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75화 (275/464)

# 275

275화 본토진공(本土進攻) 그리고 내홍(內訌) (21)

나카오카의 부대에서와 비슷한 일들이 다른 기지에서도 벌어졌다.

진주만 기습 이전 또는 일본이 한창 잘 나갈 때였다면 항명(抗命)을 하는 이들은 당장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교수대(絞首臺)에 오를 일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패색(敗色)이 확연했고, ‘무모한 작전’ 또는 ‘이성을 잃은 작전’이라며 작전 자체를 비판하는 지휘관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야마모토 장관과 그의 라인이 살아 있을 때였다면 입 닥치고 따라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명령은 명령입니다.”

“그래서 지원자를 받은 거잖아.”

해군 제131항공대 사령관 미노베 소좌는 주변을 둘러싼 장교들을 돌아봤다.

특공대 지휘관인 토메 대위의 얼굴이 우락부락해지는 것을 본 미노베는 말을 이었다.

“토메 군. 지원을 하지 않은 이들이 모두 비겁자들은 아니야. 단지 생각이 다를 뿐이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생각이 다를 뿐이야. 그렇기 때문에 작전의 성공을 위해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아닌가?”

“…”

미노베 소좌의 말에 토메 대위는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일 따름이었다.

그 완고한 표정을 본 미노베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지도를 펼친 채 회의를 진행했다.

“지도에 표시된 항로를 보면 알겠지만 이곳 시모후사(下總) 항공기지로부터 미 함대가 몰려 있는 사가미 만까지의 거리는 약 75km다. 우리가 보유한 잇센으로는 가까스로 도착만 할 수 있는 거리다. 특공대가 탄 잇센에 조금이라도 연료가 남아 있어야 목표를 선택하고 마지막 가속을 할 수 있게 된다. 방법은?”

미노베의 질문에 다양한 대답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동이 트기도 전에 날아오른 한반도의 E-2D는 함대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주변을 감시했다.

5시 정각.

삐익!

레이더에 나타나는 대상에 대한 위험도를 분석하던 E-2D의 전술컴퓨터가 비상경보를 울렸다.

“뭐야!”

“치바와 도쿄, 하치오우지 방면에서 대규모 고속 비행체 무리 발견!”

“고속이면 얼마야?”

컴퓨터가 모니터에 띄운 숫자를 확인한 관제사가 바로 보고했다.

“속도 시속 480노트(900km/h) 이상!”

“굴뚝들이로군. 대기하고 있는 썬더 캣들과 KF-1C를 이동시켜.”

“알겠습니다.”

삐익! 삐익!

하지만 전술 컴퓨터는 계속해서 비상경보를 울렸고, 컴퓨터가 내놓는 분석을 확인한 관제사가 비명처럼 고함을 질렀다.

“궤도가 탄도궤도입니다! 컴퓨터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통보해!”

“데이터 이미 보냈습니다!”

비상이 걸린 것은 한반도의 작전통제센터도 마찬가지였다.

“한반도와 곽재우를 비롯한 9전단 소속의 모든 대공레이더가 목표를 포착했습니다! 현재 고도 10000까지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술컴퓨터가 발사궤도를 연산해 예상 낙하지점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함대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나?”

“앞으로 3분!”

“모두 몇 기나 오고 있나?”

“현재까지 65기 확인! 증가 중입니다!”

전탐 장교의 보고에 고 제독은 바로 결단을 내렸다.

“곽재우, 강감찬, 김문휴에 전달! 해궁에 대한 제한을 해금(解禁)한다! 함장! 한반도의 레일건 준비 시켜!”

“알겠습니다!”

“미국 함대에도 통보!”

“알겠습니다!”

갑자기 고 제독과 함장은 물론이고 작전통제센터의 모든 이들이 평소보다 더욱 긴장해서 움직이는 것에 놀란 스프루언스는 고 제독을 불렀다.

“제독! 무슨 일이오?”

“잽들이 굴뚝을 미사일로 사용했어요!”

“미사일?”

“유도가 가능한 로켓! 해성!”

비상 상황에 정신이 팔린 고 제독이 단답형으로 대답을 했지만 스프루언스 제독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도가 가능한 로켓? 해성? 잽들이 자폭공격을 시도한다는 것이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고 제독의 대답에 뒤이어 레이더 담당 장교가 보고가 올라왔다.

“최종 확인! 탄도궤도를 유지하는 잇센의 수 115기! 앞으로 1분 30초 후에 제1파가 한반도 상공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곽재우, 강감찬, 김문휴 요격에 들어갔습니다! 해궁 발사합니다!”

보고와 동시에 작전통제센터의 한쪽 벽에 달린 모니터에는 해궁 미사일들을 줄줄이 쏘아 올리는 한국군 구축함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KF-1C 편대! 제2파 요격에 들어갔습니다!”

“후우~.”

작전통제센터의 대형 레이더 화면에는 KF-1C들을 뜻하는 전술기호들이 일본 해군의 잇센들을 표시하는 전술기호들을 차곡차곡 지워가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크으윽!”

자신의 애기인 잇센의 조종석에서 토메 대위는 조종간을 고정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계기판에 달린 출력게이지의 바늘은 이미 적색 구간의 가장 끝에서 탁탁 튕기고 있었고, 한계 이상의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이 만든 진동으로 인해 기체는 무섭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미친 망아지가 널을 뛰듯이 요동을 치는 기체를 조종하기 위해 애를 쓰던 토메 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계기판의 속도계를 바라봤다.

“시속 1100km? 훗! 제국해군에서 최고속(最高速)을 기록하고 있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던 토메 대위는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봤다.

2시 방향 아래쪽에 낯선 모양을 한 항공모함을 확인한 토메 대위는 조종간을 비틀었다.

“저승길 동무는 바로 너다!”

토메 대위의 잇센은 급강하를 시작했다.

급강하로 인한 가속이 더해지면서 계기판의 속도계는 마지막 숫자인 1200km/h를 찍고는 더 가지 못한 채 탁탁 튕기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빠….”

‘내가 제일 빠르다!’라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토메 대위와 토메 대위가 탄 잇센은 한반도가 발사한 레일건에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

한미 연합 함대를 목표로 날아온 115기의 잇센들은 KF-1C들과 해궁, 그리고 레일건에 막혀 전멸했다.

잇센들의 전과는 전무(全無)

“해궁 몇 발이나 남았나?”

곽재우의 함장 장 대령의 물음에 부장이 바로 대답을 했다.

“6발 남았습니다.”

부장의 대답에 장 대령은 작게 한숨을 쉬며 툴툴 거렸다.

“많이도 쐈군. 미국 애들이 전봇대라도 빨리 만들기를 바라야겠어.”

“전봇대 말씀입니까?”

“나이키.”

“아아.”

장 대령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전탐 장교가 고함을 질렀다.

“일본군 대편대 접근 중!”

“방공 전투 준비! 주포와 CIWS 상태 확인!”

“모두 이상 없습니다!”

“알아서 대응해!”

명령을 내린 장 대령은 레이더 스크린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여태까지 우리가 알던 역사와 다르게 굴었으면서 이건 왜 똑같은 거야!”

“종특인가 봅니다.”

“니미….”

장 대령과 부장의 만담 가운데 곽재우는 몰려드는 일본 육군과 해군의 자폭공격기들을 상대로 방공전에 돌입했다.

*       *       *

“이 미친놈들! 밥이나 좀 먹고 싸우자!”

구축함 마틴의 40mm 대공포 사수 빌 상병은 욕설을 내뱉으며 40mm 보포스 대공포를 조작했다.

해가 뜨기 직전부터 시작된 대공 전투에 구축함 마틴의 승무원들은 아침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전투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잔뜩 긴장을 한 채 포좌(砲座)에 앉았지만 정작 마틴의 승무원들은 단 한 발도 사격을 하지 않았다.

한국군의 자칭 ‘구축함’들이 로켓을 쏴서 짙은 연기를 내뿜으며 돌진해 오는 잽들을 다 격추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와우~. 저 로켓들만 있으면 우리는 그냥 놀고만 있어도 되겠다!”

“꺄호! 또 잡았다!”

상공에서 방향을 틀어 적기를 쫓아가 격추시키는 신기한 장면이 벌어질 때마다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마틴의 승무원들을 긴장시킨 것은 함장의 방송이었다.

-전원 정신 바짝 차려라! 잽들이 자살 공격(Suicide attack)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다! 단 한 대라도 놓치면 우리가 죽는다!

함장의 방송에 마틴의 승무원들은 다시금 바짝 긴장을 한 채 경계에 들어갔다.

마틴뿐만이 아니었다. 스프루언스를 통해 올라간 보고에 니미츠는 모든 함대에 자살 공격에 대비하라는 명령을 통보했고, 통보를 받은 함선들은 물론이고 하늘에 떠 있던 썬더캣들과 콜세어의 파일럿들도 바짝 긴장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잽들이 몰려오고 있다. 방위와 고도는….

“왔다!”

상공에서 떠 있던 콜세어 편대는 통보를 받자마자 바로 고도를 높이며 이동을 시작했다.

“허업!”

신주수호특공대(神州守護特功隊)라는 이름이 붙여진 특공대를 보호하기 위해 비행을 하던 라이덴 편대의 편대장 가토 소위는 하늘을 까맣게 메우며 급강하하는 콜세어 편대에 숨이 막혔다. 하지만 숨이 막힘도 잠시 특공대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가토 소위의 편대는 콜세어를 상대로 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호위기들과 콜세어들이 비행운(飛行雲)을 남기며 난전을 벌이는 동안 특공임무를 맡은 항공기들은 부지런히 함대를 향해 비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콜세어들과 썬더캣, KF-1C에 의해 특공기들은 차곡차곡 그 수가 줄어갔다.

“벗어났다!”

요격기들의 방어선을 뚫은 일본의 특공기들은 목표로 한 연합군 향대를 향해 직진을 계속했다.

“양키들의 함대다!”

제일 앞에서 편대를 이끌던 선도기(先導機)는 함대를 발견하자마자 날개를 흔들어 알리고는 바로 급강하를 시작했다.

선도기의 뒤를 이어 다른 특공기들도 바다에 떠 있는 함선들을 목표로 급강하에 돌입했다.

특공기들이 급강하를 시작하자 기다리고 있던 함선들의 대공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콰쾅! 콰쾅! 퉁퉁퉁퉁퉁퉁! 투투투투투투!

5인치 양용포는 물론이고, 40mm와 20mm 기관포들이 하늘을 향해 불을 뿜어대는 가운데 뚫으려는 자들과 막는 자들 사이의 혈투(血鬪)가 벌어졌다.

이제 막 제로센 부대에 배치된 이치가와 일비조(一等飛曹)는 저 아래 보이는 구축함을 목표로 자신의 제로센을 몰고 갔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은 항공모함을 비롯한 대형함선을 공격하라고 했지만 자신의 알량한 실력으로는 저 대공포화를 뚫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자신의 실력을 잘 알았기에 그는 자신의 목표로 제일 밖에서 막아서고 있는 구축함을 선택했다.

자신의 희생으로 저 구축함을 없애 버리면 다른 전우들이 그 길을 따라 작전을 성공시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점점 가까워지는 구축함을 목표로 직진을 이어가던 그 순간 목표에서 쏜 5인치 탄이 이치가와가 탄 제로센의 조종석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그 후, 이치가와는 핏덩어리로 변했고 조종사를 상실한 제로센은 나선을 그리며 추락했다.

구축함들을 시작으로 모든 함선들에서 쏟아진 대공포의 탄막에 특공기들을 등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불꽃으로 변해 바다에 떨어졌다.

해가 뜰 대부터 질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진 특공 작전은 연합군에게도 손해를 끼쳤지만 일본군에게는 치명적인 손실을 불러왔다.

도쿄의 하늘을 지킬 항공기들의 수가 절대적인 부족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       *       *

일본군의 특공작전으로 인해 연합군 함대가 난리를 겪은 그날 저녁, 벌레와 빨갱이가 원 준장을 찾았다.

“무슨 일이냐?”

“1,2,3사단이 워낙 잘해 주셔서 우리는 할 일이 없지 않았습니까? 놀면 뭐합니까?”

“그래서 포로들하고 노닥거리고 앉아 있었냐?”

“다 비즈니스라니까요.”

농담 반 진담 반의 대화를 하며 벌레는 보고서를 내밀었다.

“뭐냐?”

“출장기획서입니다.”

“출장?”

“원숭이 우리를 털러 갈까 합니다. 두목 원숭이 잡아야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