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171화 (171/464)

# 171

171화 태평양, 반격의 시작  작전명 질식(suffocation) (12)

헤너럴 산토스에서 들려온 미군의 상륙 소식에 다바오에 있던 민다나오 주둔 일본군 사령부도 발칵 뒤집혔다.

“이마가와는 아직도 연락이 없나!”

“아직입니다!”

다바오 주둔 일본군 사령관 요시카와 소장은 부관의 보고에 혀를 찼다.

“쯧! 일분일초가 아쉬운 이런 때에!”

안 좋은 상황으로 인해 선불 맞은 멧돼지마냥 날이 바짝 선 요시카와 소장의 눈치를 살피며 참모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마가와에게 지원병력을 보내심이….”

“지원 이 빠가야로(馬鹿野 )! 아메리카가 산토스에만 상륙을 할 것 같은가! 곧 이쪽에도 몰려올 거다! 네 녀석 말대로 했다가는 이마가와만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죽는단 말이다!”

“죄, 죄송….”

“머리가 장식이 아니면 생각부터 하고 말을 해!”

“죄송합니….”

에에에에에엥~

“공습이다!”

질타를 받은 참모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 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공습을 알리는 외침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경보를 들은 요시카와는 앞에 놓인 서류들을 챙겨 들며 고함을 쳤다.

“지금 즉시 방공호로 대피한다! 지도들부터 챙겨!”

“핫!”

요시카와의 명령에 참모들과 병사들은 대형 테이블과 여기저기에 놓인 지도들을 마구잡이로 챙겨 들고는 밖으로 튀어나가 한쪽에 마련해 둔 방공호들로 달려갔다.

사랑가니 해협(Sarangani Strait)에서 헤네럴 산토스(미국식 표기로 제너럴 산토스), 파가디안(Pagadian)상륙부대와 헤어진 다바오 상륙부대가 막 다바온 만 입구에 들어서고 있을 무렵 미리 발진한 미 해군의 함재기 편대가 다바오와 중요시설물에 폭격을 퍼부어 댔다.

미 해군의 함재기들은 항구의 창고들과 정유시설들을 중점적으로 부숴 댔고, 민다나오 섬의 게릴라들이 잠수함을 통해 알려 준 사령부 건물들과 주요 군사 거점들도 차근차근 부숴 나갔다.

“폭격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잽들의 저항은 예상보다 약하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참모의 보고를 받은 홀시 제독은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요리를 기다리는 손님처럼 양손을 가볍게 비벼대던 홀시 제독이 명령을 내렸다.

“항모부대에 전달. 나는 더 많은 잽들을 죽이기를 원한다!”

“전달하겠습니다.”

진주만 기습 직후 ‘이제부터 일본어는 지옥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사람답게 과격한 명령을 내린 홀시는 다른 참모를 돌아봤다.

“디고스(Digos) 공략부대는 출발했나 ”

“해병들이 지금 한창 상륙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는 상륙을 끝낼 수 있다는 보고입니다.”

“디고스야말로 잽들의 숨통을 막을 수 있는 요충지다. 제대로 콱! 틀어막아야 해!”

“해병 지휘관들도 모두 숙지하고 있습니다.”

참모의 말처럼 디고스 해안에는 지금 막 해병 1개 사단이 상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디고스의 완전한 점령이었다.

디고스는 다바오에서 출발해 제너럴 산토스를 거쳐 민다나오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안 일주도로의 중요 관문이었다.

디고스가 막히면 제너럴 산토스가 가장 먼저 숨이 막히고, 뒤를 이어 3번째 상륙 목표인 파가디안까지 마비가 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20만 이상의 병력을 동원한 민다나오 상륙전에서 눈곱만큼 작은 규모인 해병 1개 사단이었지만 그들의 성공여부에 따라 소모되는 시간과 인력의 규모가 달라지는 중책이었다.

“한 2~3개 사단 정도 더 투입했으면 좋았을 텐데….”

참모에게 당부를 하면서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홀시는 작게 투덜거렸다.

주요 상륙지점 3곳을 선정하는 과정까지는 맥아더와 홀시도 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디고스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홀시는 디고스에 좀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기를 원했지만 맥아더는 홀시의 제안을 거부했다.

“일부러 아군을 잘게 쪼개는 것은 우매한 행동이다! 쪼개면 쪼갤수록 일본군만 유리해진다!”

맥아더의 반론은 일견 일리가 있었지만, 홀시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맥아더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

맥아더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최대한 빨리 루손 섬에 상륙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루스벨트의 명령에 의해 니미츠에게 양보를 했지만 맥아더에게 루손 섬이 가지는 가치는 보통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맥아더는 대규모의 병력을 단숨에 투입, 민다나오의 일본군들을 일거에 쓸어 버리고 주력은 바로 루손으로 움직이려는 속셈이었다.

“군인은 전쟁만 잘하면 되는데, 정치질을 해서 뭐하자는 건지….”

‘정치적 이미지’ 때문에 고집을 부리는 맥아더에 대해 작게 불평을 터뜨리면서 홀시는 작전 지휘를 이어갔다.

폭풍처럼 몰아친 미군의 공습이 끝나고, 방공호에서 나온 요시카와는 부지런히 상황을 살피며 방어전을 준비했다.

“피해를 확인해 보고하라!”

“핫!”

“항구와 해안의 방어선을 강화해!”

“핫!”

“이마가와로부터의 연락입니다!”

“보고해!”

“핫! 적 규모 최소 3만 이상! 본인의 부대는 황명에 따라 미군에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겠다!”

“3만 3만이라고 그것도 최소한 ”

통신장교의 보고에 요시카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쟁의 도리를 모르는 미국 놈들… 카도카와!”

“핫!”

“항구와 해안선의 방어 강화는 취소한다! 모든 부대는 지금 즉시 유격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상륙을 하는 시점이 적의 가장 취약한 때입니다!”

“취약도 취약 나름이지! 그 작은 헤네랄 산토스에 최소 3만 이상의 병력을 상륙시키는 놈들이다! 그걸 생각해보면 이곳 다바오에는 최소 5만 이상이야! 그렇게 된다면 그들을 엄호하기 위한 해군 전력을 생각하면 지금 공습은 가벼운 인사에 불과할 거다! 지금 즉시 밀림에 들어가 유격전을 벌일 준비를 해!”

“각하의 말씀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운송수단이 부족합니다! 해안선을 방어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길 위에서 표적 신세가 될 것입니다.”

선임참모 카도카와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요시카와는 입을 다물고 고심에 잠겼다.

카도카와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동안 고민을 하던 요시카와가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했다.

“지근 다바오에 있는 우리 육군이 모두 몇 명이지 ”

“3만입니다.”

“항구와 해안선 방어에 투입된 병력은 ”

“1만입니다.”

“지금 공격으로 얼마나 상실했는지 즉시 알아오도록! 시설이나 다른 피해는 나중에 확인하고 병력손실부터 확인해서 보고해!”

“핫!”

요시카와의 명령에 전령들을 태운 사이드카들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항구와 해안을 향해 달려갔다.

“지도!”

“핫!”

병사가 펼쳐든 지도첩을 가운데 놓고 요시카와와 카도카와는 의견을 나누었다.

“자네 말대로 적이 상륙을 할 때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거기에 매달렸다가는 더욱 안 좋은 상태로 떨어질 확률이 커. 부대들을 미리 준비해 놓자. 보고를 받는 즉시 항구와 해안으로 움직일 부대들과 지금 즉시 밀림으로 움직일 부대들을 말이야.”

“옳으신 결정입니다.”

“통신 시설은 ”

“사령부가 폭격을 당하면서 장거리 통신시설은 파괴되었지만 다바오 지역 인근은 통신이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부대 편성표를 보도록 하지. 그리고 지금 시간이….”

팔에 찬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요시카와는 약간의 여유를 되찾았다.

“벌써 정오가 지나가는 군. 좋았어! 이곳에 몰려드는 미군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상륙에는 시간이 걸린다. 반나절로는 상륙 작전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어! 양키들은 아마도 내일 새벽에 상륙을 시작할 거다! 어떻게 생각하나 ”

“각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요시(좋아, 良し)!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취사반들을 동원해 주먹밥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먹이라고 명령해! 식사가 끝나자마자 부대들을 움직인다!”

“핫!”

요시카와의 명령에 깍듯하게 목례를 한 카도카와는 전령을 불러 요시카와의 명령을 전달했다. 명령을 암기한 전령이 달려가는 것과 동시에 또 다른 전령이 요시카와와 카도카와에게 달려왔다.

“토릴(Toril)에 위치한 부대에서 긴급통신입니다! 아메리카 군의 대규모 항공편대가 토리상공을 우회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항공편대 폭격부대인가 토릴의 피해는 ”

“폭격은 없었고, 난생처음 보는 기종들이라고 합니다! 수는 300기 이상!”

전령의 보고에 요시카와는 혼란에 잠겼다. 그런 요시카와의 표정을 본 카도카와가 고함을 질렀다.

“처음 보는 기종이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나! 당장 제대로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해!”

“핫!”

10분 후, 돌아온 전령이 보고했다.

“토릴에서 보고! 문제의 미확인 기종은 대형 오토자이로로 보였다고 합니다!”

“오토자이로 ”

“오토자이로 ”

전량의 보고에 요시카와와 카도카와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두 사람 모두 오토자이로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식에 의하면 오토자이로는 군용으로는 별다른 효용이 없는 물건이었다.

잘해야 2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물건으로 본토에 있는 육군 연구소에서 대잠작전용으로 연구를 한다는 풍문만 들리는 물건이었고, 그 뛰어난 기술을 가진 도이치조차 포기를 했다고 들은 물건이었다. 혼란에 빠진 카도카와가 주변에 있던 참모들과 장교들에게 소리쳤다.

“누구 오토자이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 ”

“육군연구소에서 대잠작전용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알아! 좀 더 최신의 소식을 들은 이들은 아무도 없나 ”

카도카와의 말에 장교들은 입을 다물고 눈치만을 살폈다. 그런 장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려던 카도카와는 한숨을 쉬며 포기를 했다.

“후우~. 말을 해서 무얼하리….”

나름 해외파인 카도카와는 일본 육군, 아니 일본의 군부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낙담한 카도카와의 표정을 보며 한 장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뜻 들은 풍문이기는 하지만 도이치가 대형 오토자이로를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형이면 어느 정도의 성능이지 ”

“약 8명을 태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8명 흐음… 좋은 정보였다.”

“감사합니다!”

정보를 들은 요시카와와 카도카와는 고개를 맞댔다.

“우선은 양키들도 비슷한 것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

“8인승이면 조종사 빼고 6명을 태운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러면 300대로 잡고… 1800명인가 ”

“그 정도 될 겁니다.”

계산을 끝낸 요시카와는 인상을 구겼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양키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 우리 뒤에 병력들을 내려놓을 생각인 거다.”

“그렇습니다. 단지 1800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가 문제입니다.”

“그 수송이 단 한 번에 끝날 것은 아니지 않나 ”

“그렇기는 합니다만 한 번에 겨우 6명 정도를 운반할 수 있는 기체라면 야포나 중화기는 무리입니다. 무리를 한다고 해도 기관총이 다일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놈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미리 친다! 전령!”

“핫!”

카도카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요시카와가 전령을 불렀다.

“지금 즉시 통신실로 가서 이곳 다바오 주변 모든 부대에 내 명령을 전해라! 양키들의 오토자이로의 착륙지점을 확인하는 즉시 나한테 보고하고 전력을 다해 양키들을 제압하라고!”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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