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독이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붉은 연기.
원작에서도 크게 비중을 두고 다룬 이그드라실의 혈액독이다.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며 빠른 속도로 내장을 녹여 안에서부터 사람을 붕괴시키는 무시무시한 독.
모르고 당한다면 아차 하는 사이 목숨을 잃고 만다.
이그드라실의 공격패턴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준비한 천으로 입과 코를 막으세요! 말 안 듣고 있다가 쓰러진 멍청한 놈은 뒤쪽으로 옮겨서 곧바로 치료받게 하시고요.”
시현의 지시에 구원자들은 빠르게 천으로 코와 입을 가렸다.
이그드라실이 사용하는 혈액독은 입자가 크기 때문에 천으로 완벽에 가까운 여과가 가능하다.
사전에 지시를 내렸음에도 깜빡하고 있었는지 미처 반응하지 못한 극소수를 제외하고 생존자들이 입은 피해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그드라실의 독이 혈액을 이용한 독이라는 사실에 한 사람,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는 이가 있었다.
“내 공격에 독 속성까지 부여해 주다니, 이제 보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네.”
피를 다루는 구원자, 강소하.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피의 구슬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그드라실의 혈액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대기 중에 퍼져 있던 입자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피의 구슬은 고스란히 이그드라실을 압박하는 재료가 되었다.
추가로 몇 개인가 뿌리가 솟아올랐지만, 그 전부가 강소하가 만든 피의 사슬에 속박되고 말았다.
그 틈을 노려 구원자들은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전진! 언제까지고 뿌리만 베고 있을 수는 없잖아? 우리의 목적은 본체다!”
“탄을 아끼지 마! 죄다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구원자들이 내는 목소리는 연달아 울리는 총소리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본디 총기류 무기를 사용하는 일반 전투원들은 악마와의 전투에서 그리 활약을 보이지 못한다.
중형 이상의 악마들은 하나같이 외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그드라실은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느라 외피를 두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중형, 대형도 아니고 초대형을 상대로 자신의 공격이 먹혀들고 있으니 어지간히도 신이 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 그들은 평소에 쌓여 있던 악마를 향한 두려움, 불쾌함 따위를 분노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연합군은 이그드라실의 공세를 뚫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고고고고고.
땅이 격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뿌리를 이용한 공격을 하려는 걸까요? 하여간 학습 능력도 없는 놈이네요.”
이그드라실의 지능을 조롱한 이나연이 새롭게 솟구쳐 오를 뿌리에 대처할 준비를 했다.
시현 역시 이나연과 같은 판단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면에서 뿌리가 솟구쳐 오르는 일은 없었다.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진동이 발밑에서 오는 게 아니라 옆에서 오는 듯한…….”
눈을 감은 시현은 어제 밤을 꼬박 세워 가며 확인한 이그드라실의 공격 패턴에 대해 떠올렸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때, 이그드라실의 공격 패턴은 총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이용해 만든 나무 짐승들로 구성된 군대를 보내는 것.
두 번째는 뿌리를 이용해 짐승 군대를 보조하는 것.
위의 두 가지는 잘만 대처하면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아직 언급되지 않은 세 번째 공격이다.
“채찍. 분명 뿌리 하나를 지면에서 완전히 뽑아 낸 후 크게 휘두르는…….”
시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리안을 이용해 주변을 살폈다.
예상대로 이그드라실이 뿌리 하나를 지면에서 완전히 끄집어 낸 후, 그것을 크게 휘두르고 있었다.
길이가 족히 수 킬로미터는 될 법한 뿌리는 앞을 가로막는 건물들을 모두 깨부수며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한기훈 씨! 서쪽입니다!”
시현은 급하게 한기훈을 호출했다.
사전 언질이 있었기에 딱히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한기훈은 맡겨만 달라는 듯 엄지를 치켜들며 웃었다.
그러더니 방어계열 권능을 가진 구원자들을 이끌고 시현이 언급한 서쪽을 향해 달려갔다.
콰콰콰콰!
그러는 와중에도 소음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른 구원자들도 이게 일반적인 뿌리 공격이 아님을 깨닫고 한껏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방패!”
한기훈의 외침이 있은 후 허공으로 육각형의 방패 하나가 떠올랐다.
방어계열 권능 중에서도 상당히 흔한 축에 속하는 육각방패다.
그런데 이 육각방패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여러 개의 방패를 벌집의 형대로 이어 만들면 견고함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물론 1∼2레벨에 불과한 구원자가 사용하는 육각방패의 개수는 고작해야 3∼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육각방패는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방패와도 시너지를 이룬다.
수십여 명의 구원자가 사용한 육각방패가 모이고 모여 커다란 벌집을 만들어 냈다.
그와 동시에 측면의 건물들을 깨부수며 시현이 천리안으로 본 거대한 뿌리채찍이 들이닥쳤다.
콰앙!
채찍은 구원자들이 힘써 만든 육각방패를 두드렸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충격파에 비틀거리다 쓰러지는 사람까지 속출했다.
다행이도 방패는 이그드라실의 공격을 마지막까지 버텨 낸 후 조각조각 흩어졌다.
만약을 위해 일방통행을 준비하고 있던 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어떻게 되먹은 위력이야? 구원자 수십 명이 달려들어 만든 방패인데, 고작 일격밖에 버티지 못하다니…….”
“이런 거에 당했다가는 뼈도 안 남을 거야.”
이그드라실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위용에 참가자들의 사기가 한 풀 꺾였다.
전쟁에서 사기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시현은 주저앉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두로 나섰다.
“강소하!”
“알았어. 저걸 묶어 두면 되는 거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강소하는 이 전쟁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채찍을 이용해 막 움직이기 시작한 뿌리를 단단히 묶어 버렸다.
“어어억!”
뿌리를 움직이는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강소하가 휘청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거 다른 뿌리와는 위력 자체가 달라. 오래는 못 버틸 거 같다. 길어 봐야 10초?”
“충분해.”
자신감을 드러낸 시현은 이번에 폭풍을 지우고 새롭게 기억시킨 권능을 사용했다.
화르륵.
그의 손 위에서 백색의 불꽃이 피어났다.
천 번째 별, 지현아로부터 모방한 권능인 백색 화염이다.
“나무가 성가실 때는 태워 버리는 게 정답이지.”
고열의 불꽃은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덮었다.
뿌리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타들어 갔다.
[우오오오오!]
상당히 효과적인 공격이었는지 이그드라실이 고함을 내질렀다.
“뿌리가 워낙 거대해서 하나로는 어림도 없네.”
그러나 문제될 건 없었다.
백색 화염의 특징이라 하면 높은 위력에 반한 적은 코스트를 꼽을 수 있다.
대가로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열이 축적돼서 어느 정도 사용 후 식혀 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당장 문제될 것은 아니다.
시현은 스무 개에 달하는 화염을 만들어 쏘아 냈다.
사용자인 시현의 지시에 따라 백색의 불꽃들은 제각각의 방향으로 날아가 최대한 넓은 범위에 화염 피해를 입혔다.
뿌리는 빠르게 타들어 가며 재가 되었다.
고열에 의해 혈액독마저 타 버렸다.
보통이라면 환호성이 들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러나 고만고만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유독 앞서 있는 시현은 눈엣가시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다.
“저 괴물 같은 놈, 어디서 콱 비명횡사라도 해 줬으면 좋겠네.”
“지가 죽인 지현아의 권능을 카피하다니,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일세.”
그들은 자신과 시현의 능력을 비교하고 툴툴거리면서도 작전대로 이그드라실의 본체를 향해 진격했다.
이후로도 이그드라실은 구원자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그러나 놀라 당황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몇 번 당하고 나니 그새 익숙해진 구원자들은 어렵지 않게 이그드라실의 공세를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자!”
나무 짐승들이 덮쳐 오자, 육탄전에 특화된 구원자들이 선두에 서고 사격계열 구원자들이 뒤에서 그들을 지원한다.
나무뿌리가 지면을 뚫고 올라오면 일반 전투원들이 탄을 집중시켜 저지하는 동안 강소하가 속박, 화염계열 권능을 가진 이가 뿌리를 불태워 버렸다.
가끔씩 뿌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것도 천리안을 가진 시현이 사전에 고지해 주면 해당 방향에 육각방패를 펼쳐 놓고 대기, 태우는 방식으로 하니 별다른 희생 없이 상당거리를 진격할 수 있었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이그드라실을 토벌하는 것도 가능해!”
잔뜩 흥분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 영화에서 보면 저런 대사 치면 꼭 반전이 나오던데.”
시현의 옆에 딱 달라붙어 그를 호위하던 이나연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나연의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우우우우.]
끊이지 않고 계속되던 이그드라실의 공격이 돌연 뚝 끊겼다.
“뭐야? 포기한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큰 게 올 거다. 정신 똑바로 차려.”
헤실헤실 웃는 강소하에게 핀잔을 준 시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저, 저게 뭐야!”
생존자들 사이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멀리, 이그드라실의 본체에 변화가 나타났다.
마치 두 개의 기둥이 딱 달라붙어 꽈배기를 꼬듯 자라나 있는 이그드라실의 본체가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기둥 사이에 타원의 커다란 틈새가 만들어졌다.
그 틈새로 녹색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거 무지몽매한 내가 봐도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이나연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제 손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인의 폭풍으로 맞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분명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폭풍이 경이로운 위력을 가진 권능이라 하더라도 초대형 악마 이그드라실이 전력을 다해 쏟아내는 공격을 막아 내는 건 불가능하다.
육각방패를 모아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뿌리공격을 막아 내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육각방패로는 단 1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시현이 나설 때인 것이다.
콰아아아!
모여 있던 녹색의 기운으로부터 섬광이 쏘아졌다.
정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깨부수며 날아오는 섬광에 모두가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시현의 권능이 사용되었다.
“일방통행.”
허공에 생겨난 반투명한 막은 섬광을 집어삼켰다.
“으아아아아!”
“꺄아아아아!”
방패 뒤에 숨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시각적 효과와 몸을 밀어내는 광풍으로 인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방통행은 공격을 견뎌 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공격을 막는 게 아니라 개념을 뒤트는 방패인지라 아무리 가해지는 공격이 강력하다 한들 방패의 성능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일방통행이라 해도 견딜 수 있는 위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전 외신을 상대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시현은 불안한 마음으로 방패를 지켜봤다.
빠직.
“망할…….”
머리가 아파 왔다.
예상대로 이그드라실의 어마어마한 공격력에 한계를 맞이한 일방통행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한 장 더 펴야 하나?”
일방통행은 정신력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권능이다.
최대한 아낄 수 있으면 아끼고 싶었다.
때문에 시현은 한계라 생각될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쩌적. 쩌저저적!
거울에 생긴 작은 균열이 전체로 번져 나가듯 방패가 너덜너덜해졌다.
“얌마! 윤시현!”
“하나 더, 하나 더!”
“윤시현! 아니, 시현님!”
이러다 죽겠다 싶었는지 참가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시현을 다그쳤다.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시현이 두 번째 일방통행을 펼치려던 그때.
엄청난 기세로 방패를 때리던 녹색의 광선이 잦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일방통행은 산산조각 났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녹색 섬광의 일부가 가장 선두에 있던 참가자의 풍성한 머리를 휑하게 만든 후 자취를 감췄다.
“손해 없이 방패 한 장으로 막아 낼 수 있는 공격이라 다행이다.”
시현은 크게 안도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무사히 이그드라실의 공격을 막아 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단 한 사람, 머리카락을 모두 잃은 남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우우우우우…….]
온 힘을 다한 일격을 쏘아낸 이그드라실이 축 늘어졌다.
하늘을 향해 무성하게 뻗어 있던 가지들이 아래로 처지고 싱싱하던 이파리들도 빛을 잃고 쪼그라들었다.
강한 공격을 쏘아내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현무처럼 이그드라실도 에너지의 소모를 견디지 못해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이다.
“지, 지금인가?”
“지금이다!”
참가자들은 신이 나서 이그드라실을 향해 달려갔다.
비록 거리가 멀어 이그드라실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가할 수는 없지만, 이 틈에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혀 놓겠다는 것이다.
초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참가자의 경우 이그드라실의 직접 타격을 시도했다.
거리가 너무 먼데다가 이그드라실의 덩치가 워낙 거대해 공격이 제대로 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참가자들은 조금씩 이그드라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 *
“허억…… 허억…….”
천소해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지쳤다.
쉬고 싶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졸음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크아아아!]
우측에서 나무 늑대가 그녀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이이익! 제발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쉬게 해 달라고!”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생각 같아서는 권능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권능은 너무 눈에 띈다.
그렇게 되면 시현에게 위치가 발각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수한 무력만을 사용해 나무 늑대를 제압했다.
“그 새끼가 가진 천리안을 피해 여태껏 숨어 지냈는데, 이제 와서 들킬 수는 없지.”
그녀는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에 몸을 기댔다.
함께 산화하자는 지현아를 배신하고 달아나 목숨을 보전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녀는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아무리 동료라 해도 결국 자신은 참가자고 지현아는 일개 등장인물일 뿐.
목숨의 무게가 엄연히 다르다고 천소해는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탈출하냐는 건데…….”
천소해는 원망을 가득 담아 자신의 탈출을 방해하는 녹색의 결계를 노려봤다.
이그드라실이 사용한 결계.
저것은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깨지지 않았다.
내부에서 나가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도 방해하기 때문에 교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그녀는 이그드라실이 직접 결계를 거두거나 이그드라실이 토벌되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는 후자의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고 보고 있었기에 이그드라실이 자연히 결계를 거둬 주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맹세를 사용한 윤시현이 죽으면 이그드라실의 분노도 사그라들 테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는데…….”
문제는 그녀에게 그럴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냄새를 맡는 것도 아닐 텐데, 나무 짐승들은 그녀가 숨어 있는 장소를 잘도 찾아내 천소해를 괴롭혔다.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소모한 체력을 회복할 시간조차 없다 보니, 그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전에 무언가 수를 써야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이를 갈며 나무 짐승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던 그때.
“교단의 천소해, 아무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 어때요? 궁지에 몰린 사람끼리 손을 잡지 않으실래요?”
정성국.
그가 나타났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