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148화 (148/464)

# 148

148화 작전명 ‘알리바바’ (04)

하메드가 바로 승낙을 하자 빨갱이는 2개의 적외선 플래시라이트를 꺼내 하메드에게 내밀었다.

“알 트와르는 아직도 야간통행금지가 엄격해 ”

“응.”

“밤에 하는 쌀라(살라트,   )도 못하겠네 ”

“아! 그건 해!”

“그럼 우리가 지정하는 날, 모스크 가는 길에 하나는 그날 100달러짜리가 있는 곳에, 다른 하나는 독일에서 일본가는 물건들이 있는 창고 근처에 놔둘 수 있어 해주면 1000달러를 주지.”

빨갱이의 물음에 하메드는 팔짱을 낀 채 혼자만의 계산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계산을 해 보던 하메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들어, 100달라짜리가 자기 집에 있으면 그쪽은 쉬운데 여자 많은 곳에 있으면 그 근처에 얼씬도 못해. 근처에 가기만 해도 총알이 날아와. 창고도 마찬가지. 해떨어지면 거기는 접근 불가야. 독일에서 화물들이 온 다음부터 경계가 심해졌어.”

“이거 곤란한데….”

“좌우지간 뭐든 쉽게 가는 일이 없다.”

하메드의 대답을 들은 빨갱이와 벌레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결국 송 소장과 원 준장, 벌레와 빨갱이 그리고 하메드까지 항공정찰 사진을 가운데 놓고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다.

한참의 설왕설래가 이어진 끝에 하메드는 적외선 플래시라이트를 품에 넣었다.

“사흘 뒤 밤에 이 스위치를 on으로 맞춰 놓고 유리가 있는 쪽이 바깥으로 드러나게 해서 100달라짜리가 있는 집 근처에 놓으라는 거지 ”

“맞아, 그렇게만 하면 돼.”

“알았어.”

하메드가 완전히 이해를 했다는 것을 확인한 빨갱이는 10달러 묶음 하나를 꺼내 들었다.

“200달러야, 100달러는 사령관을 찾아내서 주는 상금. 100달러는 이번 일을 위한 선수금이야. 작전이 제대로 성공하면 남은 900달러를 주도록 할게.”

“알았어.”

달러를 허리춤 아래 깊숙한 곳에 숨긴 하메드는 네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하메드를 배웅한 네 사람은 항공사진들을 펼쳐 놓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메드가 일을 실패하면 문제가 커지는 것 아냐 ”

“약간 난이도가 상승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창고와 사령관 관저, 기생집의 위치는 파악을 했고, 드론으로 상황을 살피면서 작전을 진행할 것입니다.”

“다에시 지역에서 영업했을 때보다 난이도는 낮습니다.”

“그럼 하메드가 없어도 되는 일 아니었어 ”

“일을 좀 더 편하게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곳에서 작업하느니 두 곳만 하는 것이 더욱 빠르고 안전하고 편하니까 말입니다.”

벌레와 빨갱이의 대답에 송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그럼 나는 지원 작전에 대해 미군과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송 소장을 내보낸 세 사람은 항공사진들을 이리저리 붙여서 만든 알 트와르의 대형 평면도를 놓고 동선을 다시 한 번 조율하기 시작했다.

“1940년대라 그런지 퍼스트 쿼터(The first quarter)외에는 복잡하지 않아서 좋네.”

“문제는 접근로야, 메인도로는 독일군 병영을 지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바리케이트들도 필수로 설치되어 있네. 망루들도 있고.”

“일본군들이 모여 있는 방향에서 치고 들어가야지. 하메드가 말한 와디(乾川, 마른 하천)의 위치를 확인했으니까 이걸 이용하면 될 거야.”

“차량은 어떻게들 할 거야 지금 작전 개시 지점으로 잡은 곳에서 창고들이 있는 곳까지 직선거리로 1.5km가 넘어,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 아닌가 ”

“그래서 돌입조는 방탄 닷지들을 사용할 것입니다. 연비는 더럽게 안 좋지만 휘발유 엔진을 쓰는 덕에 조용합니다, 실제로 야간에 전조등만 신경 쓴다면 200m까지는 안전하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적외선 라이트도 옮겨 달아 놨습니다.”

“언제나 준비는 빠릿빠릿해서 좋다, 과연 벌레와 빨갱이야.”

필코 세이프티의 사람들 사이에서 정설로 인정받는 문구인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머리 쓰는 일은 벌레에게. 조지고 부시는 일은 빨갱이에게.’를 다시 한 번 체감하며 흐뭇하게 웃는 원 준장이었다.

*    *    *

사흘 뒤, 밤 10시.

쾅! 콰쾅! 쾅! 쾅! 쾅!

“포격이다!”

“양키들의 포격이다!”

카나저로부터 알 트와르 사이를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방어거점이라고 일본군이 굳게 믿고 있는 일본군 진지에 미군과 한국군의 포탄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대피호로 들어가라!”

“대피호로!”

평소보다 거친 포격을 피해 일본군들은 미리 파 놓은 대피호로 몰려 들어갔다. 대피호에 들어선 일본군들은 포탄의 폭발로 대피호가 흔들릴 때마다 고개를 다리사이로 처박으며 욕설을 뱉어 댔다.

“이런 빌어먹을! 오늘 벌써 몇 번째야!”

“최대한 빠르게 지나간다.”

“Ok.”

연신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눈과 귀가 막힌 일본군의 진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벌레와 빨갱이가 인솔하는 차량들이 빠르게 알 트와르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제일 선두에는 벌레가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운전병에게 진로를 알려 줬고, 벌레의 선도를 따라 차량들은 알 트와르를 향해 달려갔다.

“에이 씨! 야시경 쓰고 운전하는 건 언제나 엿 같지 말입니다! 총천연색으로 보여 주는 야시경도 있었는데 그걸 샀었어야지 말입니다!”

“쌔꺄! 그게 얼마짜린 줄 알고 말하냐 그거 하나 살 돈이면 성능 좋은 일반 군용 야시경 세 개는 살 수 있다! 닥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

긴장을 풀기 위한 가벼운 옥신각신 속에 22대의 차량들은 알 트와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    *    *

알 트와르. 새벽 1시, 돌입 준비선.

돌입 개시점으로부터 1km, 창고로부터는 1.5km 떨어진 곳에 차량들이 조용히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벌레의 팀은 야간작전용 드론을 하늘로 띄웠다.

“도조는 어디에 있나 ”

모니터를 보며 드론을 조종하던 벌레는 알 트와르의 거주구역 한쪽에서 흰색 광점이 반짝거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바로 드론을 해당 위치로 이동시켜 고도를 올렸다.

적외선 플래시가 반짝이는 장소 근처에 있는 건물들의 모양을 살피던 벌레는 무전기의 키를 눌렀다.

“여기는 벌레. 대머리는 건전. 반복한다. 대머리는 건전. 이상.”

“여기는 빨갱이. 대머리는 건전. 움직이겠다. 이상.”

1순위 목표물인 도조 히데키가 기생집이 아닌 자신의 관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빨갱이는 공격조를 움직였다.

빨갱이를 위시로 한 공격조를 태운 방탄닷지들이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조가 움직이자 뒤에 남은 벌레의 지원조도 바쁘게 움직였다.

60mm 박격포들이 차에서 내려져서 방열을 끝냈고, 저격병들과 스포터(Spotter, 관측병)들도 차량 지붕에 엎드린 채 50구경 저격총을 전방으로 겨누었다.

한편, 벌레는 무전기를 붙잡고 공격조의 차량들에게 진로를 알려 주고 있었다.

하메드가 말한 와디를 건넌 공격조는 차에서 내려 3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1개 그룹은 차량 근처에 남아 방어선을 구축했고, 빨갱이가 지휘하는 1개 그룹은 도조를 사냥하러, 다른 1개 그룹은 창고를 날려 버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미눈깔’이라는 별명을 붙인 4개의 증폭관이 달린 야시경을 쓴 공격조들은 1열종대로 마치 뱀이 움직이듯 소리 없이 목표물을 향해 어둠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지, 순찰병.

헤드셋의 스피커에서 들리는 벌레의 경고에 빨갱이는 주먹을 들어 보이며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잠시 뒤, 벌레의 목소리가 다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동해도 좋다.

벌레의 통보에 빨갱이와 그의 부하들은 다시금 어두운 곳을 골라 움직이며 서서히 도조가 있는 관저를 향해 움직였다.

*    *    *

도조가 묵고 있는 사령관 관저는 알 트르와의 유지들의 대저택들 가운데 하나였다.

높다랗고 긴 담장들이 둘러친 가운데 정문에는 2명의 일본군들이 부동자세로 서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5m 정도의 폭을 가진 도로 맞은편 주택가 어둠 속에는 빨갱이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파쿵! 파쿵! 털썩!

둔탁한 소음과 함께 머리에 구멍이 뚫린 일본군들이 땅에 쓰러졌다. 정문을 지키는 초병들을 제거한 빨깽이와 팀원들은 어느새 담벼락에 달라붙어 있었다.

-정문 바로 뒤, 초소가 있다.

정문의 손잡이를 슬쩍 움직여 열리는 것을 확인한 빨갱이가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했다. 수신호를 확인한 공격조원 둘이 다른 조원의 도움을 받아 조용히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파퉁! 파퉁! 파퉁! 파퉁!

-클리어.

정문 뒤쪽에 자리한 작은 초소에 대기하고 있던 초병들을 순식간에 제거한 조원의 보고에 빨갱이는 대문을 슬쩍 열었고, 작게 열린 대문을 통해 빨갱이와 공격조원들은 순식간에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사령관저로 이동하면서 빨갱이의 조원들 가운데 일단이 옆으로 빠져 대추야자나무의 그늘로 몸을 숨겼다. 현관의 나무문 손잡이를 움켜쥔 빨갱이는 뒤를 돌아봤다. HK416 소총을 겨누고 선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빨갱이는 현관문을 열고 바로 옆으로 비켜섰고 총을 겨누고 있던 부하가 바로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50평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거실의 정면에는 간단한 접수대가 있었고, 그곳에 한가롭게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졸음을 쫓던 당직사관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려했다.

“키사마(貴 , 네놈)...”

파퉁!

쿠당!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마에 구멍이 뚫린 당직사관이 커다란 소리와 함께 쓰러지자, 뒤를 따라 들어오던 빨갱이와 부하들은 후다닥 주변으로 흩어졌다.

잠시 동안 기다려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잠시 문제의 부하를 노려보던 빨갱이는 수신호를 보냈고, 부하들은 2인1조의 페어로 흩어져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파퉁! 파퉁! 파퉁! 파퉁!

둔한 총성이 울릴 때마다 불운한 일본군들이 한 명씩 목숨이 사라져 갔다.

자다가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갔다 오던 일본군 병사가, 고국에서 온 부하 사병의 연서(戀書)를 훔쳐 읽으며 낄낄거리던 부사관이, 어리바리한 신병을 두들겨 패던 고참과 두들겨 맞던 병사가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는 가운데 빨갱이가 포함된 2개의 페어는 관저 제일 안쪽,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 앞에 멈춰 섰다.

빨갱이의 수신호에 다른 두 명이 주변을 경계하는 가운데 소음기가 장착된 HK45를 오른손에 든 빨갱이가 조용히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빨갱이의 눈에는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다가 몸을 돌리는 일본군 장교가 들어왔다.

파퉁! 파퉁!

털썩!

2발의 총탄을 가슴과 미간에 정확하게 명중당한 장교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고, 그 앞에 자리한 책상 너머에는 놀란 눈을 한 도조가 앉아 있었다.

“우고카나이데(動かないで. 움직이지 마).”

일본어에 능통한 부하에게서 배운 일본어로 빨갱이가 경고를 하자 도조는 그대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조에게 총을 겨눈 채 빨갱이는 마이크의 키를 눌렀다.

“여기는 빨갱이 월척을 낚았다, 이상.”

-축하한다. 무사히 돌아오기 바란다. 이상,

곧이어 뒤따라 들온 부하가 도조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덕 테이프로 칭칭 둘러 감고는 케이블 타이를 꺼내 도조의 양팔을 뒤로 묶어 버렸다.

부하가 도조의 인신을 구속하는 동안 빨갱이는 책상과 주변에 널려있던 서류들을 모조리 흩어서 부하의 배낭에 쑤셔 넣었다.

어느 정도 챙길 것은 다 챙겼다고 본 빨갱이는 무전기의 키를 눌렀다.

“돌아간다.”

-카피.

사방으로 흩어졌던 페어들의 조장이 응답을 했고, 응답을 확인한 빨갱이는 부하와 함께 도조의 팔을 잡아끌고 방을 나섰다.

퇴출하는 과정은 진입하는 과정보다 더욱 조심스러웠다.

조금의 소음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빨갱이는 도조를 잡아끌고 관저를 빠져나왔다.

빨갱이 일행이 마당으로 나서자 마당에서 경계를 하고 있던 이들이 작업을 시작했다.

현관문을 향해 클레이모어를 설치하고 인계철선과 기폭장치를 이용해 트랩의 설치까지 끝낸 그들은 대문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 빨갱이 일행에 합류했다.

-거리는 깨끗하다, 이동해도 좋다.

벌레의 통보에 빨갱이 일행은 대문을 열고 나가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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