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
“…….”
시현과 지현아는 말없이 서로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설마 하던 천소해의 배신에 넋이 나간 지현아는 얼마 안 되는 레벨 서포터의 제한시간이 소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시현으로서도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두 개의 레벨 서포터를 투약함으로 일시적이나마 4레벨 구원자가 되었다.
그녀를 희생 없이 제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현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아 넋이 나가 있는 그녀에게 일격을 가하는,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행위를 하려니 양심이라는 놈에 가책이 느껴졌다.
만약 그렇게 되면 현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행의 시선에 경멸이 깃들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서로 적대관계이기는 하지만 지현아라는 인간 자체에게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좀처럼 손이 나가지를 않았다.
“와아아아아!”
눈치도 없는 것인지 머지않은 곳에서 우렁찬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휘관을 죄다 잃은 교단, 스카이라인, 23사단 연합군이 압도적인 숫자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퇴각을 결정, 용맹하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꼬리를 만 채 헐레벌떡 달아나고 있었다.
대승을 거둔 전투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기뻐했으며, 그들을 지휘한 한기훈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은 채 다가왔다.
“시현아! 수고 많았다. 네가 적의 지휘관들을 전부 처리해 준 덕분에 숫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었…… 이거 분위기가 왜 이러냐?”
가까스로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한기훈이 머쓱한 듯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결국 한숨을 토한 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그대로 멍하니 서 있다가 죽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적어도.”
지현아는 한 움큼 피를 토했다.
그녀의 육신이 빠른 속도로 붕괴해 가고 있는 게 시현의 눈에도 훤히 보였다.
피부에 보기 흉한 균열이 생기고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아름답던 머리카락이 힘없이 한 올, 한 올 바닥에 떨어져 내렸으며 손끝부터 시작해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현아는 마음을 다잡은 듯 두 눈에 독기를 품고 있었다.
“적어도 너만큼은……!”
지현아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자신이 만들어 낸 백색의 불꽃을 체내에 모은 지현아는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고열과 빛을 발했다.
“어…… 형, 이거 여유 부리다가 망한 거 같은데요?”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를 관찰하던 신호석이 기겁하며 말했다.
쌍둥이는 비명을 지르며 시현의 등 뒤에 숨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찬 시현은 단 한 마디로 지현아의 남아 있던 전의를 뿌리째 뽑아 버렸다.
“일방통행.”
반투명한 반구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확인한 지현아는 절망하며 눈을 감았다.
뭔가 되게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지현아의 육신으로부터 시작된 초고열의 불꽃은 일대를 집어삼킬 기세로 흩날렸으나, 일방통행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녀의 육신은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남아 있는 것은 미처 타지 못한 인골의 일부뿐이었다.
천 번째 별, 지현아.
원작에서 수많은 악마들을 벌벌 떨게 만든 영웅의 죽음치고는 허무한 죽음이었다.
* * *
“아으…….”
이보람은 신음하며 눈을 떴다.
약품이라도 주사한 것인지 통증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시야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람은 어떻게든 고개를 틀어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없었다.
어깨 아래에 있어야 할 팔이 없었다.
그로 인해 느껴지는 공허한 감각은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처음 겪어 보는 미지의 감각이었다.
“으아아아…….”
그녀는 눈물을 쏟았다.
팔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다.
“일어났냐?”
방구석에서 자신의 상처를 붕대로 감고 있던 박성호가 입을 열었다.
“여긴 어디야?”
“임시 거처. 그래도 우리 임시 거처가 가까워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과다출혈로 죽었을 거다.”
“내 팔은?”
“…….”
이보람의 간절함이 담긴 시선에 박성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지막 희망이 박살난 이보람은 절망했다.
“윤시현……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네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만…… 그 괴물을 무슨 수로 죽여.”
너무도 손쉽게 이보람의 팔을 잘라 버린 후 자신을 내려다보던 윤시현의 싸늘한 시선을 떠올린 박성호는 몸을 떨었다.
“그 괴물 새끼, 당연히 3레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4레벨이 분명해. 도대체 어떻게 지금 이 시기에 4레벨에 도달한 거지?”
당최 믿을 수가 없었다.
666명의 참가자 전원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Re write를 시작했다.
주어진 조건은 모두 똑같았다.
박성호와 이보람이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쓴 것도 아니었다.
늘 목숨을 걸고 악마와 싸워왔고, 원작의 지식을 통해 잇속을 챙기며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이 꼴이다.
“싸움을 걸 상대를 잘못 골랐어. 하운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구원자가 됐다고 자만한 모양이야. 하긴. 랭킹 100위 내에도 못 든 우리가 원작의 주인공을 손에 넣는 영광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지.”
“그래서?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야?”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거지.”
그는 현실적은 대책을 내놓았다.
어차피 여기에 버티고 있어봐야 정훈을 손에 넣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하운드의 힘을 총동원해도 윤시현이 리더로 있는 호텔은 이길 수 없다.
다른 세력과 힘을 합치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미 윤시현의 손에 의해 천소해 일당이 궁지에 몰렸다는 건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다.
심지어 LT마트까지 참전했으며,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등대는 윤시현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나머지 세력을 싹 다 긁어모아 거대한 연합체를 구성하는 게 아닌 이상 그들 연합을 상대하는 건 턱없이 부족하다.
“살아남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야.”
“하지만 그 새끼는 내 팔을 잘라 버렸다고! 앞으로 평생 한 팔로만 살아가야 하는데, 적어도 그 자식에게 같은 고통은 느끼게 하고 싶어.”
“무슨 수로?”
잔인한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박성호는 이보람을 다그쳤다.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그녀를 이대로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록 한 팔이 없다고 하지만 그녀는 하운드의 귀중한 구원자니까.
“그건…….”
“솔직히 말해 없잖아.”
“아니야! 잘 찾아보면 분명 있어!”
“없어. 그러니까 우선은 이쪽으로 오고 있는 리더와 함께 본진으로 돌아간다. 복수는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
결국 이보람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박성호의 말이 백번 옳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복수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철저한 준비를 위해 잠시 미뤄 두자는 것이었기에 그녀로서 나쁠 것도 없었다.
조금만 분을 삭이면 되는 일이다.
“알았어.”
가까스로 그녀의 동의를 얻어 낸 박성호는 안도했다.
그는 잠시 멈춘 손을 움직여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돌아가면 일단 리더를 설득해서 교단이랑 손을 잡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자. 교단도 천소해와 지현아를 잃었으니 쉽사리 응할 거야. 남은 건 교단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우리 리더를 어떻게 설득하냐는 건데…….”
“뭐야, 돌아가려고요?”
그 순간, 박성호는 반사적으로 벽에 세워 둔 돌격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총알을 장전하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총구를 향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초 남짓.
그러나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너…… 누구야?”
그곳에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짧은 칼을 이보람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현재 이보람의 외피는 시현의 공격으로 인해 깨져 있는 상황.
저 보잘 것 없는 칼날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누구냐고!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왔어!”
상대의 대답이 없자, 박성호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그런 박성호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듯 남자는 행동했다.
“질문은 제가 먼저 했잖아요. 돌아갈 거냐고. 그러니까 대답도 그쪽이 먼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밀폐된 공간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궁금한 게 산더미처럼 많았으나 지금 그를 자극해서는 이보람이 위험하다.
박성호는 침착하게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우리는 졌어. 그렇기에 성남을 떠나 본진으로 돌아갈 거고. 딱히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할 생각도 없어. 축하해. 일단 경쟁자 하나가 줄어드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고릴라한테서 그 흉흉한 물건은 치워 줬으면 하는데.”
“에이, 그럴 수는 없죠.”
남자는 싱글생글 웃으며 박성호의 속을 긁었다.
박성호는 출입구 쪽으로 시선을 줬다.
분명 입구는 봉쇄되어 있으며 하운드 소속의 전투원들이 지키고 서 있었을 터였다.
‘전투원들은 어떻게 된 거지?’
전투원들이 합류하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거기에 박성호는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천천히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확인한 박성호는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질렀다.
생면부지의 남자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눈을 뜬 채 죽어 있는 전투원의 머리가 보였다.
“정성국, 네 말대로 밖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정리했어. 미리 말했다시피 누군가를 죽이는데 도움을 주는 건 이번 한 번뿐이야. 이걸로 너에 대한 은혜는 깡그리 잊겠어.”
“마음대로.”
정성국이라 불린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성국, 정성국…… 아아. 누구신가 했더니 테크노벨리의 리더셨군.”
뛰어난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박성호는 정성국이라는 이름을 듣고 단번에 남자의 정체를 간파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정성국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오, 정답.”
“그렇다면 저 남자가 정훈인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뛰었다.
박성호가 위험을 감수하고 성남에 온 이유가 바로 저 남자.
원작의 주인공 정훈을 영입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토록 만나기 원했던 인물과의 뜻밖의 조우에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에 남자, 정훈은 인상을 썼다.
“진짜 개나 소나 내 이름을 알고 있군. 이름을 바꾸던가 해야지. 나는 그냥 어디에나 널려 있는 평범한 구원자일 뿐인데…….”
“평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과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구원자가 평범하다고?”
박성호가 정훈의 입에서 나온 말 중 오류를 정정했다.
비단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어중이떠중이와는 확실하게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원작의 주인공 정훈의 경우, 특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신과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굉장히 특별한 특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특성은 개인의 고유능력으로, 주변 환경에 의해 발현의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특성 자체가 변하는 일은 없다.
더군다나 정훈의 특성은 조건 자체가 까다롭지 않은 편에 속했다.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1∼2개월 정도면 살아남으면 자연히 충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금쯤이면 신들과 골백번은 더 의사소통을 하고도 남았을 시기다.
하지만…….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신과 의사소통을 해? 그게 가능했으면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라고 온갖 쌍욕을 퍼부었을 거다.”
“……뭐?”
그제야 박성호는 이상함을 느꼈다.
당황하는 박성호를 향해 정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 인간에게 듣기로는, 너희는 정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찾아 여기로 왔다지? 아마 너희가 찾는 정훈이라는 사람은 내가 아닌 동명이인의 다른 누군가일 거야. 저 악랄한 놈 하나 때문에 너희 전부가 속은 거야. 멍청하게도.”
“……마, 말도 안 돼.”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박성호였으나, 가만히 웃기만 하던 정성국이 쐐기를 박아 넣었다.
“사실입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정훈이 테크노벨리에 있다는 소문은 제가 퍼뜨린 거거든요. 이거 참, 속여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
앞이 깜깜하게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속았다.
아주 제대로 농락당하고 말았다.
비단 자신뿐 아니라 성남에 모여든 수백의 구원자, 수천의 생존자들이 고작 한 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나기 이전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믿기 싫으면 딱히 믿지 않아도 무관한데요.”
“사실이 발각되면 분노한 세력에 의해 테크노벨리가 쓸려 나갈 텐데.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대체 뭐야?”
“우선 첫 번째는 제가 즐겁다는 거죠. 제가 취향이 조금 특이해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 볼 때마다 심장이 막 뛰거든요.”
“……미친놈이었군.”
정성국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결에 폭언을 쏟아 내고 말았다.
그러나 정성국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이놈을 성장시키기 위해서죠.”
정성국은 허리춤에서 검은색의 날을 가진 가느다란 레이피어를 뽑았다.
마치 장미넝쿨이 손잡이부터 시작해 검신의 절반을 덮고 있는 듯한, 실용성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장식용 레이피어.
그러나 레이피어에서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딱히 묻지 않았음에도 정성국은 신이 나서 떠벌리기 시작했다.
“이놈은 말이죠, 제가 우연히 구한 녀석인데 굉장히 유명한 놈이에요. 검은 가시라는 이름인데, 아시려나?”
“거, 검은 가시?!”
반응은 박성호가 아닌 이보람에게서 터져 나왔다.
“음…… 고릴라, 아는 이름이야?”
“당연하지. 오히려 네가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되네. 검은 가시는 단검, 대검, 레이피어. 총 세 종류가 있는데 셋 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검이잖아. 그중 레이피어는 본인이 직접 죽이지 않더라도 일정 구역 내에서 구원자가 죽을 때마다 내장된 기술의 위력이 강해지는…….”
거기까지 말한 이보람은 사색이 되었다.
떨리는 눈동자로 정성국을 바라보는 이보람.
“너 설마…….”
눈이 마주치자, 정성국은 싱긋 웃었다.
“정답입니다.”
레이피어는 이보람의 심장을 꿰뚫었다.
“기왕이면 당신들끼리 서로 치고받고 해 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내 손을 더럽히게 돼서 참 아쉬워요. 이게 다 윤시현 때문입니다. 그러니 윤시현 그 인간은 최대한 잔인한 방법으로 끝장내 드려야겠어요.”
“너, 이 새끼가아아아!”
이보람의 죽음에 분노한 박성호가 방아쇠를 당겼다.
권능이 담긴 총탄은 정성국의 외피를 대량으로 깎아 냈다.
한 번만 더 방아쇠를 당기면 정성국의 외피를 완전히 깨부수고 그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성호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커허억…….”
벌어진 입에서 끈적이는 타액이 섞인 침이 대량으로 흘러나왔다.
발밑에서 솟구쳐 오른 검은색의 가시.
그것이 정성국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무어라 할 말이 있는지 입을 벙긋거리던 박성호는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하운드의 에이스 둘을 삽시간에 처치해 버린 정성국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자…… 비겁하게 축제 도중 돌아가려던 두 사람도 처리했겠다. 슬슬 나도 축제를 즐기러 가 볼까?”
“……난 이만 돌아가겠어.”
인상을 쓴 정훈이 등을 돌렸다.
허점투성이인 정훈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응시하던 정성국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아직 정훈은 쓸모가 많아. 참자. 일단 참고…… 이 욕망은 다른 놈들에게 풀면 되겠지. 특히 윤시현, 그 인간을 처치하면 한동안은 잠잠해지겠지.”
정성국은 콧노래를 부르며 공간이동을 준비했다.
그 순간이었다.
쿵.
발밑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엥? 지진인가?”
뭔가 싶어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정성국은 기겁하고 말았다.
“저, 저게 뭐야아아아!”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연녹색의 빛을 뿜는 거대한 반구형태의 결계가 테크노벨리를 넘어 성남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직후, 성남시의 중심부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