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346화 (346/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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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화 르망 전차전(戰車戰) (11)

“대위님! 전령입니다!”

전차가 몸을 숨긴 농장의 헛간 짚더미 위에서 잠을 청하던 미카엘 대위는 경계를 서던 초병의 외침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무슨 일인가?”

미카엘 대위의 물음에 전령은 용건을 이야기했다.

“미군 진영에서 전차의 기동음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야간전을 준비하라는 명령입니다.”

“알았다. 준비하도록 하지.”

보고를 마친 전령은 바로 돌아갔고, 미카엘 대위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기상! 전투다! 모두 전차로 돌아가!”

미카엘 대위의 명령에 헛간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전차병들이 모조리 모포들을 챙겨 자신들의 전차로 달려갔다.

다른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포를 챙겨 전차로 온 미카엘 대위는 먼저 전차에 올라간 부하에게 모포를 넘기고는 캐터필러에 발을 얹었다.

“어차! 무슨 놈의 전차가 이리도 타기 힘들어서야….”

바닥에서 차체 상부까지 2m는 넘는 초대형 전차인 덕에 전차 자체에 탑승하는 과정도 일이었다.

어쨌거나 전차에 탑승한 미카엘 대위는 헤드셋을 쓰며 상황을 정리했다.

“무전기가 작동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지금 전원 넣었고, 오늘 밤은 그래도 덜 추우니까 3분 정도면 될 겁니다.”

“빌어먹을 진공관.”

통신병의 대답에 미카엘 대위는 욕설을 내뱉었다. 통신기의 핵심 부품인 진공관은 너무 더워도 맛이 갔고, 너무 추워도 맛이 갔다.

동부 전선에서 겨울을 맞이하면 모든 통신은 전령이 다 맡아서 해야 했다. 차갑게 얼어 버린 진공관이 작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카엘 대위의 투덜거림을 들었는지 포수 발터 하사가 빙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진공관만 문제인가요? 엔진도 문제 아닙니까? 물론 러시아에서처럼 엔진룸 밑에 불을 치워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항속거리 늘어난 건 좋은데 문제가 더 많으니….”

발터 하사의 말에 미카엘 대위는 계속해서 불퉁거리며 통신기가 작동하기를 기다렸다. 디젤 엔진이 장착되면서 시동을 거는 과정이 좀 더 번잡해졌다. 엔진에 공급되는 연료에 예열을 해야 했고, 엔진이 달궈져서 제대로 출력이 나올 때까지 소모되는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사가 아직 내 옆에 있다는 거다.”

“감사합니다. 대위님.”

미카엘 대위의 말에 발터 하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카엘 대위가 지휘하는 중대의 절반 이상이 신병이었다. 경험이 많은 전차병들이 더 많은 전차들을 지휘하기 위해 흩어졌고, 미카엘 대위의 전차도 포수인 발터 하사를 빼고는 모두 신병이었다.

전차병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온 신병이라 자질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경험이었다.

“그럼. 새로 달은 장난감을 시험해 볼까?”

발터 하사와 대화를 나눈 미카엘 전차장은 해치를 열고는 기관총 거치용 레일에 설치한 적외선 투시 장비 밤피르(Vampir)의 전원을 연결했다.

접안렌즈에 달린 고무 커버에 눈을 갖다 댄 미카엘 대위는 상태를 확인하고는 만족한 듯 입을 열었다.

“참 좋은 세상이야. 밤에도 환하게 볼 수 있으니까.”

쿵! 콰쾅!

전차와 전차에 부속된 장비의 상태들을 점검하던 미카엘 대위는 멀리서 포성이 들리자 포탑 해치 위로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살폈다.

“양키들의 포격이다!”

저 멀리 방어선이 있던 곳에서 화광(火光)이 번쩍이고 폭음이 울려오는 것을 확인한 미카엘 대위는 통신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통신기!”

“잘 돌아갑니다!”

통신수의 대답을 들은 미카엘 대위는 채널 스위치를 조작해 중대 전체에 명령을 내렸다.

“현 위치에서 즉시 벗어난다! 방향은 전방!판처 포(Panzer vor)!”

우르릉! 끼리리리릭!

미카엘 대위의 명령과 동시에 티거 전차가 출렁거리더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째서 전진?”명령에 따라 전차를 전진시켰지만 조종수는 불안함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통신수를 바라봤다. 통신수 역시 비슷한 얼굴로 조종수를 바라보고 있을 때, 포수인 발터 하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적이 전진을 하면 포격의 탄착지도 점점 앞으로 이동을 하지. 우리가 후퇴하는 속도보다 포탄의 탄착지가 앞으로 오는 속도가 더 빨라. 차라리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

“거기에 더해 우리의 무기는 전차다! 적을 사냥하는 무기지, 도망다니는데 쓰는 무기가 아냐! 특히나 우리는 중(重)전차부대다. 가장 먼저 치고 들어가고 끝까지 버티며 아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야!”

발터 중사에 이어 끼어든 미카엘 대위의 말에 조종수와 통신수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임무에 전념했다.

“파울! 앞차와 너무 가깝다!”

“죄송합니다!”

미카엘 대위의 질책에 조종수 파울은 서둘러 전차의 속력을 줄였다.

“전차 사이의 간격에 주의해야 해! 너무 벌어져도 문제지만 너무 가까워도 포탄 1발에 2대가 주저앉을 수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미카엘 대위의 거듭되는 지적에 연신 대답하면서 조종수 파울은 조심스럽게 전차를 몰았다. 야광도료가 칠해진 고지트(Gorget)를 목에 건 헌병들이 포격으로 끊긴 길 앞에서 연신 수신호를 보냈고, 미카엘 대위의 중대는 우회로를 찾아 조금씩 전선으로 다가갔다.

“도착했다! 산개! 모두 적전차를 주의하도록!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 발터! 천천히 포탑을 좌우로 움직여!”

자신의 승무원들과 다른 전차들에게 주의를 준 미카엘 대위는 밤피르의 손잡이를 잡고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댔다.

“빌어먹을 탐지거리가 조금만 더 길어도 좋

으련만….”

그의 전차에 장착된 적외선 서치라이트의 출력으로는 잘해야 600m까지 수색이 가능했다. 보다 넓은 면적을 탐지하기 위해 대형 적외선 서치라이트를 하노마크에 장착한 우후(Uhu,올빼미)라는 별명을 가진 차량이 있었지만 낮에 있었던 포격을 얻어맞았다. 쓸 수 있는 부품들을 그러모아 재생을 하고 있다지만 양키들의 공격이 예상보다 빨랐다.

“빌어먹을! 무릇 밤에는 잠을 자야….”

쾅!

야간 투시경을 보며 투덜거리던 미카엘 대위는 바로 옆에서 터져 나온 폭음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약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중대 소속의 티거C형이 공격을 받아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슨!”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 미카엘 대위가 말을 잇지 못할 때,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온 붉은 빛줄기가 또 다른 티거C형에 명중했다.

콰쾅!

포탄 저장고에 맞았는지 커다란 폭발과 함께 솟아오른 포탑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본 미카엘 대위는 한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한스! 밟아!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우르릉!

미카엘 대위의 명령과 함께 그가 탄 전차가 거칠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날아온 날탄이 차장용 큐폴라에 달린 밤피르와 미카엘 대위의 상체를 가루로 만들었다.

“아악! 대위가! 대위가!”

순식간에 하체만 남은 미카엘 대위를 본 장전수가 비명을 질렀고, 포탑 안은 패닉에 빠졌다. 바로 그 순간 두 번째 날탄이 날아와 미카엘 대위의 전차를 불덩어리로 만들었다.

*       *       *

“조준 좀 잘하자.”

세가8호 전차장 조경동 상사의 으르렁거림에 포수 홍삼정 하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포탄이 구려서 그렇다니까요? 포탄이?”

“실력 좋은 목수는 도구를 안 가린다더라.”

“저는 목수가 아니라 포수입니다.”

“엉기냐? 3시 10분 방향. 킹타. 거리 1800. 탄종 날탄.”

탄종 지정과 동시에 조 상사는 포탑을 회전시켰다.

“장전 끝!”

“조준 끝!”

“쏴!”

쾅!

포성과 함께 날탄이 날아갔고, 조 상사는 차장용 조준경으로 상황을 살폈다.

“명중! 이동한다! 2시 방향으로 서행전진!”

차장의 명령에 세가8호 ‘경동시장’-전차장의 이름이 조‘경동’, 포수의 이름이 ‘홍삼’정인 덕에 붙은 별명이었다.-은 천천히 전진을 계속했다.

전술 모니터를 통해 전장의 상황을 살피던 남궁 소령은 턱을 쓰다듬고는 마이크의 키를 눌렀다.

“가주가 영감에게. 무거운 놈들의 처리는 끝났다. 가주와 세가원들은 저격 위치로 이동하겠다. 이상.”

-영감이 가주에게, 수고했다. 병력을 투입하겠다. 애들 엉덩이를 부탁한다. 이상.

“가주가 영감에게. 최대한 노력하겠다. 이상.”

짧게 대답한 남궁 소령은 동승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농담을 건넸다.

“괜히 엉덩이 뚫려서 홍콩행 게이바에 가게 만들 순 없겠지?”

남궁 소령의 농담에 부하들은 진땀을 흘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재요...”

“자! 우리 쪽 무거운 애들 오기 전에 좀 더 청소한다!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무거운 놈들이니 우리가 돌격포들을 날려 버린다! 가주다! 세가원들에게 전한다! 이제부터는 작지만 거치적거리는 놈들을 지워 버린다! 작전지역 내에 눈에 보이는 돌격포들을 다 지워 버려! 이상!”

*       *       *

제1독립기갑대대 소속 K1E18대가 직접적인 전투를 벌인 시간은 불가 1시간 남짓이었다. 그 1시간 남짓 동안 6호 전차 C형으로 구성된 중전차중대 하나와 약 70여 대의 3호 돌격포가 파괴되었고, 폭 1km의 틈이 만들어졌다.

널직한 틈이 만들어지자 그 틈으로 한국군 제1독립기갑대대의 나머지 병력들과 미군이 밀고 들어갔다.

“전방 500m! 4호 전차! 날탄 장전!”

“장전 끝!”

“조준 끝!”

“쏴!”

꽝!

“명중!”

“와우!”

미군이지만 제1독립기갑대대 소속 퍼싱‘블론디’가 발사한 날탄을 얻어맞은 4호 전차가 화려하게 폭발했다. 명중을 확인한 전차장과 승무원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자 그럼….”

신이 난 전차장이 다음 목표를 찾고 있을 때, 그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여기는 벌레. 블론디. 전차에 이상이 생겼나. 오버?

“여기는 블론디. 이상 없다. 오버.”

-여기는 벌레. 그럼 즉시 이동하라. 블론디의 엉덩이가 길을 막고 있다. 오버.

벌레의 통보에 블론디의 전차장은 허겁지겁 대답했다.

“여기는 블론디. 즉시 이동하겠다, 오버.”

-여기는 벌레. 400m 전방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도록. 그쪽으로 4호 전차가 엉덩이를 디밀고 있다. 오버.

“여기는 블론디. 지금 즉시 그쪽으로 가서 독일 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다. 오버.”

벌레와 통신을 끝낸 전차장은 조종수에게 고함을 질렀다.

“가자! 전방 사거리 왼쪽에 4호 전차가 있단다! 밟아!”

“옙!”

부르릉!

전차장의 명령에 블론디는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갔다.

*       *       *

“닷지가 들어가기에는 길이 좁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난감함이 가득한 부하의 물음에 장낙연 소위는 바로 대답을 했다.

“차량은 여기에 대기. 우리만 들어간다.”

“적외선 투광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야투경 못 쓴다고 총 못 쏘는 것은 아니잖아.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결정을 내린 장 소위는 계속 명려을 내렸다.

“1분대는 남아서 차량들과 함게 우회한다, 지도를 보면 저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들어가 직진하면 우리와 만나게 된다. 확인했지?”

장 소위의 명령에 1분대장 하상진 상사는 지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좋아. 그럼 나머지는 나와 함께 골목 안을 정리한다. 이동!”

장 소위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두 패로 나뉘어 움직였다.

한쪽은 차량을 끌고 우회하기 위해 움직였고, 다른 한 패는 장 소위의 지휘를 받으며 좁은 길을 수색하며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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