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요새의 문이 열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일제히 시현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만큼 시현이 등장과 동시에 충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시현은 쏟아지는 총탄을 튕겨 내는 것으로, 자신이 최소한 2레벨 구원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2레벨 구원자는 고사하고, 1레벨조차 흔치 않은 아파트의 생존자들이 보기에 시현은 상식 밖의 존재이자 부담되고 경계해야 하는 외부인이었다.
더군다나 시현이 누구의 편인지 모르기에 그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러한 경향은 시현이 핏빛 칼날을 뽑아 들자 더욱 심해졌다.
결국 참다못한 안현우가 먼저 총구를 들이밀며 입을 열었다.
“넌 뭐야!”
“네 적.”
그거 한마디면 족했다.
“그럼 뒈져야지.”
안현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외피에 가로막혔다.
“총알이 안 통한다는 건 이미 확인했잖아. 그런데도 총을 쏘는 이유가 뭐야?”
“역시 2레벨 구원자라 그런가? 자신감이 넘치시는군. 하지만 나도 유능한 정보 제공자가 있어서 외피가 무한하지는 않다는 거 정도는 알거든?”
조소를 머금은 안현우가 조정간을 점사로 두고 마구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런 안현우를 따라 101동의 생존자들도 총알을 아끼지 않고 때려 박았다.
안현우가 쏘는 총탄에 희미하게 푸른 기운이 담겨 있었다.
보통의 총알보다 속도가 족히 5배는 빨라 보였으며, 그만큼 외피에 가해지는 충격 또한 강했다.
의심할 것도 없이 구원자의 힘이다.
‘원작에서 안현우는 끝내 각성을 못 해.’
안현우는 악마와의 교전은 피하고, 생존자의 물품을 약탈하며 생활했다.
낙인은 가지고 있었으나 경험치를 전혀 먹이지 못했으니 각성하지 못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안현우가 각성을 했다?’
참가자가 수를 쓴 게 분명했다.
문제는 저 많은 세력원 중 누가 참가자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쌍둥이에게 아줌마라는 힌트는 받았지만, 두 아이에게 아줌마라 불릴 나이 대의 여성이 한두 사람이 아니란 점이 문제였다.
“보이는 족족 때려잡다 보면 나오겠지.”
가끔은 이런 단순 무식한 방법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시현이 달려 나가자 안현우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겨우 1레벨 구원자인 안현우가 시현을 따돌릴 리가 없다.
두 사람의 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눈앞에 보이는 안현우를 끝장내기 위해 시현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지금이야!”
다급히 소리친 안현우가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자리를 이탈했다.
시현의 손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장비 강화 쪽 권능인 줄 알았더니, 신속이었군.”
허탈함에 중얼거리던 시현이 목격한 것은 자신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보내는 젊은 여성.
그리고 안전장치가 모두 제거된 수류탄이었다.
피할 틈도 없었고, 피할 생각도 없었다.
만약 시현이 2레벨 구원자였다면, 외피가 작살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시현은 3레벨 구원자다.
수류탄의 화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보다 견고해진 외피를 깨부술 수준은 못 된다.
콰앙!
바로 눈앞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폭발과 함께 발생한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날카로운 파편들이 시현의 외피를 두드려 댔다.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서서히 잦아드는 이명 속에서 환희에 찬 안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제아무리 외피를 가진 구원자라도 이건 못 버티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멀쩡하지는 못할 거야. 지금이 기회야!”
허스키한 여성의 외침도 함께 들려왔다.
쏟아지는 총탄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간 시현이 손을 뻗었다.
손아귀에 안현우의 머리가 잡혔다.
기뻐 소리치던 안현우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멀쩡한……. 끄아아아아!”
안현우의 두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그는 아이처럼 발버둥을 쳤다.
자신의 머리를 잡은 시현의 손을 떼어 내려 했으나 그의 근력으로는 불가능했다.
이를 악문 안현우는 또다시 권능을 사용해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안현우가 사용한 신속의 권능은 어디까지나 찰나의 시간 동안 속도를 대폭 증가시켜주는 권능이다.
머리가 잡혀 있는 이상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현우야!”
당황한 여성이 달려와 역수로 쥔 단검을 시현의 목덜미에 꽂았다.
계산보다 많은 외피가 깎여 나갔다.
“네가 참가자였구나.”
억양이 느껴지지 않는 시현의 음성에 여성이 화들짝 놀라 달아났다.
“그쪽도 참가자였어?”
시현은 싱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 하는 거야! 나를 구해! 당장 나를 구하란…….”
콰득.
시끄럽게 소리치는 게 듣기 싫었던 시현이 손아귀에 힘을 줬다.
팔을 타고 끈적한 액체가 흘렀다.
조용해진 안현우를 바닥에 내려 둔 시현이 여성에게 시선을 줬다.
머리가 터져 죽은 안현우를 응시하던 그녀는 저항을 포기한 건지 무기를 떨어뜨렸다.
“역시 난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에게 살해당한 내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는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다 글렀어. 안현우가 없으면 내 계획은……. 내 아이들! 내 아이들을 돌려 줘!”
스쳐 가듯 내뱉은 짧은 말에서도 그녀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 나타났다.
그러나 세상에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시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참가자의 사연 및 감성팔이는 듣지 않기로 결정했어.”
“시끄러워! 네가 뭘 알아! 너 따위가…….”
“남길 말은 그게 전부야?”
“……절대 혼자 죽지 않겠어. 내 계획을 방해한 너도, 사사건건 해방을 놓던 그 망할 꼬맹이 민주혁도. 여기 있는 전부 같이 죽는 거야!”
달려드는 걸까 싶어 반격을 준비하던 시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그녀가 익숙한 주사기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한울 그 빌어먹을 새끼. 아주 사방팔방에 지랄을 해 뒀네. 역시 그 인간도 인천연합이 목적인가?”
하여간 다른 건 몰라도 행동력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힌 놈이다.
시현은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예상치 못했던 물건의 등장에 당황한 건 사실이다.
그녀가 레벨 서포터를 꺼내 들기는 했지만 드는 생각은 ‘그래서 뭐?’였다.
“미리 말해 두는데 그거 사용해 봤자 그리 효과 없어. 넌 어차피 1레벨 구원자잖아.”
레벨 서포터는 단 하나의 레벨만을 올려 준다.
1레벨 구원자인 여성이 목숨을 내버리며 레벨 서포터를 사용한다 해도 완성되는 건 2레벨 구원자.
반면 시현은 3레벨 구원자다.
거기에 더해 아르하의 권능까지 소지한 시현과의 격차는 겨우 레벨 서포터 따위로 좁힐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가에 핀 미소가 시현을 자극했다.
“아니, 여긴 너와 내 무덤이 될 거야. 우리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두가!”
비장하게 외친 여성은 자신의 팔에 레벨 서포터를 꽂아 넣었다.
여성의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달콤함이 섞인 익숙한 향기가 코를 지배했다.
익숙한 냄새에 시현의 심장이 뛰었다.
시현은 이 냄새의 정체를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이 냄새 때문에 그렇게나 시달렸는데 모를 수가 없다.
“이런 미친! 신혈이라고?”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권능 중에서 여성 참가자가 가진 권능이 신혈이란 말인가.
악마를 불러들이는 신의 피.
이것 때문에 이한울과의 악연이 시작되었고, 이것 때문에 몇 번이고 개고생을 하는 중인데 모를 리가 없었다.
시현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검이 목에 닿기 전, 미소 짓고 있는 여성의 눈동자에 붉게 물든 문양이 나타났다.
신혈의 권능을 부여하는 구루벨의 낙인.
그것이 거꾸로 뒤집어져 있었다.
이미 늦었다고 깨닫는 순간, 욕지거리가 나왔다.
“이런 미친…….”
레벨 서포터의 효과는 모든 구원자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단 하나, 구루벨의 구원자들은 레벨 서포터의 효과를 받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벨 서포터의 주재료가 신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효과를 받지 못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구루벨이 자신의 축복이 담겨 있는 신혈에 다른 것이 섞여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알 수 없으나, 하나 분명한 건 구루벨의 축복을 받은 구원자가 레벨 서포터를 사용하면 축복은 거두어지고 저주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민폐를 끼치는 무시무시한 저주를.
푸확!
시현의 검이 여성의 목을 베었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는 바닥을 굴러 시현의 발에 닿았다.
그러나 여성은 아직 죽지 않았다.
“끄아아아아! 아파. 아파아아아!”
여성의 머리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잃은 몸은 괴로움을 호소하며 절단면을 손으로 감쌌다.
머리와 몸의 절단면으로부터 솟구친 붉은 피가 마치 촉수처럼 꿈틀거렸다.
그것들은 헤어진 짝을 찾듯 스멀스멀 연결되었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기괴하고 끔찍한 광경에 시현은 얼이 빠지고 말았다.
“히익!”
그걸 본 누군가가 숨을 삼켰다.
심약한 이들은 주저앉아 바짓가랑이를 적셨으며,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이도 있었다.
이미 전투를 계속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진정한 공포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콰드득.
떨어졌던 머리가 달라붙는 것과 동시에 여성의 흉부가 부풀어 올랐다.
“꺼억. 꺼어어어…….”
극도의 고통에 여성은 눈을 뒤집은 채 피거품을 물었다.
한계까지 부풀었던 흉부가 열리며 대량의 피가 솟구쳤다.
마치 천 년의 수련을 마친 이무기가 용솟음치듯, 붉은 피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녀가 딛고 서 있는 지면과 평행을 이루도록 하늘에 붉은 문양이 새겨졌다.
거꾸로 된 구루벨의 문장이다.
지면에도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아아아아!”
그녀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해를 시작했다.
손톱이 옷자락을 찢고 피부에 흉한 상처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종래에는 제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녀 본인이 만든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아무리 목을 졸라 산소의 공급을 방해해도 괴롭기만 할 뿐 숨이 멎지 않았다.
“멍청하긴.”
시현을 혀를 찼다.
지금부터 대략 2주.
그녀는 죽음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의식을 놓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형벌의 정체가 바로 구루벨의 저주다.
이렇게만 보면 레벨 서포터를 주사한 당사자에게만 적용되는 저주 같지만, 그렇다면 그녀는 여기 있는 모두에게 같이 죽자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괴로울 걸 알면서도 레벨 서포터를 주사하지도 않았을 테고.
여성이 마지막에 토해 낸 말이 허풍이 아니란 건 누구보다 시현이 잘 알았다.
여성을 꿰뚫는 창처럼 지상부터 하늘까지 연결되는 붉은 기둥.
이것은 순수하게 신혈로 구성되어 있다.
[우어어어어!]
아주 멀리서 들려온 포효가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단순히 포효만으로도 대기의 떨림이 피부에 전해져 올 정도다.
이 정도의 성량을 고작 중형 따위가 낼 리 없다.
인간이 체내에 담을 수 있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신혈이 고작 중형 악마를 유혹하고 만족할 리도 없고 말이다.
가장 작은 놈도 아파트 한 채에 맞먹는 덩치를 자랑하는 대형 악마가 신혈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이곳 요새에, 나아가서는 인천 전체에 재앙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번만큼은……. 도망가는 걸 추천하겠어. 콜로서스는 호흡을 방해하는 것으로 수면 상태에 빠뜨릴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요행도 불가능해.
―솔직히 말해, 아무리 윤시현이라도 대형은 무리죠. 지금은 두 보 전진을 위해 한 보 후퇴를 고려할 때입니다.
―뭐야. 나 오늘 처음으로 윤시현 소설 봤는데. 이 친구의 소설도 한소현 못지않을 만큼 다이내믹하네.
―어디 한소현을 가져다 붙이냐! 언젠가 윤시현이 한소현을 제치고 1위가 될 건데.
―그건 네가 한소현의 소설을 못 봐서 그래. 걔는 진짜 주인공이야.
* * *
어느 날 돌연 소나기가 쏟아졌다.
평범한 생존자는 알 수 없었으나 구원자는 비를 맞는 순간 느꼈다.
이건 평범한 비가 아니라고.
피부에 닿는 순간 저릿저릿한 감각이 느껴지며 몸이 무거워지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정신력이 약한 구원자는 권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세력, 시청의 리더이자 인천연합의 대표인 신현수 역시 이상을 감지했다.
악마로부터 생존자들을 지킬 수 있는 구원자의 능력 감소는 치명적이다.
때문에 그는 세력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은수를 불러 이상 기후의 원인 조사를 명했다.
지시를 받은 정은수는 곧장 조사에 착수했고, 머지않아 이상 현상을 다수 목격하게 된다.
“저건 또 뭐야?”
악마들이 대규모로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함께하지 않는 소형 악마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으며, 중형 악마 역시 눈앞의 먹잇감들을 놔두고 달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이동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저런 장면을 아포칼립스가 발생하기 전에 졸리고 지루하던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 같았다.
생각 끝에 정은수는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다.
“사바나에서 포식자에게 쫓기는 초식 동물들이 딱 저런 꼴이었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은수는 악마의 무리가 달려온 곳으로 나아갔다.
그는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급 악마라면 쓰러뜨릴 수단이 얼마든지 있었고, 중형이 상대라도 몸 성히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그에 따라 민첩하기로 소문난 정은수의 몸 또한 납덩이라도 매단 듯 무거워졌다.
“슬슬 버거운데…….”
그만 돌아갈까 싶은 찰나.
[우어어어어!]
굉음이 고막을 강타했다.
대기를 타고 흐르는 강한 파동을 버티지 못한 그는 추하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뭐, 뭐야! 중형……. 아니, 고작 중형 따위가 낼 수 있는 울음소리가 아니야.”
빗줄기에 섞여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렸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덩치의 악마를 발견하게 됐다.
“세상에. 저건 또 뭐야?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정은수는 깨달았다.
사람은 너무 황당하거나 경악할 만한 것을 목격할 경우 헛웃음이 나온다는 것을.
저 멀리, 앞을 가로막는 고가도로나 건물을 죄다 머리로 들이받으며 전진하는, 거북을 닮은 거대한 악마가 있었다.
등딱지의 가장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무려 30미터에 달했으며,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는 60미터에 육박한다.
거북답게 온몸이 갑각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두 개의 머리 역시 단단하게 변형된 피부가 투구처럼 보호해 주고 있었다.
악마의 주변에는 작은 거북 형상의 악마가 드론처럼 날아다녔다.
좌측 머리가 고함을 터뜨릴 때마다 파동이 발생하며 대기가 떨렸고, 우측 머리가 고함을 터뜨리면 하늘이 어두워지고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 강렬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다리가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우비의 모자를 깊이 눌러쓴 정은수는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신은 인류를 버린 모양이야.”
저 악마의 정체가 뭔지 정은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있었다.
저만한 악마가 등장한 이상 인천은 지옥이 될 것이라고.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