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301화 (301/464)

# 301

301화 유럽으로 가는 길 (3)

앤드루스 대장은 미국에서 몇 안 되는 항공전문가였다.

1차 대전 직후부터 계속 항공 전력에 관해 연구를 하고 필요한 전략 및 기타 여러 가지 전술을 연구하는 것에 생애를 보낸 인물이었다.

덕분에 헨리 아놀드, 빌리 미첼과 함께 모진 설움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B-17이 채용되었을 때, 미 육군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수의 B-17이 필요하다고 강변한 이도 앤드루스였다.

“바다를 건너 미국을 침략하는 적들을 모조리 수장(水葬)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B-17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전술과 장거리 비행기술 습득훈련 등을 통해, 육군 항공대를 성장시켜 나가던 앤드루스 소장은 미국의 참전(參戰)이 결정되자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육상 전력은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럽 전선은 항공 전력, 특히나 폭격기 세력을 중심으로 운용될 것이다. 귀관이 전문가니 잘해 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중장으로 진급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미군의 몇 안 되는 항공 전문가들 가운데 하나인 앤드루스가 영국에 도착했다.

영국에 도착한 앤드루스는 왕성하게 활동을 했다.

독일 공군의 요격에 희생되는 폭격기들의 수를 줄이기 위한 최적의 편대 진형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함과 동시에 호위 전투기들이 사용할 낙하식 보조 연료탱크의 대량 생산과 공급을 본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독일 전투기를 막는 최적의 수단은 역시나 전투기뿐이다. 문제는 아군 전투기의 항속거리가 매우 짧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조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앤드루스의 요구에 호응해 미 본토에서 여러 물자들과 장비들이 계속해서 도착하고 새로운 전술들을 계속해서 써 봤지만 독일을 폭격하기 위해 나서는 미군 폭격기들의 희생은 좀처럼 줄지를 않았다.

앤드루스의 고난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루즈벨트가 ‘일본 먼저’를 천명하고 나선 이후, 영국에 주둔한 미군들은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B-30을 왜 한반도로 보내나!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거리는 B-17과 B-24로도 충분하다! B-30이 지금 당장 필요한 곳은 유럽이다!”

앤드루스 중장은 몇 번이나 워싱턴으로 날아가 항변했지만 그의 가장 강력한 스폰서인 마셜조차 그의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장군의 요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 필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워싱턴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금만 참아 달라.”

“그렇다면 타이거 전투기들만이라도 유럽에 우선해서 배치해 달라. 머스탱도 좋은 전투기지만 독일 놈들의 신형 전투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열세다.”

“바로 배치가 시작될 거다.”

“지금 배치되는 수량보다 더욱 많은 기체를 배치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불가하다.”

결국, 앤드루스 중장은 몇 번이나 혼절을 할 정도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그가 스트레스를 가장 절정으로 받은 것은 일본에 원폭이 투하되던 때였다.

“저런 좋은 것이 있었으면 베를린에 우선 떨어트렸어야지! 못 해 먹겠다, 정말!”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생각처럼 안 풀리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밀려나기 전에 먼저 퇴역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그때, 앤드루스 중장에게 대장 계급장과 함께 B-30 폭격기들과 블록버스터들이 쥐어진 것이었다.

*       *       *

유보트 기지들을 날려 버리기로 결심한 앤드루스가 선택한 목표물은 우선적으로 브레스트와 로리앙이었다.

프랑스를 함락한 다음, 독일은 프랑스의 여러 항구에 유보트 기지들을 건설했다.

프랑스에 기지가 만들어지면서 독일의 유보트들은 북해에 둥지를 틀고 있었을 때보다 더욱 빠르고 수월하게 대서양으로 진출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지들 가운데 대서양에 가장 가깝게 자리한 기지들이 브레스트와 로리앙이었다.

유보트는 연합국 공통의 장애물이었고, 프랑스에 자리한 유보트 기지에는 계속적인 정찰과 폭격이 이뤄졌다.

그 폭격과 정찰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유보트 기지에 유보트들이 많이 모이는 주기가 있고 유보트 벙커가 예상을 한참 초월할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이었다.

대서양의 수송로를 고사(枯死, 말라죽음)시키기 위해 유보트들은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해상 보급에는 한계가 있었고, 정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보트들은 유보트 기지로 돌아와야만 했다.

정찰기와 레지스탕스들을 통해 유보트 기지에 출입하는 유보트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연합국 정보부는 일정 주기 간격으로 유보트들이 기지에 많이 모여든다는 것을 파악했다.

앤드루스 대장의 참모들은 그렇게 수집한 정보들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뒤져 폭격 목표를 골랐다.

“브레스트와 로리앙의 집결 주기가 거의 같아. 이 두 벙커들을 우선적으로 치는 것이 어떨까?”

“괜찮네. 사령관께 상신하도록 하지.”

“크기로 보면 생 나제르(Saint-Nazaire)가 로리앙보다 더욱 땡기기는 하는데….”

지도를 보며 참모들의 제안을 확인한 앤드루스 대장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앤드루스 대장은 현실을 수긍했다.

“유보트들의 발이 많이 묶이면 묶일수록 좋은 것이니까. 브레스트와 로리앙부터 친다. 세부 계획을 수립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계획에 따라 B-30폭격기들과 B-17, B-24폭격기들이 타이거와 머스탱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프랑스로 날아갔다.

*       *       *

해가 막 지기 시작한 늦은 오후, 브레스트의 방공을 위해 만들어진 독일군 레이더 기지는 비상이 걸렸다.

“레이더가 먹통이 되어버렸습니다!”

“레지스탕스의 파괴공작인가!”

레이더 기지의 지휘관은 레이더가 먹통이 되어 버렸다는 소식에 레지스탕스부터 떠올렸다. 하지만 부하는 고개를 저었다.

“파괴공작은 아닙니다. 전파방해입니다.”

“전파방해?”

레이더 기지의 지휘관은 전파방해라는 말에 당장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비상 걸어! 폭격이다! JG33(제33전투단)에 연락해!”

“Jawohl!”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레스트 군항에는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공포들이 하늘로 포신을 세우는 동안 하늘에는 긴급 출격한 Me262B들과 Ta183편대들이 요란한 소음과 함께 고도를 올리고 있었다.

*       *       *

“‘접시들’의 통신이다. 제리들의 전투기들 떴다. 방향은 12시. 고도는 약 2만6천 피트(약7900m)에서 계속 상승 중.”

편대장의 통신에 폭격기 부대들의 호위를 맡은 타이거 전투기 파일럿들은 긴장의 강도를 높였다.

“지금부터 작전에 따라 움직인다. 그룹A는 계속해서 폭격기들의 근접 호위, 나머지 그룹들은 고도를 올려 제리들의 요격에 들어간다. 고도는 3만.”

“카피!”

전단장의 명령에 따라 타이거 전투기들은 두 패로 나뉘어 움직였다 약 30여 대의 타이거들이 폭격기 근처에서 머무는 동안 나머지 100여대의 타이거들은 곧장 고도를 올렸다.

미국과 독일의 항공기들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며 직진했다.

약 10분 후, 남프랑스의 밤하늘은 막으려는 자들과 뚫으려는 자들의 공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12시 방향! 고도 2만8천 피트(약8500m)! 제리다!”

“Attack!”

선공은 미국이었다. 고도의 우위를 점한 타이거 전투기들은 상승하는 독일군을 향해 급강하를 시작했다.

“12시 방향, 머리 위! 양키들이다!”

“산개! 산개!”

공격을 받은 독일군 전투기들은 급히 산개를 시작했다.

상공에서 상황을 살피던 미군 전단장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룹 C와 D는 긴 꼬리 놈들을 잡고, 그룹 B는 더듬이 놈들을 잡아라!”

“카피!”

전단장의 명령에 따라 타이거 전투기들은 목표물들을 분담했다.

독일군 전투기들 가운데 가장 기동성이 좋은 Ta183-특유의 수직미익으로 인해 ‘긴 꼬리’라는 별명이 달렸다-를 상대로 가장 많은 타이거 전투기들이 배정되었고, 기수에 레이더를 장비한 Me262B-레이더 기술이 떨어진 덕에 독일군은 기수에 커다란 야기-우다 안테나를 설치했고, ‘더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에도 적지 않은 수의 타이거들이 달라붙었다.

“엉덩이에 양키!”

“빌어먹을!”

뒷자리에 탑승한 레이더 조작수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조종사 미하엘 상사는 욕설과 함께 급하게 기수를 꺾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그의 전투기는 타이거를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메기 새끼!”

기수에 장착된 레이더 안테나로 인해 ‘메기(Wels)’라는 별명이 붙은 Me262B는 둔중한 기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1인승이 아닌 2인승에다가 무거운 레이더 장비, 기수에 달린 안테나가 만들어 내는 저항 때문이었다.

“아직도 달라붙어 있다! 어떻게 좀 해 봐!”

“최선을 다하고 있어!”

미하엘 상사는 필사적으로 조종간과 방향페달을 조작했지만 타이거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이 되자, 타이거의 기수에 장착된 2문의 20mm기관포가 불을 뿜었고, 미하엘 상사와 그의 동료가 탄 Me262B는 커다란 불꽃이 되어 땅으로 추락했다.

“위버! 바로 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JG3을 거쳐 JG33 소속이 된 Ta183파일럿 위버 중위는 통신을 듣자마자 다급히 조종간을 틀며 이를 갈았다.

그가 기체를 틀자마자 그의 캐노피 바로 옆으로 예광탄 줄기가 지나갔다.

급하게 회피 기동에 들어가며 위버 중위는 이를 갈았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지금 그를 사냥하는 양키들은 그가 지금까지 사냥했던 양키들과 달랐다.

초창기 양키들은 제대로 싸울 줄 모르는 멍청이들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날씬하게 빠진 머스탱을 몰고 나타난 양키들은 꽤 까다로운 적수들이었다.

포로로 잡힌 미군 파일럿을 심문해 이들이 ‘총잡이(Gun fighter)’라 불리는 선별된 이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위버 중위와 그의 동료들에게 겁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

위버 중위와 동료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숙해.”

“격추당하는 놈들만 운이 없는 것이지. 아니면 양키들보다 미숙한 햇병아리던가. 그런 햇병아리는 동부 전선에나 가야 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신예기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터빈 엔진을 장착한 전투기들을 모는 양키들이 나타났지만 그들의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

“양키들? 그 빌어먹을 전투기만 아니면 별 것 아냐! 그러니까 닥치고 터빈 엔진 전투기 내놔!”

하지만 지금 그의 뒤통수를 노리는 양키는 위버가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 만난 양키들은 자신들보다 터빈 엔진 전투기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터빈 엔진 전투기의 특성을 이용한 공중전에 능숙했다.

얼마 전까지 위버와 동료들이 양키들에게 ‘한 수 가르쳐 주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양키들에게 ‘한 수 배우는’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수업료는 목숨이었다.

“위버!”

갑자기 귀를 울리는 동료의 외침에 위버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때, 바로 위에서 타이거가 내리꽂혔다.

투투퉁!

바로 위에서 달려든 타이거의 짧은 점사(點射) 위버가 탄 Ta183의 조종석은 피로 물들어 버렸다.

파일럿을 잃은 Ta183은 나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피 튀기는 공중전은 독일군 Me262B 9기와 Ta18319기가 격추, 미군 타이거 전투기 3기 격추로 끝이 났다.

“하늘은 깨끗해졌다!”

타이거 전투기에서 전해진 통신에 폭격기 파일럿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조종간을 붙잡았다.

독일군 전투기를 요격하기 위해 흩어졌던 타이거 전투기들은 폭격기들 주위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상황을 확인한 타이거 전투기 부대 전단장 메이저스 소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조 소령과 그 부하들에게 거하게 한잔 사야겠군.”

타이거 전투기를 받자마자 조 소령과 그 부하들에게 혹독한 교육을 받고, 일본의 하늘에서 실전을 겪은 다음, 다시 본토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조 소령을 포함한 한국 공군들에게 최종 마무리 훈련을 받고 통과한 이들이 그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유명한 독일 공군을 상대로 훈련의 성과가 검증된 것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