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17화 (17/464)

# 17

17화 Intermission. 숟가락은 늘고, 그릇은 커지고. 오늘도 야근이고 (1)

- 해군과 공군의 이야기.

KCV(Korean Cruiser Voler, 한국형 항공모함)프로젝트는 솔직히 말해 해군이 원했던 정답은 아니었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번번이 우선순위에 밀려 고배를 마시거나 원하지 않았던 장비를 도입해야만 했던 군부, 특히 해군은 또다시 같은 일을 당하자 이를 악물었다. 자신들이 필요한 항모의 필요조건을 만들기 위해 해군 조함단의 간부들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단 하나의 구호를 외쳤다.

“더 이상의 콘서트함은 불필요하다!”

입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ROC(작전요구사항)를 만들기 위한 TF사무실 벽에 현수막까지 걸어놓자, 걱정이 많은 이들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잘못하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고 계획이 엎어지는 것 아닙니까 ”

자신들의 결과물이 휴지쪼가리가 될 것을 우려한 질문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항구에 처박아 놓는 걸로 끝날 거면 그 돈으로 이지스나 장보고3를 더 만드는 게 나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최대한 빠른 전력화’를 제일과제로 두자 당장 장애물로 튀어나온 것이 ‘함재기와 그를 운용할 파일럿의 수급’이었다.

해군 내에는 고정익 항공기, 그것도 제트 엔진을 단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는 파일럿들은 소수의 화물기와 연락기 파일럿들뿐이었다. 아무리 건조와 전력화에 시간이 걸린다지만 그 시간 안에 ‘함재 전투기’ 파일럿들을 양성하는 건 무리였다.

“그냥 다 무인기로 도배할까 ”

“무인기 조정 파일럿들은 어떻게 구할 건데 ”

“…….”

결국,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TF에서는 상부에 해결책을 요구했다. 보고를 받은 상층부 역시 바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난상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저런 격론이 벌어진 끝에 나온 답은 간단했다.

“공군!”

해군의 파일럿 지원 요청을 받은 공군 역시 대책반을 꾸려 타당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해군의 배에 공군의 전투기라…. 이런 2원적인 체계가 가능하기는 해 ”

“가능은 합니다.”

“전례가 없잖아 ”

“전례는 있습니다. 영국군이 그렇게 운영했습니다. 정확히는 모자라는 해군 항공대의 전력을 공군이 채워주는 겁니다.”

“실전 사례는 있나 ”

“포클랜드 전쟁입니다. 아시다시피 영국이 승리했습니다.”

“그래 이겼단 말이지 ”

결국 공군도 해군의 계획에 숟가락을 얹었다.

위에서는 숟가락을 얹기로 결론을 내렸지만 중간급 간부들과 초급 간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영국 애들이야 공군이나 해군이나 똑같은 해리어를 썼으니까 그게 가능했던 거고… 우리하고 상황이 완전히 다른 거잖아.”

“해군에 함재전투기가 있기나 했냐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하니까 그 문제는 없을 걸 ”

“우리 역시 함재기는 없잖아 ”

“함재기야 사면 끝나는 일이고… 우리는 이착함 훈련만 잘하면 되지만 해군은 아예 제트전투기 파일럿이 존재하지가 않잖아.”

“그런가….”

아래쪽에서 그런 의견들이 돌아다니는 동안 공군의 상층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공군이 제대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60기에서 400기 정도의 전투기는 상시 필요하다.

-그 정도의 전투기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길이의 활주로를 확보한 공군기지들의 수량이 확실하게 확보가 되어야 하는 선결과제가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소음공해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공군기지이고 국민들의 주거지역이 늘어나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민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해군의 항공모함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결론을 내린 공군의 최상부는 해군에 파견될 TF의 책임자를 불렀다.

“최대한 그릇을 좀 키워 봐.”

“알겠습니다.”

“자네만 믿지. 잘 되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군 TF의 책임자는 비장한 얼굴로 대답을 했다.

*    *    *

“몇 기라고 하셨습니까 ”

공군 TF의 책임자인 장강열 중령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해군 장교를 바라봤다. 중령의 질문에 해군 TF의 책임자인 이민영 중령은 보고서에 적힌 숫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16기입니다.”

“전투기만 ”

“아니, 헬기 포함입니다.”

“전투기는 그럼 몇 기가 배정이 되는 겁니까 ”

“8기입니다.”

이 중령의 대답에 장 중령의 얼굴이 무섭도록 사나워졌다.

“지금 농담하십니까 ”

“예 ”

“전투기 8기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

“하지만 타국의 예를 보더라도….”

“그 타국의 항공모함이 항공모함으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까 애물단지 취급이지! 당장 미국의 강습상륙함이 몇 대를 싣는지 보여드릴까요 ”

장 중령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태블릿의 인터넷창을 열어 이 중령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강습상륙함이 통상임무에 전투기 10기를 탑재하고 해역 통제에 들어가면 전투기 20기를 싣습니다! 강습상륙함이! 그런데 달랑 전투기 8기 항공모함이 ”

“하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항모들을 보자면….”

“아까도 말했듯이 걔들이 항모취급을 받느냐 이 말입니다! 프랑스나 러시아, 중국 애들을 보세요!”

있는 대로 열을 올린 장 중령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후우~. 공군에서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구성하면 보통 몇 기로 구성되는 지 아십니까 20기입니다. TV 화면에서 화력시험 영상을 보면 보통 전투기 2~3대가 폭탄을 투하하고 끝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전이 들어가면 거기에 후속 타격, 전과 확인, 제공권 확보의 임무를 받은 이들까지 꾸려진단 말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20기가 한번 작전에 기본으로 동원이 된단 말입니다.”

말과 동시에 장 중령은 다시 태블릿을 조작해 수십 대의 F-16전투기들이 활주로에 도열한 사진을 이 중령에게 보여줬다.

“예전에 한미 합동훈련 당시에 찍은 사진입니다. 절반 정도는 기선제압과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띠고 있는 사진입니다만 실전이 벌어지면 이정도 규모의 패키지가 짜여 지는 것은 일상일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항모가 항모로서 밥값을 제대로 하려면 8기로는 답 없습니다.”

“그건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

“그 다른 나라들이 항모를 한척만 가지고 있습니까 다들 두 척 이상입니다. 설마 우리나라가 태국과 같은 급이라고 보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

“그러면 공군은 몇 기를 생각하는 겁니까 ”

이 중령의 질문에 장 중령은 입을 다물고 잠시 계산기를 두들겼다. 생각 같아서는 미국 항공모함처럼 전투기 80기[email protected]를 외치고 싶었지만 그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잠시 후, 장 중령은 그가 원하는, 아니 공군이 원하는 숫자를 제시했다.

“전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로 20기[email protected], 원활한 작전 지속을 위해서는 40기[email protected] 물론 헬기는 제외한 숫자입니다.”

“장 중령! 그게 가능할 거라고 보는 겁니까 ”

이 중령의 항변에 장 중령은 사무실 벽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켰다.

“더 이상의 콘서트 함은 싫다면서요 ”

“…….”

그리고 얼마 후, 장 중령은 또 다른 부분에서 이 중령에게 태클을 걸었다.

“항모의 이함 방식은 어떤 방식입니까 ”

“스키 점프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

이 중령의 말에 장 중령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걸 사용하게 되면 폭장량이 절반으로 줄어버립니다. 스키점프대는 안 됩니다. 캐터펄트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중령도 반론을 내밀었다.

“캐터펄트 방식에도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폭장은 그렇다 쳐도 연료를 60% 정도밖에 탑재를 못한다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럼 항속거리 문제가 발생합니다만 ”

“연료문제는… 함재기가 서해에서 한반도를 가로질러 독도나 일본으로 가던가, 반대로 동해에서 한반도를 가로질러 중국으로 가지 않는 이상 문제가 안 됩니다. 60% 정도면 때리고 돌아오는 도중에 공군기지 또는 공중급유, 정 안되면 민간 공항을 거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폭장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공중에서 폭탄을 달아 줄 수는 없지요”

“중국이나 러시아, 영국은 스키 점프대를 사용합니다만 ”

“중국이나 러시아는 함대방공 위주 아닙니까 그리고 영국은 F-35B 자체가 폭장에 제한이 있는 물건이고 말입니다.”

장 중령의 말에 이 중령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F-35 계열은 스텔스의 유지를 위해 모든 무장이 내부 탑재방식이었고, 이는 폭장 능력의 제한을 가져오고 있었다.

결국, 이런저런 의견 교환이 끝나고 이 중령은 결론은 내려야 했다.

“우선, 이함 방식은 캐터펄트 방식으로 하는 것으로 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탑재기 숫자가 문제로군요…. 20기[email protected]냐, 40기[email protected]냐….”

“저로서는 가능하다면 40기[email protected]가 낫다고 봅니다. 중국 해군의 랴오닝이 20기를 탑재하니 수적 우세를 확보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 말도 적어 넣죠…. 알겠습니다.”

합의점을 찾아낸 이 중령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위로 올릴 보고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만들 때 필요한 지침들을 정리하던 이 중령이 부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40기[email protected]의 탑재량을 가지려면 항모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어야 하나 ”

“40기[email protected]말입니까 ”

“그래. 턱도 없이 커다란 놈이 튀어나와서는 안 되는 거잖아.”

이 중령의 지적에 부하들은 인터넷을 뒤지며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부하 가운데 하나가 이 중령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정도면 QE급과 비슷할 겁니다.”

“그래 알았어….”

대답을 들은 이 중령은 지침들을 정리해 다른 책상에 앉아있던 부하에게 내밀었다.

“이거 보고서 작성해. 기한은 내일 아침까지….”

지침을 받은 부하는 벽에 걸린 시계를 곁눈질했다. 지금은 오후 5시 45분. 조금만 더 있으면 퇴근 시간이었다. 부하는 속으로 울상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    *    *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해군과 공군의 합동 TF는 1차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처음 예상보다 많이 커진 덩치에 ‘과연 높으신 분들이 이를 순순히 OK할 것이냐 ’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높으신 분들, 특히 여의도에 계신 분들은 빠르게 OK사인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쉽게 끝이 나서 앞으로는 꽃길만 걸을 거라고 예상했던 합동 TF는 곧 커다란 벽에 막혀 설 수밖에 없었다. 그 벽의 이름은 ‘경험’이었다.

대한민국 해군과 조선사들은 항공모함을 건조해본 경험이 없었다.

해군은 1만 톤이 넘어가는 세종대왕함과 같은 대형 전투함이나 독도함, 마라도함과 같은 항공모함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수송함 등을 연구해 전력화시킨 경험이 있고, 조선사들은 갖가지 최첨단의 특수선박, 또는 미국의 초대형 항공모함보다 더욱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만들어 본 경험과 실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해군과 민간 조선사들의 경험과 실력을 합치면 항공모함의 개발과 건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였지만 바로 그 ‘합치는 경험의 부재’가 최대 난제였다.

결국, 답을 못 찾은 TF는 상부에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썅!”

*    *    *

-미국.

“부르셨습니까 ”

“자네, 한국에 좀 가야겠네.”

“한국이 만든다던 항공모함 때문입니까 ”

“그래. 동맹국이 도움을 요청하니 도와줘야겠지. 우리의 ‘국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무슨 뜻인지 잘 알겠지 ”

“알겠습니다.”

*    *    *

“탑재기가 40기[email protected]라고 했습니까 ”

“그렇습니다.”

해군 TF의 이 중령은 맞은편에 앉은 미 해군 중령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마크 게이넌 3세 미 해군 중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브리티시의 QE 흐음….”

작게 콧소리를 내며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짜맞춰보던 게이넌 중령이 결론을 내렸다.

“Ummm… 꽤 좋은 Girl이 탄생할 것 같군요. 재미있겠네요. 이런 Cute한 캐리어는….”

“큐트 "

이 중령의 눈꼬리가 대번에 하늘로 올라갔지만 맞은편의 게이넌 중령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보통 배들을 여성으로 표현하잖아요 우리 해군의 캐리어들이 성인 여성이라면 지금 한국이 개발하는 건 여자애 그러면 Cute죠.”

“미 해군에게도 와스프나 아메리카 같이 작은 항공모함들이 있지 않소 ”

이 중령의 지적에 게이넌 중령은 손사래를 쳤다.

“에이~. 그 아이들은 캐리어가 아니지요. LHA라고 아예 함종이 달라요. LHA가 항공모함이면 독도함도 항공모함이게요 한국 해군에서 독도함의 함종이 뭐였죠 ”

“이….”

*    *    *

“탑재기가 40기[email protected]라고 했으니 격납공간은 최소한 60기 탑재가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게이넌 중령의 설명에 해군의 이 중령과 공군의 강 중령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큰 것 아닙니까 ”

“QE도 60기까지는 탑재할 수 있습니다.”

“한 50기 정도라면….”

“1,000파운드 폭탄을 어깨에 메고 운반하실 겁니까 ”

“…….”

*    *    *

“이건 앞으로 만들 항공모함에 탑재할 무장리스트입니다.”

이 중령이 내민 함재무장 리스트를 확인하던 게이넌 중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 무리무리무리… 미사일 함에 옵션으로 함재기가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무장은 자위용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호위전력이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면 함체를 니미츠급으로 키울까요 탑재기의 수량은 절반인데 덩치만 니미츠 아니면 하루에 몇 번이고 항구로 돌아오거나 보급함 만나서 연료와 무장을 보급받을 겁니까 작은 선체에 이렇게 공격무기까지 집어넣으면 함재기용 연료와 무장을 실을 공간이 안 나와요! 아니면 함체의 장갑을 종이쪼가리 장갑으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전자식 캐터펄트와 AESA레이더 등 해군이 필요로 하는 장비들과 공군이 원하는 탑재기의 수량을 탑재하고, 충분한 작전능력을 가진 항공모함의 1차 예상안이 결정 되었다.

길이 300m, 배수량 6만에서 7만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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