 벌레다! 누가 놓친 것인가! 오버!”

“그게 문제야! 빨리 보고해!”

빨갱이의 고함에 정신을 차린 벌레는 다급히 채널을 바꿔 상부에 보고를 했다.

*       *       *

“첨성대로부터 보고! 에센에서 탄도탄이 발사되었습니다! 수량은 2!”

“제1독립기갑교도대대에서 통신! 2발을 놓쳤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통합작전센터. 사방에서 올라오는 보고에 함장 강 대령이 명령을 내렸다.

“곽재우를 비롯한 모든 함선에 연락! 탄도탄을 추적한다!”

“대탄도탄 방어체제 가동! 레일건 가동시켜!”

“알겠습니다!”

강 대령의 명령에 따라 곽재우는 물론이고 한반도에 설치된 레이더까지 발사된 S-2로켓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곽재우의 레이더! 탄도탄 포착! 추적 들어갑니다!”

“한반도의 레이더도 포착! 추적 들어갑니다!”

“레일건 요격 시스템 가동했습니다! 예상 궤도와 요격 가능성 계산중입니다!”

한반도에 설치된 슈퍼컴은 들어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계산에 들어갔다. 슈퍼컴의 계산에 따라 레일건들의 포신이 하늘로 솟아오른 채 계속해서 수정에 들어갔다.

상황을 살피던 강 대령은 고 제독을 바라봤다.

“레일건으로 끝내게.”

“알겠습니다. 레일건으로 요격한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한반도에서 2발의 레일건이 발사되었다.

“격추 성공!”

“2기 다 격추했습니다!”

“와아아아!”

격추 성공 보고에 통합작전센터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조용!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추락하는 탄도탄의 궤도 확인!”

고 제독의 호령에 함성은 빠르게 가라앉았고, 레이더는 추락하는 파편들을 추적했다.

*       *       *

레일건에 의해 요격된 S-2로켓은 북해에 가라앉았다. 다행히 방사능 물질은 누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자, 연합국 해군 지휘관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렇게 2발의 S-2로켓을 요격하는 것을 끝으로 2차 대전은 종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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