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30화 Tokyo raid (1)
“부대 지휘관이 나와 부조종사, 그리고 내 폭격기의 승무원들을 소집했기에 가보니 둘리틀 중령이 같이 있더군. ‘자네 팀이 이 부대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며 ’라고 묻기에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하고 대답했지. ‘일본을 상대로 기밀 작전이 있다. 힘든 훈련이 기다리고 있고, 훈련 과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만약 작전에 참가한다고 쳐도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고, 죽을 확률은 매우 높다. 참가하겠나 ’하고 묻더라고. ‘JAP들에게 한방 먹이는 겁니까 ’하니 그렇다기에, 난 두말 않고 대답했지. ‘하겠습니다.’라고 말이야. 부조종사와 승무원들도 모두 하겠다고 나섰고 말이야.”
- 제임스 드노비치. 전 공군중령.
“훈련이 거의 마무리 될 즈음에 작전에 들어갈 1차 선발진이 발표가 되었지.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내 팀은 없더라고. 그날 밤, 나하고 내 팀은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해버렸지. 다음 날부터 부대로 돌아가라는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데 한 닷새 지났나 탈락자들도 전원 작전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거야! 어떻게 된 이유인지 이리저리 알아보니, 극장 뉴스에서 본 그 한국 항공모함이 태워주겠다고 했다더군. 그 소식을 들은 밤, 작전에 참가하게 된 모든 파일럿들과 승무원들이 파티를 열고는 코가 비뚤어지도록 취해버렸지.”
- 로버트 S. 와이즈만. 전 공군대령.
- 2005년. 2차 대전 종전 60주년 특집 BBC 다큐멘터리.
‘2차 대전 음모론의 총아,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의 4화 ‘Tokyo Hot'에서 참전군인들의 인터뷰 한 토막.
* * *
정 수석팀장이 리숭민을 배제하는 문제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동안 고 제독과 박 대령 일행은 미국의 장성들과 ‘동경 공습작전’을 조율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이 합류를 한 덕에 우리는 작전수행과 태평양전선의 전력 배치에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에 대한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 역시 이번 작전에 동참할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서로 상대를 칭찬하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넘치는 가운데 ‘Tokyo raid' 작전에 대한 마지막 조율이 진행되었다.
미국이 ‘둘리틀 특공대’를 편성해 일본 본토 폭격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고 제독은 여독이 풀리자마자 워싱턴으로 달려가 9전단도 작전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미국 역시 작전 수행과 동시에 태평양 전선 방어를 해야만 하는 태평양함대의 전력부족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때를 맞춰서 들어온 고 제독의 제안은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였기에 미국은 쾌히 승낙을 했고 작전에 동참할 9전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9전단이 작전에 참가하면서 미군의 준비도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작전에 참가할 B-25폭격기의 수가 16기에서 24기로 증가한 것이었다.
“폭격기의 수를 늘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
“16대로 정했던 것이 이유가 있는데 탈락자들은 490피트(150m)에서 이륙에 실패한 이들입니다.”
“한반도의 이륙갑판은 그보다 50(약15m)피트는 더 깁니다. 설마 그 거리에서도 못 뜨는 멍청이들입니까 ”
“그건 아니오!”
“그럼 문제는 해결 됐네요.”
결국, 작전에 참가할 폭격기의 수는 24기로 확정되었다. 작전에서 밀려나 분통을 터뜨리던 미군 파일럿들은 자신들도 작전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축하 파티를 열었다. 술에 얼큰히 취한 미군 파일럿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한국 해군 만세!”
그 다음으로 9전단이 나서게 된 항목은 둘리틀 특공대가 예상보다 먼 거리에서 작전을 시작하게 만든 일본 해군의 감시선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9전단의 문제제기를 들은 니미츠는 사실 확인을 위해 잠수함들을 해당 지역에 파견시켰다.
“진짜로 감시선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잘못하면 작전이 시작되고 큰 낭패를 당할 뻔 했습니다.”
“처리는 어떻게 할 겁니까 ”
“작전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 잠수함들이 제거할 것입니다. 기습 작전의 성공을 위해 작전지역 도착을 알리는 최후 보고 이후로 제거에 성공하면 무선침묵, 실패하면 무선으로 실패를 알릴 것입니다.”
“괜찮은 방법입니다.”
의견 조율, 아니 의견충돌이 벌어진 곳은 공습의 규모와 공습이 끝난 이후였다. 미국은 한반도를 단지 B-25의 발진을 위한 플랫폼으로만 사용하고자 했고, 9전단은 폭격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다음 충돌은 공습 이후 귀환문제였다. 미국은 중국 또는 러시아와 협의해 폭격기들을 해당국가 영토에 착륙시키고 승무원들만 귀환시킨다는 처음 계획을 고집했다.
하지만 9전단은 그 계획에 강하게 반발을 하고 나섰다. 발함한 함재기들을 귀환시켜야 하고 더불어 어느 쪽을 가던 일본이 제공권을 장악한 지역을 지나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9전단은 항모로 돌아와 낙하산으로 탈출한 승무원을 해상에서 회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미국은 해상회수의 위험성과 구조에 소비한 시간으로 인해 미 태평양 함대의 마지막 전력인 항모들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계속해서 한반도 함재기의 작전 참가를 배제한 원안을 고집했다.
양쪽의 의견이 평행선을 그린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고 제독이 어니스트 킹 제독에게 실제로 실험을 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민을 하던 어니스트 킹 제독은 고 제독의 의견을 수락했다.
마침내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 정도 떨어진 태평양해역에서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제 작전과 동일하게 24대의 B-25를 동원해 벌어진 실험에서 9전단은 구조대의 투입과 퇴출까지 2시간 반을 소모했다.
결과를 확인한 미국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기지 제공을 거부했고, 중국으로 향할 경우 일본군이 제공권을 장악한 곳을 지나야한다는 점, 그리고 한반도의 함재기들을 작전에 투입하겠다는 9전단의 고집으로 인해 논쟁은 백악관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결국, 루스벨트가 결단을 내려 미국은 9전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작전계획 전반을 수정해야만 했다.
1942년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물안개가 가시자, 9전단의 함선들이 조용히 샌프란시스코의 군항을 빠져나왔다.
“무슨 야반도주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요란했던 환영식을 떠올리며 이 중령이 투덜거리자, 강 대령은 이 중령을 노려봤다.
“지금 우리가 생도들 데리고 원양훈련 떠나는 거냐 긴장 안 하지 ”
“죄송합니다. 다들 긴장이 과한 것 같아서 잠시 농담을 좀 했습니다.”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라는 말 못 들어봤냐 별 달고, 제독소리 듣고 싶으면 알아서 잘해라.”
“죄송함다!”
“됐고, INS 위치 수정 제대로 했어 ”
“출발 전 기준원점 찾아서 위치확인 했슴다.”
“GPS가 먹통이 된 이상 INS가 제일 중요하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미아 되면 너부터 상어밥으로 던져줄 줄 알아.”
“걱정 마십쇼!”
“너 같으면 걱정 안하겠냐 ”
“함장님! 카메라 좀 봐주십쇼! 이러다 저 역사에 길이 남을 바보로 찍히겠슴다!”
계속되는 강 대령의 핀잔에 이 중령은 카메라를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다. 함교 한구석에서 붉은 빛을 반짝이는 카메라를 보고 잠시 멈칫하던 강 대령은 곧 근엄한 목소리로 이 중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본 함장은 작전통제센터에 가보겠다. 부장은 함선 제대로 관리하도록.”
“알겠습니다, 함장님!”
어느새 ‘멋진 해군의 표상’처럼 변신한 강 대령이 함교에서 사라지자, 이 중령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거 통편집 시키려면 피디한테 뭘 먹여야 하나….”
* * *
“무사히 외해로 나왔습니다.”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군.”
농담과 진담이 섞인 고 제독의 평가에 강 대령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계획을 다시 한 번 살펴보세.”
고 제독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홀로그램의 조작패드를 두들겼다. 잠시 후, 홀로그램 투영장치는 앞으로의 항로와 작전일자를 3차원의 입체영상으로 허공에 투영했다.
“내일 오후 1시 경에 항모 호넷과 합류를 하고, 4월 13일에 엔터프라이즈와 합류, 4월 18일에 작전 결행이라… 샌프란시스코에는 5월 초에나 돌아올 수 있겠군.”
“우리 함선들만 움직인다면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주역은 우리가 아니니 어쩌겠나 ”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독립지사들과 시간이 엇갈릴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잘못하면 죽 쒀서 개를 주는 것은 아닌지….”
강 대령의 푸념에 고 제독은 강 대령을 사납게 노려봤다.
“강 대령. 자네가 말한 개가 누구를 말하는 건가 샌프란시스코에 남아있는 민간인들 ”
“아닙니다.”
강 대령이 부정을 했지만 계속해서 강 대령을 노려보던 고 제독은 한마디를 하며 고개를 돌렸다.
“작전이 끝나고 샌프란시스코에 돌아가서 이야기를 좀 나누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4월 13일. 북태평양.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호넷, 한반도의 함대와 홀시 제독이 이끄는 제16기동부대가 조우를 했다. 한반도에서 엔터프라이즈로 보낸 헬리콥터를 이용해 한반도에 도착한 홀시 제독과 참모진들은 고 제독과 인사를 나누었다.
“미 해군 제독 윌리엄 홀시외다. 만나서 반갑소.”
“대한민국 해군 제독 고재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 제독에 이어 함장인 강 대령을 비롯한 고위 장교들과 인사를 나눈 홀시 제독은 고 제독의 안내를 받아 작전통제센터로 향했다.
“니미츠가 지금부터 나오는 에식스급을 몽땅 넘겨주고라도 얻어야 한다고 말한 그것이군!”
“한반도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통제센터의 벽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들과 홀로그램 투영기를 보며 감탄을 하는 홀시의 모습에 고 제독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홀시의 뒤를 따라 한반도에 도착한 홀시의 참모들은 아예 넋이 나가버렸다.
작전통제센터의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이번에 실행할 작전에 대한 최종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1차 공격대의 출격은 4월 18일 동경시각으로 오전 8시입니다. 공격지점의 도착 예정시각은 동경시각으로 오전 11시. 출격지점은 동경에서 1,100km앞입니다. 2시간 뒤인 오전 10시, 2차 공격대인 본 한반도의 함재기들이 출격을 완료합니다. 2차 공격대의 공격지점 도착예정시각은 1차와 같은 동경시각 오전 11시입니다. 출격지점은 동경에서 1,000km앞입니다.”
“괜찮군. 그런데 말이오….”
대형 모니터를 통해 작전의 개요를 확인한 홀시 제독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엇인가 걸리는 표정을 지었다.
“16기동부대는 1차 공격대가 출발한 지점에서 100km… 잠깐, 100km면 몇 해리지 ”
홀시 제독의 질문에 옆에 대기하고 있던 참모가 메모지에 숫자를 적고 계산을 시작했다. 혹시 몰라 옆에 놔두었던 계산기로 답을 뽑아낸 박 대령이 홀시의 참모보다 한 박자 빠르게 홀시 제독의 물음에 답을 했다.
“55해리가 조금 넘습니다.”
“그렇군. 55해리라… 한반도와 구축함 3척으로 만약의 위협에 충분히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겠소 ”
“충분히 지킬 수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의 함재기들을 미리 준비시키겠소. 만약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출격할 수 있게 말이오.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항모들이니까.”
“그럴 필요가….”
홀시 제독의 결정에 토를 달려던 박 대령은 고 제독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발 물러섰다.
“제독님이 원하신다면.”
자신이 원하는 결정이 내려지자 홀시 제독은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제 한숨이 놓이는군.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JAP들의 기세도 한풀 꺾일 것이 확실하오. 제독만 믿겠소.”
“저 역시 제독님과 미 해군의 건투를 믿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 제독과 힘찬 악수를 교환한 홀시 제독은 가볍게 손을 비비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귀함의 손님들인 우리 육군의 파일럿들은 어디에 있소 ”
홀시 제독의 질문에 고 제독은 박 대령을 쳐다봤고, 박 대령은 참모를 돌아봤다.
“함재기 파일럿들의 휴게실에 있을 겁니다.”
“그럼 가보실까요 ”
“그럽시다.”
박 대령의 눈짓을 받은 참모가 재빨리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이어 홀시 제독과 고 제독, 강 대령과 박 대령, 홀시 제독의 참모들이 줄지어 작전통제센터를 나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