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4화 (4/464)

# 4

4화 사기템 종합선물 세트

202*년 7월 1일.

드디어 한국형 항모가 진수된다는 뉴스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함선이었던지라 진수일도 국군의 날인 10월 1일로 정해졌다.

대한민국 최초-최후가 될 확률도 높은-의 항공모함이자 7만 톤급 배수량을 가졌다하여 ‘7111’이라는 함번을 받았고, 여러모로 복잡한 진통을 겪은 끝에 ‘정치적으로 가장 무난한 이름’인 ‘한반도’를 진수식에서 부여받았다.

별다른 사고 없이 물에 잘 뜬다( )는 것을 확인한 진수식이 끝나고, 이어진 검증 과정에서 탑재장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자 주변국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나라 둘과, 질시와 비난이 가득한 나라 둘. 전자는 미국과 러시아, 후자는 중국과 일본이었다.

“안정성 중시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최첨단, 고효율의 파격적인 구성이라… 살펴볼 만하군.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겠어.”

“수퍼 캐리어는 무리지만 저 정도가 우리에게는 정답이야. 확실하게 살펴봐야 해.”

미국과 러시아의 반응이 위와 같았다면 중국과 일본의 반응은 북한대변인의 성명이 대변하고 있었다.

“이 미치광이 남조선 호전광들!”

*    *    *

한반도 항공모함이 처음 계획되었을 당시 해군은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더 이상의 콘서트함은 사절한다!’

한반도 항공모함에 관한 정보를 접한 사람들의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주전함’이었다.

미 해군의 줌왈트급 구축함과 LCS인디펜던스를 섞어 뻥튀기를 해놓은 것 같은 디자인.

선체 길이 310m, 갑판 길이 300m, 갑판 폭 최대 65m, 선체 폭 최대 75m, 건조 배수량 7만 톤.

그리고 만재 배수량 8만 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홀수선 깊이는 세종대왕함의 6.25m보다 겨우 2.75m깊은 9m.

다만 문제는 세종대왕함의 배수량이 1만2천 톤으로 한반도함의 배수량의 1/6을 조금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비슷한 급이라고 우기지만 덩치는 더 작은 QE급의 11m보다 한참이나 낮은 수치였다.

각국의 함선 전문가들은 홀수선의 깊이가 얕을수록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비록 추진기의 정확한 수치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반도 함에 장착된 원자로를 생각할 때, 한반도의 최고속도는 무조건 30노트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시험항해에서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가뿐하게 35노트를 찍어주는 것으로 한국해군이 증명해 주었고.

한국 해군의 가장 크고, 강력하고, 비싼 함선인 한반도 함을 방어하기 위해 해군은 해궁을 시작으로 온갖 방어 장비로 도배를 했으며, 그 화룡정점이 바로 레일건이었다.

그리고 그 레일건이 한반도로 하여금 ‘우주전함’의 별명을 얻게 만든 두 가지 ‘공개된 사기템’ 가운데 하나였다.

한반도에 탑재할 장비의 선정에서 레일건의 탑재는 초기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동력원의 문제로 인해 가장 마지막에 확정이 된 부분이었다.

항모의 전후좌우에 1문씩 설치된 4문의 레일건은 한반도의 주위 360도를 중복해서 방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일건의 실전테스트가 벌어진 날, 레일건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훈련용 무인기부터 시작해 모종의 루트로 들어온 동구권의 대함미사일, 마지막으로 1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중요전략자산 가운데 하나인 현무1 탄도미사일까지 완벽하게 요격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한반도함의 레일건 테스트 결과를 본 미국은 자국에서 하고 있던 테스트를 중지하고, 중요 함선에 레일건을 즉시 탑재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공인 사기템’은 ‘통합 작전 통제센터’에 설치된 컴퓨터 시스템이 있었다.

원자로와 함께 배수량 증가와 무게 및 공간 배분문제를 일으켜 ‘5천 톤의 악몽’으로 불리며 조선사 설계자들의 치를 떨게 만든 이 시스템이 ‘공개된 두 번째 사기템’이었다.

영국이 계획 중인 ‘드레드노트 2050’에 탑재가 예정된 작전 통제 시스템을 대형화시킴과 동시에, 성능을 극대화시킨 작전통제 컴퓨터 시스템은 슈퍼컴퓨터와 2층 높이의 통제실의 벽면 3개를 꽉 채운 대형 스크린.

그리고 기본 150개, 필요하다면 100개를 더 설치할 수 있는 콘솔 공간, 마지막으로 통제실 중앙에 설치된 대형 홀로그램 장비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대형 홀로그램 장비는 작전 지역의 지형과 진행상황을 3차원으로 표현해, 범용한 지휘관과 참모들이라도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작전을 구상,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비였다.

거기에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슈퍼컴퓨터는 중앙과 전선에서 오가는 통신, 각종 관측 장비들을 통해 들어오는 빅 데이터들을 취합해 가장 효율적인 전술이나 무기를 추천할 정도로 똘똘한 놈이었다.

물론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들어오는 실시간 데이터 외에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결국 한국정부는 처음 항공모함을 설계할 때처럼 미국에 읍소를 해야만 했다.

또다시 이런저런 밀당이 이어진 끝에 미국은 관련 데이터와 더불어 미국이 갖고 있는 지형데이터까지 한국에게 넘겨주었다. 물론 넘겨주면서 이 말만은 잊지 않았다.

“우리는 동맹국이란 거 잘 알지 기대해도 되지 ”

“…알고 있어.”

미국이 보내 준 자료를 받은 한국 군부는 보내준 데이터의 방대함에 놀랐고, 정밀함에 또 한 번 놀라야만 했다.

하지만 군의 상층부는 고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보내준 지형데이터에는 미국을 뺀 모든 나라의 지형데이터가 들어 있었다.

“이 작자들이 이런 서비스인지 실수인지를 할 작자들이 아닌데 이게 무슨 의미지 ”

스스로의 자문에 다들 답을 떠올렸지만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없다는 거겠지….”

미국이 보낸 선물에 대한 보고를 받은 청와대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동맹을 강조한 것도 그렇고 이런 선물도 그렇고… 흔히들 말해왔던 ‘무임승차’는 봐주지 않겠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몸을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없이 서울의 뿌연 하늘을 보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한반도함이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가장 바쁘게 돌아다닐 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드러난 장비들만으로 ‘사기템 모둠’, ‘우주전함’으로 불리는 한반도함이었지만, 직접 한반도함의 건조에 참여했던 이들은 이런 말들을 접할 때마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진짜 사기템은 따로 있지!’

그들이 꼽은 사기템은 ‘피탐 저감체계’에 숨어있었다. ‘투명망토’라 불리는 장치였다.

검증과정에서 군부와 청와대는 ‘투명망토’의 존재를 밝히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히든카드는 미리 꺼낼 필요가 없다.’와 ‘아니다. 이걸 밝힘으로써 한반도가 단지 신경 쓰이는 정도가 아닌 진짜 무시무시한 놈이라는 것을 알게 해서 몸을 사리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날이면 날마다 격론이 이어지던 가운데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

“까보입시다!”

‘선체 외벽을 모니터로 도배한 다음, 위장용 영상을 내보내 시각적 혼란을 준다.’

개념 자체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트릭을 적용한 것에 불과한 간단한 것이었다.

그 간단한 개념에 한국은 자국의 강점-세계의 초고화질 영상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이 있다는 강점-을 십분 이용했다.

초경량, 초박막, 초고화질은 기본에 반으로 접거나 둘둘 말 수 있는 제품들까지 시장에 내보내고 영사기가 필요 없는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수납, 무게, 방수, 수명 문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가시광선 대역 위장체계를 만들고, 메타물질을 이용해 적외선 대응 부분에 대한 꼼수를 더한 ‘투명망토’가 공개되자, 주변국들은 물론이고 정보를 접한 각국의 군 관계자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미친놈들!”

대부분이 ‘미친놈’, ‘돈 낭비’라는 반응을 보이는 속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소수는 존재했다.

그리고 그 소수에는 미 해군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첨단의 감시 장비가 아니라 어부의 손에 들린 망원경과 핸드폰이 어떻게 뒤통수를 치는지 잘 아는 미 해군은 당장 펜타곤과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모든 함선에 다 달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수부대용 함선과 LCS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 해군이 계속 징징거리자 결국 백악관은 청와대로 사람을 보냈다. 백악관의 특사를 맞이한 청와대는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

미국에 아예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한국이 마냥 갑질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서로 적당히 밀당을 하고 챙길 건 챙긴 끝에 미국은 시간과 돈을 줄였고, 한국은 함상용 무인 정찰/공격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사다난한 검증 과정이 끝나고 한반도는 드디어 취역식을 가지고 함대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사기템 모둠’이 아니라 ‘별명 모둠’이 되어버렸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능력은 좋지만 승진은 물 건너간 이들이 간다 해서 ‘무덤’, 부사관들과 수병들 사이에서는 병영부조리와 인권침해를 막는다며 도배하다시피 설치된 CCTV를 빗대어 항공모함(Korean Cruiser Voler)이 아니라 ‘감옥함-Korean Cell Vessel’.

원자로의 관리부터 선체 보수까지 잡다한 일을 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태운 것을 빗대 ‘너군맞-너 군함 맞냐 ’까지 이런저런 별명들이 만들어졌지만 최종적으로 가장 흔하게 불리는 별명은 ‘헬반도’였다.

*    *    *

“부르셨습니까 ”

“거기 자리에 앉아.”

어느새 대령에서 준장이 된 고재환은 상관의 손짓에 맞은편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맞은편에 자리한 작전사령관 오일섭 중장이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는 별에다 제독이라고 어깨에 힘이 팍팍 들어가 있네. 한동안은 대령에서 끝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말이지.”

“다 선배님 덕입니다.”

재환의 말에 오 중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의 ‘닥치고 원잠!’거리는 거 막느라 애썼지.”

“하하….”

“원잠을 입에 달고 다니던 놈이 항모기동전단 사령관이 되었으니 인생 재미있다. 그치 ”

“하하하….”

잠시 고 준장을 놀리는 것으로 긴장을 푼 오 중장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참가할 ‘크로스 로드’ 연합훈련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지 ”

“예.”

“그래, 너라면 믿을 수 있지.”

고 준장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표시한 오 중장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고 준장에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

“훈련에 참가하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봉투에 담긴 서류를 읽은 고 준장은 오 중장을 노려봤다.

“저보고 곡예를 하라는 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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