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82화 (82/464)

# 82

82화 공돌이 수난기  날아라, 짬타이거! (1)

1942년 1월.

정확히는 한반도에 실려 있던 KF-5E와 KF-5F가 미군의 지상기지로 옮겨지고 간단한 시범비행이 있은 다음, 미국에 항공기 제조사들 엔지니어들이 죄다 샌프란시스코로 끌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진행된 시범비행과 성능에 관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다음, 마셜 장군은 워싱턴에서 회동을 가진 항공기 제조사 사장들을 앞에 놓고 정부의 의견을 통보했다.

이런저런 수식어와 정치적인 용어들을 다 배제하고 알맹이를 살펴보면 참으로 짧고 간단했다.

“봤지 우리는 이런 전투기가 필요하다! 만들어! 지금 당장!”

정부의 의견을 통보받은 사장들은 엔지니어들을 모았다.

“저거 만들어! 지금 당장!”

하지만, 사장들의 명령을 들은 엔지니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 소재기술 없음.

- 필요한 출력을 낼 수 있는 엔진 없음.

- 개발인력 부족.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나왔지만, 종합해 보면 간단한 것이었다.

“지금 당장 못 만들어!”

엔지니어들이 부정적인 대답을 담은 보고서들이 애리조나 평원의 들소 떼처럼 밀려들자, 사장들은 마셜 장군에게 하소연을 했다.

“시간과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 정부에서 요구한 폭격기들과 전투기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라는 항공기 제조사들의 요청에 미 정부와 군부의 대답은 간단했다.

“예산은 줄 수 있지만, 시간은 줄 수 없다.”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

그 결과 벨, 휴즈,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보잉, 맥도럴, 더글러스 등 쟁쟁한 항공기 제조사들은 연합 개발단(Joint Development Team, JDT)을 창설해 공동 연구에 들어갔다.

항공기 제조사들의 하소연이 단순한 불평이 아니었기에 미 군부는 9전단의 고 제독을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고 제독은 바로 KAI의 강도현 KFX-C 설계수석팀장과 정 수석팀장을 불러 의견을 구했다.

*    *    *

토론회까지 벌이며 이어진 의사결정을 통해, 고 제독은 미 행정부에 KF-5들을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전달했다.

고 제독의 결정을 들은 미 행정부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심하게 낡은 기체이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은 위험하다는 말을 들은 미 행정부는 바로 2개 사단의 병력을 동원해, 2기의 KF-5E와 2기의 KF-5F를 비밀기지로 이송했다.

훗날 ‘에어리어51’로 알려진 비밀기지에서 KF-5F 2기는 샅샅이 분해가 되었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들에서 추려진 엔지니어들이 숙식을 잊어가며 각 부분의 정밀계측 및, 각 금속부품들의 성분 조사, 설계 개념 연구 등의 ‘역설계’ 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쪽에서 열심히 역설계 과정에 들어가는 동안, KAI의 설계팀원들은 프로펠러 전투기에 익숙한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기체들을 설계할 때 필요한 새로운 개념들에 대한 교육에 들어갔다.

*    *    *

교육과정에서 후퇴익이나 면적법칙과 같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본 KAI의 설계진들은 실증에 들어갔다.

“이 기체를 개조해 보겠습니다. 단, 엔진은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KAI 설계팀원들이 선택한 기체는 ‘벨 P-59 에어라코멧(Bell P-59 Airacomet)’이었다.

제트 엔진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속도가 시속 416마일(약665km/h)에 불과한 기체의 주익을 직선에서 후퇴익으로 바꾸면서 약 30마일(48km/h)의 속도 증가가 이뤄졌다.

거기에 더해 면적법칙을 활용한 동체 재설계가 병용되자, P-59의 최고속도는 시속 500마일(800km/h)를 돌파했다.

“우오오~!”

KAI 설계팀이 보여준 증거를 확인한 엔지니어들은 감탄을 하며 열광했다.

한편, 뒤에서 모든 과정을 보던 미 육군항공대의 고급 지휘관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딴생각을 했다.

“저 ver.2기체 말이야… 바로 채용할까 ”

“괜찮을 것 같은데요 ”

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KAI의 설계진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거 전투기로 못 씁니다.”

“어째서 ”

“그냥 속도에만 맞춘 설계라서요. 전투기로 쓴다면 당장 기골부터 다시 설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엔진이 너무 안 좋습니다. 지금 KF-5에 들어가는 J-85엔진의 역설계 시제품이 나온다면서요 거기에 맞춰서 다시 설계하자면 처음부터 ROC 제대로 맞춰서 설계하는 것이 나아요.”

“저거 수정하고 다시 수정하는 시간과 새 기체 만드는 시간이 비슷할 겁니다. 영국제 엔진을 단 머스탱과 기체를 개량하고 무장을 개선한 콜세어가 이미 생산해서 배치 중이지 않습니까 ”

제트 전투기에 관해서는 가장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KAI설계팀이 반대하고 나서자 미 육군항공대는 입맛만 다시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물러섰지만, 미 육군항공대는 만만한 상대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당장 저 KF-5타이거와 비슷한 성능의 제트전투기를 개발하라!”

“B-29보다 우수한 폭격기가 필요하다! 제트 엔진을 사용한 폭격기를 내놔라!”

미 육군항공대의 닦달에 제조사들은 울상을 지었고, 옆에서 보던 KAI 설계팀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폭격기고, 전투기도 다 좋은데… 우선은 거기에 맞는 조준기부터 만들어야 할 겁니다. 지금 쓰는 조준기들로는 기체의 성능을 못 따라갈 겁니다.”

“맞다!”

KAI 설계팀의 조언을 들은 육군항공대는 관련 장비들을 연구하는 연구소들과 전자회사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조준기 내놔!”

덕분에 KAI의 입장은 ‘때리는 시어미보다 더 얄미운 말리는 시누이’의 처지가 되어버렸다.

*    *    *

돈은 있지만 시간은 없는 ‘참으로 빌어먹을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항공기 제조사들은 연합 개발단까지 만들고, KAI 설계팀의 특강까지 들었다.

하지만, ‘당장 실전에서 압도적으로 적들을 제압할 수 있는’ 제트전투기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설계진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꺾었다.

“그냥 베끼자!”

개발단의 선택은 KF-5의 기체설계를 바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개발단의 선택을 들은 KAI 설계진은 고개를 끄덕엿다.

“합리적인 결정인데 ”

“KF-1C나 FA-50처럼 이런저런 신소재를 쓰고, 그 특성을 이용한 물건이 아니라 전통적인 소재만을 쓰는 기체니까….”

“문제는 엔진이지… 추력이 2200파운드라고 했던가 많이 떨어지는 것 아냐 ”

“지금 기술로 J-85 사이즈에 3600파운드, 애프터버너 키고 5000파운드급은 사기지... 아니다! P-59에 달았던 J-31엔진 사이즈와 비교하면… 이것도 사기네 ”

“어쨌거나 기체 설계는 음속도 넘길 수 있는데 심장이 받쳐주지를 못하는구먼….”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모든 일은 나름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미 ‘타이거’라는 전투기명과 형식번호까지 정해져 1942년 11월 즈음에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표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은 갑작스런 암초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그 암초의 이름은 ‘유대인’이었다.

*    *    *

히틀러와 손을 잡은 유대인들이 대량의 자금과 자원, 기술 정보 등을 유출했다는 것을 잡아낸 FBI는 군부와 협조해 대대적인 보안검사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 제트 엔진과 관련되어 상당량의 정보-중요 부품에 사용하는 합금의 합금비율-가 독일의 손에 들어간 것이 발견되었다.

결국, 미 육군항공대와 항공기 제조사들은 제트엔진 부분부터 시작해 전면적인 성능강화에 착수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J-85의 역설계와 생산, 시운전을 통해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각 항공기 제조사와 엔진 제작업체에서 진행하던 차기 전투기용 제트 엔진 개발을 한곳으로 통합해 진행하는 것이었다.

‘공돌이를 갈아 넣는다.’

21세기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던 농담을 미국은 실제로 해버렸다.

GE와 프랫&휘트니의 엔지니어들, 그리고 정부 주관 연구소 및 유명 공과대학의 교수진들을 있는 대로 동원한 미국의 의중은 간단했다.

‘있는 대로 동원해서 밀어 넣어 시간표에 맞춘다!’

‘저러다 죽겠다! 여기서도 공밀레냐!’

자신들이 한국에서 익숙하게 겪었던 일들이 여기서도 벌어지는 것을 본 KAI의 설계진들은 슬쩍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KAI의 설계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워크스테이션급 데스크탑들에 깔려있는 카티아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결과와 개선사항을 개발진에게 전해주었다.

강 설계수석팀장이 가져온 서류를 받아든 엔진 개발팀 치프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강 설계수석팀장을 바라봤다.

매일같이 사무실에만 들어앉아있던 이들이 어떻게 이런 결과치와 개선사항을 가지고 왔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어떻게 ”

“뭐 괜찮은 도구가 있어서 말이지요.”

이에 일부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KAI 설계진이 건네준 예상 결과치와 개선사항을 무시하고 엔진을 만들었지만, 그 실제 결과치가 KAI의 예상수치와 거의 근접하게 나오자 KAI가 내놓은 개선사항에 따라 엔진을 황급히 수정했다.

후일담이지만, KAI설계진이 가진 워크스테이션급 데스크탑들과 카티아 프로그램을 본 엔지니어들을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한다.

“우매한 중생들아! 성물에 경배하라!”

미국 엔지니어들의 사투와 KAI 설계진의 도움에 힘입어 새로운 제트 엔진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완성된 엔진의 성능을 확인한 KAI의 설계진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출력은 7,000파운드에 애프터버너 키고 8,500 이게 가능해 ”

“덩치를 봐라. J-85의 2배가 넘는 사이즈야. 덩치에 비하면 출력이 안 나오는 거라고.”

“F-5에 쌍발로 집어넣는 것은 무리겠네. 천생 단발인가 ”

“엔진 출력이 있으니까, 단발로 넣어도 괜찮은 성능이 나오기는 하겠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이야기를 나누던 KAI 설계진들은 동시에 하나의 기체를 떠올렸다.

“타이거샤크(Tigershark) ”

*    *    *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던가 육군항공대가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속도 문제 때문에 레이더를 사용하는 조준기가 들어가잖아 그럼 아예 제대로 된 레이더를 다는 것은 어떨까 ”

“어차피 사출좌석 들어가잖아 저 KF-5에 달린 사출좌석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사출좌석을 설치할 수는 없을까 ”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연구 중이기는 하지만, 그것까지 지금 달자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라는 것은 잘 알아. 그래서 말인데, 20mm기총의 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기관포의 탑재수를 늘린다던가, 아니면 탑재량을 늘린다던가 ”

육군항공대의 요구에 항공기 설계 엔지니어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합 개발단의 대표로 나선 켈리 존슨은 왜 안되는지에 대해 하나씩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기체의 사이즈가 커져야 합니다. 그러면 엔진이 강해진 이점을 모두 잃게 됩니다.”

“기체의 사이즈를 안 늘리고, 모두 밀어 넣는다 가능은 합니다. 가능은 하지요. 단지 ‘아주 작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조종석에 파일럿이 들어갈 수 없다는 거 ”

육군 항공대와 항공기 설계 엔지니어들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면서 ‘타이거 전투기’의 사이즈는 약 10% 정도 커지는 선에서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최종 완성 도면을 본 KAI의 설계진은 켈리 존슨을 돌아봤다.

“직진 성능은 우수하겠지만, 접근전은 잘해야 동등 적기 파일럿이 실력 좋은 에이스면 선회전에서 당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육군항공대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한 결과물입니다.”

“F-5의 가장 우수한 점 가운데 하나가 날아갔군요.”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엔지니어들은 푸념을 했지만, 공장에서 나온 시제기의 성능에 매우 만족한 육군 항공대는 바로 대량생산과 배치를 명령했다.

*    *    *

대량생산과 배치를 한다고 호기롭게 나섰지만 미 육군항공대는 커다란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최고속도 시속 646.5마일 (1040km/h,마하 0.85), 애프터버너를 가동할 경우 시속 722.5마일(1162.8km/h, 마하 0.95)이라는 성능을 가진 신형기에 익숙한, 교관이 될 파일럿이 없다!

답을 찾던 미군은 결국, 9전단에 손을 빌려야 했다.

미군의 요청에 김 주석을 비롯한 각료들과 군의 지휘관들은 바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에 들어갔다.

- 지금 훈련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에도 지금 배치되고 있는 전투기들을 공급해 달라!

한국의 요구를 들은 미국 행정부는 논의에 들어갔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수락을 하자, 조 소령을 비롯한 파일럿들이 준비에 들어갔다.

*    *    *

“이게 타이거라고요 좀 뚱뚱한데 ”

시험비행을 준비하기 위해 도착한 조 소령의 평가에 동석한 KAI의 강 설계수석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짬타이거’로 부르고 있습니다.”

“짬타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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