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362화 (362/464)

# 362

362화 작전명 해일(Tidal wave) (4)

단 한 번의 폭격으로 뒤스부르크는 지도에서 사라졌다.

폭격에 동원된 B-30 폭격기들 가운데 격추된 기체는 3기. 호위 작전에 동원된 타이거 전투기들과 썬더 캣 전투기들 가운데 격추된 기체는 모두 23기였다.

가장 피해가 많이 난 곳은 루푸트바페의 비행장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된 경폭격기들과 호위 임무로 출동한 머스탱 부대였다.

B-25 폭격기들과 모스키토 폭격기들을 모두 합쳐 43기가 격추되었고, 머스탱 전투기들 역시 16기가 긴급 출동한 루푸트바페 전투기들과의 교전을 치르던 도중 격추되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뒤스부르크시를 뒤로한 채 공격을 한 미군들과 방어에 나섰던 독일군 모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들의 기지로 기수를 돌렸다.

“이거야 원….”

안 좋은 곳을 맞았는지 덜커덕거리는 기분 나쁜 진동에 신경을 쓰며 기지로 돌아온 노보트니는 인상을 찌푸렸다. 상공에서 바라본 기지는 엉망진창으로 파괴되어 있었다.

“엉망이로군….”

구멍투성이로 변한 활주로를 보던 노보트니는 마이크의 스위치를 눌러 기지를 호출했다.

“여기는 백색8호(Weiß Nr. 8). 착륙 가능한가?”

-백색8호. 주활주로는 사용 불가능. 임시 활주로를 이용하도록.

“임시 활주로?”

-지금 불을 밝히겠다.

기지의 대답과 동시에 비행기지 주변의 공터에 불꽃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정 간격으로 늘어놓은 드럼통에 기름을 부은 다음 불을 피워 활주로의 유도등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러시아가 떠오르는군….”

기존 활주로의 이륙 대기 지점에서부터 사선으로 길게 이어진 임시 활주로의 불꽃들을 보며 노보트니는 고민에 잠겼다.

“진동도 신경 쓰이고, 그냥 탈출을 하는 것이 나을까?”

비상 탈출이냐 강행 착륙이냐의 선택을 놓고 고민을 하던 노보트니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는 백색8호. 착륙하겠다.”

착륙을 결심한 노보트니는 랜딩기어를 내리고는 임시 활주로를 향해 접근했다.

“예전에 겪었던 악몽이 떠오르는군...”

러시아 전선에서 피탄당한 전투기를 몰고 착륙을 하던 도중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노보트니는 달리던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는 목숨을 건 도박을 해야 했다.

“문제는 이 아가씨는 엔진이 뒤에 달렸다는 것인데….”

노보트니는 최대한 정신을 집중한 채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끼기기기긱!

요란한 브레이크의 소음과 함께 기체가 격렬하게 요동을 쳤다.

“이런 빌어먹을….”

이를 악문 노보트니는 브레이크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퍼엉!

바로 그때, 노보트니가 탄 기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잔디밭에 만든 임시 활주로인 탓에 돌멩이가 많았고, 그 돌멩이들 가운데 몇 개가 기수에 자리한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통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빨려 들어간 돌멩이들이 엔진의 공기압축 터빈의 블레이드를 부숴 버렸고, 그렇게 부서진 블레이드들의 파편이 엔진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화재를 일으킨 것이었다.

-백색8호! 엔진에 화재다!

“알고 있다! 빌어먹을!”

욕설과 함께 대답을 한 노보트니는 러더를 밟아 기수를 돌렸다. 자신의 기체를 활주로 밖으로 향하게 만들어 다른 이들의 착륙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콰직! 끄기기기긱!

엉망진창인 임시 활주로와 급하게 기수를 돌리면서 더해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전방 랜딩기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좌측 랜딩기어가 떨어져 나가면서 좌측 주익이 땅에 부딪치며 부서져 나갔다.

임시 활주로 바깥으로 길게 미끄러지면서 노보트니의 기체는 차곡차곡 분해되어 떨어져 나갔다.

끼이익!

길고 긴 동체 활주 끝에 완파된 기체는 멈춰 섰다. 멈춰 선 기체 뒤로 부서진 기체의 파편들과 튕겨져 나온 부품들이 지나온 경로를 나타내고 있었다.

“빨리 캐노피를 열어!”

“망치! 망치!”

트럭을 타고 온 정비병들이 고개를 숙인 채 조종석 안에 앉아 있는 노보트니를 구출하기 위해 망치를 들고 캐노피의 유리를 깨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었다!”

“어서 꺼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깨진 유리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가까스로 노보트니를 끌어낸 정비병들은 노보트니의 양쪽 어깨에 몸을 끼워 넣고는 허겁지겁 기체에서 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폭발한다!”

콰앙!

폭발한다는 소리에 정비병들은 멀리 몸을 던졌다. 그들이 땅을 구르는 순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백색8호’는 불길에 휩싸였다.

노보트니의 불시착 이후 독일 전투기들은 최선을 다해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거친 착륙 과정 속에 수많은 기체들이 파괴되었고, 많은 조종사들이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어야 했다.

*       *       *

베를린. 총통관저.

“참으로 멋진 새해 선물이로군.”

뒤스부르크의 피해 상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히틀러는 회의실에 모인 장성들과 관료들을 노려봤다.

히틀러의 성난 눈동자를 본 장성들과 관료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언제 히틀러가 폭발해 자신들을 교수대에 올릴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000대 이상의 초대형 폭격기. 비슷한 수의 경폭격기를 동시에 운용했고, 약 500기의 터빈 엔진 전투기와 비슷한 수의 재래식 전투기….”

보고서에 언급된 연합군의 폭격기와 전투기 숫자를 읊은 히틀러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빌어먹을. 미국은 미국이로군… 미국은 미국이야.”

미국의 어마어마한 물량에 감탄과 좌절을 동시에 하고 있던 히틀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무능한 일본 놈들! 모든 불행한 일의 근본에는 일본이 있어! 미국과 전쟁을 시작했으면 제대로 물고 늘어졌어야 했을 것 아닌가! 2년! 아니 1년만 더 물고 늘어졌어도!”

히틀러의 일본 성토를 들은 장성들과 관료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슈페어와 유대인들에 의한 전시 산업 체제의 구조조정이 끝나는 시기는 1945년 말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구조조정이 끝나는 때가 도면 독일의 생산량은 1941년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2배 이상의 생산량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Herr. 슈페어!”

“예, 총통각하!”

“뒤스부르크를 상실하면서 입은 손해는 얼마인가?”

“생산 시설의 분산을 통해 분산된 공장 시설의 피해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철강 생산량입니다. 뒤스부르크의 상실로 전체 철강 생산량의 30%를 상실했습니다.”

“대책은!”

히틀러의 목소리는 점점 사나워졌고, 슈페어는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제철소들에 추가 생산을 지시했습니다!”

“그 제철소들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나?”

“완전 상쇄는 힘듭니다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제3제국의 또 다른 제철소들이 폭격을 당한다면?”

“…”

히틀러의 지적에 슈페어는 입을 다물었다. 공장들을 비롯해 핵심 산업 시설들을 분산시켰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 제철소였다. 그리고 전쟁 수행에 가장 핵심인 부분이 철강이었다.

슈페어가 대답을 못하자 히틀러는 장성들을 노려봤다.

“방공 사령관은 어디 갔나!”

“쾨슬러 중장은 책임을 자인(自認)하고 자살했습니다.”

“자살? 흥! 인생 참 쉽게 사는군!”

독일의 방공망을 책임진 지휘관이 자살했다는 말에 히틀러는 코웃음을 쳤다.

“제국의 하늘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책임을 권총탄 1발로 갈음한다고?”

“…”

히틀러의 비난에 장성들은 침묵을 지켰다.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런 장성들을 바라보던 히틀러가 고함을 질렀다.

“서쪽은 하늘이 뚫렸고, 남쪽은 빌어먹을 아이젠하워와 패튼이 헝가리까지 밀고 들어오고 있다! 프랑스는 파리의 코앞까지 양키들이 밀고 들어왔고! 대책들은 있는 것인가!”

“제공권 문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핑계만 대지 말고 행동을 하라! 행동을!”

히틀러의 고함에 장성들은 자라목이 되었다. 히틀러는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베를린으로 옮기고 파리를 불태워 버려라! 네덜란드의 모든 둑들을 무너뜨려 버려! 체코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의 모든 다리와 도로들을 끊어 버려! 화력에 밀린다면 발이라도 묶으란 말이다!”

“그러면 반격을 하는데 지장이….”

“반격? 누구인가? 지금 반격이란 말을 꺼낸 인간이?”

순간적으로 히틀러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런 히틀러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장성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장성을 본 히틀러가 친위대원들을 돌아봤다.

“저 작자 끌어내 구금하라!”

“Jawohl!”

“총통각하!”

“멍청한 놈! 망상가! 저런 백일몽만 꾸는 녀석이 아직도 제국군에 남아 있다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버티는 것뿐이다! 전쟁에 지친 미국인들이 루즈벨트를 압박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최선이란 말이다!”

“…”

히틀러의 말에 장성들과 관료들은 입을 다물었다. 히틀러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돌아가서 미군들을 지치게 만들 방법을 연구해 와! 지금 당장!”

히틀러의 명령에 장성들과 관료들은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슈페어는 그 자리에 남도록!”

히틀러의 지명에 슈페어는 질끈 눈을 감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히틀러가 자신을 부를 때, ‘Herr’가 앞에 붙으면 괜찮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회의실에 슈페어만 남고 다 나가자 히틀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도록.”

“예, 총통 각하.”

회의실 옆에 있는 총통 집무실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우라누스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 가나?”

“실증용 모델은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보고를 안 하는 것이지? 자네는 물론이고 군의 그 누구도 나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 것이지?”

히틀러의 물음에 슈페어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완성은 되었습니다만. 크기에 문제가 있어서...”

“그래서 입 다물고 있었던 건가? 그런 건가?”

히틀러의 목소리가 점점 나직해지자 슈페어는 후다닥 서류가방을 열고는 서류를 꺼내 제출했다.

“아닙니다! 보고를 드리려 했습니다!”

“내놔 봐.”

슈페어에게서 빼앗듯이 서류를 건네받은 히틀러는 보고서의 내용을 읽었다.

“무게가 7톤에 크기는… 높이 4m, 길이 7m?”

원폭 개발팀에 속한 독일과 유대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히틀러는 물론이고 동족인 유대인 지도자들의 압박 속에 필사적으로 원자폭탄의 완성을 위해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나온 실증 모델은 7톤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거체였다. 제대로 된 기폭을 위한 폭약과 제어장치의 수준이 미국에 뒤졌기 때문에 이러한 거체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개발진의 악전고투 끝에 실증 모델은 완성이 되었지만 남은 일은 첩첩산중이었다. 독일의 영토 내부와 점령지, 그 어디에도 테스트를 해 볼 만한 지역이 없었다. 러시아 동부와 우크라이나 지역은 인구도 많았지만 중요 농경지대가 다 몰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것을 무시하고 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기껏 전향을 시킨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을 모조리 적으로 만들 위험도 컸었다.

슈페어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해서, 실전에 투입해 증명을 할 예정입니다.”

“우리에게 7톤짜리를 실을 폭격기가 있던가?”

“우선 Me321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그런가? 그럼 그렇게 알고 넘어가지.”

히틀러의 대답에 슈페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히틀러의 물음에 슈페어는 그대로 얼어 버렸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있다는 것을 왜 내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지?”

히틀러가 내민 서류의 표지에는 ‘푸른 재앙(Blaue Katastrophe)’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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