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90화 공돌이 수난기 - 날아라, 짬타이거! (9)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상황이 병기개발국 전차담당 엔지니어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게 된 것이었다.
당장 105mm로 주포를 교체하라는 기갑부대 지휘관들의 압박에 엔지니어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90mm에 맞춘 주포안정장치를 105mm로 맞추려면 설계에 걸리는 시간은 물론이고, 시행착오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한국 놈들의 주포에 달린 주포안정장치를 베끼면 되잖아!”
“걔들 주포안정장치는 어떻게 구동하는지 이해조차 안 되는 물건입니다! 회로판에 달린 납작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자이로라 그러는데 우리에겐 그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럼 주포 안정장치 빼! 1마일 밖에서 500mm 두께 철판을 꿰뚫는 화력이면 기동사격은 필요 없어!”
“주퇴복좌 시스템 설계도 문제입니다! 신형전차의 포탑에 맞추려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M3 전면 주포 자리에 달아도 좋으니까 당장 105mm 내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 105mm야!”
“M3 전면 주포는 고정식입니다!”
“상관없다니까! 반동은 잡잖아!”
기갑부대 지휘관, 특히 패튼의 막무가내에 지친 엔지니어들은 루스벨트에게서 내려온 시간표를 가리키며 거부를 했다.
“지금 당장 105mm로 주포를 교체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금 당장 생산 시간표를 쫓아가는 것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란 말입니다!”
“시간표 문제는 인력을 더 동원하면 되는 일이야! 어중간한 놈 들고 나가서 깨지는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완벽히 준비하는 것이 더욱 빠른 승리를 가져오는 길이야!”
‘시간표 준수 문제’는 결국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 루스벨트의 책상 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보고서를 보던 루스벨트는 마셜을 불렀다.
“꼭 105mm를 달아야 하는 것인가 ”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처칠이 보낸 대사가 매일같이 날 찾아오는 상황이오. 당장 북아프리카에 지상군 병력을 보내달라고 말이오. 우선 90mm를 장착한 신형전차들로 편성한 부대들을 보내놓고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 아니오 ”
“처칠이 병력 지원 외에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말 외에는 없었소만 무슨 일이 있소이까 ”
루스벨트의 대답에 마셜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잠시 생각을 하던 마셜은 갖고 온 서류가방에서 서류 파일들을 거내 루스벨트의 책상 위에 얹어놓았다.
“처칠이 각하께 몇 가지 사실을 빼 놓은 것 같습니다. 북아프리카의 영국군이 보낸 보고서의 사본입니다. 유럽 주둔 미 육군 작전사령부(ETOUSA..The European Theater of Operations, United States Army) 사령관인 프랭크 맥스웰 앤드루스(Frank M. Andrews) 중장이 입수해 보낸 보고서입니다. 독일이 북아프리카에 신형 전차들을 보냈습니다.”
“신형 전차 ”
‘독일군의 신형전차’라는 말에 루스벨트는 서류철을 펼쳐 들었다. 펼쳐든 서류철 안에는 전선에서 보넨 보고서와 전선에서 찍어 보낸 전차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6호 전차 타이거였다.
“성능은… 전선에서 사용 중인 6파운드 대전차포 무용 ”
루스벨트가 놀라서 고개를 들자 마셜은 설명을 덧붙였다.
“거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 ”
“이 전차의 정보를 알기 위해 한국군에게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 * *
“독일군이 북아프리카에 신형전차들을 내보냈습니다.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제공을 부탁드립니다.”
마셜의 명령을 받은 미육군장교가 영국군에게서 입수한 사진과 전선보고서를 고 제독에게 내밀었다.
서류를 건네받은 고 제독은 바로 송 소장과 원 준장에게 패스를 했다. 사진을 본 송 소장과 원 준장은 바로 신형 전차의 정체를 알아봤다.
“타이거네.”
“타이거로군요.”
“타이거 ”
송 소장과 원 준장의 대답에 미 육군 장교가 고개를 갸웃하자, 송 소장이 짧게 부연설명을 했다.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마셜 장군에게 말했던 독일의 괴수들 가운데 하나요.”
남궁 소령을 포함한 육군 관계자들과 소문난 밀덕인 공군의 안 대위까지 불러 모은 송 소장과 원 중장은 마셜이 보낸 보고서와 사진들을 보여줬다.
“타이거네요.”
“타이거군요.”
“독일식 발음으론 티거였던가 이거 관련자료 한반도 뒤지면 꽤 쏠쏠하게 나올 겁니다.”
의외로 간단하게 정리되던 상황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안 대위가 사진을 봤을 때였다.
“돋보기 좀 주시겠습니까 아니, 됐습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안 대위는 카메라를 켜서 사진들을 촬영했다. 촬영한 사진의 여기저기를 확대해 살피던 안 대위는 고갤르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뭔가 문제가 있나 ”
“이 타이거 우리가 알던 순정이 아닙니다.”
“순정이 아니다 ”
“발이 바뀌었습니다. 순정 타이거의 골 때리는 오버랩 휠이 아니라… 이건 오히려 패튼 같은데요 ”
“뭐!”
* * *
“…따라서, 타이거의 무거운 차체를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 광폭의 캐터필러를 달고, 무게를 균등하게 분할하기 위해 오버랩 방식으로 휠을 달았습니다만, 이게 여러 단점이 있습니다. 휠들 사이에 진흙이나 얼음 같은 것이 끼어버리면 엄청난 부하가 걸리게 되고 바로 미션 나가버립니다. 그래서 현대 전차들이 이 방식을 안 쓰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바로 교체가 가능할까 ”
“제가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100% 확신은 못합니다만. 어차피 같은 토션 빔(Torsion Beam) 방식입니다. 거기에 더해 티거의 무게가 약 45톤, 패튼이 약 44.5톤입니다.
유대인들이 설계도를 넘겨줬고, 원조 외계인 고문가들인 나치 독일이라면 적용에 많은 시간이 안 들어갔을 겁니다.”
안 대위의 말에 송 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유대인들이 대형 사고를 쳐버렸군.”
“그래도 엔진과 미션은 그냥 독일제로군요. 스프로켓이 앞에 있는 것을 보니….”
추가로 설명을 하던 안 대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안 대위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하기야. 저라도 안 쓸 것 같네요. M47의 엔진은 휘발유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휘발유로 숨을 쉬는 놈이니까요.”
* * *
마셜은 루스벨트에게 한국 육군이 보낸 보고서를 내밀었다. 보고서를 읽은 루스벨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빌어먹을 유대 놈들.”
전쟁에 관련된 모든 일들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유대인들에게 욕설을 뱉은 루스벨트는 달력을 바라봤다.
“벌써 1942년 9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주포를 개량하면 시간표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달력을 보며 중얼거리던 루스벨트는 마셜을 바라봤다.
“마셜 장군. 이건 정치적인 문제요…. 진주만 이후 미국국민은 하나로 뭉쳤고, 전의는 최고로 고양되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국민들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소.
무엇인가 강력한 이벤트, ‘도쿄 핫’처럼 강력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오. 주포의 개량은 나중으로 하고, 우선 12월에 북아프리카 전선에 참전부터 하는 것은 어떻겠소 ”
“유대 놈들이 정보를 넘긴 이상, 독일 놈들은 이미 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잘못해서 대패라도 당한다면 국민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질 겁니다.”
“그런가….”
말을 흐린 루스벨트는 답을 찾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마찬가지로 고민을 하던 마셜이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해군을 동원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
“해군을 ”
“예. 지난 지중해 해전에서 대량의 손실을 본 영국이 해군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항공모함을 포함한 대규모 함대를 편성해 지중해로 파견하는 것입니다. 해군이 제대로 움직여준다면 육군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벌어줄 것입니다.”
“괜찮군. 리히 제독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이야기를 들은 리히 제독은 바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곽재우와 강감찬의 합류가 결정 되었다.
또한 FBI가 ‘유대인의 전쟁 시나리오’를 발견해 발표하면서 발끈한 미국인들이 다시 한 번 전의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유대인이 고맙군.”
‘미국 혼자라도 싸우겠다!’라는 자신의 발언이 대문짝하게 실린 신문을 내려놓은 루스벨트는 마셜을 불렀다.
“그 빌어먹을 105mm 진행하도록 하시오. 단, 올해 말까지 완벽한 시제품이 나와야 하오. 만약, 실패한다면 무조건 90mm로 진행을 할 것이오. 우리에게 무한정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오. ‘혼자라도 싸우겠다!’라고 말은 했지만 동지는 많은 편이 좋지 않겠소 ”
“알겠습니다, 각하.”
루스벨트의 결재를 받은 마셜은 당장 병기개발국 엔지니어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 * *
“어르신.”
“왜 ‘
K1E1 3호차의 엔진룸을 살피던 도남규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벌레와 빨갱이, 남궁 소령과 몇 명의 미국인 엔지니어들이 서있었다.
“무슨 일이야 ”
기름이 묻은 손을 닦으며 걸어온 도남규의 물음에 벌레와 빨갱이는 남궁 소령을 돌아봤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남궁 소령이 앞으로 나서 용건을 이야기했다.
“미국 병기개발국에서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협조요청 입니까 ”
“예. 우리 전차의 105mm 주포를 분해해봤으면 한다고….”
“분해 ”
표정이 딱딱해진 도남규는 남궁 소령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분해라고 했습니까 상부의 허가는 받은 겁니까 ”
“위에서는 가능하면 협조를 해달라고….”
“쯧!”
가볍게 혀를 찬 도남규는 눈을 돌려 전차들을 살펴봤다. 전차들을 보며 잠시 고민을 하던 도남규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다는데!”
결론을 내린 도남규는 남궁 소령과 미국인 엔지니어들을 돌아봤다.
“지금 우리 전차 가운데 하나를 오버홀 해야 하는데. 참고하쇼. 단, 조건이 있는데 전자 쪽 부품을 뺀 기계부품들을 좀 생산해줬으면 합니다. 추가로 작업은 여기에서 할 거요.”
벌레는 바로 도남규의 말을 영어로 통역해 엔지니어들에게 전달했다. 벌레의 말을 들은 엔지니어들은 바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외쳤다.
“딜(Deal)!”
병기개발국의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동료를 부르기 위해 달려간 사이, 놀란 얼굴을 한 남궁 소령이 도남규를 붙들었다.
“어르신! 전차 오버홀이라니요! 어느 전차에 문제가 생긴 겁니까 ”
“3호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파워팩을 손봐야 해요.”
“파워팩에 문제라니! 그럼 3호차 못 쓰는 겁니까 ”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전자쪽 문제는 아니라서 말이지요. 바닷바람을 좀 많이 맞아서 그런지 파이프 쪽에 부식들이 생겨서 말이지요. 망할 공무원 놈들.”
“예 ”
도남규는 트러블이 생긴 원인을 설명했다.
“빌어먹을 놈들, 기왕 보내주는 거 창정비할 때 신경 좀 쓰지… 육군한테 주는 거 아니라고 그냥 날림으로 해버렸습니다. 스페어 파트도 얼마 없는데….”
“썅!”
도남규에게서 전말을 들은 남궁 소령은 욕설을 내뱉었다.
* * *
딜이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은 병기개발국의 엔지니어들은 열차 회선 하나를 통째로 할당 받아 각종 계측 자재들과 장비들을 몽땅 싣고 LA로 달려왔다.
특히 주포 파트와 엔진 파트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참석을 했다.
엔지니어들이 도착 후 단 3시간 만에 K1E1들이 세워진 창고가 완벽한 정비창으로 변신했다.
도남규의 지휘 아래 미국 엔지니어들과 정비병들은 문제의 3호차를 완벽히 분해했다.
각각의 부품들을 촬영하고, 수치들을 꼼꼼히 기록한 엔지니어들이 바로 서류와 필름을 챙겨 제조사로 달려가는 동안 다른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전차에 매달려 있었다.
미국 엔지니어들이 달라붙은 것은 주포와 엔진부분이었다.
“어라 저 친구들, 미션이나 그런 것은 신경도 안 쓰는데요 ”
“자기도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잘 아니까.”
“그나저나 저 친구들 105mm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요 ”
부하의 질문에 도남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모르지. 105mm 자체는 50년대부터 써먹었으니까. 문제는 21세기에 만들어진 첨단 탄약과 관통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겠지.”
“포신은 어떨까요 ”
“1톤짜리 포탄을 30km 넘게 날리던 16인치 포신도 만들던 친구들인데 괜찮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