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31화 (31/464)

# 31

31화 Tokyo raid (2)

“마이크! 6시 방향, 적!”

“떼어낼 수가 없어!”

“잡았다! 오늘 아이스크림은 네가 사는 거다!”

“Shit!"

휴게실에 들어선 홀시 제독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게 무슨….”

휴게실 한쪽에서 한미 양국의 파일럿들이 조이스틱을 붙잡고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붙잡고 모니터에 코를 박은 채 유명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었다.

“PC방이냐….”

눈앞의 광경이 기가 막혀 작게 중얼거린 박 대령은 냅다 고함을 질렀다.

“전체 차렷!”

우당탕!

게임에 정신이 팔려있던 파일럿들은 박 대령의 고함소리에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신병마냥 바짝 얼은 상태로 서 있는 장교들과 그들의 뒤에 있는 모니터들을 본 홀시 제독은 앞에 선 장교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 이름이 뭔가 ”

“중위 로버트 E. 라이먼입니다!”

“그래. 라이먼 중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

“조종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조종기술 ”

흥미가 동한 홀시 제독은 중위의 등 뒤로 보이는 모니터를 흘깃 바라보았다.

“라이먼 중위, 좀 비켜보게.”

“옛!”

라이먼 중위가 옆으로 한발 비켜서자 홀시 제독은 모니터의 영상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런데 나치 전투기로군 귀관은 폭격기 파일럿 아니었나 ”

“적의 장비를 연구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일본으로 가고 있네만 ”

“죄송합니다!”

“적의 장비를 연구한다는데 죄송할 것 까지는 없고… 그건 그렇고, 고 제독.”

“말씀하시지요.”

“저 게임 속의 비행기들… 실제 기체와 비교하면 어떻소 ”

홀시 제독의 질문에 고 제독은 박 대령을 돌아봤다. 무언의 질문을 받은 박 대령은 참모를 노려봤고, 참모는 한쪽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조 소령을 노려봤다. 결국, 무언의 내리갈굼 끝에 조 소령이 나서서 홀시 제독에게 대답을 했다.

“러시아 기체를 빼면 다른 기체들은 실제 기체의 성능과 별반 차이 없습니다!”

“호오 여성 파일럿이 실전에 참가를 귀관 계급은 ”

“소령입니다. 제독님!”

“전과는 ”

“폭격기 격추2! 구축함 격침1 입니다!”

조 소령의 대답에 이어 박 대령이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

“Top Gun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Top Gun "

“공중 사격대회 1위 타이틀입니다.”

“인재로군. 만나서 반갑네, 소령.”

“영광입니다!”

조 소령과 악수를 교환한 홀시 제독은 본격적으로 조 소령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계속 질문을 하지. 저 가상의 기체들이 실제 기체와 거의 동등한 성능을 어떻게 아는가 ”

“실제기체의 제조사와 군이 기록한 성능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 러시아, 아니 소련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어째서 ”

“러시아에서 만든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말일세. 귀관은 지금 소비에트 러시아와 러시아를 구분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귀관의 시대에는 소비에트 러시아에 문제가 생겼나 ”

“제가 어렸을 때 붕괴했습니다.”

“하하하! 요즘 내가 들은 소식 중에 가장 좋은 소식이군. 하하하!”

홀시 제독은 파안대소를 하며 조 소령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너무 웃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가볍게 닦아낸 홀시 제독은 휴게실에 모인 장교들을 향해 짧게 훈시를 했다.

“비록 가상의 기체를 모는 것이라지만 기량의 연마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보기가 좋다. 하지만! 작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과하게 몰입해 컨디션을 망치는 일이 없게 주의하도록!”

“Yes, sir!”

*    *    *

1942년 4월 18일. 동경시각 새벽4시.

동경에서 약 1,200km 떨어진 망망대해에 어선 한 척이 떠있었다. ‘제23닛토마루’라는 선명이 써진 어선의 선교에는 두 명의 선원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진짜 지루하네. 고기도 못 잡고 이게 무슨….”

“쉿! 입 조심해! 그러다 목 달아날라….”

“그러기에 애초에 왜 전쟁은 벌여가지고….”

동료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자 불평을 터뜨렸던 선원은 자라목을 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전쟁이 벌어지자 일본은 어선들을 징발해 조기경보망을 구성했다. 90톤에서 150톤 정도의 크기의 어선들은 무전기와 자위용 소총 몇 자루를 싣고 바다에 나와 경계망을 구성했다.

항해와 선체 보수를 맡은 어부들과 통신을 담당할 소수의 해군으로 구성된 이들을 태운 어선들은 평균 20일 주기로 다른 어선들과 교대를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대본영 발표는 연일 승전보를 외치고 있었기에 병사들의 분위기는 처음 징발당해 나왔을 때보다는 조금 느슨해져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징발을 당한 어부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를 통한 외침을 경계하느라 긴장한 것이 아닌 같은 배를 타고 있는 해군들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거나 꼬투리만 잡히면 기본이 매타작에 심하면 목이 날아갈 수 있었다. 자기들 말로는 육군보다는 신사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들 역시 해군‘나리’들이었으니까.

두 명의 어부들이 지루함을 이기며 먼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 그들이 탄 어선의 등 뒤쪽-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을 향한-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수함이 소리 없이 부상했다. 갑판과 커닝타워의 해치가 열리고 미군 잠수함 승무원들이 조용히 맨발로 뛰어나와 덱건과 중기관총을 겨누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Fire.”

커닝타워에 자리를 잡은 함장이 조용히 사격개시를 명령하자, 준비하고 있던 함포와 기관총들이 동시에 제23닛토마루를 향해 불을 뿜었다.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불덩어리가 된 제23닛토마루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생존자는 ”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적이 무선을 송신했나 ”

“무선신호는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함장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음 목표를 노린다. 제16기동함대가 오기 전까지 확실하게 통로를 청소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잠항!”

“잠항!”

제23닛토마루를 날려버린 잠수함은 다시 조용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    *    *

1942년 4월 18일 오전 6시.

‘개전 이후 최초로 벌어지는 일본 본토 공습’이 시작되었다. 3척의 항모들 사이로 신호기와 발광신호가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호넷과 한반도의 비행갑판에서는 B-25 폭격기들의 최종점검을 하는 정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7시 반. 폭탄의 적재까지 끝난 폭격기들의 파일럿들과 승무원들이 각자의 폭격기에 오르기 시작했다. 발함관제요원의 수신호에 따라 가장 앞쪽에 대기하고 있던 폭격기의 엔진이 돌기 시작했고, 폭격기는 서서히 출발 대기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공관제소에서 그 광경을 보던 박 대령이 작게 투덜거렸다.

“캐터펄트를 쓰지 못해 아쉽군.”

“노즈 기어를 개량할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참모의 대답을 들은 박 대령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혀를 찼다.

“출발합니다.”

슈터의 수신호를 받은 첫 번째 B-25가 한반도의 비행갑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갑판을 벗어나자마자 아래로 사라졌던 B-25가 곧 고도를 높이며 위로 날아오르자 갑판에 있던 발함관제요원들이 주먹을 치며들며 함성을 질렀다.

“Yeah~~~~!"

가장 앞에 있기에 가장 짧은-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넷보다 50피트는 더 긴-활주거리를 달려야 했던 1번기가 발함에 성공하자 나머지 B-25의 파일럿들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례차례 발함에 성공했다. 발함에 성공한 24대-한반도에 실렸던 8대와 호넷에 실렸던 16대-의 B-25들은 함대 상공에서 대형을 짜고는 곧바로 도쿄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    *    *

“손님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정확하게 동경 표준시각 8시 10분에 한반도와 호넷에서 폭격기 24기가 출격을 완료했습니다.”

“다 잘 떠났군.”

“그렇습니다.”

함교에서 B-25폭격기들의 출발을 본 고 제독은 강 대령을 돌아봤다.

“그럼 우리도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고 제독의 명령을 들은 강 대령이 명령을 전파했고, 9전단만의 메인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삐잉! 삐잉!

무선 데이터 통신을 통해 자신이 향해야 할 함재기, 그리고 그 함재기에 탑재될 무장에 관한 데이터를 전달받은 무인 캐리어들이 경고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기고에서 항공폭탄들과 미사일들, 기관포탄들을 적재한 무인 캐리어들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갑판으로 올라온 무인캐리어들은 마찬가지로 격납고에서 올라와 대기하고 있는 함재기들로 향했고, 대기하고 있던 무장사들이 달라붙었다.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나고 안전핀의 리본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파일럿들이 자신들이 탈 함재기의 주위를 살피며 기체와 무장상태를 검사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VJ들이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VJ들이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는 가운데 드디어 함재기 발함의 첫 타자로 조기경보기인 E2D가 캐터펄트에 결속을 했다.

블래스트 디플렉터가 세워지고, 두 개의 터보프롭엔진이 최대로 돌면서 슈터는 몸을 아래로 낮췄다. 곧이어 슈터의 Go사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캐터펄트로 쏘아진 E2D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E2D와 그를 호위할 호위기 편대가, 그 뒤를 이어 중간지점에서 1차 공중급유를 해줄 급유기들의 발함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폭격에 참가할 함재기들이 2발의 2,000파운드 폭탄을 양 날개에 달고 캐터펄트를 이용해 차례차례 하늘로 발함을 하기 시작했다.

20분 후, 한반도의 머리 위를 돌며 대형을 구성한 폭격팀의 함재기들이 도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작전에 참가할 전투기들의 발함이 끝났지만 한반도의 갑판요원들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스크램블을 맡을 기체들을 준비하고, 낙하산으로 탈출해 바다에 착수할 미군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설 헬리콥터와 구조장비들을 점검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정비원들은 가끔씩 도쿄쪽 하늘을 바라봤다.

“잘 되겠지 ”

“설마 눈으로 보고 쏘는 대공포에 떨어지겠냐 ”

함교에서 함재기들의 발함과정을 끝까지 다 본 고 제독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무사히 다 출발을 했군. 다행이야.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한반도에 오기 전부터 정예라고 소문났던 이들입니다.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일세. 우리가 알던 역사보다 더 크게 당한 일본이 어떻게 할지….”

고 제독의 우려에 강 대령은 별 것 아니라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기껏해야 미드웨이 전투의 규모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그 똑똑하다는 야마모토라면 자기들의 한계를 잘 알고 있겠지요.”

“나는 야마모토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네.”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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