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09화 (209/464)

# 209

209화 Hell (in) March (7)

다음 날 밤, 나고야에 자리한 미쓰비시 그룹의 항공기 제조공장이 폭격을 받아 전파(全破)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는 요코스카에 있는 해군 조선소의 드라이도크가 다시 한 번 집중 공격을 받아 완전히 폐허로 변해 버렸고, 그 안에서 수리를 받던 순양함 도네가 고철더미로 되어 버렸다.

“당장 이 빌어먹을 양키의 항공모함을 찾아라!”

이노우에는 물론이고 히로히토까지 나서서 닦달을 해 대면서 연합함대의 함선들은 모두 바다로 몰려나와 잡히지 않는 양키 항공모함과의 숨바꼭질을 벌여야 했다.

“이거 너무 잘 써먹어서 중독되겠는데 ”

“하하….”

작전통제센터에서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니는 일본 해군의 모습을 살피던 고 제독이 던진 농담에 상 대령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효과는 좋았지만 이 방법을 생각해 낸 인물이 강 대령과 별로 사이가 안 좋은 장 대령이기 때문이었다.

한반도에 망토’를 달자는 말이 나왔을 때, 한국 해군은 상당한 고민을 해야 했다.

“쓸 만하기는 한 것 같은데, 돈만 낭비하면 어떻게 하지 쓰지 말까 ”

“고속정도 아니고 항공모함이야! 어떤 상황에서든 최대한 살아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있는 대로 챙겨 달아야지!”

이런저런 격론 끝에 해군의 상층부는 ‘실험’을 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테스트베드(Testbed)로 선택된 함선은 이제 막 취역한 곽재우였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Batch.2’라고 되어는 있었지만 ‘코리안 줌왈트(Korean Zumwalt)’라고 불리는 독특한 선체형상이 한반도의 선체형상과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숙제를 떠안은 장 대령은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적당한 방법을 만들어 냈다.

-고속으로 위치를 이탈한 다음, 망토를 작동시켜 적외선 및 가시광선 대역에 대한 스텔스에 들어간다.

-항적은 망토를 작동시키기 1시간 전부터 스크류를 멈추고 항적 교란기를 작동시켜 최대한 교란을 시킨다.

-스크류를 멈춘다 해도 관성에 의해 함선은 계속 이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교란기의 작동에 의해 항적 교란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최종적으로 정지한 함선은 해류를 타고 표류하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고, 교란기의 작동을 통해 항적은 소멸된다.

-망토가 필요한 적의 탐지수단-항공기와 인공위성-의 탐지 영역에서 벗어나면 망토를 치우고, 고속으로 작전지역으로 이동한다.

-탐지수단은 최대한 ‘패시브(Passive, 수동적)’ 상태를 유지하고 레이더와 같은 역탐지가 가능한 탐지체계는 데이터 링크를 이용하여 다른 함선과 항공기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사용해 스스로를 숨기는데 노력한다.

실제로 한반도의 주요활동영역이 될 것이 확실한 동해에서 벌어진 비밀 시험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망토를 가동시킨 곽재우는 훌륭하게 대항군의 초계망을 벗어났다.

그 결과를 받아 든 해군의 상층부는 두말 않고 한반도에 망토를 갖다 달았고, 장 대령은 출세코스를 밟았다.

한반도와 함께 필리핀에 갖다오면 바로 다음 인사이동에서 별을 달 예정이었지만 졸지에 2차 세계대전 시점으로 이동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장 대령과 강 대령 사이에 벽이 생긴 것이었다.

‘능력은 쓸 만하지만 성격이 낙제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슬아슬하게 승진을 해왔고, 한반도의 함장자리를 끝으로 군문을 벗어날 것이 확실했던 강 대령에게 장 대령은 열등감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그런 속사정으로 인해 고 제독이 던진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가 강 대령이었다.

“다음 작전은 언제지 ”

“내일 야간입니다.”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강 대령은 다음 일정에 관해 고 제독과 박 대령이 이야기를 나누자 현실로 돌아왔다.

“나고야를 다시 폭격하실 것입니까 ”

강 대령의 물음에 고 제독은 고개를 저었다.

“재고 문제도 있고, 우리 다음에 올 석기시대 애호가도 할 일은 있어야지….”

가볍게 말을 흐리며 지도를 살피던 고 제독이 한 곳을 짚었다.

“이 곳은 어떨까 ”

“고베말씀이십니까 ”

“주요 철강단지도 있고, 여기를 맞으면 일본 연합함대도 남쪽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겠지.”

“알겠습니다.”

고 제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대령은 박 대령과 의견을 나누었다.

동원할 전투기의 수량, 폭격을 담당할 전투기마다 탑재할 폭탄의 무게, 제트 기류와 같은 환경적 요인과 작전개시 시간 등을 따져 적당한 위치를 찾은 강 대령은 고 제독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작전을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군. 거기에 양념을 조금만 더 칠 수 있겠나 ”

“양념이라 하시면 ”

“일본 해군이 우리를 못 찾으니 얼굴 한 번 보여주고 도망갈 수 있겠나 가능하면 민간인들에게도 소문이 좀 돌아서 올라갈 수 있게 말이야.”

고 제독의 주문에 강 대령은 해도를 보며 계산을 수정해 나갔다.

고 제독의 주문을 따르자면 조금 더 일본 해안에 접근을 해야 했다.

이는 항로가 크게 늘어난다는 소리였기에 강 대령은 꼼꼼하게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전술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가며 진행된 몇 번의 시뮬레이션 끝에 적당한 항로가 만들어졌고, 항로를 본 고 제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진행하게.”

이틀 뒤, 새벽 1시. 한반도에서 이륙한 함재기들이 고베를 폭격하기 위해 날아갔다.

*    *    *

도쿄와 인근 지역의 중요 산업단지들이 연거푸 폭격을 당하고, 나고야에 이어 고베까지 폭격을 당하자 천황참모본부는 초상집이 되었다.

있는 대로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는 히로히토의 눈치를 보며 천황참모본부의 참모들은 수색에 참가한 부대의 지휘관들을 닦달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통해 현장의 지휘관들을 갈구는 참모들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을 무렵, 젊은 참모 하나가 이노우에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

“심상치 않은 보고들이 올라왔습니다.”

“심상치 않은 보고 ”

“이번 양키들의 폭격이 시작된 이후 일본 동부 해안에 유령선에 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참모의 말에 이노우에의 목소리가 대번에 사나워졌다.

“유령선 지금 상황에 그런 헛소리를 하고 싶은 것인가!”

“하지만 경시청과 헌병대에 비슷한 제보가 약 20건이 넘게 들어왔습니다! 소관의 생각으로는 양키들이 새로운 위장장비라도 채용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참모의 대답에 이노우에는 단호하게 부정을 했다.

“어째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

뒤에서 들려오는 히로히토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 이노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형 고속 폭격기 30대 이상을 운용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라면 적어도 3만 톤 이상의 배수량을 가진 대형함이어야 합니다. 그런 대형함을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전탐기에도 걸리지 않게 위장을 한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해군의 전탐기 성능이 열악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수도 있지 않은가 ”

히로히토의 질문에 이노우에는 바로 반론을 내밀었다.

“일본제 전탐기는 그렇다 쳐도 도이치에서 만든 전탐기를 장착한 구축함들도 못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히로히토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야. 한두 건이 아니라 20건이 넘었다고 하지 않았나 단순한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짐의 명령이다. 좀 더 철저하게 조사를 해 보도록.”

히로히토의 명령에 이노우에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명을 받듭니다. 폐하.”

히로히토의 명령에 의해 참모들은 보고서를 꼼꼼하게 살폈다.

한 장의 보고서를 3인 이상의 참모가 확인하면서 의문점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20여 건의 보고서의 확인 작업이 끝난 다음, 참모들은 이노우에와 히로히토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양키들이 새로운 위장기술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참모들이 결론을 내린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 해변에 쳐 놓은 그물, 또는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출항했다가 자연적이지 않은 물결들이 몰려오는 것을 경험했다. 어부들의 경험에 의하면 이는 대형 선박이 근처를 지날 대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당시 주변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던 대형함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 달이 매우 밝고 맑은 밤에 해변에 쳐 놓은 그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나갔다가 수면위로 이상한 아지랑이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 아지랑이라기보다는 특정 공간이 주변의 풍광과 조금 다르게 튄다는 느낌이었다.

“이 튄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는 당시의 기억을 그림으로 남겨 같이 제출했습니다. 그 그림을 보면….”

보고서에 동봉되어 올라온 그림을 본 이노우에와 히로히토는 침음을 뱉었다.

“항공모함이로군….”

“항공모함인가 ”

전체적인 모양은 엉망이었지만 단 하나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직선으로 쭉 뻗은 갑판이었다.

이노우에는 죽을상을 했고, 히로히토 역시 심각한 얼굴을 한 가운데 참모는 세 번째 근거를 내밀었다.

“어부들이 이상 현상을 발견한 장소들입니다.”

참모는 붉은 깃발들이 꽂힌 지도를 이노우에와 히로히토 앞에 펼쳐 보였다.

“주로 발견된 장소들은 미쿠라지마 서쪽과 오마에자키 곶 남쪽입니다. 이 지역이라면 도쿄는 물론이고 나고야까지 폭격기 부대가 활동할 수 있는 작전범위가 됩니다. 이상입니다.”

참모의 보고가 끝이 났지만 이노우에와 히로히토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질식할 것과 같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먼저 입을 연 것은 히로히토였다.

“아무래도 양키들의 위장공작이 확실한 것 같군.”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

이노우에가 완강하게 부정을 하자 히로히토는 이유를 물었다.

히로히토의 물음에 이노우에는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국과 단교가 되기 직전까지, 기술적으로 뒤처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뒤처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정도의 위장공작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면, 양키들이 진주만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당했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기술을 가지고 그렇게 허무하게 당했다면 그것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한 루스벨트의 음모라는 말 밖에 나오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음모라고 단정을 지으면 작년 가을까지 본토에서 움직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기술이 실제 양키들의 기술이라면, 이번 전쟁, 협상이고 나발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종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피를 토하는 것과 같은 이노우에의 말에 참모들과 히로히토는 입을 다물었다.

금방이라도 통곡을 할 것 같은 이노우에의 심정에 강하게 동감을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히로히토는 천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왜 전쟁을 벌인 것인가… 질 것이 뻔한 전쟁을….”

비극 속의 희극이라고나 할까 이노우에가 말한 ‘미군의 기습 유도론’은 훗날 일본의 우파들 사이에서 매우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쟁을 원한 미국이 일본의 기습을 유도했다!’라는 주제로 수십 권의 책과 논문, 다큐멘터리가 21세기까지 끊임없이 튀어나오게 만든 원인이 된 것이었다.

다음 날, 일단의 민간인들이 이노우에를 방문했다.

피곤한 얼굴로 업무를 보던 이노우에는 일부러 밝은 얼굴을 하고는 민간인들을 반갑게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신주방위(神州防衛)의 성전(聖戰)을 수행하시느라 애쓰시는 분의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군민일치(軍民一致)의 상황 아닙니까 여러분들과 같은 언론인들이 협조를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덕담이 오고간 다음 언론사 대표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본론을 꺼내들었다.

“오늘 저희들이 제독을 찾아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름이 아니라 ”

의문이 가득한 이노우에의 얼굴을 본 노인이 옆에 앉은 중년신사에게 고갯짓을 했다. 무언의 명령에 중년신사가 서류봉투를 앞에 내밀며 입을 열었다.

“부인구락부(婦人俱樂部, 부인 클럽)의 편집장 타카요시라고 합니다. 며칠 전, 저희가 ‘국방부인복(國防婦人服)’이라는 특별 기사를 위해 야외 촬영을 나가 촬영을 한 것입니다.”

그 말에 이노우에는 서류봉투를 열어 커다랗게 인화된 사진들을 꺼내들었다.

“이건!”

이노우에가 경악을 하자 불똥이 튀길까 겁이 난 편집장이 잽싸게 입을 열었다.

“조작이 아닙니다! 저희도 사진 필름에 이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필름에 이상은 없었고, 혹시 몰라 가지고 온 것입니다! 군의 비밀 무기였다면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몸빼 바지를 입은 여성들의 사진들이었다.

문제는 저 멀리 항공모함으로 보이는 함선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사진들이 계속 넘어갈수록 점점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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