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32화 Tokyo raid (3)
1942년 4월 18일. 동경 표준시각 11시.
“목표지점에 다 왔습니다.”
항법사 포터 중위의 통신에 둘리틀 중령은 부조종사 콜 중위를 돌아보며 성대 마이크의 스위치를 눌렀다.
“우리와 동시에 9전단의 폭격기들이 작전에 돌입하는 것 맞지 ”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안 보이지 그렇게 빠르다고 자신했으면서 지각하는 건가 ”
아직 보이지 않는 9전단의 함재기들을 말하며 둘리틀 중령이 투덜거릴 때, 뒤에 있던 항공기관사 레오나르도 중사가 통신에 끼어들었다.
“9전단입니다! 6시 방향! 바로 머리 위! 빠릅니다!”
레오나르드 중사의 통신에 둘리틀 중령은 고개를 위로 들었다. 둘리틀 특공대의 머리 위로 9전단의 함재기 편대가 지나갔다.
-여기는 레드2. 조금 늦었다.
“여기는 양키1. 환영한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시작하자. 준비는 되었나 ”
-여기는 레드2. 준비는 되었다. 파티는 언제나 환영한다. JAP들이 아주 좋아할 거다.
“여기는 양키1. 좋아 죽을 거다. 여기는 양키1. 모든 편대에 알린다. 파티를 시작하자!”
둘리틀 중령의 명령에 B-25폭격기들과 KF-1C들의 편대들이 좌우로 흩어져 목표물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흩어지기 직전 조 윤하 소령이 무전기의 키를 잡았다.
“여기는 레드2. 전 편대원에게. 역사상 최초로 일본폭격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영광된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음을 잊지 말도록. 삑사리 내는 놈은 죽을 때까지, 아니 역사에 이름을 남겨 죽고 나서도 욕을 처먹을 거라는 것을 명심해라. 이상.”
-카피 댓!
한반도에서 출격한 함재기는 모두 4개 편대 16기. 그 중 공중 엄호를 맡은 1개 편대를 뺀 3개 편대가 폭격을 담당하고 있었다.
한미연합 폭격 편대의 총지휘를 맡은 둘리틀 중령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KF-1C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표물을 찾아갔다. KF-1C들이 노리는 곳은 모두 5곳.
요코스카에 있는 일본제국 해군의 해군공창과 연료기지, 육군성과 육군성의 앙숙인 해군성, 마지막으로 일본의 ‘현인신(現人神)’인 히로히토 천황과 그의 일가가 살고 있는 고쿄(皇居)-1942년인 지금에는 규조(宮城)로 불리는-였다.
고쿄의 폭격을 담당한 이는 조윤하 소령과 그의 요기인 콜사인 ‘오덕’ 안문호 대위이었다.
“여기는 레드2. 대공방어는 없는 초대형 표적이다. 폭격에 실패하면 도쿄 앞바다에 빠져 죽어라!”
-여기는 오덕. 지상 폭격은 제가 더 성적이 좋슴다!
“여기는 레드2. 믿어보겠다.”
짧은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천황의 고쿄가 보이자 조윤하 소령은 폭탄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Target insight! 가자!”
-카피!
폭격이 시작되는 시각. 동경만 근처.
쎄에엑~~~
“응 ”
막 방공훈련이 시작돼서 근처의 방공호로 대피를 하던 동경의 시민들은 하늘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
부우웅~~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비행기 엔진소리에 다시 하늘을 바라본 동경시민들은 쌍발폭격기들의 편대를 볼 수 있었다.
“오늘은 훈련이 거창하네. 폭격기들까지 실제로 동원하고… 어어이!!!!”
“어이~~~!!”
편대를 지어 지나가는 쌍발 폭격기들을 보며 함성을 지르고 손을 흔들던 시민들은 폭격기들에게서 폭탄이 투하되자 기겁을 했다.
콰쾅!
“꺅!”
“뭐야! 저 미친놈들!”
“오폭이라니! 지휘관은 할복을 해야 해!”
폭탄이 떨어졌어도 오폭이라고 생각한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분통을 터뜨릴 때, 사이렌이 다시 한 번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에에엥!
“공습경보! 공습경보!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실제라고 ”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길거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실제상황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하지만 잠시 후, 방송의 의미를 알아챈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방공호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공습이다!”
“피해라!”
* * *
난데없는 공습에 동경 시민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조윤하 소령과 그의 요기는 2,000파운드 열압력 폭탄을 한발씩 궁에 투하하고는 두 번째 목표물을 노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레드2. 궁전에 비해 두 번째 목표물은 크기가 작다. 오늘의 메인 디시니까 각별히 신경 쓰도록.”
-오덕, 카피.
“그럼 가자.”
-카피.
다시금 기수를 교코로 돌린 조윤하 소령은 EOTPG(전자광학 목표추적장치) 모니터에 뜬 십자선에 고쿄의 명물인 니주바시(이중교)를 맞추었다. 파일런에 매달린 LGB(레이저유도폭탄)의 시커와 TPG가 연동이 되는 것을 확인한 조 소령은 트리거를 당겼다.
“Bombs away!"
육중한 2,000파운드 폭탄이 떨어지면서 가벼워진 기체를 조종하면서 조 소령은 모니터를 살폈다. 십자선의 정중앙에 위치한 이중교에 폭탄이 명중하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쥔 조 소령은 요기가 날아간 방향을 살폈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수직상승한 요기가 멋지게 공중제비를 돌자 조 소령은 공용채널로 폭격성공을 외쳤다.
“여기는 레드2! Tokyo Hot! I say again! Tokyo Hot!"
* * *
조 소령이 ‘Tokyo Hot!’을 외치고 얼마 안가 폭격에 참가한 함재기들이 ‘Tokyo Hot!’을 외쳤다. 작전통제센터에서 침만 삼키고 있던 고 제독과 통제센터 요원들은 ‘Tokyo hot!'이라는 무전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
“성공이다!”
“만세!”
함성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흥분을 가라앉힌 고 제독이 요원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조용! 아직 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작전에 나갔던 이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고, 우리 모두가 샌프란시스코에 무사히 도착해야만 작전은 성공이 되는 것이다! 긴장을 풀지 마라!”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던 요원들은 자리에 앉아 크게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고 제독은 통신장교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다른 함선들에게 대공과 대잠에 신경을 쓰라고 전하도록. 독이 잔뜩 오른 놈들한테 물리면 많이 아프니까.”
“알겠습니다.”
통신장교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자, 제독의 옆에 자리하고 있던 강 대령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작전성공 암호가 ‘Tokyo Hot'이라니…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좀 그렇습니다.”
“왜 일본 성인영상물 업체 상호여서 ”
“그렇습니다. 품위가 떨어집니다.”
강 대령의 대답에 고 제독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히려 좋지 않나 난 일본 놈들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대동아 공영권이네 뭐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결국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저질들에게 어울리는 아주 저질스런 단어 아닌가 ”
* * *
무사히 폭격을 끝낸 KF-1C들은 동경만 상공에서 다시 대형을 정비했다. 대형의 선두에 자리를 한 조 소령이 편대의 상태를 살폈다.
“여기는 레드2. 혹시 기체에 구멍을 낸 멍청이는 없겠지 이상.”
조 소령의 농담에 통신망은 웃음소리가 넘쳤다. 훈훈한 분위기가 넘치는 가운데 조 소령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여기는 천리안1. 일본 놈들의 전투기가 떴다. 스피어 편대와 합류해 양키들을 엄호할 것. 이상.
“여기는 레드2. 카피.”
레이더로 상공과 해상을 감시하고 있던 E2D가 보낸 통신에 답한 조 소령은 편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기는 레드2. 통신 들었지 고도를 높인다.”
-카피.
10분 후, 폭격을 끝낸 둘리틀 특공대가 귀로에 올랐다. 조 소령과 편대원들은 고고도에서 귀로에 오른 둘리틀 중령의 B-25 편대를 내려다보았다. 폭탄을 투하해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전속력으로 탈출하는 B-25들을 보며 안문호 대위가 중얼거렸다.
“차암~ 빠르다 빨라… 저거 KT-1보다 느린 것 같은데….”
-느린 것 같은 게 아니라 느리다.
-저것도 빨갛게 칠하면 3배 빨라질 것 같은가
-뿔도 달아야 하지 않을까
콜사인 오덕답게 덕후인 안문호 대위를 중심으로 잡담이 통신망을 채우자, 조 소령이 상황을 정리했다.
“여기는 레드2. 잡담은 그만! 둘리틀 편대가 안전지역으로 갈 때까지 레이더를 잘 살핀다. 이상. 그리고 3배 빠른 거와 뿔에 관한 개그가 언제 개그인데 아직까지 써먹는 거냐 아재 인증하지 말고 임무에 충실하도록. 이상!”
-카피!
둘리틀 편대의 마지막 B-25가 동경만 바깥으로 사라지자 조 소령의 편대도 선회비행을 중지하고 중간급유지점으로 기수를 돌렸다.
“레드2가 천리안1에게. 퇴출을 시작한다. 관제를 부탁한다. 이상.”
-여기는 천리안1. 확실히 보고 있다. 이상.
한미 연합 편대의 퇴출은 순조로웠다. 미리 약속된 공중급유 지점에서 2차 공중급유를 마친 조 소령의 편대는 전기 모두 안전하게 착함도 성공시켰고, 격납고에서 뜨거운 축하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나서 둘리틀 중령의 B-25편대가 도착했다는 통신이 들어왔고, 9전단이 탑재한 모든 헬리콥터들과 고속단정들이 준비를 하고 바다로 나섰다.
잠시 후, 하늘에 B-25 폭격기들이 나타났다. 자동비행으로 맞춰진 폭격기들이 직선비행을 하는 동안 승무원들이 하나둘 폭격기에서 뛰어내렸다.
하얀색 낙하산들이 바다에 떨어질 때마다 고속 단정들과 헬리콥터들이 달려들어 폭격기의 승무원들을 건져 올렸다. 그 결과, 헬리콥터들과 단정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했던 실험에서 측정된 2시간 30분보다 30분이 빠른 두시간만에 모든 조종사들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헬리콥터들이 착함을 하고 바다에 내려진 고속단정들도 다시 선체에 수납하는 과정이 끝나자 9전단과 16기동부대는 29노트의 속도로 미국을 향해 내빼기 시작했다.
“조기경보기와 그 호위기들도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런가 오늘 수고 많았네.”
박 대령의 보고를 받은 고 제독은 통제센터 벽면에 걸린 초대형 모니터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이해가 안 가는군.”
“무엇이 말씀입니까 ”
“일본군의 움직임이 말이야.”
고 제독의 지적에 강 대령과 박 대령은 벽면에 걸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모니터에는 한반도 소속 E2D가 감지한 일본 육해군의 항공기들과 함선들의 시간대별 움직임이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모니터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본군의 움직임을 보면 다음과 같았다.
공습직후 동경으로 이동했지만 둘리틀 특공대를 놓친 일본 전투기들은 중국 쪽 방향으로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연료가 떨어진 전투기들을 대신해 날아오르는 전투기들도 대부분 동경 근처와 일본의 서남부 지역의 기지들에서 출격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수색방향도 중국을 향하고 있었다.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E-2D 레이더의 탐지거리에 들어와 있던 함선들의 행적은 중국을 향하고 있었다.
일본군이 왜 저렇게 움직였느냐를 놓고 한반도의 지휘부는 고민을 하는 가운데 박 대령의 참모가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은 폭격대가 중국에서 출발한 걸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
“중국에서 ”
“그렇습니다. 미해군의 함재기 가운데 쌍발폭격기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항모에서 출격시켰을 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군.”
“확실히 그렇습니다.”
참모의 의견에 고 제독과 강 대령, 박 대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이해가 갔는지 고 제독의 얼굴은 한결 개운한 표정이었다.
“일본놈들이 알아서 엉뚱한 길로 간 덕에 뒤통수 맞을 일은 줄어든 것 같군.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갈 때까지 대잠 위주로 경계를 취하고, 대공은 각 함선의 대공레이더만을 활용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긴 하루도 지났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수고하게나.”
한결 가뿐해진 마음으로 고 제독은 자신의 선실로 돌아갔다. 물론 제독을 제외한 다른 승무원들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풀 수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