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7화 (27/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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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밀당… 그리고 공밀레, 공밀레… (6)

정 수석팀장이 천만 달러를 부른 덕에 마셜은 트루먼을 불렀고, 트루먼은 국방사문 위원회를 소집했다. 미 육군의 장성들과 트루먼을 위시한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 수석팀장은 자신의 특기인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미국인들을 설득해나갔다.

“…지금까지 보신 바와 같이, 독일군의 전차들이 가진 화력과 장갑은 셔먼에 비해 우세합니다.”

“하지만, 셔먼에 장비된 75mm 주포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독일군의 전차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데 말이오 ”

“4호까지는 상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먼저 보고 먼저 쏘는 놈이 승자’식의 결과입니다. 적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세한 성능이 승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요 여러분, 앞으로의 상황을 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지금부터 미국은 방어자가 아닌 공격자입니다. 이 점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 육군의 장성들은 정 수석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린 반면, 돈줄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은 많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트루먼이 속내를 드러냈다.

“Mr.정. Mr.정의 말이 정론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설계도 몇 장에 천만 달러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설계도 몇 장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걸 생각해 보세요. 미군 병사들이 사망할 경우, 유가족에게는 1만 달러의 보험금이 지불됩니다. 천만 달러면 1,000명의 목숨 값이지요. 그 1,000명 가운데 어쩌면 미래의 장군도 있을 수 있고, 상원의원도, 사업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미래를 책임 질 젊은이들 1,000명의 전사통지서와 그 전사통지서를 받아들 1,000가구의 미국 가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래도…….”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를 생각해 보셔야지요. 이걸로 시간을 벌어 소련과의 레이스에서 앞서 나가야하지 않겠습니까 ”

결국, 정 수석팀장은 현찰 천만 달러를 챙기게 되었다. 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하고 설계도를 입수한 맥네어는 전차의 개발을 담당한 수석 엔지니어를 불러 설계도를 건넸다.

“위에서는 적어도 올해 말 안에 대량배치가 가능하면 좋겠다고 하고 있네.”

“대량 배치라 하시면 ”

“적어도 3개 기갑사단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 ”

맥네어 준장의 말에 숨이 턱 막힌 수석 엔지니어는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봤다. 3월 5일. 금요일.

“벌써 3월 5일입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설계도와 각 장비와 부품의 제원표가 이미 있지 않나 그대로 따라 만들면 되는데 무슨 문제인가 ”

“시제차량을 만들어 테스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브루스 장군과 반즈 장군의 개발팀도 합류할 걸세. 앞으로의 미 육군 전차는 이 한 종류로 통일할 걸세.”

“…알겠습니다.”

“그리고 엔진 개발부서는 이 엔진의 개발이 끝나는 즉시 고출력 고효율 디젤 엔진의 개발에 착수하도록.”

“…알겠습니다.”

점점 죽상이 되어가는 수석 엔지니어의 얼굴을 보며 맥네어는 명령서를 내밀었다.

“이번 일에 관한 대통령의 친필 명령서일세. 대통령께서도 기대가 아주 크시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맥네어의 사무실을 나온 수석 엔지니어는 자신의 차에 앉자마자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Fuck!"

훗날 각종 무기 개발에 관여한 엔지니어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던 ‘과로의 1942년(Overworked 1942)’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기존의 역사보다 한참 빠르게 ‘MBT(Main Battle Tank)'가 탄생하게 된 날이었다.

*    *    *

1941년 3월 25일. 베를린.

“아돌프 갈란트 전투기 총감이다. 최고사령관의 부름을 받고 왔다.”

“이쪽으로.”

회의실 입구를 지키는 초급장교의 안내를 받아 대회의실에 들어선 갈란트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이거 쟁쟁하신 분들은 다 모였군.”

고위 장교들은 물론이고 독일의 대형 항공기 제작사 사장들까지 모인 회의실에 갈란트까지 자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시작되었다.

“최고사령관께서 입실하십니다.”

괴링의 등장을 알리는 장교의 말에 의자에 앉아있던 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일 히틀러!”

“하일 히틀러. 앉도록 하지.”

사람들이 다 자리에 앉자 괴링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군들, 그리고 신사 여러분. 동맹국 일본으로부터 긴급 정보가 들어왔소. 필리핀의 미군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미군의 새로운 폭격기와 조우했다고 하오.”

“새로운 폭격기 얼마 전 배치된 B-17을 말하는 겁니까 ”

“아닐세, 갈란트 총감. 일본에서 사진을 보내왔네. 영상을 틀도록!”

“야볼(Jawohl)!"

회의실 창문에 두꺼운 커텐이 쳐지고 회의실 테이블에 설치된 영사기가 스크린에 영상을 내보냈다.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은 KF-1C가 일본의 보급선을 격침시키는 영상이었다.

필름이 다 돌아가고 백색의 스크린만 남았지만 회의실 안의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괴링은 대기하고 있던 장교에게 손짓을 했다.

“정보부의 분석을 보고하도록.”

“야볼(Jawohl)!"

스크린 앞으로 걸어온 정보담당 장교는 회의실에 모인 이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방금 보신 영상은 필리핀의 라몬 만에서 상륙을 하던 일본군이 공격을 당하는 영상입니다.”

처음의 미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잔뜩 심각해진 얼굴을 한 갈란트는 정보장교에게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누가 촬영한 것인가 ”

“상륙부대와 동행한 일본군 선전부대 촬영반이 촬영을 한 것입니다.”

“일본군의 피해는 ”

“중형 수송선 4척 침몰입니다.”

“공격한 적기의 수는 ”

“2기입니다.”

“몇 기나 격추… 아니, 이건 하나마나한 질문이겠군. 계속하게.”

스스로 하던 질문을 멈춘 갈란트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고, 정보 담당 장교는 계속 보고를 이어갔다.

“일본군의 피해는 방금 알려드린 것과 같습니다. 일본군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이 신예 폭격기가 공격에 돌입할 때의 속도는 약 900km/h 이상, 탈출 시의 속도는 그것보다 더욱 빨랐다는 목격담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영상에 근거해 분석한 공군 기술부의 견해도 동일했습니다.”

“900!”

“격침된 함선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적어도 500kg의 폭탄 2발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1톤이라는 소리인가….”

“그것도 ‘적어도’라는 붙여야할 정도 ”

정보담당 장교는 슬라이드를 통해 문제의 폭격기의 정지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보시다시피 이 고속폭격기는 쌍발 터빈엔진을 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터빈엔진’이라는 단어에 하인켈사의 사장이 끼어들었다. 그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터빈엔진이라고 확실한 정보입니까 ”

“그렇습니다. 정보를 보낸 일본은 이 신예 폭격기가 장착한 것과 같은 터빈엔진의 기술이전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요구를 보고하는 것으로 끝으로 정보장교가 퇴실을 한 다음, 괴링은 자리에 모인 이들을 돌아봤다.

“총통께서는 이 정보에 대단한 관심을 표하셨소. 정확히 말하자면 총통께서는 이 신예 고속폭격기와 동등하거나 아니면 더욱 뛰어난 성능의 폭격기를 최대한 빨리, 적어도 올해 말에는 시제기가 나와 내년 안에 양산기들이 전선에 배치되기를 원하고 계시오. 총통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신예폭격기 1,000대! 1,000대면 다시 한 번 바다사자 작전을 실행해 영국을 무너트리고, 소련을 지도에서 지울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유럽에 발을 못 붙이게 될 것이고 위대한 아리아인의 천년 제국은 반석에 설 것이다!’라고 하셨소. 그리고 또 이런 말씀도 하셨지. ‘저 더러운 유대자본가들의 손에 놀아나는 미국이 만든 것을 우리 뛰어난 아리아인 과학자들이 못 만들 리 없다! 이건 나와 우리 위대한 제국에 대한 충성심의 경연이다!’ 즉, 총통께서는 여러분들의 능력과 애국심에 건 기대가 크오. 나 역시 여러분들이 좋은 결과를 내줄 것을 믿고 말이오.”

괴링이 전한 총통의 말에 항공사 사장들은 사색이 되어 버렸다. 한편, 사진을 유심히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갈란트가 괴링에게 건의했다.

“만약 저런 성능을 낼 수 있는 엔진이 나온다면 전투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통께서는 폭격기를 원하셨네!”

괴링이 거부하자 갈란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제공권의 장악이 우선입니다! 제공권만 잡으면 지금의 폭격기들로도 충분히 늙은 사자를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지난 바다사자 작전 때도 했었지! 그런데 어떻게 되었나 작전은 중지되었다!”

“그건!”

“조용!”

뭐라 항변을 하려던 갈란트는 괴링의 말에 입을 다물고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런 갈란트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괴링은 항공사 사장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본은 저 고속폭격기들은 한번에 4대 이상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며 제반사항을 유추해볼 때 미국 역시 아직 전력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소. 우리 정보부 역시 마찬가지고. 즉, 이것은 시간싸움이오. 미국의 저 고속폭격기가 대량으로 만들어져 영국에 오기 전에 우리가 영국을 무너뜨려야 하오. 그것만이 제국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오. 그러니 여러분들의 건투를 빌겠소.”

괴링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회의가 끝이 났고, 항공기 제작사 사장들은 심각한 얼굴로 회의실을 벗어났다. 한편 빈 회의실에 홀로 남은 갈란트는 심각한 얼굴로 텅 빈 스크린을 노려봤다.

“저런 엔진으로 폭격기를 만들었으면 그것을 호위할 전투기도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왜 안하는 거지 ”

*    *    *

한편, 하인켈 본사로 돌아온 하인켈 박사는 휘하의 엔지니어들을 불러 모으고는 공군사령부에서 가져온 사진들과 분석보고서를 내밀었다.

“일본에서 보내온 사진과 정보를 분석한 보고서다. 미국이 터빈엔진을 사용한 고속폭격기를 만든 것 같다.”

하인켈 박사의 말에 사진을 관찰하던 수석 엔지니어는 턱을 쓰다듬었다.

“흐릿하지만 기체형상을 보면 터빈엔진을 쓰는 기체가 확실해 보입니다. 엔진 자체의 연구야 우리 독일만 했던 것이 아니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만, 실전에 쓰일 수 있을 정도의 기체가 벌써 나왔다는 것이 놀랍군요.”

“실전에 투입된 기체가 나왔다는 것이 문제야. 총통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것과 동등하거나 더욱 우수한 고속 폭격기를 만들어야 해. 그것도 올해 말까지 시제기가 튀어나와야 한다. 만약 성공하면 적어도 1,000대를 만들 수 있다.”

정보부의 분석보고서를 읽던 수석 엔지니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하네! 이번에야말로 저 빌어먹을 매서슈미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야 해!”

하인켈 박사의 말에 수석 엔지니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말씀하시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 엔진부터 고민을 해야겠군요.”

*    *    *

베를린에서 ‘신형 고속 중폭격기’로 고민을 하는 동안 일본은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다.

구레 군항. 전함 야마토의 사령장관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관심이 있으실 것 같아 가지고 왔습니다.”

“줘보게. 흐음…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이라 ”

사령장관실 소파에 앉은 채 해군 정보부 보고서를 읽던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보고서를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우가키 마토메 참모장을 바라봤다.

“대한민국이라면 충칭에 있는 그 불령선인 단체를 이야기하는 건가 ”

“그렇습니다.”

우가키 마토메의 대답에 잠시 생각을 하던 야마모토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훗! 장제스의 허리춤만 잡고 따라다니는 작자들이 장제스도 없는 항공모함 전단이라고 ”

“정보부의 분석으로는 조선반도에 혼란을 일으켜 중국으로 향하는 육상 보급로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술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가키 마토메의 대답에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겠군. 그래서 대책은 ”

“조선 주둔 육군 헌병대의 사찰활동을 강화하라는 대본영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경찰 쪽도 뭐 비슷할 거라고 봅니다.”

“육군 떨거지들과 경찰들만 바라봐야 하는 건가… 뭐, 그거 외에는 답이 없겠지…. 그건 그렇다 치고 필리핀에서 봤던 그 고속폭격기의 정보는 아직 없나 ”

“죄송합니다. 도이치에서도 아직 답이 없었다고 군령부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로군… 문제야…. 해군대신에게 말을 해야겠어. 어쨌거나 수고했네.”

우가키 마토메를 내보낸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위스키가 담긴 잔을 손에 들고 창밖을 내다봤다.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이라… 미국이 급하긴 급했나 보군. 그렇지만… 그 문제의 ‘고속 중형 폭격기’가 거슬려. 상대할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한데… 문제는 시간인가…. 이거 참… 인도를 지나 수에즈까지 손에 넣어 이탈리아, 도이치와 연결만 된다면 미국도 꼼짝 못하게 될 터인데, 저 빌어먹을 육군 쓰레기 놈들이 버마에서 멈춰 섰고….”

사령장관실의 창밖으로 보이는 구레 군항의 풍경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몸을 돌려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바라봤다. 야마모토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하와이였다.

“저 섬이 문제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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