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
277화 본토진공(本土進攻) 그리고 내홍(內訌) (23)
“모두 다 탔지?”
-전원 탑승 완료.
-여기도 이상 없음.
대원들 모두가 탑승한 것을 확인한 벌레는 자신이 탑승한 헬리콥터의 동체를 두들기며 소리쳤다.
“출발!”
벌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헬리콥터는 출력을 높여 하늘로 떠올랐다. 뒤이어 다른 대원들을 태운 헬기들도 줄줄이 하늘로 올라갔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에 벌레와 동승한 부하가 입을 열었다.
-치프.
“왜?”
-레인저들에게 너무 많이 양보하신 것 아닙니까?
“천황참모본부 넘긴 거?”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번 일의 주역은 레인저니까.”
-그래도 좀 아쉽습니다.
“지나간 일은 신경 끄고. 앞으로의 일에 신경 써라. 우리가 장악해야 할 탑들은 절대 쉬운 목표들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벌레는 자신이 탄 헬리콥터와 다른 헬리콥터들에 탄 부하들을 상대로 재차 주의사항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다른 헬리콥터들에 탄 빨갱이와 창 역시 부하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었다.
“탑의 옥상은 예상보다 공간이 넓지가 않다! 잘못하면 1층 정문부터 뚫고 올라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미리 준비를 해 두도록. 알았지?”
“예!”
“미국이 탑에 있는 독일제 레이더에 관심이 많다. 어지간하면 멀쩡한 놈으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노력해 봐. 단, 너희들의 안전이 먼저다. 힘들 것 같으면 바로 부숴 버려!”
“알겠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작전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너희들의 목숨도 중요하다! 절대 무리하거나 성급하게 굴지 말고 가진 장비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작전을 진행한다. 알겠지?”
“알겠습니다!”
평소의 벌레와 빨갱이, 창답지 않게 몇 번이고 주의사항을 주자 부하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인간들이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이번 작전의 목표인 탑들의 난이도가 높기는 하지만 이 정도 난이도를 가진 일이 처음은 아닌데. 이상한데…?’
자신들의 윗대가리들이 안 하던 행동을 하자 부하들은 역으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벌레가 전체 채널로 농담을 걸었다.
“상하이의 꾸냥(姑娘, 아가씨)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파리의 파리지엔느(Parisienne, 파리 여인)들과의 데이트는 해 봐야하지 않겠냐? 다들 마지막 작전이라고 정신줄 놓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예! 치프!”
‘더 이상해! 이런 성(性)적인 발언은 절대로 안 하던 인간들이었잖아!’
-목표 도착 5분 전.
때를 맞춰 벌레의 헤드셋에 헬리콥터 기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분 남았다는 기장의 말에 벌레는 부하들을 향해 손을 활짝 펴 보였다.
“5분! 장비 점검!”
철컥! 철컥!
벌레의 외침에 부하들은 오랜만에 손에 들은, 소음기가 장착된 HK417의 장전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목표지점이 가까워지면서 주변의 하늘은 점점 붉은빛으로 물들어 갔다.
활짝 열린 문밖으로 보이는 광경에 빨갱이가 소리를 질렀다.
“자알 탄다!”
교란을 위해 동원된 르메이의 B-30 폭격기들이 지난번 도쿄 폭격에서 남은 지역들을 활활 태우고 있었다.
연합군의 함대를 노리고 진행된 자폭공격작전으로 인해 손실된 일본군의 요격기들의 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도쿄의 하늘에는 구멍이 뚫려 버렸다. 그리고 그 뚫린 구멍을 비집고 들어온 B-30의 대군(大群)은 예상보다 더 넓은 지역을 불태우고 있었다.
B-30 폭격기들의 엔진소음과 폭음, 대규모로 발생한 화재의 소음과 사람들의 비명은 지상에 있던 일본군들의 주의를 끌었고, 그 틈을 타 레인저들과 벌레와 빨갱이의 부하들은 고쿄(皇居)로 밀어 닥쳤다.
고쿄로 들이닥친 헬기들의 선두는 새롭게 배치된 건쉽(Gunship)들이었다.
조종석 바로 옆에 추가된 작은 날개에는 각기 2발씩 4발의 HVAR(High Velocity Aircraft Rocket, 고속항공기로켓)이 장착되어 있었고, 동체 캐빈에는 3000발들의 탄창과 연결된 개틀링 2문과 그를 운용할 사수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고쿄로 몰려든 건쉽들이 가장 먼저 방공탑(Tower)들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벌레 일행이 노리는 탑이 바로 이것이었다.
독일과의 직통 수송로가 만들어지면서 가장 먼저 수입된 것들 대부분은 황거를 방어하기 위한 장비들이었다.
128mm 대공포(12.8cm FLAK)들과 88mm대공포(8.8cm FLAK41)들, 그리고 같은 구경의 일본제보다 월등히 성능이 좋은 4연장 20mm 대공기관포(Flakvierling 38 L / 112.5)들과 전용 탄약들이 들어왔고, 이들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최신형 독일제 레이더인 뷔르츠부르크(FuMG65 Würzburg)레이더가 들어왔다.
고쿄 방어에 필요한 감시 장비와 대공무기들이 들어올 때 같이 들어온 독일인 기술자들은 장비들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한 건물을 건축할 것을 조언했다.
이 조언에 따라 독일이 만든 것과 같은 동일한 구조의 방공포탑이 고쿄에 지어졌다.
실제로는 옥상을 제외하고 7층의 건물이지만 엄청난 두께의 벽과 천정 바닥으로 인해 실제 높이는 10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의 탑이었다.
푸아악! 푸아악!
건쉽에서 쏘아진 HVAR들은 방공포탑 옥상에 자리한 128mm대공포들과 그 운용요원들을 쓸어 버렸다.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대공포를 지운 건쉽은 호버링을 하면서 몸을 옆으로 돌렸고, 캐빈에 타고 있던 개틀링 사수들이 아직도 옥상에 남은 일본군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바아아악!
말 그대로 소나기처럼 쏟아진 총알의 비에 옥상 위의 일본군들은 전멸했다.
옥상이 비워진 것을 확인한 건쉽들은 바로 비켜섰고, 뒤이어 벌레 일행들을 헬리콥터들이 몰려들었다.
옥상에 돌출된 4곳의 128mm대공포 진지들 가운데 대각선으로 자리한 2개의 진지 상공에 헬리콥터들이 멈춰 섰고, 곧 굵은 로프들이 옥상을 행해 늘어졌다.
“강하! 강하!”
준비가 끝나자 빨갱이를 시작으로 대기하고 있던 한국군들이 패스트 로프(Fast-roping)로 옥상에 진입했다.
순식간에 병력들을 내린 헬기가 이탈하자마자 다른 헬기들이 다가와 같은 방법으로 병력들을 내렸고, 그동안 건쉽들은 주변을 돌며 몰려드는 일본군을 도륙하고 있었다.
빨갱이와 창이 2곳의 방공타워에 진입하는 동안 벌레와 그의 부하들은 레이더가 자리한 타워에 진입하고 있었다.
“알파는 레이더 옆의 망루(望樓)와 기관총 진지를 제압하고! 브라보와 찰리는 옥상에서 지상 경계! 나머지는 나와 함께 들어간다!”
벌레의 명령에 따라 일단의 병사들이 레이더의 송수신 안테나가 설치된 옥상옥(屋上屋)으로 향하는 층계를 달려 올라갔고, 또 다른 일단의 부하들은 옥상을 따라 흩어졌다.
마지막으로 벌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병사들은 옥상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커다란 철문으로 달려갔다.
“잠겼습니다!”
“C4!”
실내로 진입하는 옥상의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벌레는 폭약을 가진 병사를 불렀다.
벌레의 명령에 달려온 병사는 C4를 반죽해 문의 잠금장치가 걸린 곳에 붙이고는 뇌관을 심었다.
“물러서! 물러서!”
병사의 고함과 수신호에 벌레와 부하들은 뒤로 물러나 벽에 바싹 붙었다. 뇌관에 연결된 전선을 끌고 안전거리로 물러난 병사가 기폭장치에 연결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폭파! 폭파! 폭파!”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잠겨 있던 철문이 열렸다.
철문이 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수류탄들을 안쪽으로 향해 집어던지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콰콰쾅!
“끄아악!”
“아악!”
“돌입!”
수류탄의 폭음과 함께 비명이 들려왔고, 벌레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두터운 방탄방패를 든 병사들을 선두로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실내로 들어선 병사들은 두 패로 나뉘어 움직였다.
방공포탑의 내부는 제일 바깥에 통로를 두고 안쪽에 사무실, 가장 중앙에 계단이 있는 구조였다. 두 패로 나뉜 병사들은 좌우로 갈라져 회랑을 따라 움직이며 각각의 방들을 하나씩 청소해 나가기 시작했다.
푸수수슛!
5.56mm탄환을 쏟아 내는 소음기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사무실들의 벽은 총격을 받아 죽어가는 일본군들의 피로 붉게 칠해졌다.
실내 제일 꼭대기 층의 청소를 끝내고 두 그룹은 중앙에 위치한 계단에 도착했다.
“청소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피해는?”
“없습니다.”
부하의 보고를 받은 벌레는 계단을 바라봤다.
중간에 한번 꺾이는 구조 덕에 아래층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본 벌레는 발소리를 죽여 가며 계단을 내려갔다.
조용히 계단의 중간참까지 내려간 벌레는 몸을 엎드린 채 코너 샷을 꺼냈다.
찰칵!
몸체의 연결부를 꺾어 굴절을 시킨 벌레는 조심스럽게 총과 카메라가 연결된 부분을 난간 옆으로 내밀었다.
“역시나….”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를 확인하던 벌레는 혼잣말을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에는 2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일본군 병사들이 다닥다닥 모여서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 집결해 있는 일본군 병사들 앞에는 아무런 방어물도 자리하지 않고 있었다.
“저것들을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
작게 중얼거린 벌레는 무전기를 켰다.
“스턴 가져와라. 이상.”
-몇 개나 가져갈까요? 이상.
“우선 두 개. 이상.”
-알겠습니다. 이상,
“마크46(MK46)도 같이 올 것. 방어물은 없다. 이상.”
-쉽겠군요. 이상.
곧이어 4명의 병사들이 소리 없이 계단을 내려와 벌레 옆에 몸을 낮췄다. 벌레의 수신호에 섬광탄(Flashbang)을 병사 둘이 투척 자세를 취했고, 두 명의 MK46, LWMG사수들은 폭발방향과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웅크린 채 준비를 하고는 벌레를 바라봤다.
“지금!”
벌레의 짧은 명령에 병사들은 들고 있던 섬광탄을 계단 아래로 집어던졌다.
“手榴弾!”
스팟! 빠아아앙!
‘수류탄이다!’이라는 외침과 동시에 엄청난 섬광과 소음이 실내를 진동시켰다.
“으아아아!”
“메가! 메가 미에나이!(目が!目が見えない!눈이! 눈이 안 보여!)”
순간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상실한 일본군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아예 몸을 돌린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MK46 사수들이 달려 나와 계단 아래서 뒹굴고 있는 일본군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빠바바바바바박!
전용으로 만들어진 대형 소음기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이어진 사격이 끝나고 난 이후, 벌레는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가자. 갈 길이 멀다.”
그렇게 한 층을 내려온 벌레의 부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청소를 시작했다.
혹시나 밑에서 일본군들이 올라올까 경계를 서는 병사들 옆에서 벌레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거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내려가다가는 일이 틀어질 수도 있는데… 흐음….”
잠시 고민을 하던 벌레는 무전기의 키를 눌렀다.
“벌레다. 가져온 장비 가운데 CS탄 있나? 이상.”
-혹시 몰라 챙겨온 거 있습니다. 이상.
“몇 발? 이상.”
-6발입니다. 이상.
“성능은? 이상.”
-국산입니다. 이상.
“국산이 아직도 있었나? 이상.”
-적지만 생산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상.
“국산이라면 죽여주겠군. 이상.”
-죽여줍니다. 가지고 가겠습니다. 이상.
“대기하겠다. 이상.”
짧은 대화가 끝나고 벌레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며 히죽 웃었다.
“지옥을 겪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