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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서클 직전에 환생-93화 (93/191)

황궁 연회(6)

황궁 연회(6)

처음에는 그저 여흥이었다.

멀린이란 소년이 너무도 당당하기에.

과연 저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것이 궁금했기에 상황을 부추긴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팟!

단상에 올라가 한참 자신의 상황을 늘여 놓던 파웰스 백작의 발밑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상황은 급변했다.

"......?!"

한쪽에 의자를 놓고 단상을 지켜보던 황제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본래 자신이 연회의 시작을 알리기로 예정되었던 단상.

파웰스 백작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던 그곳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엔조는 내가 세운 아카데미란 왕국의 차기 왕이 될 아이였다. 그런 녀석이 평민도 아닌 노예 따위에게 당했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느냐?!]

분명 파웰스 백작이 존재하건만, 단상에 또 다른 파웰스 백작이 나타났다.

그것이 허상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허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하고 정교했다.

거기에 들려오는 목소리마저 조금 전 무고함을 주장하던 파웰스 백작의 것과 똑같지 않은가.

"저건?!"

놀란 것은 황제뿐만이 아니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수많은 귀족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나 파웰스 백작을 감싸던 세 공작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반면 그 순간 황제는 파웰스 백작이 아닌 다른 이를 바라보았다.

황제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넋이 나간 군중들 사이에서 홀로 움직이는 이는 역시나 멀린이었다.

그는 여전히 넋이 나간 파웰스 백작을 뒤로하고 단상에 섰다.

때맞춰 멀린이 틀어 놓은 영상 역시 빛을 잃으며 사라졌다.

멍하니 굳어있는 군중들을 보며 멀린이 입을 열었다.

"어찌... 재밌게들 보셨습니까?"

멀린의 이야기에 그제야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 뭐였지...?"

"대체 그건?"

여기저기서 술렁거림이 심상치 않게 번져나갔다.

이에 멀린이 미소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금 전 여러분이 보셨던 것은 며칠 전 제가 직접 녹화한 영상입니다."

"녹화?"

"영상?"

군중의 놀란 목소리에 멀린은 친절하게 답해줬다.

"전 국립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입니다. 이는 저희 연구소에서 연구한 결과물 중 하나이며 실제 일어났던 상황을 그대로 수정구 안에 담아내어 재생시키는 기술입니다."

소장과 부소장은 이번 황궁 연회에 오지 않았다.

때문에 멀린은 아주 대놓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영상구를 연구소에 가져다주면 그게 바로 연구 결과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런 멀린의 말에 군중들이 술렁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파웰스 백작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거, 거짓입니다! 매, 맹세합니다! 절대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파웰스 백작의 외침에 또다시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술렁거림은 이전의 흐름과는 완전히 달랐다.

"진짠가?"

"으음...."

이전의 술렁거림이 파웰스 백작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술렁거림은 수많은 의혹과 의심이 담겨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웰스 백작이 모를 리 없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 이런 일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지금 사술에 놀아나고 있는 겁니다!"

파웰스 백작은 필사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연회장에 누가 와있던가.

그리고 자신이 거짓말을 한 상대가 누구던가.

바로 이 제국의 절대자인 황제였다.

만약 저 영상이 사실인 것이 들통난다면 그 이후의 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 막아야 한다!'

이는 자신의 목숨과 가문의 존폐가 걸린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부정을 하여 여론을 돌리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여야만 했다.

그때였다.

쿵-

묵직한 소리가 연회장을 감돌았다.

좌중의 시선이 자연스레 소리가 난 뒤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와 근위대장이 있었다.

조금 전의 소리는 근위대장이 검으로 바닥을 찍으며 낸 소리였다.

마나가 실린 그 소리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주변이 조용해진 가운데 황제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저벅저벅-

황제의 이동에 따라 그 길목에 있던 귀족들이 허리를 숙이고 좌우로 갈라졌다.

단상의 지척에 다다른 황제가 멀린과 파웰스 백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재밌구나. 그저 연회의 여흥을 북돋기 위해 시작했던 일인데... 덕분에 흥이 아주 제대로 올랐어."

황제는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작은 미소였지만,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것이 미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경고이자 위협이었다.

"파웰스 백작."

"예, 예... 폐하."

황제의 부름에 백작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황제.

"단상에서 그대가 열정적으로 토해낸 발언은 매우 감명 깊게 들었다. 그대가 말했었지. 내게 한 보고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진 일은 그대가 말한 것과 사뭇 다르군."

"폐, 폐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무고합니다. 이 전부가 저 어리고 간악한 놈의 계략입니다."

황제에게 그리 소리친 백작은 3명의 공작이 있는 곳을 힐끗거렸다.

그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공작들은 쉬이 나서지 않았다.

공작들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으며, 여기서 말 한 번 까딱 잘못했다가는 재수 없게 엮여 들어간다는 것을.

그렇기에 공작들은 말없이 사태를 지켜볼 뿐이었다.

믿었던 이들의 발뺌으로 파웰스 백작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망할 놈의 돈벌레들! 이럴 때를 위해 그토록 돈을 처먹여 뒀건만 꿈쩍도 하지 않는 게냐!'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그간 백작가의 돈을 처먹었던 공작들은 나서지 않을 듯싶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어떻게든 황제를 설득하는 일뿐이었다.

백작이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절절하게 외쳤다.

"믿어 주시옵소서, 폐하! 저와 파웰스 백작가는 제국의 충성을 다해왔습니다! 고작 저런 사술 따위를 펼치는 어린놈의 계략에 속지 말아 주시옵소서!"

"그런가?"

"시, 시간을 조금 더 주시면 해명하겠나이다! 저것이 진짜가 아닌 사술이며 거짓임을 증명하겠나이다!"

"그렇다는군."

애절한 백작의 매달림.

그리고 그 끝에 황제의 물음은 백작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멀린을 향한 것이었다.

멀린이 무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사술... 거짓이라."

"멀린. 너는 지금 네가 벌인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냐?"

"글쎄요. 저는 그저 저의 억울함을 알리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보여드린 것뿐입니다."

"만일 네가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닐 시에, 너는 귀족을 모욕한 것은 물론 황실을 능멸한 죗값을 치르게 될 터인데?"

황제의 싸늘한 목소리에 멀린은 바닥을 굴러다니던 수정 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화앗-

또 한 번 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재생되는 영상은 조금 전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단상에서 그대가 열정적으로 토해낸 발언은 매우 감명 깊게 들었다. 그대가 말했었지. 내게 한 보고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

[시, 시간을 조금 더 주시면 해명하겠나이다! 저것이 진짜가 아닌 사술이며 거짓임을 증명하겠나이다!]

이번에 영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황제와 백작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불과 조금 전, 수많은 이들이 전부 지켜본 그것과 동일했다.

이를 당당하게 보여준 멀린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술? 거짓이라 하셨습니까? 이상하군요. 제가 만든 영상구는 이렇게 아주 자알 작동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멀린의 이야기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더불어 주변 분위기만큼 냉랭함이 담긴 황제의 시선이 파웰스 백작을 향했다.

아무런 말도 없는 단순한 시선이었지만, 그것이 백작을 더 피 말리게 만들었다.

창백하게 질린 백작이 다시금 소리쳤다.

"아, 아니옵니다! 절대 아니옵니다!"

"......."

"에, 엔조야! 네가 한번 말해보거라! 이 할애비의 말이 사실이라고!"

백작은 단상 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자신의 손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에 따라 좌중의 시선이 엔조를 향했다.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게 된 엔조.

안 그래도 딱딱하게 경직됐던 엔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 그게...."

당황한 엔조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굵은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서 줄줄이 흘러내렸다.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손자를 보고 파웰스 백작이 버럭 소리쳤다.

"이놈 엔조! 어서 진실을 고하지 못할까!"

"하, 할아버님!"

피가 마르는 심정은 백작은 물론 엔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조부가 단상 위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엔조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조부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귀족들.

그들이라면 설사 조부가 단상에서 아무 말을 지껄인다고 해도 고작 평민 따위의 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실제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갔었다.

그 빌어먹을 기괴한 영상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 어찌 해야 하는 거지.'

엔조는 두 눈을 데룩데룩 굴렸다.

놈의 귀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엔조라고 하였더나."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고는 해도 황제의 물음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엔조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그렇사옵니다."

"답하거라. 네 조부의 말이 사실이냐."

"그, 그것이...."

"잘 답해야 할 것이다. 너의 대답으로 인해 파웰스 백작가에 미칠 화가 가중될 것인지 혹은 파웰스 백작 선에서 끝날지가 결정될 것이니."

"......?!"

황제의 말에 엔조는 섬뜩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엔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미 황제가 파웰스 백작의 말을 모두 거짓으로 단정 지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깨달은 엔조는 울상을 지으며 답했다.

"저, 저는... 자,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엔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조부를 부정할 수도, 그렇다고 가문을 잿더미로 만들 수도 없는 상황.

극단적인 양 갈래 길 속에서 엔조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 중 엔조의 답이 사실상 제 조부를 버리고 가문을 택하는 일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렇군."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백작의 얼굴에 절망이 서렸다.

곧이어 황제가 뒤돌아 말했다.

"다들 잘 듣고 보았을 것이다. 그럼 이제 결정을 하거라. 그대들이 보기에 누구의 말이 옳다고 여겨지는가? 자, 여기 있는 파웰스 백작의 말이 옳다고 여기는 이는 손을 들어 보거라."

황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한 적막이 감돌았다.

쉽사리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만일 거수 투표가 아닌 쪽지에 적어내거나 하는 방식이었다면 백작의 편을 들어주는 이가 나왔을지 몰랐다.

하지만 황제가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있는데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여기 이 어린 평민의 말이 사실이라 여기는 이는 손을 들어 보라."

다시금 찾아든 적막.

하지만 그 적막은 파웰스 백작의 것과는 달랐다.

한쪽에서 조용히 올라온 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케이와 사샤였다.

그리고 뒤이어 손을 든 이는 제플린과 윈스턴.

불쑥 치솟은 4개의 손을 보며 파웰스 백작의 안색은 거무죽죽해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쪽에서 또 다른 손이 올라왔다.

거수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브륜힐트 공작이었다.

그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이 정도 증거라면 지나가던 오크도 멀린이란 소년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겠군."

작은 목소리였지만, 브륜힐트 공작의 말은 연회장의 귀족들의 귀에 정확히 꽂혀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렇군요."

"이걸 보고도 생각을 못 한다면 오크만도 못한 놈이 되는 건가?"

알렌, 클라크 후작이 손을 들었다.

이후 흘러가는 흐름을 읽고 있던 귀족들이 그들을 따라 우후죽순 손을 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연회장에 손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이를 보며 황제가 말했다.

"결정 난 것 같군."

"...폐, 폐하...."

"파웰스 백작. 솔직하게 털어놓거라. 거듭된 부정으로 내 화를 더욱 키우지 말고."

황제의 경고에 파웰스 백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끝났구나....'

모든 게 끝났다.

황제는 이미 자신이 거짓을 간파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발뺌하고 부정한다고 하여도 황제는 끝끝내 모든 것을 파헤치리라.

그렇게 되면....

'파웰스 백작가는... 거덜이 나겠지.'

최악의 상황이었다.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명맥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폐하...."

"할 말이 없는가?"

입술을 질끈 깨문 백작.

그가 쥐어짜듯 목소리를 냈다.

"...사실이옵니다."

"......."

"저... 멀린이란 아이의 말이 사십이옵니다."

"그 소리는 자신이 한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인가?"

"...그, 그렇사옵니다."

백작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흠... 그렇군."

턱을 쓸어내린 황제가 말했다.

"파웰스 백작."

"예, 예 폐하...."

"그대는 거짓으로 황제인 나를 능멸하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지. 내 이를 어찌 받아들이는 게 좋겠나?"

"...폐, 폐, 폐하! 부, 부디... 자비를...."

"자비라... 내게 자비를 구하기 전에 사실을 고할 생각은 없었더냐?"

"제, 제발...."

"근위대."

"예, 폐하!"

"뭣들 하느냐. 짐을 능멸한 대역죄인이 버젓이 고개를 들고 있지 않은가!"

황제의 고성이 울리기 무섭게 철갑을 두른 기사들이 나타나 파웰스 백작을 무릎 꿇렸다.

그리고 이어진 황제의 성난 목소리.

"보아라! 파웰스 백작은 국가의 재산인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사사로이 이득을 취하였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거짓을 일삼으며 황제인 나를 능멸하였다. 이는 엄연히 반역에 준하는 죄!"

황제의 선고가 떨어졌다.

"파웰스 백작을 황궁 지하 감옥에 가둬라! 그곳이 파웰스 백작의 무덤이 될 것이다! 또한, 파웰스 백작가가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국고로 환수 조치하며 작위를 회수할 것을 명한다."

"폐, 폐하!"

황제의 선고에 백작이 절규했다.

이를 보는 황제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백작은 사형되고 그 후대에까지 죄를 물어야 함이 마땅하나 그간 제국에 충성한 것을 고려하여 이 정도에서 그침을 다행으로 알라. 근위대는 백작을 끌고 가라."

"폐, 폐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파웰스 백작이 근위대에게 질질 끌려갔고 이를 지켜보던 엔조는 겁에 질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황제가 멀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네가 옳았구나."

"그렇네요."

황제의 말에 멀린은 태연했다.

오히려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멀린의 얼굴 어딘가에 약간의 불만족이 담겨있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폐하...."

"왜 그러느냐?"

"이렇게 되면 내기는 어찌 되는 겁니까?"

"...응?"

황제가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반면 아발론 일동은 '설마....'라는 얼굴로 멀린을 예의 주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거 아무리 봐도 내기는 제가 이긴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제 돈은요? 내기에서 이겨놓고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태연하다 못해 씨익 웃어 보이기까지 하는 멀린을 보며 황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를 보며 케이가 재빨리 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꿀리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할 때는 황제 폐하 앞이라도 당당해라... 메모...."

"......."

열심히 펜을 놀리는 케이를 보며 사샤는 언젠가 저 수첩을 빼앗아 확인하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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