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와……. 역시 군주네요. 아무리 조건이 갖춰졌다고 하지만 어떻게 1레벨이 대형 악마를 묶어 두는 게 가능한 거죠?”
“국회의사당에서 그만큼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는 뜻이겠죠.”
“……그렇군요.”
강소하의 강함에 잔뜩 흥분해 있던 임태연이 정신을 차리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강소하가 내는 위력은 수많은 희생자들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강하게 쥐었던 주먹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시현의 미간은 조금 전부터 주름진 채 펴지지를 않고 있었다.
고작 1레벨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강소하의 권능은 시현의 기대 이상으로 위력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콜로서스의 힘 역시 시현이 걱정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콜로서스가 강소하의 힘을 모두 소진시키고 말 것이다. 그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학살뿐일 테고.
“저도 뭐라도 해 보겠습니다.”
굳은 표정의 임태연은 가방을 뒤적여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임태연의 권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전투 때마다 상점에서 구매한 전투 아이템을 꺼내 드는 것으로 보아 전투와 관련된 게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시현도 핏빛 칼날을 손에 장착했다.
‘이끄는 태초의 빛으로 인한 효과가 얼마 남지 않았어. 그 전에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해.’
먼저 유령들을 보낸 시현은 앞으로 뛰어나갔다.
신호도 없이 달려 나가는 시현의 뒤를 임태연이 당황해서 뒤쫓았다.
콜로서스가 있는 곳까지는 고작해야 2분 거리지만 유난히도 멀게만 느껴졌다.
빌딩처럼 두꺼운 콜로서스의 다리가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움!]
[우움! 우우움!]
머맨의 무리였다.
“……그러고 보니 콜로서스는 머맨들의 왕이었지.”
“제가 처리할까요?”
“아니요. 임태연 씨의 아이템은 사용 횟수에 한계가 있잖아요. 콜로서스에게 사용해 주세요. 머맨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핏빛 칼날을 가진 시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격력을 높일 기회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머맨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학살했다.
피를 머금을수록 무뎌지는 일반적인 검과 달리, 머맨의 끈적이는 피를 마실수록 핏빛 칼날은 예리해졌다.
진로를 방해하는 모든 머맨들을 처리한 시현은 겨우 콜로서스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캬하하하!]
대체 무슨 원리로 소리를 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콜로서스가 웃음소리를 흘릴 때마다 대기가 떨리며 고막에 큰 충격을 줬다.
“발을 묶어 둘게요!”
미간을 구긴 채 손가락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은 임태연이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목청껏 소리쳤다.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태연은 안전핀을 뽑고 수류탄을 던졌다.
당연히 강한 폭발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수류탄은 피슈슉! 하고 맥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콰드득!
수류탄에서 빠져나온 푸른색의 연기에 닿자 콜로서스의 다리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됐다!”
임태연은 주먹을 쥐며 환호했다.
하지만 얼음은 콜로서스의 강한 힘을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깨져 버렸다.
그나마도 강소하의 사슬에 도움을 받아 그 정도로 버틴 거지, 아니었다면 1초도 안 돼서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저거 엄청 비싼 거였는데.”
임태연은 울상이 되었다.
그러나 고작 10초라 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천금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임태연 씨, 아까보다 콜로서스의 움직임이 둔해진 거 같지 않습니까?”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임태연의 긍정이 시현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시현은 콜로서스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호텔 인근의 도로 한복판에서 대지를 가르며 솟아나온 대형 악마.
그러나 임프와 달리 콜로서스는 시현을 향해 눈길만 한번 줬을 뿐, 이내 흥미 없다는 듯 돌아섰다.
이유는 콜로서스가 수중 생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간 뭍에 나와 행동하는 게 가능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가미 호흡을 하는 콜로서스는 물 밖에서 호흡할 수 없다.
어차피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콜로서스를 처치할 수 없다.
때문에 시현은 궁여지책으로 뭍에서 콜로서스의 발을 묶어 호흡을 저지한다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더군다나 사슬을 끊어 내느라 거칠게 움직인 덕에 콜로서스는 체내에 온존해 두었던 산소를 대량으로 소모했다.
그 결과 움직임이 둔해진 것이다.
[캬하하하!]
콜로서스는 온 힘을 쥐어짜 내 몸을 비틀었다.
거구를 묶고 있던 얼음과 붉은 사슬이 일제히 깨져 버렸다.
겨우 자유를 얻은 콜로서스는 교회가 아닌 강을 향해 달렸다. 호흡을 위해서다.
“강소하!”
어차피 들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심결에 소리치고 말았다.
“이거나 먹어라!”
임태연이 빙결 수류탄을 이용해 잠깐의 시간을 벌었고, 그사이 새로운 사슬을 만든 강소하가 콜로서스를 다시 묶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사람이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내는 것처럼, 콜로서스의 힘도 아까보다 강해져 있었다.
붉은 태양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기껏 정신력을 투자해 만들어 낸 유령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이대로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제 시현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임태연 씨.”
“네, 시현 님.”
“역린을 찌르고 오겠습니다.”
“……진심이세요?”
임태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있는 힘껏 던진 빙결 수류탄이 제구력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까운 빙결 수류탄 하나를 허투루 날려 먹었음에도 아깝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임태연은 당황하고 있었다.
“시현 님, 콜로서스의 역린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세요?”
“분노한 콜로서스가 미쳐 날뛰겠죠. 힘과 민첩성은 배로 강해질 테고.”
“그걸 아시는 분이……!”
“하지만 분노한 콜로서스는 체온이 올라가고 혈액 순환이……. 뭐, 기타 다양한 이유로 산소 요구량이 많아지는 양날의 검입니다.”
“한마디로 베느냐, 베이느냐를 두고 도박을 하시겠단 거잖아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이대로라면 콜로서스는 한강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물에 들어가 충분히 산소를 보충한 콜로서스는 감히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사냥감을 용서치 않을 테고.
수많은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교회도 풍비박산되고 말 것이다.
그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역린이다.
“아니, 그…… 하아, 알겠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다는 건 임태연 또한 알고 있었다.
그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시현은 달렸다.
거대한 콜로서스의 발아래에 도착한 시현은 암벽 등산하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콜로서스의 피부에 사포처럼 돌기가 가득했기에 등반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어려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콜로서스가 크게 몸을 흔들 때마다 시현은 튕겨 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다.
온갖 고군분투 끝에 시현은 콜로서스의 머리 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콜로서스의 머리 부분에는 비늘로 덮여 있는 구간이 존재한다. 그 중에도 역린은 단 하나뿐이다.
‘어디에 있지?’
시현은 클로버 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 눈을 부릅뜨고 역린을 탐색했다.
그 결과 영롱하게 빛나는 역린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시현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역린을 찔렀다.
까앙!
외피 때문에 제대로 된 대미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역린은 건드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캬하아아악!]
콜로서스는 몸부림쳤고, 시현은 버티지 못한 채 허공으로 던져지고 말았다.
“망할.”
사색이 된 시현을 향해 붉은 사슬이 날아왔다.
시현은 붉은 사슬을 붙잡고 무사히 지면에 착지할 수 있었다.
멀리 붉은 태양 아래에서 으스대고 있는 강소하의 모습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농땡이 부리던 건 용서해 줘야겠네.”
쓰게 웃은 시현은 콜로서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계획대로 역린을 자극받은 콜로서스는 폭주하고 있었다.
[캬학! 캬하학!]
온몸이 붉게 물든 채 강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기 중의 수분마저 증발시키는 고열에 의해 콜로서스의 주변으로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콜로서스의 눈은 뒤집어져 흰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분노는 자신의 역린을 찌른 시현에게 향했다.
“…….”
시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부터 시현이 할 일은 목숨을 걸고 콜로서스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다.
[캬하아아!]
콜로서스의 거대한 팔이 삽시간에 가까워졌다.
아까보다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촤르륵!
절묘한 타이밍에 쏘아진 사슬이 콜로서스의 목을 묶고 잡아당겼다.
그러나 콜로서스가 살짝 몸을 흔드는 것만으로 사슬은 깨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틈이 시현으로 하여금 몸을 피할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콰앙!
필사적으로 달리는 시현의 바로 옆으로 콜로서스의 손바닥이 처박혔다.
콜로서스의 일격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바닥에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면으로 길게 대지가 갈라지며 건물들이 붕괴했다.
고작 일격에 전방 수 킬로미터가 지옥으로 변모했다.
“무슨 위력이 이렇게……. 크흡!”
경이로운 파괴의 현장에 혀를 내두르던 시현은 손으로 입과 코를 급하게 틀어막았다.
호흡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들이마신 공기가 너무도 뜨거웠기 때문이다.
폐가 전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숨을 참으면서 전력으로 질주하는 건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콜로서스는 시현을 붙잡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아무리 시현의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압도적 덩치에서 우러나오는 광범위한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하는 건 굉장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일이다.
“시현 님!”
임태연이 던진 빙결 수류탄이 얼음의 벽을 세웠다.
얼음의 벽이 콜로서스를 지연시킨 시간은 고작해야 2초 남짓.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게 시현의 생사를 갈라놓기에는 충분했다.
시현은 콜로서스가 발하는 열기로부터 벗어나 산뜻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어쩌다 내가 이런 고생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강소하와 임태연의 도움을 받아 콜로서스의 공격을 회피하기를 수차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콜로서스의 공격이 급격하게 둔해졌다.
계속해서 고열을 발한 콜로서스의 피부는 바짝 마른 데다 노인의 것처럼 주름이 생겨났다.
쿵.
콜로서스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강을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지만.
촤르륵!
붉은 사슬이 콜로서스를 철저하게 옭아맸다.
동시에 붉은 태양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강소하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사슬인 셈이다.
가볍게 사슬을 끊어 버리던 조금 전과 달리, 콜로서스는 사슬을 끊어 내지 못했다.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떤 콜로서스는 바닥에 드러눕더니 겨울잠을 자는 작은 설치류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돼, 됐다!”
임태연이 두 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펄쩍 뛰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시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포칼립스가 시작된 후 수도 없이 생명의 위기를 겪었지만, 단언컨대 그 중에서 오늘이 가장 무서웠다.
“그래도 일단은 성공인가.”
시현은 몸을 웅크린 채 죽은 듯 미동조차 없는 콜로서스를 보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비록 죽이지는 못했지만, 고작 1~2레벨 구원자 셋이서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체내의 산소를 모두 소진한 콜로서스는 동면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대로 호흡할 수 있는 기회, 예를 들어 강물이 범람하거나 비가 올 때까지 콜로서스는 저 상태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비를 막기 위해 거대한 우산을 만들고 벽을 세우려면, 교회의 생존자들은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와……. 결국 해냈네. 이번에야말로 윤시현이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생에 비해 챙길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아쉬운데.
―없긴 왜 없음. 잘 생각해 봐.
눈앞에 연달아 떠오르는 댓글들을 손짓 한번으로 지운 시현은 그대로 드러누웠다.
다행히도 하늘은 맑았다.
“아쉽네. 저걸 죽일 수만 있다면 3레벨은 따 놓은 당상인데.”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의 화력으로는 콜로서스의 외피를 깨뜨릴 수 없다.
정신력이 바닥날 때까지 공격하더라도 외피는 깨뜨리지 못할 것이며, 소모한 정신력이 회복되는 것보다 외피가 회복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콜로서스를 동면 상태로 둔 채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적어도 외피를 깨뜨릴 정도의 화력을 손에 넣었을 때가 콜로서스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 * *
악마교의 교주로 군림하던 전지운의 정체가 까발려졌고, 배후에서 그를 조종하던 네크로맨서 장동건도 사망했다.
덕분에 임태연은 본래 자신이 가졌어야 할 지위와 권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시현 님 덕분이에요. 이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시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붙잡은 임태연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은혜는요. 함께 고생한 거죠.”
“아니요. 시현 님이 아니었으면 이 순간에도 저희는 장동건에게 착취당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겁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겠죠.”
임태연의 배후에 서 있던 수많은 생존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특히, 자식이나 가족을 1등 시민으로 두었던 생존자들은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1등 시민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가족이 사실은 살해당한 시체였음을 떠올리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시현 님이 아니었다면 저희 딸의 영혼은 아직까지도 구천을 떠돌고 있었을 거예요.”
“이게 다 시현 님 덕분입니다. 제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 주신 점, 정말 감사드려요.”
고개 숙이는 생존자들은 임태연의 영향이라도 받은 건지 시현 님이라는 호칭으로 그를 낯간지럽게 만들었다.
“좋겠다. 고생은 나도 했는데.”
옆에 있던 강소하가 입술을 비죽일 만큼 감사 세례는 멈출 줄을 몰랐다.
강소하를 억지로 차에 태운 시현은 천수민을 찾았다.
“너…… 표정이 조금 밝아진 거 같다?”
“조금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요. 리더, 저 가끔씩 여기에 놀러 와도 돼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기에 천수민이 이토록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던 시현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가 어찌 되었건 천수민이 생존에 의욕을 보인 건 기쁜 일이다.
그러나 천수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만큼 호텔과 교회까지의 거리가 안전하지는 않다.
천수민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구원자를 호위로 보내야 하는데, 그 정도로 호텔에 여유가 있지는 않다.
“그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천수민의 요청을 거절하려던 찰나.
“시현 님! 이거 가져가세요!”
헐레벌떡 달려온 낚시꾼이 시현에게 플라스틱 통을 건넸다.
“이게 뭡니까?”
“가서 가족들이랑 드세요.”
활짝 웃은 낚시꾼이 어서 뚜껑을 열어 보라며 재촉했다.
뚜껑을 열어 본 시현은 저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짓고 말았다.
플라스틱 통 안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시현의 팔뚝만 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 아앗!”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하던 시현이 돌연 감탄사를 내질렀다.
천수민의 요청을 해결하면서도 마냥 손해를 보지 않는, 기가 막힌 수가 떠올랐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