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33화 Tokyo raid (4)
“Tokyo raid라… 암, 유명했지. 신문도 호외판이 나돌았고, 라디오에서도 신이 나서 떠들어댔지. 사람들도 신이 났지. 그 전까지는 매일같이 ‘졌습니다, 퇴각했습니다, 항복했습니다.’하는 소리만 듣다가 ‘우리가 한방 먹였습니다!’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안 신났겠나 덕분에 군인들은 신이 났지. 가게에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고, 술집에서도 공짜 맥주를 줬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장에서 틀어주는 뉴스에 도쿄를 폭격하는 영상이 나오는데 극장 안에서 난리가 벌어졌지. 사방에서 휘파람 소리에, 박수소리에…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 일본 천황 궁궐이 날아가는 장면에서 조 소령이 ‘Tokyo Hot!'이라고 외치자마자 여자들이 한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댄 거야! 다들 신문을 통해 한국군 폭격대 지휘관이 여자라는 것을 알았는데 그 때 처음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거지.”
- 새뮤얼 B.톰슨 전직 해군수병.
- 2005년. 2차 대전 종전 60주년 특집 BBC 다큐멘터리.
‘2차 대전 음모론의 총아,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의 4화 ‘Tokyo Hot'에서 참전군인들의 인터뷰 한 토막.
* * *
둘리틀 특공대의 동경폭격이 성공하면서 미국 국민들과 군인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높아진 사기 덕에 미국 민간사회의 전시체제로의 변환은 더욱 빠르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성들도 변했다. 군으로 빠져나간 남성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은 것은 모두가 예상은 한 일이었지만,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도 남성들처럼 전투에 참가할 수 있다며 참전을 할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폭격을 성공한 공훈을 인정받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서 육군 수훈 십자훈장(Army Distinguished Service Cross)을 받은 한국 공군의 조윤하 소령을 보며 힘을 얻은 여군들과 WASP(Women Airforce Service Pilots.)소속의 여성 조종사들이 실전에 참가할 기회를 줄 것을 줄지어 청원했다.
- 2005년. 2차 대전 종전 60주년 특집 BBC 다큐멘터리.
‘2차 대전 음모론의 총아,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의 5화 ‘대격변'에서 내레이션 한 토막.
* * *
폭격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받은 백악관은 바로 주요 언론사들의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기자회견장의 연단에 선 루스벨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육군항공대와 대한민국 공군의 용감한 조종사들이 워싱턴 시각으로 어제 밤 10시에 일본의 수도 도쿄를 폭격했습니다. 작전은 성공했고, 일본의 군주가 사는 궁과 일본 육군과 해군의 사령부, 주요 해군 시설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전해왔습니다.”
“오오오!”
찰칵! 찰칵!
루스벨트의 발표에 기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짧은 공식 발표 이후, 기자들은 수첩을 꺼내들고 루스벨트와의 일문일답의 시간을 이어갔다.
“희생자는 없습니까 ”
“다행스럽게도 없습니다.”
“육군 항공대라면 폭격기들이 출격한 겁니까 ”
“그렇습니다.”
“어디에서 출격한 겁니까 ”
기자의 질문에 루스벨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짧게 대답했다.
“미래… 샹그릴라입니다.”
“샹그릴라 ”
의문을 표하던 기자들은 곧바로 수첩에 자신들의 생각을 더해 기록했다.
‘미래 신기술 신조함 CV Shangri-La.'
계속해서 일문일답이 이어지던 가운데 기자 하나가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의 군주인 ‘덴노’가 사는 궁을 폭격했다고 하는데 일본이 가만히 있을까요 앞으로의 전황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기자의 질문에 루스벨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분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루스벨트는 얼굴을 마이크 가까이 대고 기자의 물음에 답을 했다.
“지난 1941년 12월8일의 비겁한 기습을 한 일본은 우리 미국의 분노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번 폭격은 그 시작일 뿐입니다. 일본은 누구를 상대로 비겁한 전쟁을 시작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그 답변을 끝으로 루스벨트는 기자회견을 끝냈다. 자리에서 일어나 루스벨트가 나가는 것을 배웅한 기자들은 득달같이 전화기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호외다!”
* * *
둘리틀 특공대의 폭격 소식이 미국 본토를 들끓게 만드는 동안, 샌프란시스코에로 돌아가는 9전단 역시 흥분의 도가니였다. 9전단의 모두를 흥분하게 만든 것은 동경폭격의 동영상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파일럿들의 헬멧들에 붙인 액션캠과 작전에 참가한 전투기들의 건캠 영상, 마지막으로 항모의 비행갑판에서 찍은 발함 영상들을 다 모아 서한승PD와 김인영PD가 밤을 새서 편집을 한 영상본이었다.
유명한 'Top Gun'의 OST와 여러 액션영화들의 OST를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함재기들의 발함과정과 비행, 동경의 목표물들을 폭격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함재기들이 착함하는 과정을 끝으로 구성한 영상을 보면서 9전단의 승무원들은 함성을 질렀다.
“다 좋은데… 처음 함재기들이 발함하는 장면 말이요. 장면구도나 뒤에 깔리는 OST까지 ‘Top Gun'과 너무 똑같은데 이거 표절 아니요 ”
강 대령의 물음에 총편집을 담당한 서PD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마주 모르세요 오마주!”
* * *
작전성공을 기뻐하며 뜨겁게 ‘Up’된 밖의 분위기와 달리 고 제독과 공군 전대장 박 대령이 자리한 회의실은 얼음 같이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2차 대전 당시에도 제일 낙후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의 대공 방어체계를 생각한다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오히려 힘든 일이기는 합니다.”
“그렇기는 하지. 어쨌든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야. 처음 9전단을 이끌고 제주도에서 출항했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확 풀리는군.”
“심정적으로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전략적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고쿄 폭격 때문에 그런 건가 ”
고 제독의 물음에 박 대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폭격목표를 상정할 때부터 고쿄는 ‘뜨거운 감자’였다.
* * *
“폭격 목표 1순위로 올라온 천황궁… 천황이라는 단어가 이성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더러운 느낌이 드는군. 일본어로는 천황궁을 뭐라고 부르나 ”
고 제독의 지적에 회의에 참석한 빨갱이가 손을 들고 대답을 했다.
“고쿄라고 합니다. 한자로는 황거(皇居)라고 씁니다.”
“그래 그럼 고쿄라고 쓰도록 하되, 한자는 병기하지 않는다. 알아서 앞에 하늘 천자라던가 임금 황자를 붙여줄 필요는 없지 않나 ”
“없습니다!”
“좋아. 그럼 고쿄를 폭격목표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지.”
고 제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참석자들의 의견은 찬반 양쪽으로 갈라졌다.
“당연히 폭격을 해야 합니다! 고쿄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그 가치를 생각해 보십쇼!”
“바로 그 고쿄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가치로 인해 폭격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하면 일본인들을 하나로 뭉쳐 더욱 강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해보십시오! 경술국치 이후 태어난 식민 1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는 시점입니다! 한반도 내에서 임정과 독립운동의 의미가 거의 희석된 상황인 겁니다! 지금 임정과 독립의 의미를 다시 각인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고쿄는 안 됩니다! ‘조선인이 고쿄를 폭격했다!’라는 말이 퍼지면 관동대지진에 있었던 조선인 대학살이 또 벌어질지 모릅니다!”
“일본 놈들이 학살을 벌이면 우리한테는 이익입니다! 연합국은 일본을 더욱 적대시할 것이고, 한반도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들은 피지배식민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지리한 토론이 벌어진 끝에 표결이 이어졌고, 표결의 결과 고쿄의 폭격이 결정되었다.
* * *
고쿄 폭격 대신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완전파괴를 주장했던 이가 박 대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고 제독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그래서 내가 이중교와 고쿄의 정문을 폭격목표에 넣은 것일세. 일본의 민간인들이라도 제지를 받지 않고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이중교와 정문일세. 그것을 날려버려서 폐허로 만든다면 일본인들도 지금 자신들이 전쟁 중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걸세. 고쿄 깊숙이 숨어서 ‘현인신(現人神)’이자 수호신의 대접을 받는 이의 맨살을 드러내 보이게 만드는 거야.”
“조선인을 상대로 학살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악마 같은 생각이지만 학살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어. 이유는 알고 있지 ”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문제는 이만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 ”
“항공폭탄의 재고부족입니다. 1,000파운드 LGB와 500파운드 KGGB 각 18발과 40발, 그리고 벙커버스터 20발을 제외하면 일반 무유도 항공폭탄은 지난 필리핀 후퇴전과 이번 폭격을 통해 완전 소진되었습니다.”
“무유도 항공폭탄의 재고 부분은 미국에 생산을 요청하지 않았나 미국도 수락을 한 걸로 아는데 ”
“문제는 미국이 아직 전시경제체제로 완벽하게 체질을 변경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보급까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미군이 지금 사용하는 항공폭탄을 사용하는 방안은 어떤가 ”
“고속에서의 공기저항에 따른 조종안정성 문제가 있습니다.”
“속도가 조금 느려져도 지금 시대 어느 나라 전투기들보다 빠르지 않나 ”
“날개 주변에서 형성되는 기류가 문제입니다. 잘못하면 자기가 투하한 폭탄에 자기 날개를 날려 먹을 수 있습니다. 그 문제를 피하자고 속도를 필요 이상으로 늦추면 구식 대공포에도 격추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군의 현용 항공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가장 최후의 방안입니다. 거기에 미군의 현용 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검증과정이 필수로 들어가야 합니다.”
“검증이라… 비전투손실도 각오해야겠군.”
“똥파… 아니, F-5와 FA-50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알았네. 수고하게.”
* * *
샌프란시스코 만에 호넷을 포함한 함대와 9전단이 들어서자 요란한 환영행사가 벌어졌다. 먼저 대기하고 있던 소방선이 항구의 입구에서 멋들어진 분수를 만들며 함선들을 환영했다.
또 함선들이 접안을 시작하자 부두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악대가 미국과 한국의 해군 군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뒤덮었다.
접안을 끝낸 함선들에서 홀시 제독과 고 제독을 위시로 선원들이 하선을 하자 환영행사가 이어졌다.
다시 한 번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환영사와 치하가 끝나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둘리틀 중령에게 명예훈장을 달아줬고, 조윤하 소령에게 육군 수훈 십자훈장을 달아주었다.
조윤하 소령의 가슴에 육군 수훈 십자훈장이 달리는 순간, 여성들의 비명이 하늘을 울렸다. 여성들의 비명을 배경으로 조 소령과 악수를 나누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조 소령에게 말을 건넸다.
“소령, 그거 아나 ”
“예 ”
“소령은 지금 여성들의 영웅(heroine)일세.”
한편, 서훈자들의 뒷줄에 서서 행사를 지켜보던 고 제독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야마모토 제독이 지금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