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93화 (93/464)

# 93

93화 공돌이 수난기 - 날아라, 짬타이거! (12)

1943년 1월 11일.

베를린.

혹한의 날씨 속에 슈페어가 총통 관저에 도착했다.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확인하던 히틀러는 슈페어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 Herr.슈페어! 어서 오게!”

“안녕하십니까, 총통 각하.”

“나야 괜찮네. 동부 전선이 안정화 되었다는 보고를 들었던 참이야. 지난 겨울처럼 맥없이 물러나는 일이 없이 전선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으니 말일세! 하하하!”

연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히틀러는 슈페어를 살갑게 대했다.

“아!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보고서가 왔네. 이번에 실전 테스트를 보낸 신형 전차들의 전선 평가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좋아! 아주 좋아!”

“유대인들이 보내준 정보가 아주 시의적절 했습니다.”

슈페어의 말에 히틀러는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 시오니스트들이 그나마 밥값을 했어! 그리고 양키들과 영국 놈들한테 걸리면서 알아서 싹 정리되어 주기까지 하고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훈장이라도 전달해주고 싶은 생각이야! 하하하!”

보나마나 나중에 정치적인 지분을 요구할 것이 확실한 거물 시오니스트들이 미리 정리된 것에 아주 기분이 좋은 히틀러였다.

*    *    *

신형 중전차의 설계도를 담은 마이크로 필름이 독일의 손에 들어온 것은 6호 전차의 최종 시안을 결정하기 직전이었다.

미국의 신형 중전차가 독일의 5호, 6호 전차와 같은 토션 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진 독일 육군은 육군 소속 엔지니어들과 기갑부대 장교들을 모아 성능 비교에 들어갔다.

- 무게 배분 능력은 조금 떨어지나 정비성과 생산성, 이동의 편의성은 미국제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비교 결과를 받은 육군은 바로 히틀러에게 달려갔고, 육군 지휘부의 이야기를 들은 히틀러는 곧장 슈페어를 불러들였다.

히틀러의 명령을 받은 슈페어는 집중 검토에 들어갔고, 6호 전차의 하부 서스펜션 구조를 미군의 신형 중전차와 같은 방식으로 교체할 것을 히틀러에게 상신했다.

슈페어까지 육군의 편을 들고 나오자, 히틀러는 헨셀과 포르쉐, 두 회사에게 서스펜션의 교체를 명령했다.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다! 허접한 양키들의 서스펜션 방식을 쓰라니 어불성설이다!”

두 제조사들, 특히 포르쉐 박사가 소리 높여 불가함을 외쳐대자, 슈페어는 포르쉐 박사를 불렀다.

“박사를 포함한 포르쉐 사의 모든 엔지니어들이 동부의 최전선에 가서 전차를 정비할 생각이 아니라면 닥치고 계시길 부탁드립니다.”

슈페어의 ‘부탁’에 포르쉐 박사의 입은 굳게 다물어졌다.

관련 부속의 기준강도와 합금 조성비까지 마이크로필름에 들어있었고, 6호 전차와 미국제 중전차의 무게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덕에 시행착오도 작아 서스펜션의 이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경쟁의 최종승자는 헨셀이었다.

7월에 도착한 마이크로필름으로 인한 서스펜션 변경 문제로 히틀러는 최종시한을 9월에서 10월로 연기해주었다.

9월 중순, 헨셀은 히틀러와 슈페어, 독일 육군이 요구한 40대의 시제전차의 생산을 완료했다.

40대의 전차를 받은 독일 육군은 동부 전선에 20대, 북아프리카에 20대를 수송해 전선에서 최종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10월, 포르쉐가 백기를 흔들었다.

서스펜션은 헨셀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끝이 났지만, 전차의 구동을 담당할 전기모터가 끝까지 완성이 되지 못한 것이었다.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히틀러에게 제출하며 슈페어는 말을 덧붙였다.

“총통각하. 포르쉐 박사의 모터 구동장치 개발을 중지해야 합니다.”

“응 포르쉐 박사는 가능하다고 장담을 하는데 ”

“포르쉐 박사의 완성을 기다리기엔 전쟁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45톤짜리 전차를 움직일 구동모터에 들어갈 구리의 양이라면 다른 곳에 더욱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낭비는 승리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첨언하자면 지금 포르쉐 박사가 하는 것은 기회를 틈 타 자신의 기술을 개발하려는 개인적인 욕심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히틀러는 말을 흐렸다. ‘독일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이라는 생각에 포르쉐 박사에게 호의를 보이던 히틀러였다.

잠시 고민을 하던 히틀러가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알았네. 지금 즉시 포르쉐 박사에게 ‘전차용 구동 모터의 개발’을 중지하라는 명령서를 보내게. 내 명령이라고 말하고.”

“감사합니다. 총통각하! 승리 만세!(Sieg Heil!)”

‘총통의 명령’에 의해 ‘모터 구동’의 개발을 중지하게 된 포르쉐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연구원들을 돌아봤다.

“전차용 디젤 엔진을 개발해 6호 전차의 개량형에 장착한다!”

“예 ”

“뭐 전선의 급박한 요구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개인적인 취미생활 오냐! 내가 그 잘난 슈페어의 콧대를 꺾어주마!”

*    *    *

그런 경쟁 끝에 동부 전선과 아프리카에 배치된 6호 전차 시제형에 대한 보고서가 도착한 것이었다.

호평이 가득한 보고서를 본 히틀러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호탕하게 웃는 가운데 슈페어는 자신이 방문한 목적을 이야기했다.

“총통각하. 드디어 신형 터빈 전투기와 폭격기들의 시제기들이 완성되었습니다.”

슈페어의 말에 히틀러는 반색을 했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총통각하!”

“지금 바로 보러 가도록 하지! 차를 준비하라!”

“야볼!(Jawohl!)”

“자네도 같이 가지.”

“영광입니다, 총통 각하!”

*    *    *

베를린 외곽의 공군기지.

대형 격납고 입구에 서 있던 밀히와 갈란트 등 독일 공군의 주요장성들은 히틀러가 탑승한 차량이 가까이 오자 일제히 부동자세를 취했다.

“하일 히틀러!”

밀히를 비롯한 다수의 공군 장성들이 오른팔을 위로 번쩍 올리는 이른바 ‘로마식 경례’를 하는 반면에 갈란트를 포함한 소수의 장성들은 전통적인 거수경례를 히틀러에게 했다.

경례를 받은 히틀러가 격납고로 걸음을 옮기자, 공군 장성들도 그 뒤를 따라 격납고로 들어갔다.

“자네, 좀 조심하게. 보는 눈이 많아.”

밀히가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지만, 갈란트는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뭐 어떻습니까 저는 나치 당원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두 사람의 작은 말다툼을 아는지 모르는지 격납고에 들어선 히틀러는 희열이 가득한 눈으로 눈앞에 있는 항공기들을 바라봤다.

기수부분이 뻥 뚫린 소형 단발기와 날개에 두 개의 엔진을 단 소형 쌍발기, 쌍발 엔진을 단 중형기의 모습을 본 히틀러는 밀히를 불렀다.

“밀히!”

“예, 총통각하!”

“설명해보도록!”

히틀러의 명령에 밀히는 옆에 대기하고 서있던 관계자들에게 손짓을 했다. 밀히는 히틀러 앞으로 다가온 관계자들을 히틀러에게 소개했다.

“이 기체들과 엔진들을 설계한 관계자들입니다.”

“수고했네.”

“영광입니다, 총통 각하!”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히틀러는 기체들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

“설명해보도록.”

“예, 총통각하!”

세 종류의 기체들은 각각 다음과 같은 임무를 맡고 있었다.

- 기수 부분이 뚫린 단발기는 Ta-183.

최고속도 시속 962km. 순항거리 800km.

BF-109와 같은 제공전투기.

- 쌍발 소형기 Me262

최고속도 시속 920km, 순항거리 1,100km.

다목적 전투기.

- 쌍발 대형기 Ar.234

최고속도 시속 780km. 순항거리 1,200km.

3톤의 폭탄 탑재량을 가진 폭격기.

각각의 속도와 제반 성능, 임무 등의 설명을 들은 히틀러는 슈페어를 돌아봤다.

“연합군과 비교한다면 ”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전투기도 저들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그 ‘9전단’의 폭격기들과 비교한다면 ”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잡는다 그 말은 아직도 양키의 그 폭격기가 더욱 우수하다는 말 아닌가 ”

“시오니스트들에 의하면 그 폭격기는 양산이 불가능한 기체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실험적인 신기술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양산이 불가능해 포기를 했다는 정보입니다.”

‘미래의 기체이기 때문에 기술이 따라가지 못해 생산을 포기했다.’는 말을 적절히 왜곡해 대답하는 슈페어였다.

‘지금 여기서 총통에게 그 말을 했다가는 그 오컬트 중독자인 히믈러가 돌아올 수 있다! 거기에 미래에서 오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흐음… 그렇단 말이지 루스벨트도 다급하긴 다급했나 보군.”

다행히 히틀러는 수긍하는 듯 했고, 슈페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는 동안 히틀러는 융커스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엔진을 개발했다고 수고했군.”

“아닙니다! 공군에서 보내준 정보가 아주 유용했습니다!”

“공군이 ”

히틀러가 고개를 돌리자 슈페어가 대답을 했다.

“미국에 있던 시오니스트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정보가 터빈 엔진에 들어가는 합금의 조성비였습니다.”

“그랬군. 그것으로 어떤 이득을 보았는가 ”

“엔진의 출력이 올라갔고, 수명도 길어졌습니다!”

“어느 정도나 ”

“처음 개발한 엔진의 수명이 40시간에 불과했습니다만, 이 엔진은 최소 200시간은 보장하고 있습니다!”

“출력은 ”

“8.22kn(1,848파운드)에서 9.81kn(2,646파운드)로 증가했습니다!"

“좋군, 아주 좋아!”

엔지니어의 대답을 들은 히틀러는 만족한 듯 보였다. 다시 한 번 기체들을 돌아본 히틀러는 슈페어를 돌아봤다.

“언제면 전선에 본격적으로 배치가 가능한가 ”

“이번 가을입니다, 총통각하!”

“너무 늦는 것 아닌가 ”

히틀러의 지적에 밀히가 앞으로 나섰다.

“파일럿들의 훈련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총통각하!”

“훈련이라… 그렇군.”

“거기에 더해 생산라인의 조정도 필요합니다. 좀 더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항공기 제조사들도 생산에 동참해야 합니다. 총통각하의 명령이 필요합니다.”

슈페어의 부연 설명에 히틀러는 바로 답했다.

“총통관저로 돌아가는 즉시 항공기 제조사 사장들을 부르도록. 직접 명령을 하겠다.”

“엔진 제조사 사장들도 부르셔야 합니다. 융커스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같이 부르도록.”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슈페어에게 명령을 내린 히틀러는 공군 장성들을 돌아봤다.

“이 유럽을 우리 위대한 독일제국의 영도 아래 두기 위해서는 저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영국을 무릎 꿇려야 한다. 이번에는 믿어도 되겠나 ”

“준비만 제대로 되면 반드시 무릎 꿇리겠습니다!”

공군 장성들의 대답에 히틀러는 밀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곧 좋은 계획이 올 거라고 믿겠네.”

“야볼!(Jawohl!)”

*    *    *

독일에서 독수리들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동안, LA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주석님! 맥아더 장군이 임시정부를 방문한답니다!”

“맥아더 장군이 ”

비서의 보고에 김 주석은 각료들과 정 수석차관, 그리고 고 제독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필요한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을 확인한 김 주석은 비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맥아더 장군이 언제 온다고 하던가 ”

“사흘 뒤입니다.”

“왜 온다는 거지 ”

“필리핀에서의 전우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필리핀이라….”

김 주석은 고 제독을 비롯한 21세기에서 온 이들을 바라봤다. 다들 상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사흘 후, 맥아더 장군이 임시정부를 방문했다.

필리핀에서와 달리 말끔한 미 육군 정장을 챙겨 입은 맥아더의 옷깃에는 대장 계급장이 붙어있었다.

김 주석을 위시로 한 임시정부 각료들과 간단한 상견례가 이어진 다음, 일행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LA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

그나마 친분을 많이 쌓은 편에 속하는 고 제독이 나서서 용건을 묻자, 맥아더는 웃으며 방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워싱턴과 니미츠에게 볼 일이 좀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여기 있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워싱턴과 니미츠 제독에게 용건이 있으시다고 하셨습니까 ”

“맞소. 호주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나나 내 부하들이나 모두 지친 상태요. 이제 슬슬 필리핀으로 돌아가야지. 여러분들도 같이 하시는 것이 어떻소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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