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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89화 (89/225)

[89화]

회의가 끝났다.

가장 먼저 회의실에서 나온 시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회의 시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었지만 리더들을 상대하며 심력을 제법 소모했는지 몸이 무거웠다.

시현의 뒤를 이어 리더들이 우르르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 중에는 모두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며 존경을 사는 노인처럼 웃으며 시현을 격려하는 사람도 있었고, 김시욱처럼 영 못마땅하단 얼굴을 한 이도 있었다.

가장 늦게 회의실을 빠져나온 박여래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한동안 잘 부탁해, 지휘관.”

시현 역시 웃으며 자신에게 마지막 표를 던져 준 고마운 사람의 손을 맞잡았다.

그녀는 결국 시현을 선택했다.

이유는 허무했다. 신현수가 시현을 선택했으니까.

그 단순한 이유가 박여래를 움직이게 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시현이 3레벨의 구원자라지만, 현무는 인천의 문제였으며 시현은 서울의 사람이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해도 외부인에게 연합군의 지휘관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긴다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사실 지휘관이 안 된다면 적어도 작전 참모로 참가하고자 했던 시현으로서는 최선의 결과였다.

그러나 들뜬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축하드립니다.”

누가 봐도 축하하지 않는 얼굴을 한 스컬의 리더 강서원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불편한지 몇 번이고 고쳐 쓰는 그의 곁에는 처음 보는 두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강서원과 마찬가지로 해골이 그려져 있는 마스크로 무장했으며, 여성의 경우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각 세력의 리더들은 항시 하나둘 정도, 믿을 수 있는 호위를 대동하고 다닌다. 이들 역시 호위일 터.

시현의 시선은 오로지 강서원에게만 향해 있었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진심이 담긴 축하는 아닐 터라, 시현도 감정 없이 예의상의 감사만 전했다.

고개를 까딱 숙인 강서원이 먼저 떠나고, 호위 중 여성은 무심하게 그 뒤를 쫓았다.

그러나 남성은 시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노려봤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시현의 질문에 남자는 환하게 웃었다.

“아니요. 그냥……. 연합의 지휘관이 되셨으니 얼굴 정도는 확실하게 인지해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명 말투와 내용은 호의적인데, 이상하게도 눈빛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 * *

고작 하루 사이에 시청으로 엄청난 수의 구원자들이 모여들었다.

현무로부터 위기에 빠진 인천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합군은 빠른 속도로 덩치를 부풀리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모였다고 해서 곧장 현무를 치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참가 인원의 선별, 포지션 지정, 작전의 설명, 사전 연습 등등.

한정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많았다.

시현은 우선 자신이 각 세력의 리더에게 지시를 전달하면, 리더들이 산하의 구원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식의 전달 체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눈물겹게도 해당 전달 체계는 완벽하지 않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현에게 전가되었다.

원인은 김시욱처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에 취약한 몇몇 리더들 때문이었다.

지휘 실력, 리더십보다는 힘으로 선출된 리더가 있는 세력일 경우 특히 심했다.

그런 리더의 밑에 있는 생존자들은 일찌감치 리더에게 설명 듣기를 포기하고 시현을 찾았다.

“지휘관. 여기 우리 포지션에 대해 조금 설명해 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그거라면 이쪽의 작전 설명서를 확인해 주세요.”

“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권능이 있기는 한데, 사실은 근접 쪽이 취향인 데다 성향도 맞아서…….”

“그런 것까지 일일이 고려하다가는 끝이 없습니다.”

“제가 이쪽 지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금 정찰을 다녀와도 될까요?”

“상관없습니다. 지금쯤 현무의 이동 경로 상에 있는 악마들은 전부 대피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됩니다.”

“지휘관! 쟤가 제 간식을 뺏어 갔어요.”

“그걸 왜 저한테 말합니까.”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말을 걸어 대니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신현수는 그 나름대로 바쁜 일이 있었으며, 정은수는 작전을 위한 장치의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결국 시현은 몇 시간 동안이나 인천연합의 구원자들에게 붙잡혀 있어야 했다.

그나마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난 시현은 옥상에서 겨우 한숨을 돌렸다.

쏟아지는 비는 여전히 불쾌했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건 좋았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조금은 진정제 역할을 해 주었다.

“바빠 죽겠네.”

차라리 시청을 뛰쳐나가 악마들과 피 터지게 싸우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조금 쉴 수 있겠다.”

시청은 그저 덩치만 큰 세력이 아니다.

일찌감치 정부가 붕괴했으며, 구조는 없으리라 판단한 신현수는 시청 내에 생존을 위한 모든 발판을 마련했다.

덕분에 식사 시간에는 조촐하긴 해도 그나마 식사다운 식사가 나오는 몇 안 되는 세력이기도 하다.

어디서 구해 온 건지 모르겠지만 뜰에서는 닭을 키우기까지 했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반찬에 계란 요리가 올라올 때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눈이 뒤집힐 뻔했다.

그러한 이유로 세상이 이렇게 된 이후 시현은 처음으로 식사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기이한 경험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식당까지 갈 기운조차 없었다. 정확하게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틀림없이 체하고 말 테니까.

하지만 편히 쉴 곳으로 옥상을 택한 건 실수였던 모양이다.

“너……. 너! 날 속였겠다!”

“……?”

문이 열리고 이가 하나 부러진 우산을 쓴 남성이 등장했다.

낯익다 싶었더니 네크로 비와 싸우기 전 시현에게 시비인지 충고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 떠났던 그 참가자다.

“속이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너, 랭킹 6위 윤시현! 참가자잖아! 왜 그때 말하지 않은 거야?”

“꼭 말해야 합니까?”

애초에 시현은 눈앞의 남자가 참가자란 걸 알고 있었다.

대놓고 ‘나 참가자예요!’라며 티를 내고 다녔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눈앞의 남자 말고도 연합 내에 몇 명 정도 참가자가 숨어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현은 그들에게 일절 관심이 없었다.

원작이라는, 사기적인 무기를 가졌음에도 이 시기까지 원작을 뒤틀지 못했다는 것은 단 하나, 이들이 무능한 경쟁자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뭐, 좋아. 일단 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김해철, 뮤턴트의 리더다.”

“뮤턴트?”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기억을 전부 뒤적여 봐도 떠오르는 이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은 세력이 분명했다.

“놀라지 마라. 무려 일곱 명의 참가자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아, 예.”

흥미가 팍 식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원작을 뒤틀지 못해 초조해져 같은 목표를 가진 참가자들을 모은 거겠지. 참가자가 모이면 인천연합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는 인천연합을 차지하기 위해 힘을 합친 거야. 어때, 너도 함께하지 않겠어? 다른 참가자들을 제치고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 서로 협력해야 해.”

깜짝 놀랄 만큼 예상대로였다.

‘이토록 단순하니, 원작의 지식을 가지고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한 거겠지.’

뛰어난 적군보다 더욱 경계해야 하는 건 무능한 아군이란 말이 있다.

시현이 보기에 김해철의 뮤턴트는 여기저기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통나무배였다.

반면, 신현수를 중심으로 한 인천연합은 튼튼한 대형 선박과도 같다.

아무리 참가자가 모여 있는 세력이라 한들, 언제 침몰할지 모를 배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참가자라고 해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간이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자, 이거 받아.”

그런 시현의 마음을 모르는 김해철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낸 무언가를 내밀었다.

클립을 이용해 손수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해골 모양의 장식품이다.

굉장히 조잡한 디자인의 장신구였지만 그것을 시현의 손에 쥐여 준 김해철은 굉장히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뮤턴트의 상징이야. 우리는 약간 비밀 결사 같은 거라,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거든. 아군끼리 식별용으로 가지고 있는 거니까…….”

“거절하겠습니다.”

“절대 잃어버리거나 하면 안…… 엥?”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김해철은 당연히 시현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할 거라 믿고 있었다.

시현을 응시하던 눈동자가 허공에서 갈 곳을 잃었다.

“왜?”

“이미 저는 안정권에 진입해 있고, 지금 기세로만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순위가 떨어질 일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그쪽과 손을 잡을 이유가 있나요?”

“우리와 손을 잡으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예를 들면 부동의 랭킹 1위, 한소현을 제치고 네가 1위가 되는 거지.”

“한소현이라면 제 힘만으로 뛰어넘을 겁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 마당에 더 이상 귀찮고 의미 없는 대화로 진을 빼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어설픈 장식품을 돌려주며 솔직한 심정을 고했다.

“그쪽과 손을 잡으면 오히려 순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게……!”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김해철이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시현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한 순간 김해철은 몸을 떨었다.

머리에 열이 올라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시현은 3레벨 구원자이며, 네크로 비를 손쉽게 토벌함으로써 그 힘을 증명했다.

김해철은 급하게 주먹을 회수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어쩌지 못한 듯 흉하게 일그러졌다.

“애초에 3레벨씩이나 되는 놈이 6위에 머물러 있는 주제에 잘난 척은…….”

그 말을 남긴 김해철은 요란하게 문을 닫으며 옥상을 벗어났다.

남겨진 시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일단은 참가자 집단이니, 조금은 경계해 두기로 할까.”

드디어 조금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찰나.

“여기 계셨습니까? 지휘관! 여쭈고 싶은 게 있는데…….”

“시현님! 어떻게 해서 3레벨 구원자가 될 수 있었는지 자그마한 거라도 좋으니 힌트를 주세요!”

“시현님!”

“지휘관!”

어떻게 알았는지 그새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몰려왔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아기 새처럼 짹짹거리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두통이 일었다.

* * *

“흐음…….”

시청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요새로 복귀한 시현은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

보통이라면 단 하나밖에 습득할 수 없는 권능.

그러나 시현은 블랙마켓에 무려 30억이라는 거금을 쏟아 주인공 정훈에게만 허락되었던 두 번째 권능인 아르하의 권능을 손에 넣었다.

말이 좋아 두 개이지, 다른 권능을 모방해 저장할 수 있는 아르하의 권능은 사실상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장할 수 있는 개수에는 엄연히 제한이 있다.

현재 아르하의 낙인은 2레벨까지 개방되었으며, 총 두 개까지 권능을 저장해 두고 원하는 때 사용할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권능은 연기자와 유령 군대.

전자는 외형과 목소리, 체형까지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권능으로 잘만 활용하면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한 구원자마저 암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권능이다.

실제 원작에서 권능의 주인이었던 정해수는 이 권능으로 영웅이라 불리던 구원자들을 대거 암살하고 다녔다.

후자인 유령 군대의 경우 유령 궁주 유설의 능력으로 유명하다.

죽은 자의 영혼을 뽑아내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는 군대를 만들어 내는 권능으로, 레벨이 높아질수록 다룰 수 있는 유령의 수는 늘어난다.

단점으로는 유령이 악마를 상대로는 그리 효율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과, 권능 자체가 굉장히 비인도적인 권능이라는 점이다.

해당 권능을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혼을 뽑아내야 한다.

악마의 영혼을 뽑아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 오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이 상대일 때 우수한 능력이라는 건 분명했다.

“둘 다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능력인데…….”

심지어 두 개의 권능은 목록에서 한번 삭제하면 다시 구하는 것도 힘들다.

원래의 주인인 정해수, 임진아의 시체가 방치된 곳까지 찾아가서 능력을 다시 받아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짓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될 수 있으면 이 두 능력은 고이 모셔 두고 싶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현무를 토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능력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

신현수의 비서 이은아가 가지고 있는 일방통행.

이번 작전에 그 권능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했다.

“이은아가 구원자였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한숨과 주름만 늘어 갔다.

“왕! 와아아아앙!”

오늘따라 두부가 유난히도 시끄럽게 짖어 댔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리도 우렁찬 성량을 가지고 있는 건지.

“두부야, 간식 줄 테니까 조용히 좀 하자.”

두부를 조용히 시키기 위한 비장의 육포를 꺼내 흔들었다.

평소라면 식욕을 자극하는 애견용 육포의 냄새를 맡는 순간 두부는 입을 꾹 다물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그러하듯 식욕에 솔직한 두부였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와왕! 으르르르르.”

낮게 으르렁거리질 않나, 시현의 다리 옆에 착 달라붙어 자세와 꼬리를 낮춘 채 잇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명백한 경계 행위였다.

그제야 두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시현이 고개를 들었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웬 20대 초반의 남자가 문 뒤에 몸을 반쯤 숨긴 채 웃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런데 왠지 모를 익숙함이 계속해서 시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시현이 입을 열었다.

“김세찬.”

“우와.”

남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우와!”

남자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김세연도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사람은 시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우와!’라는 감탄사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세찬이라는 거.”

어지간히도 흥분했는지 남자, 김세찬은 콧김을 마구 뿜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린아이였다면 귀여웠을 행동이지만, 다 큰 성인 남성의 얼굴로 이러니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알고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무기가 된다.

시현은 김세찬이 사도라는 것부터 시작해 어떤 권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 권능의 효과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두부와 달리 크게 놀라지 않고, 그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도 기사 서약이 전투에 가장 적합한 신체로 변화시켜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격변할 줄은 몰랐네.”

“형, 저랑 팔씨름해요. 이기면 오늘 저녁 반 드릴게요.”

“자신 있어?”

“저한테 지고 울지나 마세요.”

겉모습은 변했어도 내용물은 김세찬인지라 하는 짓이 퍽 귀엽다.

생각할 게 많기는 하지만 놀아 달라고 호소해 오는 아이를 내칠 정도는 아니다.

시현은 테이블 위에서 김세찬과 손을 잡았다.

심판은 자연히 손이 비어 있는 김세연이 맡게 되었다.

“준비~ 시작!”

시작과 동시에 김세찬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팔에 힘을 주는 게 얼굴 표정에까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시현의 팔은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현은 하품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는 등 여유를 보이며 김세찬을 약 올렸다.

“무슨 돌덩어리도 아니고 꼼짝도 안 하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걸까, 김세찬이 김세연에게 대놓고 신호를 보냈다.

“기사 임명!”

“세연아, 심판이 대놓고 한쪽을 편애해도 되는…… 으헉!”

팔에 가해지는 힘이 갑작스럽게 대폭 증가했다.

시현은 기겁하며 팔에 힘을 가했다.

‘깜짝 놀랐네.’

농담이 아니라 질 뻔했다.

아무리 사도라 해도 김세찬은 1레벨 구원자이며, 시현은 3레벨 구원자다.

심지어 두 개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시현이기에 두 사람의 신체 능력은 비교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세찬은 한순간 시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금도 시현은 거의 전력에 가까운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쌍둥이가 가진 권능의 시너지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얼굴이 새빨개져 헉헉거리는 김세찬과, 방방 뛰며 대놓고 제 쌍둥이를 응원하는 부정 심판 김세연.

그들 쌍둥이의 모습을 번갈아 응시하던 시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었다.

무슨 스킬을 지우면 좋을지 결정이 내려졌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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