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124화 (124/464)

# 124

124화 늪 (3)

야마모토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본 중동공략 함대의 본대는 페르시아 만 입구에서 부비얀 섬까지 약 970km의 해로를 전속으로 질주했다.

“제 2구축대는 계획대로 만의 입구를 봉쇄한다!”

제2구축함지대 사령관 카도쿠라 소장의 명령에 10여 척의 구축함들이 주력 함대에서 벗어나 페르시아 만의 입구를 봉쇄하기 위해 함수를 돌렸다.

그들의 임무는 오직 하나, 페르시아 만으로 들어오려는 미군의 잠수함들을 막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제1구축대와 무사시가 주력 함대에서 이탈해, 페르시아 만의 그늘인 라스 알카이마로 향했다.

그들의 임무는 제2구축대를 뚫고 들어오는 적의 수상함 세력들을 요격하는 것이었다.

뒤를 이어 순양함들과 구축함들이 소규모로 분리되어 페르시아 만의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의 임무는 제2 구축함지대의 1차 봉쇄선, 무사시와 제1구축함 지대의 2차 봉쇄선을 돌파한 미 함대를 계속해서 요격해서 미군의 전력을 갉아먹는 것이 임무였다.

일본에서 출항하기 직전, 함대의 함장들과 사령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야마모토는 직접 나서 작전을 설명했다.

- 전함 무사시를 포함해 항공모함들을 제외한 수상함 전력의 1/3을 페르시아 만의 입구 경계와 미 함대 요격에 우선 배정한다.

- 지상 지원에 투입하는 함재기들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전체 보유 대수의 1/2 이상을 동원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대함공격 무장을 탑재한 상태로 대기한다. 육군항공대의 배치가 완료되면 항모전단의 함재기들은 전원 미 해군을 상대로 한 전투 준비에 들어간다.

- 정찰기를 탑재한 순양함 이상 등급의 함선들은 페르시아 만 입구와 입구 반경 300km 범위를 상시 정찰한다.

- 미 함대가 페르시아 만을 통과하기 위해 접근을 하면 제2구축대가 1차로 미 함대를 요격한다. 제2구축대는 대함포격전을 벌이지 말고 산소어뢰를 이용 장거리 요격에 전념한다.

- 제2구축대의 요격을 통과한 미 함대를 상대로 무사시와 제1구축대가 요격에 돌입한다. 이후 대기한 순양함들과 구축함의 혼성전대들 역시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 미 함대에 대한 요격작전을 수행한 다음 생존함들 가운데 구축함들은 만의 입구로, 전함 무사시를 비롯해 생존한 순양함들은 미 해군의 뒤를 추격한다.

- 전함 나가토와 항모들을 중심으로 한 본대는 세력이 약화된 미 함대에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추격함대는 본대의 움직임에 호응, 미 함대의 배후를 공격한다.

- 만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축함들은 후퇴하는 미 해군의 잔존함들 요격, 피해를 극대화시킨다.

작전을 설명한 야마모토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결론을 내렸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동안 우리 일본제국 해군이 갈고 닦아온 점감요격 작전을 이곳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야마모토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사령관들과 함장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점감요격 작전은 야마모토의 말 그대로 세대를 이어오면서 갈고 닦아온 전술이었다.

또한 이미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훈련을 받아온 전술이었다.

그리고 저 ‘진주만 공격’을 성공시킨 살아있는 ‘군신(軍神)’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작전을 세웠고, 진두지휘를 천명했다.

이에 사령관들과 함장들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 작전은 반드시 성공한다!’

*    *    *

한편, 야마모토가 세운 작전의 내용을 전달받은 천황참모본부의 이노우에 시게요시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론은 좋은데 말이지… 문제는 과연 미국이 야마모토 장관의 생각처럼 움직일까 ”

야마모토를 비롯해 해군의 원로들이 계속 주장하는 ‘점감요격 작전’은 일러전쟁의 분수령이 된 쓰시마 해전(대한해협 해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당시 쓰시마 해전에서 함대를 상실한 러시아는 더 이상의 속전(續戰)을 포기하고 협상을 해야만 했다.

일본에게, 일본제국해군에게 있어서 이것은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후 일본제국 해군의 모든 전략과 전술은 이 쓰시마 해전의 경험을 기초로 수립되었고, 수정되어져 왔다.

그리고 그 결정판이 ‘점감요격작전’이었다.

- 해군 함대, 특히 전함들을 건조하고 유지하는 것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상실하게 된다면 적국은 전쟁수행능력을 상실할 것이고, 일본은 승리할 것이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점감요격 작전을 보고 일본 해군의 주류파벌들은 뿌듯해 했지만 비주류 파벌의 지휘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특히나 점감요격 작전의 파훼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나카무라 료조 장군은 제국해군의 워게임에서 점감요격작전에 들어간 연합함대를 전멸시켰다.

당시 상대편 장교들이 항의를 하자 료조 장군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미군이 우리 뜻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 후, 료조 장군은 2.26 반란에 따른 파벌싸움에 얽혀 군문을 떠나야 했고, 주류파벌들은 계속해서 점감요격 작전을 고집하며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었다.

“천황폐하께서 승인은 하셨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겠지.”

이노우에는 야마모토에게 다음과 같은 질의서를 보냈다.

- 만약, 미 해군이 페르시아 만에 돌입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페르시아 만을 봉쇄한다면 방책은 있는가

이노우에의 질의서를 받은 야마모토는 짧고 간단하게 답을 했다.

- 미 해군은 반드시 들어올 것이다. 내가 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의 답변을 받아든 이노우에는 더 이상 반박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헛되게 날려먹는 것만은 피해야겠지. 인도에서 얻은 영국제 구축함들 가운데 몇 척이나 뺄 수 있을까 ”

*    *    *

일본 군부의 가장 큰 오판은 자신들의 적이 누구라는 것을 잘못 파악한 것이었다.

일본 육군과 해군의 적은 미국의 육군과 해군이 아니었다. 그들의 적은 미국의 산업체들이었다.

[중략]

진주만의 기습은 미 해군에게 있어서 재난이었지만, 진정한 대재난의 피해자는 일본이었다.

그 사건 이후, 일본은 전무후무한 재난을 겪어야만 했다. 바로 일본 전역의 황폐화라는 전무후무한 대재난을 말이다.

- 히스토리 채널 ‘역사 속의 대재난 - 진주만 기습’의 결말 부분 내레이션.

*    *    *

미 해군과 9전단의 연합함대가 페르시아 만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야마모토의 함대가 페르시아 만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나서였다.

일본 해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출항한 것이 아닌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출항해 시드니에서 합류.

오스트레일리아의 남부를 우회한 다음, 인도양의 남부를 지나 아라비아 반도의 남부 지역을 따라 페르시아 만으로 접근하는 대장정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미군의 보급능력은 미쳤어. 21세기나 지금이나.”

함교에서 미 함대를 바라보던 강 대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드니를 떠난 이후 지금까지 한미 연합함대는 망망대해를 논스톱으로 지나왔다. 그 대장정 가운데 9전단의 사람들은 미국의 보급능력을 절감한 것이었다.

“달리 천조국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부장 이민한 중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대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통제센터에 가있겠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도록.”

“알겠습니다.”

작전통제센터에 들어선 강 대령은 9전단의 지휘관인 고 제독, 공군 전대장 박 대령, 미 함대의 총사령관인 스프루언스 제독과 그의 참모들이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 좋은 소식입니까 ”

“아, 잘 왔네. 방금 미 육군이 일본군에 관한 정보를 보내줬네.”

“그렇습니까 ”

고 제독의 대답에 강 대령은 냉큼 자리에 앉아 미 육군이 보내준 정보를 확인했다.

일본군이 중동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접한 아이젠하워는 그동안 친분이 쌓인 아랍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제는 영국보다 미국과 더 친하게 된 아랍 부족들의 부족장은 자신들과 친한 부족들에게 연락을 했고, 그 부족들이 또 다른 부족들에게 요청을 전달했다.

그렇게 연쇄적으로 이어진 요청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아라비아 반도의 부족들이 일본군의 정황을 살폈다.

이를 통해 얻어진 현지의 정보들은 역순으로 타고 올라와 아이젠하워에게 전해졌고, 아이젠하워는 워싱턴으로, 워싱턴은 니미츠에게, 니미츠는 스프루언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이건 ”

그렇게 들어온 정보를 읽던 강 대령은 일본 해군의 움직임을 보고는 눈이 빛났다.

“이거 점감요격 작전 아닙니까 ”

“그거 맞아. 그리고 지금 그걸 스프루언스 제독에게 설명을 했고.”

“그렇습니까 ”

저간의 상황을 파악한 강 대령은 회의에 집중했다.

먼저 입을 연 이는 고 제독이었다.

“일본이 점감요격 작전을 준비했건 아니건 간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적극적인 공격이고, 다른 하나는 봉쇄인 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고 제독의 대답에 스프루언스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는 같겠지만 일장일단이 있군요.”

“그렇습니다. 최종적인 결과는 일본이 해군 전력의 절반을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대량손실을 각오하고 빠르게 끝을 보느냐, 시간이 좀 걸리지만 희생을 줄이느냐의 선택인 겁니다.”

고 제독의 말에 스프루언스의 참모들 가운데 한 명이 반론을 내밀었다.

“봉쇄를 해서 일본 해군 전력의 절반을 묶어놓는 방법은 역으로 우리 역시 전력이 묶여 버립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

참모의 지적에 고 제독이 재반박을 했다.

“미국의 능력이 페르시아 만 봉쇄를 실행한다고 다른 전선에 영향을 줄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네만 내가 알기로 올해 말까지 지금 이곳에 온 함대와 비슷한 규모와 비슷한 규모의 함선들이 새롭게 배치될 것이고 내년 6월이면 적어도 두 배의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아는데 ”

고 제독의 지적에 문제의 발언을 한 참모는 입을 다물었다. 고 제독의 지적대로 지금 미국의 전시경제 체제는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프루언스 제독이 빙긋이 웃으며 고 제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고 제독은 봉쇄작전을 하고 싶은 생각인 것인가요 ”

스프루언스 제독의 물음에 고 제독 역시 싱긋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한국 해군으로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저 일본군 함대를 전멸시키고 바로 한반도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단지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이야기한 것뿐이지요.”

고 제독의 말에 스프루언스 제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군 함대를 전멸시키고 싶은 마음은 저도 같습니다. 국민들이 승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커다란 승리를 말입니다. 좋은 작전을 짜 봅시다.”

“알겠습니다.”

양쪽의 최고 지휘관이 합의를 통해 한미 연합함대의 방향이 정해졌다.

- 일본함대를 공격한다.

페르시아 만에 있는 일본군 함대를 상대하는 방법으로 공격이 선택되자, 그 다음으로 의제에 오른 것이 ‘일본 함대의 함정 배치 상태’였다.

“정찰기를 띄우는 것은 아직은 무리겠지 ”

“무리입니다. 안전문제도 있지만 지금 위치에서 바스라까지 왕복할 수 있는 항속거리를 가진 기체가 없습니다.”

스프루언스 제독의 물음에 참모가 지도를 짚으며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함대가 있는 곳은 ‘라스 마드라카(Ras Madrakah)’ 인근이었다. 이곳에서 바스라까지는 무려 왕복 3,500km가 넘는 거리였다.

“잠수함을 쓴다면 ”

“페르시아 만 입구에 구축함들이 깔려있다는 보고입니다. 특히나 영국제 구축함도 2척이나 있다는 보고입니다.”

“쉽지가 않군.”

스프루언스 제독이 입맛을 다시자, 고 제독이 박 대령을 돌아봤다. 무언의 질문을 받은 박 대령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수르까지만 가면 어느정도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수르 어떻게 ”

스프루언스 제독의 물음에 박 대령이 짧게 대답했다.

“무인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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