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337화 (337/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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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화 르망 전차전(戰車戰) (2)

롬멜의 독일군이 르망에 방어선을 치는 동안 워커의 지휘를 받는 연합군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돌진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르망의 방어선을 부수기 위해 매일같이 함재기들과 폭격기들이 날아올랐고 정찰기들이 수많은 사진들을 찍어 돌아왔다.

정찰기들이 찍은 사진들의 분량이 엄청난 덕에 필름의 현상과 인화를 담당하던 병사들은 밥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를 빼고는 암실, 또는 암실 컨테이너에서 살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사진들은 바로 워커의 사령부와 각 사단 지휘관들, 그리고 예하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바로바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지휘관들은 잠자는 시간들을 쪼개 가며 사진들을 분석했다.

“예상보다 폭격의 효과가 별로군.”

“독일군의 방공망이 아주 튼실해.”

독일 루프트바페의 비행기지들이 박살 나고 연합군의 전진이 시작되자, 롬멜은 부서진 기지들에서 살아남은 대공포들을 모조리 르망으로 끌고 와 대공망을 강화해 버렸다. 한국군 표현대로라면 ‘우주방어’를 구성한 것이었다.

원 준장과 남궁 소령의 평가를 듣던 벌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우리 공군도 그렇고 미해군 함재기 파일럿들과 육군항공대 파일럿들이 비슷한 메시지들을 통신망에 올리더군요.”

“무슨 메시지?”

“독일 놈들의 88 포병들을 잡으면 자기네들을 부르라더군요.”

벌레의 말에 원 준장이 의문을 표했다.

“우리 공군도? 제트 전투기들이 왜?”

“미 해군 함재 폭격기들을 엄호해 주다가 날개에 구멍이 뚫렸답니다.”

“설마! 격추된 기체도 나온 것인가?”

벌레의 대답에 원 준장은 기겁을 했다. 같은 무게의 황금을 준다 해도 넘기지 않을 귀중한 기체들이었다. 원 준장의 놀란 표정을 보며 벌레가 말을 이었다.

“심각하게 부서졌거나 아예 고철이 된 기체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린 원 준장은 사진들을 열심히 살피는 남궁 소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진을 보니 어떠한가?”

“좀 더 자세한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봐서는 대전차 방어선을 구성하는 방식이 러시아, 아니 소련 방식입니다. 동부 전선에서 제대로 배운 것 같은데요?”

“확실한 건가?”

원 준장의 물음에 남궁 소령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머리 위쪽에 버티고 서 있던 놈들이 누구인지 잊으셨습니까? 소련의 수제자들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전차를 끌고 그놈들의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일이었고 말입니다. 120% 장담합니다. 이거 소련식입니다. 그냥 밀고 들어가면 꽤나 골치 아플 겁니다. 잘못하면 쿠르스크 전투에서 독일군의 꼴이 날 수 있습니다. 아! 물량의 차이가 있으니 그렇게 망하지는 않겠지만 손실은 꽤 클 겁니다.”

“그렇군.”

남궁 소령의 설명에 원 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 준장 역시 인재 소리를 듣던 이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남궁 소령이 더욱 전문가였다.

방어 중심의 전략이 기본이었던 한국군의 특징 덕에 한국군 지휘관들이 주로 연구하고 실험하는 전술들은 방어 후 역습 중시의 전술이었다.

하지만 남궁 소령은 기갑, 그것도 전차부대의 지휘관이었다. 부대의 특징 덕에 공세 중심의 전술이 기본이었고, 특히나 한국군 전차들을 막아설 북한의 방어 전술에 대한 연구에 특화될 수밖에 없었다.

*       *       *

‘르망 인근에 깔린 독일군의 방어선은 소련 스타일이다.’라는 원 준장의 메모를 전달받은 워커 사령관은 바로 원 준장과 남궁 소령을 호출했다.

워커 사령관과 참모들, 그리고 예하 미군부대 지휘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방어선에 대해 설명을 했다.

“…따라서 이 방어선은 대전차호와 대전차지뢰밭, 참호선, 드러나거나 숨은 대전차포진지, 그리고 최후방의 야포들로 구성됩니다. 최후방의 야포들을 제외한다면 앞의 구성 요소들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공격하는 쪽의 피해는 계속해서 누적되게 됩니다. 단, 르망에 설치된 방어선의 두께는 소련군의 정석에 비하면 상당히 얇습니다. 아마도 병력과 시간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궁 소령의 설명에 회의실에 모인 장성들은 모두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높은 난이도를 가진 방어선이었다. 만약 사전 정보 없이 밀고 들어갔다가는 대책 없는 소모를 강요당하는 방어선이었다.

장성들이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남궁 소령은 슬라이드를 조작하는 병사에게 수신호를 보내 새로운 슬라이드를 스크린에 띄웠다.

“쉽게 생각한다면 이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보카쥬(Bocage, 키 작은 잡목림)들과 군데군데 자리한 숲들에는 대전차포들이 반드시 매복을 하고 있고, 여기 이 홀로 자리한 농가들은 껍데기만 농가고 속에는 대전차포가 들어앉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로를 보자면 우리 퍼싱전차들이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는 대형 도로에는 반드시 지뢰가 깔려 있을 것입니다. 지뢰가 없는 소로는 퍼싱전차가 들어가자마자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질 것이고, 그러면 그 길을 따라 자리한 주택들이 전차들과 병사들을 덮칠 것입니다. 몇 번 겪으셨죠?”

남궁 소령의 물음에 전차부대 지휘관들 거의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르망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소도시들을 지나갈 때 적어도 한 번 이상 겪었던 일이었다. 육중한 퍼싱 전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돌과 자갈로 포장한 도로들은 아래로 무너졌고, 그 길에 면한 주택들의 벽에도 금이 가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이제부터 그 해법을 연구해 봐야겠군. 설명 고맙네.”

“아닙니다. 적외선 카메라가 있었다면 좀 더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적외선 카메라? 어떻게?”

워커 사령관의 물음에 남궁 소령은 적외선 여상에 대해 설명을 했다. 설명을 들은 워커 사령관은 참모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 번 수배해 봐.”

“알겠습니다.”

참모에게 명령을 내린 워커 사령관은 원 준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해법을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지. 좋은 생각 있으면 이야기해 봐.”

워커 사령관의 말에 원 준장이 입을 열었다.

“남궁 소령이 그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 간단한 테스트라고 합시다. 남궁 소령은 우리가 생각한 전술이 오답인지 아닌지 판별할 정답지고. 명색이 사단장들이고 연대장들인데 그 정도의 머리가 없으면 앞으로가 곤란하거든.”

워커 사령관의 말에 원 준장은 입을 다물었고, 미군 지휘관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편, 워커의 명령을 받은 참모는 바로 부하장교에게 명령을 내렸고, 명령을 받은 부하장교는 워싱턴과 홀시 제독에게 연락을 보냈다.

“적외선 카메라가 필요하다?”

“야간 정찰을 할 모양이로군요.”

워커에게서 날아온 전문의 내용을 본 고 제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대답했다.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다.”

그날 밤, 한반도에서 무인기들이 날아올랐다.

“쟤들 진짜 오랜만에 써먹네.”

“난 있는지도 까먹었다.”

무인기들을 발함시킨 갑판요원들은 저 멀리 사라지는 무인기들을 보며 잡담을 나누었다.

무인기들이 찍은 적외선 영상과 열화상들이 담긴 USB메모리가 바로 원 준장에게 전달되었다.

대형 모니터에 USB를 연결한 벌레는 부하들과 함께 자신들이 파악한 것과 USB의 영상을 대조하며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디지털 영상 장비가 없던 워커 사령부에는 프린트한 사진들이 전달되었고, 정보 분석 장교들이 사진들을 붙잡고 대조 작업에 매달렸다.

*       *       *

장교들과 참모들, 지휘관들이 방어선에 대해 파고드는 동안 엉뚱한 부분을 파고드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남궁소령 휘하의 전차장들과 전차병들이었다.

“확실한 거냐?”

“확실하다니까요, 정말! 속고만 사셨나?”

“알았어.”

부하의 장담을 들은 전차장이 바로 남궁 소령에게 달려갔다.

“가주!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무슨? 우리 노친네들 드디어 퍼졌냐?”

남궁 소령의 물음에 ‘세가5호’ 전차장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노친네들은 아직 쌩쌩합니다! 다른 문제입니다!”

“뭔데?”

남궁 소령의 물음에 ‘세가5호’ 전차장은 독일군의 전차가 찍힌 사진들을 내밀었다.

“킹타이거가 우리가 아는 킹타이거가 아닙니다.”

“뭐?”

보고를 받은 원 준장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들 같이 움직이도록 하지.”

원 준장의 결정에 따라 문제의 전차병과 남궁 소령, 원준장, 그리고 ‘도 어르신’은 바로 워커의 사령부로 향했다.

“독일군의 중전차가 문제라고요?”

“그렇습니다. 설명을 해보도록.”

원 준장의 명령에 문제의 전차병은 전차키트 조립 설명서들과 이번 정찰에서 찍은 사진들을 죽 늘어놓고는 설명을 시작했고, 남궁 소령은 옆에서 통역을 했다.

“사진을 기초로 따져봤을 때, 이 6호전차 티거 B형이 우리가 알던 6호전차 B형과 바뀐 부분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주포고 다른 하나는 엔진입니다.”

“주포와 엔진? 주포부터 설명을 해보도록.”

“주포에서 주목하실 부분은 이 포신과 머즐브레이크 부분입니다.”

전차병은 키트 조립 설명서에 나온 삼면도와 사진을 나란히 놓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쪽 삼면도에 있는 것이 우리가 아는 6호B형입니다. 포신을 보시면 포방패를 지나 한 번 더 포신의 굵기가 확 줄어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주포는 포방패를 지나 머즐브레이크까지 일직선입니다. 그리고 머즐 브레이크는 이 설명서에 나오는 것과 달리 다공형 머즐브레이크입니다.”

“그렇군….”

전차병의 설명에 워커는 사진과 매뉴얼을 번갈아 살피며 비교했다.

“주포가 바뀌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워커의 말에 전차병이 바로 대답을 했다.

“이 사진 속의 6호B형의 주포는 88이 아닙니다. 88보다 더욱 큰 놈일 겁니다. 가장 유력한 것은 105mm입니다.”

“105mm? 자네들의 K1과 우리 퍼싱에 달린 그것?”

“그렇습니다. 자료가 있습니다.”

전차병은 또 다른 조립설명서를 꺼내 제출했다.

“이것은 독일군의 차기 전차 계획, 일명, ‘E-시리즈’라고 불렸던 전차개발계획 가운데 하나인 E-75입니다. 독일의 패전으로 계획은 중지됐고, 관련 자료들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남은 자료들을 찾아내고 최대한 복원해 낸 결과물입니다. 이 전차의 주포를 보시면 사진 속의 6호B형과 매우 유사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105mm라고 생각하는 건가?”

“크루프에서 6호B형에 탑재 가능하다고 주장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105mm라 치고, 아군 퍼싱과 비교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워커 사령관의 물음에 남궁 소령이 대답했다.

“OK목장의 결투가 되겠지요. 먼저 보고, 먼저 쏘는 놈이 승자가 될 겁니다.”

“그럼 자네의 K1을 상대로 해서는?”

“K1은 눈이 아주 좋아서요. 가까이 안 갈 겁니다.”

“우리 전차장들이 부러워하겠군. 그럼 엔진 문제는 또 무엇인가?”

워커중장의 물음에 도 어르신이 나서서 대답했다.

“아무래도 디젤엔진을 얹은 것 같습니다.”

“디젤엔진?”

“전차 차체 상부의 뒤쪽 형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엔진 룸 전체가 대형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상부 뒤쪽 부분이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휘발유 엔진보다 디젤엔진의 덩치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렇게 바뀐 것입니다.”

도 어르신의 설명에 워커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력은 원래 강한 놈의 주포와 엔진이 바뀌었다. 고약하군….”

회의가 끝내고 밖으로 나온 남궁 소령은 길게 분통을 터뜨렸다.

“8티어짜리도 쉽지 않은데 갑자기 9티어가 왜 튀어나와! 도대체 누가 상도덕도 없이 현질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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