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끄아아아아…….”
시현은 지독한 두통과 싸우고 있었다.
호흡은 가빴고, 세상이 도는 건지 자신이 도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눈앞이 어지러웠다.
과도하게 정신력을 소모한 까닭이다.
일방통행은 경이롭기까지 한 방어력에 어울리게 많은 정신력을 소모한다.
심지어 시현은 정식으로 일방통행의 사용을 허가받은 것이 아닌, 아르하의 권능으로 모방해서 사용하는 중이다.
정신력의 소모 값은 무려 네 배.
두 개의 권능 덕에 남들보다 정신력의 총량이 많은 시현이라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도 시현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현무의 두 머리는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연합의 구원자들은 일방적으로 폭력을 때려 박고 있었다.
누가 봐도 구원자 측이 유리해 보였으나, 시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망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신이 나서 완전히 잊고 있군.”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작전인데, 벌써부터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시현은 무전기에 목소리를 흘렸다.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빨리 퇴각하세요.”
[네? 하지만 모처럼 승기를 잡았는데 외피라도 찢어 놔야 하지 않겠어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정은수의 음성이 두통을 배가시켰다.
시현은 이를 갈며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곧 우측 머리가 일어날 겁니다. 전 더 이상 공격을 막을 수 없고요. 지금 말하는 것조차 벅찬 상황인지라 더 말 시키면 욕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은수가 시청의 생존자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
무전을 듣고 있던 다른 세력의 리더들도 제 지휘권 아래 있는 구원자들을 데리고 황급히 달아났다.
그러나 다수의 손발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대규모 작전에, 멋대로 애드리브를 집어넣는 사람은 늘 한둘 정도 있기 마련이다.
3번 빌딩으로부터 쏘아지는 몇 개의 권능이 멈추지를 않았다.
‘3번 빌딩을 담당하던 세력은……. 인천 공항인가!’
시현은 다급하게 무전기에 목소리를 흘려 넣었다.
“3번 빌딩. 뭐 하고 계신 겁니까. 당장 퇴각하세요!”
[아직 정신력이 남아 있어요. 두 번만 더 권능을 사용한 다음 퇴각하겠습니다!]
“그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이기 위해 시현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과도하게 아드레날린이 분비한 까닭이다.
결국 쓰러졌던 현무의 우측 머리가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났다.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든 현무는 마지막에 자신을 공격한 3번 빌딩을 향해 물줄기를 토했다.
콰아아아아!
물줄기는 빌딩을 날려 버렸다.
옥상에서 권능을 난사하던 인천 공항 소속의 구원자들 역시 형체조차 남기지 못했을 터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빌딩의 뒤쪽으로 약 1킬로미터 정도가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남은 것은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거대한 호수뿐이었다.
“망할!”
시현은 욕설을 토했다.
이제 겨우 첫 교전이다.
가장 손해가 적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화력이 크게 줄었다.
몇 사람이 죽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이 손해는 앞으로 벌어질 장기전에서 두고두고 누적될 것이다.
조금 전까지도 빌딩이 존재했던 공터를 노려보던 시현이 등을 돌렸다.
현무로부터 빠르게 멀어져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 구원자들이 모여 있었다.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조금 전 무전 내용을 통해 모두가 파악하고 있었다.
구원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나, 난 도저히 못 하겠어!”
지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장에서 이탈하는 사람까지 발생했다.
“죄송합니다. 얼마 전 합병한 소규모 세력의 구원자들인데……. 전에도 제 지휘를 빈번하게 무시하더니 결국 사고를 치고 마는군요. 다 제 탓입니다.”
인천 공항의 리더가 시현에게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세력으로 인해 연합군의 사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에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탓하거나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만큼 시현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일단 예정대로 퇴각하죠.”
시현의 시선이 부평에서도 알아주는 세력의 리더, 김시욱에게 향했다.
“이쪽으로 모여!”
기다렸다는 듯 김시욱이 목청껏 소리쳤다.
“부탁드립니다.”
“조금 규모가 많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야.”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은 김시욱이 권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공터에 모여 있던 구원자 전원이 일제히 모습을 감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라진 게 아니다.
김시욱의 권능은 인식 저하.
특정 대상으로부터 일정 영역에 있는 생명체의 인식을 밑바닥까지 떨어뜨려 코앞에 있어도 인지하지 못하게끔 하는 권능이다.
다수를 상대해야 할 때는 그리 효율을 내지 못하는 권능이지만, 단일 개체 한정이라면 제법 효과가 좋다.
[…….]
현무의 좌측 머리도 그로기 상태를 벗어났다.
현무는 두 개의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을 향해 공격을 퍼붓던 구원자들을 찾았다.
하지만 인식 저하 권능으로 인해 현무는 지척에서 퇴각하고 있는 구원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개를 갸웃하던 현무는 이내 흥미를 잃고 본래의 목적인 신혈을 찾아 이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오오오오!]
우렁찬 울부짖음과 함께 현무가 토한 물줄기가 어둠을 갈랐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찢어발길 기세로 쏘아진 물줄기는 일방통행의 권능에 너무도 쉽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구원자들은 권능을 쏟아 냈다.
두 개의 머리는 이미 그로기 상태에 빠진 상태.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권능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했다.
[퇴각합니다.]
무전기에서 고통을 억지로 참는 시현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의 구원자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던 일부 구원자들의 참혹한 끝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던 까닭이다.
“퇴각!”
“죽기 싫으면 빨리빨리 움직여!”
“조금만 더 때리면 외피가 깨질 거 같은데……. 아쉽네. 내일이면 또 어느 정도 회복할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잖아.”
현무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시현을 포함한 구원자 전원이 약속 장소에 모였다.
김시욱의 권능을 이용해 현무의 인지 능력을 속이고 전장을 이탈한다.
정신을 차린 현무가 적을 찾았으나 역시 보이지 않았다.
광분하며 날뛰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
그러나 현무는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것을 망각하고 신혈을 뒤쫓았다.
현무의 작은 뇌를 채우고 있는 것은 며칠이 지났음에도 기세를 잃지 않고 솟구쳐 오르는 신혈의 기둥뿐이었다.
타오르는 욕망은 현무의 눈을 멀게 했다.
재차 이동하기 시작하는 현무를 멀리서 지켜보던 시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침에 있었던 사고 덕분인지, 구원자들은 철저하게 지시에 따랐다.
덕분에 두 번째 작전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시현 씨! 방금 보셨죠? 앞으로 한두 번 정도면 현무의 외피가 깨질 것 같았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군요.”
이번에도 정신력을 바닥까지 사용한 시현의 호흡은 거칠었다.
아침에 무리한 상태에서 정신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까닭인지 피로감과 현기증이 더욱 극심했다.
신이 나서 떠들던 정은수가 자연스레 그를 부축했다.
“그나저나 이런 작전을 생각하시다니……. 시현 씨는 무력만 그런 게 아니라 현명하기까지 하네요.”
“단순히 규모를 키운 히트 앤 런일 뿐입니다. 대단할 것도 없어요.”
실제 시현이 세운 작전은 간단했다.
1번 지점에서 현무를 요격한 후 퇴각, 2번 지점에 현무가 도달하기를 기다리며 휴식, 현무가 도달하면 전력을 퍼부은 후 3번 지점까지 퇴각.
거구를 자랑하는 현무의 속도가 시골길의 농업용 트랙터보다 느리다는 점을 이용한 식의 치고 빠지기다.
물론 현무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일방통행 권능을 포함, 인천연합에 속한 구원자들의 권능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기에 세울 수 있었던 전략이다.
조건이 하나라도 성립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작전은 실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곧 현무가 경계를 넘겠군요.”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정은수의 표정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이곳에 없는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걱정뿐이다.
“그렇군요.”
이내 정은수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작전이 시행된 1지점과 2지점은 현무의 영역 내에 있었다.
하지만 3지점은 다르다.
요새와 경계의 사이, 즉, 이그니스의 영역에 3지점이 자리하고 있다.
현무의 이동 속도와 소모한 정신력의 회복까지 고려하면, 다른 장소를 작전 지점으로 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현 씨, 설마 이그니스가 막 깨어나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그거야……. 신현수 씨에게 달린 일 아니겠습니까. 저희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 * *
“으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전에 왔을 때보다 더욱 더워진 거 같네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걸으며 신현수가 중얼거렸다.
의미 없는 혼잣말이 아니었다.
신현수의 두 발자국 뒤에 마스크를 쓴 남자, 스컬의 리더 강서원이 있었으니까.
“덥다. 밖은 겨울인데 여기만 계절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네. 아니, 그 검정색 지대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그랬어.”
트레이드마크인 마스크를 턱까지 당겨 내린 강서원이 말했다.
두 사람은 계단의 끝에 이르렀다.
어제 시현이 묶어 둔 밧줄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걸 타고 내려갔다 올라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팔에 힘이 빠지는 것 같네요.”
“그럴 필요 없어.”
습관적으로 입가의 상처를 만지던 강서원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자 중력을 거스른 채 허공에 뜬 강서원을 본 신현수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권능은 중력을 다루는 거였죠.”
“아직 레벨이 낮아서 자유로운 이동은 어렵지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아닌가?”
“물론 충분합니다.”
신현수도 그를 따라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권능에 의지해 중력을 거스르는 건 상당히 기묘한 일이었다.
“그럼 간다.”
어째서인지 강서원의 입가에 장난기 다분한 미소가 맺힌다.
그 미소의 이유를 생각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신형이 빠르게 추락했다.
“흐억!”
비명을 지르려던 신현수는 이 밑이 이그니스의 둥지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입을 막았다.
어째서일까, 천장이 꽉 막혀 있는데 빗방울이 몇 개인가 보였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 강서원의 권능이 두 사람을 감쌌다.
무형의 기운이 신현수를 부드럽게 감싸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재밌지? 자이로드롭 타는 거 같지 않아?”
“올라갈 때 저는 밧줄을 이용하겠습니다.”
“이거 진짜 재밌는 건데.”
“그나저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신현수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운을 뗐다.
“오늘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굉장히 과묵하신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마치 다른 사람처럼 밝으셔서요. 아, 싫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 좋네요.”
“……이동하지.”
마치 이 주제를 피하듯 강서원이 입을 꾹 다물었다.
괜한 이야기를 꺼낸 건가 싶어 멋쩍어진 신현수는 애써 웃으며 더욱 깊은 어둠을 향해 나아갔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신현수는 길게 숨을 토했다.
조금 전부터 심장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 멋대로 흥분해서 날뛰어 댔다.
후욱!
뜨거운 바람이 덮쳐 왔다.
‘무슨 열기가…….’
화상을 입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기가 격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보다 이그니스가 뿜어내는 열기가 배 이상 심해진 것 같다.
이그니스가 누워 있는 동공을 확인한 신현수는 땀을 흘렸다.
이게 더워서 흘리는 땀인지, 긴장해서 흘리는 식은땀인지 헷갈렸다.
“이건……. 당장이라도 깨어날 거 같네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강서원이 주춤거렸다.
이그니스의 호흡 간격은 짧아졌고, 선홍색으로 변한 비늘에서 간헐적으로 불길이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휘두를 듯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현무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을 거라더니, 사실이었군요.”
이미 현무가 영역의 경계까지 도착해 있다는 사실은 무전을 통해 전해 들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30분에서 1시간 남짓을 터.
그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
“시작하겠습니다.”
신현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가 가진 권능은 강력하지만 고도의 집중을 요구한다.
계절에 맞지 않는 무더위 속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땀을 많이 흘린 까닭인지 머리가 핑 돌았다.
하지만 결코 실패할 수는 없는 노릇.
신현수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권능을 완성시켰다.
“깊이 잠들어라.”
메이아 스라의 권능.
깨지 않는 꿈이 발현되었다.
효과는 눈에 보이도록 빠르게 나타났다.
비늘의 불길이 사라지고 색이 주홍빛으로 바뀌었으며, 멋대로 움직이던 꼬리도 침착해졌다.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허억!”
참았던 숨을 토한 신현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상당한 정신력이 소모되어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걸로 된 건가?”
“물리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깨어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시현 씨가요. 솔직히 이 정도 크기의 악마에게 제 권능이 제대로 통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윤시현, 그자가?”
어째서 그 이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강서원의 눈썹이 크게 휘었다.
“네, 아시다시피 제 권능은 소모가 커서 자유자재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저조차 세세한 부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죠. 그런데 어째서인지 시현 씨는 저보다 제 권능에 대해 더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가 본 시현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다수 파악하고 있으며, 특히 권능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만큼 방대한 지식을 자랑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신현수의 권능을 이용해 이그니스를 깊이 재우는 것으로 현무를 토벌할 시간을 번다는 이 작전 역시 시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신현수 씨가 전력을 다해 권능을 사용한다면 반나절 정도는 이그니스도 꼼짝을 못 할 겁니다. 물론 물리적인 자극이 가해진다면 바로 깨어나겠지만요.”
시현이 했던 대사는 아직까지도 철자 하나 틀리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낙인이라도 박힌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김해철, 그자도 그랬지. 남들이 모르는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었어.’
도대체 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뭐가 말입니까?”
“수상하기는 하지만 일단은 아군이잖아. 보아하니 성향도 선, 정의 쪽에 가까운 거 같던데.”
언제 과묵했냐는 듯 강서원의 말수가 재차 많아졌다.
“그건…….”
말을 흐린 신현수의 시선이 이그니스에게 향했다.
지금이야 곤히 잠들어 있지만 저건 재앙의 씨앗이다.
만약 시현이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더라면, 인천에 닥친 전대미문의 재앙을 타개할 해결책을 마련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이그니스는 신현수의 고향인 인천 땅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신현수는 웃었다.
“당신 말대로입니다. 조금 비밀이 있으면 뭐 어떻습니까. 지금은 우리의 든든한 아군이자 은인인데.”
그저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의심하고 멀리 하기에는 시현이 너무 많은 능력을 선보였다.
그런 사람이 악인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그 사람이 인간다움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동감이야.”
강서원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