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초대형 악마, 이그드라실의 등장에도 시현은 당황하거나 하지 않았다.
애초에 본인이 노리고 한 행동의 결과인데 당황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는 차분하게 이그드라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지켜봤다.
“이게 뭐야! 이제 어쩔 거야! 어쩌려고 이런 짓을 저지른 건데!”
민서라가 옆에서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도 그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이그드라실이 어떤 식으로 싸웠더라? 일단 뿌리를 이용한 직접공격이랑…… 제 몸의 일부를 이용해 새로운 악마를 창조하는 것. 그리고 또 뭐가 있었던 거 같은데…….’
시간에 여유만 있었어도 원작에서 이그드라실이 등장하는 부분을 한 번 더 복습해 보는 거였는데.
아쉬운 마음을 안은 채 천리안을 사용한 시현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그드라실의 행동을 지켜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대형 악마 이그드라실의 등장에 정훈의 영입을 노리고 모여들던 참가자들은 기겁하며 혼비백산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이그드라실이 공간이동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디메리트가 심각하다.
그렇기에 공간이동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으니, 어떻게 해서든 이그드라실의 새로운 영역인 성남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살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제 부하들의 안위도 내팽개친 채 성남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오오오오!]
뿌리를 완전히 내리는 데 성공한 이그드라실은 가장 먼저 성남시 외부에 결계를 펼쳤다.
녹색의 기이한 도형이 떠다니는 무형의 결계에 부딪쳐 주저앉은 참가자들은 절망했다.
뭣도 모르는 이들은 어떻게든 결계를 부숴 보겠다고 힘을 소모했으나 무의미한 짓이었다.
이그드라실이 사망하지 않는 한 결계는 깨지지 않는다.
참가자들이 무의미한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이그드라실은 두 번째 행동을 개시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한 차례 가지가 격하게 흔들리더니, 대량의 이파리와 나뭇가지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지상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이파리들은 마치 생명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저들끼리 모이고 뭉치더니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 내기 시작했다.
늑대, 곰, 사슴, 여우,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의 형태를 빌려 빚어진 그것들은 삐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지 굉장히 부자연스럽거나 제 몸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나무 짐승들은 빠르게 제 몸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 후에 짐승들이 한 일은 도시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인간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참가자, 구원자, 생존자.
그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이를 들이밀었다.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나무 짐승들과의 교전을 선택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이 죽인 것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새로운 나무 짐승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나무 짐승들이 시현 일행이라고 해서 피해 갈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인근의 건물 위에서 자세를 낮추고 기회를 노리던 호랑이가 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오아아아!”
가장 먼저 발견한 신호석이 호랑이의 턱을 올려 찼다.
상당히 충격이 있었을 텐데도 호랑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바로 지척에 자신을 공격한 신호석이 있음에도 호랑이는 그에게 눈길조차 한 번 주지 않았다.
호랑이의 시선은 오로지 시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역시. 맹세의 효과는 확실하네.”
시현은 핏빛 칼날을 휘둘러 호랑이의 목을 베어 버렸다.
“오오! 역시 형님.”
제 발길질에 반응조차 없던 호랑이를 단칼에 베어 버린 시현의 무용에 신호석이 물개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러나 신호석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이 짐승들은 어디까지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
목을 벤다고 해서 숨이 끊어지는 일반적인 짐승과는 차원이 다른 생물이다.
호랑이는 몸을 일으켰다.
절단면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 넝쿨이 제 머리를 찾아 연결을 시작했다.
아직 분리된 몸과 머리가 연결되지 않았음에도 호랑이는 시현을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비켜.”
“엥?”
호들갑을 떠느라 정신이 없는 신호석을 밀어 낸 시현은 두려움을 모르는 호랑이의 육신을 세로로 잘라 버렸다.
잘려진 단면에서 황금빛을 발하는 이파리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잘 봐 둬. 이그드라실이 창조한 짐승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저렇게 몸 속 어딘가에 있는 이파리를 파괴해야 해.”
고작해야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이파리.
시현은 크게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이파리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그러자 머리를 베어도 움직이던 호랑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도 알아 둬. 기본적으로 나무 짐승들은 소형 악마와 비슷한 힘을 가졌지만, 가끔 덩치가 큰 중형급도 있으니 조심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대형급은 못 만든다는 건데…….”
“저기요!”
철저하게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제 말만 하는 시현에게 단단히 심통이 난 민서라가 눈을 홉뜨고 그를 노려봤다.
그제야 시현은 웃으며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니까 제가 성남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니,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안 와요. 시현 씨가 혼자 성남에 남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 본 거예요?”
어느 정도 진정했는지 그녀의 말투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역시 그녀에게는 이 정도 거리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시현은 말을 이었다.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저를 위해 이렇게들 와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그 감동의 결과가 이건가요?”
“하하하.”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시현을 보며 민서라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아니…… 뭐, 좋아요. 이미 저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이렇게 성대하게 일을 벌였으니 당연히 대책은 있는 거겠죠?”
“그야 물론이죠.”
“다행이네요. 그러면 저희는 지금부터 뭘 하면 될까요?”
“먼저,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시현은 일행을 한 데 모았다.
호텔의 인원뿐 아니라 LT마트의 인원들까지 한데 모으니, 그 수가 족히 백을 넘었다.
그들을 이끌고 시현이 향한 곳은 성남에 수많은 참가자들이 모여들게 만든 원인인 정훈이 있는 장소.
테크노벨리였다.
“여긴…….”
테크노벨리를 알아본 민서라가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크노벨리 인근은 굉장히 위험한 장소였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서로를 경계하며 눈치 없이 테크노벨리에 먼저 손을 대려 하는 참가자들을 주저 없는 집단 린치로 처단해 버리곤 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테크노벨리로 접근하는 시현 일행을 막아서는 참가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다들 이그드라실의 등장에 기겁하며 달아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현은 테크노벨리에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아름답던 디자인의 빌딩은 한쪽이 완전히 붕괴되어 처참하고 흉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낯익은 외모의 남자는 한껏 긴장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테크노벨리의 리더, 정훈이라고 합니다.”
“정훈?”
무릇 참가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름의 등장에 민서라의 눈이 두 배는 더 커졌다.
그러나 놀라는 것도 잠시.
그가 어디까지나 원작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을 뿐인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기대를 거뒀다.
“리더? 테크노벨리의 리더는 정성국 아니었습니까?”
“그 인간은 쫓아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 은인이었기에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용서하고 곁에 뒀지만…… 지금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정성국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아 버렸거든요. 덕분에 폭동이 일어나서……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하실까요?”
그는 언질도 없이 찾아온 시현 일행을 위해 테크노벨리의 문을 열어 주었다.
한 차례 실랑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시현으로서는 뜻밖의 결과였다.
테크노벨리 안은 생각보다 허술했다.
마치 이전의 LT마트를 보는 것처럼 소수의 사람만이 세력을 위해 일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인원은 그저 무기력하게 살아 있기만 할 뿐이었다.
어디에도 정성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정성국과 저 때문에 위험에 처하신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아…… 뭐, 굳이 대신 사과할 것까지야. 사과는 기꺼이 받겠습니다. 용서는 안 할 거지만.”
“…….”
정훈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시현이 보기에 정훈 역시 충분히 잘못이 있었다.
정훈은 늘 정성국의 곁에 있었고, 정성국이 하려는 일을 얼마든지 말릴 만한 시간과 기회, 그리고 힘이 있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정성국이 자신의 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던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그저 방관한 것이다.
때로는 방관도 죄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만약 정성국이 있다면 겸사겸사 처리하려고 했는데…….”
“…….”
“없으니까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아시다시피 현재 성남에는 이그드라실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나타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부른 거죠. 누군가가!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네!”
아직 완전히 화가 풀린 건 아닌지 이야기에 끼어든 민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게요. 누가 그랬나 몰라.”
능글거리며 대꾸하는 시현으로 인해 민서라는 뒷목을 잡았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누가 이그드라실을 불러왔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그드라실을 처치할 것인가’입니다. 아시다시피 분노한 이그드라실은 일정 구역에 만물의 출입을 금하는 결계를 펼치거든요. 아, 대기는 허락됐나?”
“만물의 출입을 금하는 결계라니…… 도망칠 수도 없겠군요.”
심각한 표정의 정훈이 수염이 자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주변에서 귀를 세운 채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생존자들도 절망하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정훈은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끈질기게 매달리며 답을 찾는 게 정훈이라는 남자다.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그드라실을 토벌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정답입니다.”
“그건 지금 인원으로 가능한 건가요?”
정훈은 실내를 쭉 훑어보며 말했다.
시현을 필두로 한 호텔의 구원자들, 한기훈과 그를 따르는 LT마트의 구원자들.
그리고 비록 수가 적기는 하지만, 능력 있는 자들이 집결해 있는 테크노벨리.
더군다나 일반 전투원의 수도 결코 적지 않으며 무장상태도 상당히 뛰어나다.
그야말로 드림팀이라 할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모였는데도 불가능하단 말인가요?”
“이 정도 인원으로는 대형 악마도 버거울 겁니다. 하물며 초대형 악마가 상대라면 어림도 없죠. 그러니까 인원을 더 모아야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인원을 모은다는 건가요?”
“뭘 모르시는 거 같은데, 지금 성남에는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구원자의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구원자가 모여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불안한 얼굴의 정훈은 말끝을 흐렸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적대하던 자들이지 않습니까? 과연 그들이 얌전히 힘을 빌려줄까요?”
“안 빌려주면 어쩌겠어요.”
시현의 입가에는 확신이 담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들도 죽고 싶지는 않을 텐데요.”
* * *
그날 밤.
테크노벨리의 하늘 위로 밝은 빛을 발하는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밤이 깊고 새벽별이 떠오를 때까지 무언가는 테크노벨리의 하늘 위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비행했다.
당연하지만 오감이 날카로운 구원자들이 그 정도로 찬란한 빛을 발하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날이 밝았을 때.
테크노벨리의 앞에는 수많은 참가자들과 그들이 이끄는 세력원들이 모여들었다.
어제 하루 나무 짐승들을 상대하거나 그것들을 피해 도망 다니느라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건지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분노를 끌어 모아 소리쳤다.
“윤시현! 이 개새끼야!”
“평화로운 성남에 이그드라실을 불러온 윤시현을 당장 나와서 해명해라!”
“아무리 Re write가 경쟁을 강요하는 게임이라지만, 넌 지금 선 넘은 거야!”
“이 악마보다 더한 새끼! 너는 밤길 뒤통수 조심해라! 반드시 조심해!”
온갖 욕설이 날아들었다.
수십, 수백의 인원이 쏟아내는 욕설은 시현을 고아로 만드는 등 사람의 마음을 난도질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추고 있었다.
심약한 이라면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아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건만, 시현은 오히려 웃기까지 했다.
“장작을 좋은 걸로 넣어서 그런지 잘 타네요.”
“시현 씨는 오늘 먹은 욕으로도 100년은 더 살 것 같네요. 잘하면 영생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걸요?”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용감하게도 시현은 그를 보호해주던 테크노벨리 밖으로 나갔다.
시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를 향해 쏟아지는 온갖 폭언의 강도는 배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얌전히 들어 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보아하니 마냥 기다리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시현은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전봇대를 향해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옆으로 넘어가는 전봇대.
덕분에 사람들은 조용해졌고, 시현은 겨우 입을 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자, 우리 개처럼 알아듣지도 못하게 짖어 대지 말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눕시다. 지성인답게.”
“너, 이 새끼! 지금 뭐라고…….”
“문은 열어 두겠습니다. 각 세력의 리더…… 만약 없다면 작전권을 가지고 계신 구원자, 참가자 분들은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거기까지 말한 시현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참가자들 역시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제 저녁 목격한 신호를 확인하고 이곳에 모여든 것 아니던가.
그들은 시현을 향한 불만의 마음을 어떻게든 잠시 억눌러 두고 대표를 뽑아 테크노벨리 안으로 들여보냈다.
모여든 세력의 수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각 세력의 대표 한 사람만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수십에 이르렀다.
시현은 사전에 준비해 둔 강당에 그들을 집결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무대 위에 섰다.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르고 기자회견을 하는 느낌이었다.
“자, 먼저 다들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 겁니다.”
“당연하지. 이런 엄마 없는…….”
“대화의 진행을 방해하는 일방적인 비방은 듣지 않을 겁니다. 자신 있으면 계속 지껄여도 괜찮고.”
“…….”
언성을 높이려던 중년의 남성은 시현의 서슬 퍼런 시선이 닿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고 나니 그제야 이성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질문해도 될까?”
“얼마든지.”
“윤시현, 네가 맹세를 사용한 건가? 효과를 보아하니 영광을 위한 맹세 같던데, 대체 강림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상황에 어떻게 맹세를 구한 거지?”
“그거 중요한 질문입니까?”
“……아니, 그냥 내 개인적인 호기심이지 중요한 질문은 아니었어. 진짜 질문은 이거다. 왜 그런 짓을 벌인 거지?”
마치 잘 벼려진 한 자루의 칼처럼 예리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길게 찢어진 눈으로 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맹세는 사용하면 본인과 인근 지역의 모든 구원자들에게 강력한 축복을 선사하지. 하지만 너무 강한 축복의 힘이 단번에 쏟아져 나오면 해당 지역에 있는 악마의 분노를 사게 된다. 그렇기에 정훈은 축복을 사용할 때 인근의 악마를 미리 소탕하거나, 대형 악마가 없는 지역에 굳이 찾아가서 맹세를 사용했지. 그걸 네가 몰랐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지?”
“거기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소개해 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시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훈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처음 보는 남자의 등장에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의아해하며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정훈과 눈이 마주치자, 시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테크노벨리의 리더, 정훈 씨입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