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05화 (205/464)

# 205

205화 Hell (in) March (3)

“우리의 가장 첫 타격 목표는 치토세다.”

한반도의 통합작전센터.

고 제독이 홋카이도의 치토세를 첫 번째 타격목표로 정하자 한반도의 함장 강 대령과 곽재우의 함장 장 대령, 항공전대장 박 대령이 모니터에 나타난 지도를 보며 고 제독과 의견을 나누었다.

“홋카이도입니까 ”

“맞아.”

“북에서 남으로 훑고 내려오는 것이로군요.”

“맞아.”

“그런데 동쪽만 치는 것입니까 본토 진공이 벌어진다면 후쿠오카를 비롯해 일본의 서쪽 지방에 있는 항공기지들이 거치적거릴 것이 확실합니다. 기왕 일 벌인 거, 아예 후쿠오카까지 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

강 대령의 발언에 박 대령이 고개를 저었다.

“불안요소가 많아요. 일본 서쪽의 항공기지들은 본토 진공 작전이 시작될 때, 아니면 일본 침공이 시작될 때 맞춰서 정리하는 것이 나아요.”

“함대지 미사일들을 사용하는 것은 ”

미련을 못 버린 강 대령이 함대지 미사일을 언급하자 이번에는 장 대령이 고개를 저었다.

“재고가 얼마 없어. 지금 써 버리면 미래가 불안해진다.”

“선배, 미래 걱정하다가 현재에 당할 수 있어요.”

“현재에 당할 정도로 무능한 놈들은 아니잖아 우리 모두 말이야.”

여전히 앙숙인 두 사람이 서서히 논쟁을 벌일 기색을 보이자 고 제독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만. 일본의 동쪽 지역은 미군에게 맡기자고. 그들도 할 일은 있어야할 것 아닌가 본토진공이 완료되면 석기시대 애호가께서 둥지를 틀 것이고, 그 양반이 일 시작하면 남아날 것이 없을 테니까, 그 전에 부숴 버릴 만한 것들 좀 남겨 줘야지. 안 그래 ”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연합 작전이야. 정치적인 면도 계산에 넣어야 해. 두 사람 모두 대령에서 끝낼 생각은 아니지 않나 별을 달려면 군무(軍務)도 중요하지만 정치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해.”

‘나는 그 잘난 정치를 안 해서 여기가 끝이었지만’

뒷말을 억지로 삼킨 고 제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홋카이도를 시작으로 일본의 동쪽을 따라 내려가면서 일본 연합함대의 잔존세력을 모조리 동남쪽에 붙박아 둔다. 이것이 이번 작전에서 우리가 완성해야 할 과업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질문 있나 ”

“어느 선까지 때리실 겁니까 ”

“도쿄는 다시 한 번 방문해 주고, 나고야와 오사카도 방문해 줘야지. 기회가 된다면 구레와 사세보, 히로시마도 방문하고, 도쿠야마에 있는 일본 해군의 연료 생산 단지에 불장난도 쳐야지.”

고 제독의 말에 해도를 보며 이동거리를 살피던 박 대령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박 대령의 모습에 고 제독이 질문을 던졌다.

“박 대령, 무슨 문제라도 있나 ”

“도쿠야마가 조금 거슬립니다. 난이도가 좀 있습니다.”

“난이도가 ”

고 제독의 물음에 박 대령은 지도의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대답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모두 폭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는 이곳입니다.”

박 대령은 미에에서 남동쪽으로 한참 내려간 곳을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곳에서 히로시마와 도쿠야마를 폭격하기에는 거리가 좀 멀기 때문에 좀 더 안쪽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과 이렇게 이동을 해도 폭격기의 항로를 짜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토쿠시마를 관통해서 지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문제를 피하자면 큐슈의 미야자키 인근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박 대령의 말에 같이 해도를 살피던 장 대령이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 나중에 본토 진공 작전이 벌어지는 시기와 맞춰 진공부대를 실은 함대와 합류하는 시점까지 시간적 여유가 넉넉지가 않게 될 것입니다.”

“선배, 속도를 좀 올리면 되지 않겠어요 ”

강 대령의 물음에 장 대령이 고개를 저었다.

“힘들어. 한반도는 마음만 먹으면 35노트 이상 뽑을 수 있지만 곽재우는 30노트가 한계다.”

강 대령에게 이유를 설명한 장 대령은 고 제독에게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홋카이도서부터 내려오면 확실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촉박해집니다. 차라리 도쿄부터 시작해 나고야, 오사카, 히로시마 등을 다 때린 다음 재빨리 큐슈의 남쪽을 우회해서 북상, 본토진공부대와 합류하는 것이 최적입니다.”

함장들과 비행전대장의 반론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고 제독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처음 작전 원완 역시 비슷한 범위였으니까.”

“그 말씀은 ”

“내가 살짝 욕심을 내본 것이지. 누가 뭐라 해도 일본 본토를 공격하는 일 아닌가 ”

고 제독의 말에 대령들은 다들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상사(上司)가 살짝 욕심을 부리면 아랫사람들은 피똥을 싼다.’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대령들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 제독은 상황을 정리했다.

“앞으로 무사히 사흘을 더 올라가면 일본의 영해로 들어간다. 일본 해군들의 배들이 많이 돌아다니니까 대비를 잘하도록. 나는 잘 준비해서 때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남이 때리는 것을 막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고 제독이 회의를 끝내자 대령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여러 서류들을 챙겨든 대령들은 서로 악수를 교환했다.

*    *    *

다음 날, 전초의 성격으로 출격한 E-2D에서 급전이 들어왔다.

“서북쪽으로 550km 지점에서 일본군의 항공기 편대 발견!”

E-2D의 보고에 강 대령은 부장에게 명령했다.

“즉시 비상 발령해!”

“알겠습니다!”

그 즉시 요란한 경보음이 한반도를 울렸고, 휴식을 취하던 승조원들까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전원 자신들의 자리로 달음박질을 쳤다.

“나는 작전통제센터로 가겠다. 부장이 함교를 지휘하도록!”

“알겠습니다!”

부장에게 함교의 지휘권을 넘긴 강 대령은 서둘러 작전통제센터로 달려갔다.

작전통제센터에 들어선 강 대령은 먼저 온 고 제독과 박 대령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늦었습니다.”

“아냐. 괜찮아. 함교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있으니까. 우선 상황설명부터 듣도록.”

“알겠습니다.”

급하게 뛰느라 가빠진 숨을 정리하며 강 대령은 박 대령에게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들었다.

-레이더 초계중이던 E-2D가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지금 한반도와 곽재우가 있는 곳에서 서북쪽으로 550km 지점, 일본 본토에서는 요코하마에서 남동쪽으로 400km 떨어진 지점에 일본군의 소규모 함대가 이동 중이다.

-레이더의 반사파형과 상공에서 비행 중인 항공기들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소형항공모함 1척과 4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훈련함대로 파악된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칠까 숨을까 ”

고 제독의 물음에 강 대령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치죠! 쳐야 합니다!”

강 대령의 대답에 고 제독은 박 대령을 돌아봤다.

“모두 치자는 의견에 동의를 했군. 이제부터 박 대령의 차례야.”

“알겠습니다.”

1시간 뒤, 한반도의 비행갑판을 박차고 KF-1C들과 썬더캣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한가롭게 훈련을 하고 있는 일본의 훈련부대였다.

*    *    *

“훈련은 순조롭군.”

“그렇습니다.”

개조항공모함 치토세의 함장 가토 대좌의 말에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상기모함에서 경항공모함으로 개장된 이후, 주로 항공기 수송의 임무를 맡아 움직이던 치토세였다. 하지만 미군이 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모함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으면서 치토세도 일선으로 나아갈 운명에 처했다.

한술 더 떠 치토세에 배정된 항공전단의 파일럿들 대다수가 신참들이었다. 결국, 진주만 공습 이전 해군 항공대의 파일럿들처럼 ‘월화수목금금금’의 맹훈(猛訓)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겨우 30대밖에 안 되는 전력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겠지 ”

“진주만 공습 당시의 파일럿들과 비견될 수준입니다.”

거의 한달 가깝게 진행되는 훈련을 통해 실력이 놀랍도록 향상된 파일럿들의 수준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가토 대좌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저 제로센들이 왜 저래 ”

갑자기 급상승을 시작하는 제로센들을 보며 가토가 입을 연 순간, 함교 안에서 통신을 확인하던 통신장교가 부리나케 가토에게 달려왔다.

“제로센 부대 지휘관 오야마 대위의 긴급보고입니다! ‘남동쪽 상공에서 다수의 항공기가 고속으로 접근 중! 적으로 예상함!’.”

“적 ”

“적이라고!”

통신장교의 보고에 가토 대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남동쪽은 연합함대의 항로가 없는 곳이었다. 그쪽방면으로 지금 자신들보다 멀리 나간 이들은 잠수함들밖에 없었다.

가토대좌는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비상발령! 제로센들 긴급 출격! 제로센들의 출격이 끝나면 바로 회피기동에 들어간다! 대공 전투 준비!”

“비상발령! 제로센 긴급출격! 출격완료 후 즉시 회피기동! 대공전투 준비!”

가토 대좌의 말을 복창한 부장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제로센들이 비행갑판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경보음을 들은 대공포반원들이 서둘러 대공포좌로 달려가는 동안 가토 대좌는 함교의 난간을 붙잡고 제로센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서 움직여! 시간이 없다!”

*    *    *

-여기는 천리안, 레드2에게. 밴딧(Bandit)의 수가 늘었다. 현재까지 18기. 이상.

“여기는 레드2. 밴딧의 고도는 ”

-여기는 천리안, 20000피트.(약 6km), 이상.

“여기는 레드2. 30000까지 올리고 싶다. 이상.”

-여기는 천리안. 허가한다. 이상.

E-2D에서 허가가 떨어지자 조 소령은 즉시 모든 전투기에게 알렸다.

“여기는 레드2. 모든 파일럿들에게 알린다. 즉시 고도를 30000까지 올리도록. 폭격대는 고도 30000에서 그대로 직진. 호위대는 제로센들을 사냥한다. 오버.”

-Copy that!

수신확인을 알림과 동시에 KF-1C들과 선더캣들은 고도를 올렸다.

고도를 올리면서 조 소령은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여기는 레드2. 레드헤드 편대에 알린다. 제로센의 수는 18기. 우리 쪽은 8기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결코 방심하지 마라. 오버.

-여기는 세이츰(Sachem, 추장), Copy!

인디언의 혈통이 섞여 있어 ‘추장’이라 불리는 썬더 캣 편대장의 대답에 조 소령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과연 그럴지….”

마초(Macho)기질이 강하다 못해 철철 넘치는 문제의 편대장을 떠올리며 조 소령은 자신의 요기인 안 대위를 호출했다.

“여기는 레드2. 오덕에게. 저 카우보이들을 잘 살피도록. 이상.”

-여기는 오덕. 카피.

불만이 가득한 안 대위의 목소리를 들으며 목표로 한 고도에 도착한 조 소령은 명령을 내렸다.

“여기는 레드2. 호위대에게. 어택(Attack)!”

-Copy!

*    *    *

“빌어먹을 발동기!”

고도 6000m까지 올라오며 치토세 소속 제로센 부대 지휘관 오야마 대위는 욕설을 내뱉었다.

미군이 구식의 와일드 캣을 버리고 새롭게 콜세어를 채용한 다음부터 제로센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무장, 방어력, 최고속도, 엔진출력 등 항속거리를 제외한 여러 부분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엔진이었다.

개량에 개량을 거쳐 성능이 강화되었지만 그래봤자 1100마력이였다. 이 출력으로는 2000마력을 가볍게 넘어가는 미 해군의 콜세어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나 그동안 말로만 듣다 드디어 보게 된 양키들의 ‘신형 터빈 엔진 장착 고속 폭격기’는 제로센이 올라가지도 못하는 고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오야마 대위가 탑승한 제로센은 지금 도착한 6000까지도 허덕이면서 올라왔다.

“저기까지 올라가기는 무리인데 차라리 치토세를 노릴 때 뒤통수를 칠까 ”

까마득하게 보이는 상공에서 유유자적 날아가는 적기를 보며 오야마 대위가 중얼거릴 때, 그의 헤드폰으로 부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적기 급강하! 우리를 노리고 있다!

부하의 말에 오야마 대위는 다급히 러더를 걷어찼다.

“전기 산개! 적들을 선회전으로 유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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