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직전에 환생-12화 (12/191)

변수(2)

토굴은 깊고 어두워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폭과 높이가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널찍하다는 점이었다,

토굴 입구에 선 멀린이 중얼거렸다.

"무슨 냄새 안 나냐?"

"내, 냄새?"

"뭔가 습하고 굉장히 불쾌한 냄새."

"나,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

멀린은 자신이 잘못 맡은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토굴이니 그럴 수 있겠지.'

그리 생각을 정리한 멀린이 앞으로 걸어갔다.

발을 디디기도 겁이 나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지만, 멀린에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가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라이트."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손끝에서 빛덩어리가 떠올라 주변을 밝혔다.

횃불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밝기에 케이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 마, 마법이란 거 정말 만능이구나."

"마법은 마나를 다루는 기술이고, 그 가지 수는 무궁무진해. 9서클에 올랐다는 위대한 마법사들조차 마법의 끝을 모르지."

"서, 서클?"

"있다... 그런 게."

케이에게 마법강론을 하기에는 장소도 장소거니와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빠르게 놈이 숨긴 철패를 찾아서 자리를 떠야 했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자 어디에 숨겼으려나."

라이트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멀린이 성큼성큼 전진했다.

'냄새가 더 짙어지는데?'

토굴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멀린은 더욱 짙은 냄새를 맡았다.

코끝을 맴도는 습한 비린내에 그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어디서 맡아 본 거 같기도 하고...?'

자신만 맡은 냄새인가 싶어 케이에게 다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했다.

"내, 내가 비염이 있어서...."

"...그래. 내가 말을 말자."

더 묻기도 귀찮아진 멀린은 냄새에 관해 신경을 껐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땅바닥에 떨어진 무언가가 멀린의 시야에 잡혀 들었다.

재빠르게 달려간 그가 이를 집어 들었다.

"찾았다!"

"차, 찾았다!"

전자의 외침은 멀린, 후자는 케이였다.

토굴 속에서 멀린과 케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자 한 손에 주머니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그거 뭐냐?"

"주, 주머니인데...."

"그게 거기 왜 있는데?"

"그, 글쎄?"

짤그랑 짤그랑-

케이는 혹여 자신이 엉뚱한 것을 주웠나 싶어 주머니를 열어 확인해 보았다.

곧 그의 머리가 갸우뚱해졌다.

"처, 철패 마, 맞는데? 7개나 들어있어."

"흠?"

그 소리에 이번에는 멀린이 제 것을 확인해 보았다.

멀린의 것도 철패가 들어있는 주머니였다.

그것도 무려 12개가 들어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또 하나의 주머니.

멀린의 얼굴에 호기심이 나타났다.

"너 그거 어디서 났냐?"

"여, 여기...."

케이가 한쪽 벽을 가리켜 보였다.

흙벽의 한쪽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누가 봐도 일부러 파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아무래도 저게 밖에 놈이 숨겨 둔 거 같은데....'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이 자신의 손에 든 주머니를 향했다.

'그럼 이건...?'

주머니를 챙겨 넣은 멀린이 전방으로 라이트를 날려 보냈다.

그와 함께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

바닥에 널브러진 큼직하고 거무죽죽한 그것을 향해 멀린이 걸어갔다.

케이가 그런 그를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따랐다.

곧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오크의 사체였다.

그것도 한쪽 팔과 머리가 사라진.

"오, 오크?"

케이가 놀라 헛숨을 삼켰다.

반면 멀린은 굳은 얼굴로 오크 목과 사체 주변을 살폈다.

'잘린 게 아니다.'

없어진 팔 한쪽은 분명 검에 베인 것 같았으나 목 부분은 아니었다.

말끔하게 잘린 팔의 단면.

너덜너덜한, 우둘투둘한 목의 단면.

팔과 목의 상흔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멀린의 손가락이 두 상흔을 훑었다.

'팔이 잘린 게 먼저, 머리는 그다음이다.'

멀린은 단순히 상흔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생긴 시간을 알아차렸다.

곧이어 바닥에 흙과 섞여 굳은 피를 만져보았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으... 응?"

"오크가 죽은 시간."

"그, 그런데 왜 철패는... 안 챙겨 갔지?"

케이가 오크 주변에서 굴러가고 있는 5개짜리 철패 목걸이는 주워들었다.

분명 오크의 철패였다.

이를 본 멀린의 입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오크를 죽인 게 생도가 아니니까."

멀린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이 냄새....'

그는 불안했다.

입구에서부터 코를 찌르던 비린내가 유독 신경이 쓰였다.

거기에.

"아까 그 주머니는 분명 오크를 따라온 생도의 것이 분명한데...."

그런데 정작 생도는 보이지 않고 주머니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멀린의 생각이 깊어졌다.

그가 라이트 마법에 공급하고 있던 마나량을 증폭시켰다.

츠즉-

라이트 마법의 광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시야의 범위가 늘어나며 그제야 주변을 더욱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됐다.

일반적인 토굴 통로인 줄 알았던 장소.

하지만 그들이 위치한 곳은 토굴의 끝자락이었고, 생각보다 널찍한 장소였다.

츠즈즉-

점점 넓혀가는 빛의 영역에 그간 사각(死角)에 존재하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게 뭐야?!"

놀란 케이는 자동으로 뒷걸음질 쳤다.

반면 멀린은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물체를 내려다 보았다.

50cm 크기의 둥근 물체.

"...알?"

그것은 물고기의 알과 비슷했다.

아니, 크기만 빼면 똑같이 생겼다 할만했다.

멀린은 좀 더 세심하게 알로 추정되는 물체를 살폈다.

"흠...."

"머, 머, 멀린...."

멀린을 따라 용기 있게 다가왔던 케이.

그런 녀석의 발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툭-

"흐헉!"

케이가 다시 한번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녀석의 발에 걸린 것은 다름 아닌 시체였다.

호들갑을 떠는 케이에게 멀린이 무심하게 쓴소리를 던졌다.

"고작 시체 따위에 겁먹지 마."

"하, 하지만... 이게 고, 고작은 아니잖아!"

멀린의 타박에 케이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만큼 케이가 발견한 시체는 처참했다.

허리 위로는 상체가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멀린도 한쪽에 놓인 시체를 잠시 곁눈질했다.

"흠...."

그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세어나왔다.

바지로 보아 아카데미 생도인 것이 확실했다.

더불어 정체 역시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내가 주운 주머니의 주인.'

시체의 상흔으로 보아 분명 오크를 죽인 놈에게 당한 상처와 같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그리 생각한 멀린인 허리에서 칼을 빼 들었다.

"머, 멀린?"

언제나 멀린의 허리에 장식처럼 메여있던 검.

케이는 멀린이 검을 빼 드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니, 보기는 했었다.

육포를 불에 구워 먹는다고 불판 대용으로 쓸 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용도로 칼을 빼든 것이 아님을 케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케이가 놀라거나 말거나 멀린은 알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푹- 촤악-

멀린의 칼이 알을 파고들며 밑으로 그어졌다.

그러자 안에 담긴 내용이 물이 쏟아지며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알 안에서 나온 내용물이었다.

"그, 그게 뭐야?"

30cm 크기의 검은 고체.

머리와 몸통이 어렴풋이 구분되기는 했지만, 그냥 덩어리라 여겨질 정도였다.

케이의 물음에 멀린은 나직하게 욕지거리도 답을 했다.

"젠장! 이게 왜 여기에?"

"머, 멀린?"

갑작스러운 멀린의 반응에 케이가 놀라 되물었지만, 멀린에게 이를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 비린내!'

입구를 통과하며 느꼈던 비린내.

자신의 코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역시... 놈의 새끼였어!'

무언가를 알아 차린 듯 멀린의 행동이 더욱 빨라졌다.

'알은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생명체'라면 보통 2~3개의 알을 낳는다.

그리고 마침 자신이 터트린 알 옆에는 흐물흐물한 피막이 딱 하나 더 남아있었다.

다시 말해 놈이 낳은 알은 2개란 소리였다.

'새끼 하나는 부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알 속에서 죽었다. 하지만... 하나는 부화했고....'

멀린이 라이트를 비추며 '놈의 산란장'을 뒤졌다.

발 빠른 행동 덕분일까?

그는 마침내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비록 그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끼익....

동굴의 한쪽에 1m 크기의 생명체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4개의 까만 눈알.

어류와 곤충을 섞어 놓은 듯한 기괴한 모습.

분명 놈의 새끼였다.

하지만 문제는....

"죽어가고 있다."

새끼를 죽음으로 몰고 있는 것은 가슴에서 배까지 이어진 깊은 검상이었다.

이를 본 멀린은 오크와 생도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멍청하긴! 새끼를 이 꼴로 만들어 놨는데, 미치지 않을 어미가 어딨겠냐!'

새끼를 다치게 한 게 오크든, 생도든.

어차피 어미의 눈에든 다 자기 새끼를 다치게 한 침입자일 뿐이었다.

이를 악문 멀린이 뒤돌아서며 말했다.

"나가자."

일단 상황이 어찌 되었든,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만일 토굴의 주인이 자신이 알고 있는 놈이라면 지금의 그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멀린의 재촉에 케이가 머뭇거렸다.

"머, 멀린...."

"얼른 나가야 해."

"그... 머, 멀린?"

"뭐해! 나가자니까!"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쟤 죽은 거 같은데?"

"뭐?"

케이의 말에 멀린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와 함께 이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새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늘게 이어지던 숨이 끊어진 것이다.

얼굴이 와락 구겨진 멀린이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젠장! 뛰어!"

"어? 어!"

멀린이 뒤도 안 돌아보고 먼저 달려나가자 케이가 그 뒤를 따랐다.

'무, 무슨 일이지?'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잔뜩 굳은 멀린의 표정을 보아 예삿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달려가는 멀린의 머릿속으로 토굴에서 있었을 사건이 좌르륵 영상처럼 풀이되기 시작했다.

***

바다에 살아가는 강대한 몬스터가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산란기를 맞이해 알을 찾을 장소를 물색하는 몬스터.

때마침 녀석의 탐색 범위에 들어온 것은 1년에 한 번 아카데미 실기 평가를 제외하고는 사용되지 않는 무인도였다.

촤아아-

한 번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을 따라 올라온 몬스터는 섬의 한쪽에 토굴을 파고 자리를 잡는다.

격렬한 진통 끝에 두 개의 알을 낳는 데 성공한 어미.

오랜 시간 알을 보듬었지만, 하나의 알은 끝내 부화하지 못했다.

단 하나의 알에서 새끼가 태어났을 뿐.

그렇게 하나뿐인 귀한 자식을 두게 된 어미의 목적은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쯤이었다.

무인도였던 섬이 어수선해진 건.

아무도 없을 것이라 여겼던 섬에 인간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크르르....

섬의 이변을 알아차린 어미는 숨을 죽이고 하루라도 빨리 인간들이 돌아가길 기다렸다.

어미가 힘이 있음에도 몸을 사린 것은 혹시 모를 상황에서 오로지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 무렵.

어미가 잠이 든 사이, 토굴의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새끼가 어미의 품을 벗어났다.

-키익?

호기심이 넘치는 새끼는 겁도 없이 보금자리를 벗어나 토굴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어미가 절대 나가지 말라 경고를 하였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마주하고 말았다.

푸른 피부의 괴물을.

-취이이!

생존 본능으로 인해 두 눈이 벌게진 오크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작은 생명체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스각-

-끼에에에에에!

도끼날이 새끼의 가슴과 배를 갈랐고.

-카륵?!

잠들었던 어미가 눈을 떴다.

그와 함께 어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피를 뿜어내는 새끼와 푸른 피부의 침입자였다.

-키아아!

콰득!

애지중지한 새끼가 내지르는 비명에 분노한 어미는 곧바로 침입자의 머리를 베어 물었고.

-뭐, 뭐야 이 괴물은?!

콰드득-

-크아아아!

곧이어 뒤따라온 두 번째 침입자의 몸을 씹어 삼켰다.

***

'침입자를 죽인 어미, 죽어가는 새끼....'

그다음에 어미가 할 행동은 간단했다.

'새끼를 치료할 무언가를 찾으러 갔겠지.'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깨어나지도 못했고, 겨우 알을 깨고 나온 새끼가 죽어갔다.

모성애가 강한 그 '생명체'가 죽어가는 새끼를 그대로 볼 리 없었다.

'오크가 죽은 게 하루에서 이틀 전이면... 어쩌면 이미 어미가 돌아오고 있을지 몰랐다.'

최악은 이미 토굴 앞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필 자신들이 토굴에 들어온 상황에서 새끼가 죽었다?

그 뒤 상황은 불 보듯 뻔했다.

'이런 식의 덤터기는 사양이라고.'

새끼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기 전에 어서 빨리 토굴에서 멀리 달아나야 했다.

아니, 될 수 있으면 시험 진행 위원들에게 알리는 게 좋았다.

'저건, 애새끼들 200명이 전부 달려들어도 못 이긴다고!'

애초에 시험장에 그 '생명체'가 날뛴다면 시험이고 뭐고 간에 아수라장이 되리라.

아카데미 측에서 시험에 변수를 만들기 위해 투입 한 '오크'.

그로 인해 시험장에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던 '최악의 변수'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잘 들어. 지금 속도 계속 유지해."

달리면서 멀린이 케이에게 말했다.

"아, 알았어."

"여길 벗어나도 무조건 달려. 곧장 해변으로 가!"

"해, 해변? 하... 하지만 그러면 실격처리가...."

"실격이고 나발이고, 아까 본 반 토막 난 시체 꼴 되기 싫으면 입 다물고 뛰어."

"대, 대체 무슨 일이야...?"

"나중에 알려줄게."

그들이 그렇게 말하며 뛰는 사이 멀찍이서 주홍빛 빛이 들어왔다.

토굴로 들어오는 석양빛은 이제 밖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더 빨리!"

"아, 알았어!"

마나까지 돌린 둘이 더욱 속도를 높였다.

그 순간이었다.

찌릿-

앞서 달리고 있던 멀린은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을 느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떠돈 멀린의 본능이 위험을 알린 것이다.

'젠장!'

위험 감지에 따른 대처는 빨랐다.

감지와 대처가 동시에 이뤄졌다 싶을 정도였다.

멀린의 얼굴 앞에 실드가 만들어졌다.

곧바로 그의 정면으로 날아드는 은빛 섬광.

쾅-

멀린의 실드와 섬광이 맞부딪히며 폭음을 만들어 내고.

저적-

지난 10일 동안 그 어떤 공격에도 멀쩡했던 멀린의 실드에 처음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창-

"큭!"

결국에는 섬광을 버텨내지 못한 실드가 깨져나갔고, 멀린은 마나를 담아 두 팔을 들어 올렸다.

11자 형태로 얼굴을 보호한 팔.

그 위로 섬광이 직격했다.

우득-

멀린의 팔이 기괴한 소리를 냈고, 그대로 그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머, 멀린!"

근 3m를 튕겨 바닥을 구르는 멀린을 보고 케이가 놀라 소리쳤다.

동시에 케이의 고개가 빠르게 토굴 입구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서있었다.

붉은 석양을 등지고 선 검은 머리의 소녀.

마치 태양의 찬사를 받는 듯, 오연히 서 있는 존재를 알아본 케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샤... 레드포드."

시험 결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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