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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65화 (65/225)

[65화]

민서라는 대강당을 향해 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생존자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시현의 부담을 덜어 주는 일이란 것을 아는 까닭이다.

그녀와 반대로 시현은 정문을 향해 달렸다.

얼핏 봐도 악마의 수는 굉장히 많다.

구원자도 엄연히 체력에 한계는 존재한다. 만약 바리케이드가 완전히 뚫린다면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혼자 가지는 않았다.

“나는 왜…….”

강제로 연행되는 강소하가 툴툴거렸다.

이타심이나 정의로움이 눈곱만큼도 없는 강소하에게 지금의 상황은 꺼려지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했다.

남을 위해 목숨을 걸다니, 강소하로서는 평생 가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으니까.

사기가 바닥을 치는 강소하를 이대로 전장에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시현은 그의 등을 떠밀었다.

“너 그 어떤 구원자보다 강해지고 싶다며. 그래서 임진아를 배신하고 나랑 손잡은 거 아니었어?”

“그거야 그랬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악마를 몰살시킬 만큼 강한 구원자가 되는 거지,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다 죽는 멍청한 구원자가 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만큼 단기간에, 이만한 수의 악마를 사냥할 기회는 흔치 않아. 뭐…… 무서우면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피난해도 돼. 나 혼자 하면 되니까.”

“……좋아. 이번 기회에 2레벨로 올라가 주마.”

조금은 의욕이 생긴 건지 강소하의 걸음이 빨라졌다.

다행히도 시현은 늦지 않게 바리케이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부러 뜯어 놨나.”

바리케이드에 인위적으로 파괴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보나 마나 왕근식의 짓일 것이다.

그 부분만 구멍이 뚫려 하나둘 악마가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 딱 좋네.”

열 마리의 악마와 동시에 싸우는 것보다야 하나씩 열 번을 싸우는 편이 낫다.

신혈에 미쳐 있는 악마들은 시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직 대피가 끝나지 않은 학교 내부에 들여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권능을 사용한 시현의 신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도 악마, 저기도 악마.

달갑지는 않지만 이자프의 권능이 힘을 발휘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단검을 치켜든 시현은 가장 선두에 있는 놈부터 시작해 하나씩 악마들을 쳐 죽이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광소를 터뜨린 강소하도 단검을 양손에 쥐고는 미친 듯 휘둘러 댔다.

역시 군주의 씨앗답게 악마를 처리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두 사람의 활약 덕에 빠른 속도로 시체가 쌓였다.

몇 개인가 시체가 쌓이자 그제야 악마들 중 일부가 시현에게 시선을 줬다.

처음으로 시현에게 달려든 악마는 좀비였다.

느리고 지성이 없어 앞으로 달려드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소형 중에서도 가장 잔챙이 취급을 받는 놈이다.

그들의 취급은 악마들 사이에서도 그리 좋지 않다.

기껏해야 지금처럼 선두로 보내 방패로 사용하는 정도다.

단검으로 좀비를 찍어 누르는 타이밍에 맞춰 뒤에 숨어 있던 검은 늑대가 뛰어올랐다.

그러나 시현은 악마들의 수법을 꿰고 있는 참가자다.

그러니 얌전히 당해 주기에는 트릭이 너무 저급했다.

팔을 당겨 단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왼손을 휘둘러 검은 늑대의 얼굴을 가격했다.

강한 일격에 검은 늑대의 두개골이 으깨지고 부러진 앞니가 피와 함께 튀었다.

시현은 뒤로 당겼던 오른팔을 앞으로 내질렀다.

측면에서 내달리던 늑대는 단검에 목을 꿰뚫렸다.

순식간에 세 마리의 악마를 처단한 시현의 눈이 다음 목표를 찾았다.

‘좀비, 좀비. 아니, 저건 좀비가 아니야. 설마 구울인가?’

같은 소형으로 분류되어 있더라도 전부가 같은 힘을 소지한 것은 아니다.

약탈자들의 처형장에서도 만났던 좀비의 돌연변이 개체인 구울이 악마 무리 사이에 섞여 있었다.

빠르게 선두의 좀비를 처단한 시현이 구울을 향해 찌르기를 내질렀다.

까앙!

불쾌한 소리가 났다.

썩어 문드러진 피부에 감춰진 두개골의 강도는 여전했다.

애초부터 첫 일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대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 방으로 처리할 수 없다면 여러 방을 때려 박으면 그만이다.

콰앙!

들려오는 폭음에 시현은 입술을 씹었다.

기어코 바리케이드가 터지고 만 것이다.

“이렇게 되기 전에 구울 정도는 처리해 두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구울은 건재했다.

일부 악마들은 바로 옆에 있는 시현을 무시하고 본관을 향해 달렸다.

구울만 상대하고 있다가는 그들이 본관에 접촉하는 걸 허락하고 말 것이다.

강소하가 노력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강하게 구울을 걷어차 경직시킨 시현은 본관으로 향하는 악마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시체의 산이 점점 높아져만 갔다.

“후우…….”

길게 숨을 토했다.

슬슬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흐르는 땀이 눈썹 위에서 불안하게 맺혀 있었다.

검은 늑대의 심장을 노리고 깊게 찌른 단검이 잘 빠지지 않는다.

퍼억!

무언가가 시현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충격에 의해 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자신의 뒤통수를 때린 게 트롤이 들고 있는 전봇대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현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젠장, 슬슬 중형도 보이기 시작하네.”

시야가 흔들렸다.

[우어어아아아!]

트롤은 고함을 내지르며 들고 있는 전봇대를 휘둘렀다.

정통으로 공격을 허용한다면 구원자의 신체고 뭐고 짓이겨져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시현은 옆으로 공격을 회피했다.

전봇대는 시현을 붙잡으려 몰려 있던 세 마리의 좀비들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야, 윤시현! 살아 있냐?”

“멀쩡해.”

“난 죽을 거 같은데!”

좀비와 검은 늑대들에게 둘러싸인 강소하가 죽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시현이 보기에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조금만 더 버텨 봐.”

“이 악마보다 더한 새끼!”

강소하의 격렬한 응원을 뒤로한 시현은 전봇대 뒤로 올라섰다.

전봇대를 잡고 있는 트롤의 팔을 타고 어깨까지 이동하는데 성공한 시현은 뒤통수를 노리고 단검을 내리꽂았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트롤의 외피가 찢어졌다.

[우어어어!]

트롤은 시현을 떨쳐 내려 몸을 마구 흔들었다.

끈질긴 좀비들이 트롤의 몸을 타고 올라와 시현의 발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에 시현이 그것들을 걷어차며 트롤의 머리에 연거푸 단검을 찔러 넣었다.

결국 같은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한 끝에 트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트롤이 쓰러지며 몇 마리의 악마를 깔아뭉개 길동무로 삼았다는 것이다.

스걱.

돌연 시현의 어깨가 깊이 베였다.

“크악!”

지독한 통증에 몸부림치면서도 시선을 돌린 시현은 웃으며 악마들 사이로 파고드는 자그마한 악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꼬리가 세 개 달린 고양이 형태의 악마다.

이빌 캣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마의 특징이라 하면 빠른 민첩성과 외피마저도 단번에 찢어발기는 엄청난 공격력이다.

그만큼 내구가 조악하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난전에서는 최악의 적이다.

“미치겠군. 악마가 한 가지 종류만 있다면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겠는데, 종류가 너무 다양해.”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손은 쉬지를 않았다.

좀비의 목을 베고 검은 늑대의 동맥을 끊어 내며 그의 어깨에 난 상처를 헤집으려 하는 거대 박쥐의 날개를 찢어발겼다.

검에 실린 검은 기류는 작은 상처조차 치명상으로 만들었다.

[냐아아!]

귀여운 울음소리와 함께 악마들 사이에서 이빌 캣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던 시현은 적절하게 반응하는데 성공했다.

크게 휘두른 단검이 이빌 캣을 반으로 쪼갰다.

문제는 그로 인해 아주 작은 빈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틈을 노려 자그마한 무언가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기생 거미다.

“……!”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두른 시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의 일격에 터진 기생 거미의 체액이 주먹과 옷자락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땅울림과 함께 길을 막는 악마들을 밀어내며 기생체들이 달려왔다.

신혈이 목적인 다른 악마들과 달리 시현을 사냥하는 게 목적인 기생체들은 그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기생체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덮고 있는 포자를 터뜨려야 한다.

약점이 한 군데밖에 없기 때문인지 상대하는 게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그렇게 다섯 번째 기생체를 베었을 때, 그의 손에서 단검이 미끄러졌다.

수많은 악마들을 베며 엉겨 붙은 기름진 피가 원인이었다.

“망할.”

기생체가 휘두른 공격을 팔을 교차해 막아 냈다.

제 팔이 부러지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휘두른 기생체의 일격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두 팔이 저릿저릿했다.

현재 시현에게 남은 무기라고는 두 주먹이 전부다.

“하다못해 제대로 된 장비만 있었어도!”

이재현을 연기해야 했기에 학교 바깥에 두고 온 주무기들이 절실했다.

구원자인 그의 공격은 기생체들의 가슴에 구멍을 뚫고 악마들의 두개골을 으스러뜨리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기를 사용할 때보다 체력의 소모가 몇 배는 더 심하다.

자연히 부상의 위험도 커졌다.

주먹을 이용해 다섯의 기생체와 두 마리의 악마를 처리했다.

양손은 끈적이는 피로 붉은색이 되어 있었다.

쌓아 올린 시체의 산이 그의 무용담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슬슬 시현의 체력도 한계에 달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주먹을 더 휘두를 수 있을까 걱정밖에 들지 않았다.

‘아직도 대피가 끝나지 않은 건가?’

생각 같아서는 후문 쪽을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잠깐 숨을 가다듬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악마들은 시현을 물어뜯으려 이를 들이밀고 있었으니까.

연거푸 비명을 지르는 강소하를 살펴볼 여력도 없었다.

[크아아아!]

그의 목덜미를 노리고 검은 늑대가 달려들었다.

그것을 손등으로 쳐내려 했으나 생각보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작은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콰득!

어깨에 검은 늑대의 이빨이 파고들었다.

“크윽…….”

시현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씹으며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삼켰다.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주춤거리고 있는 악마들이 일제히 달려들 것이다.

시현은 검은 늑대를 억지로 떼어 내고 머리를 짓이겼다.

그러자 어깨로부터 팔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퍼억!

멀리서 날아온 돌멩이가 시현의 머리를 때렸다.

흘러내린 피가 얼굴의 반을 적셨다.

팔이 네 개 달린 원숭이 형태의 악마가 전봇대와 담벼락 따위에 올라가 돌을 던지고 있었다.

‘이제 한계야.’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다가는 목이 날아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오빠!”

때마침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뻗어 나온 흑도가 좀비의 머리를 꿰뚫었다.

* * *

―죽여. 네가 아는 가장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무전에서 들려오는 시현의 한마디는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죽여야 하는 대상은 악마가 아닌 인간, 즉 살인 교사다.

대상은 왕근식.

아직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나연에게 있어 왕근식은 학생들에게 늘 친절하고 아버지 같은 존재로 있고자 하는 선량한 리더 이은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나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네.”

그녀에게 있어서 시현은 은인이다.

목숨을 구해 줬고, 나아가서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 주기까지 했다.

그런 시현을 위해 무언들 못 하겠는가.

사람 하나 죽이는 것 정도야.

그뿐이랴. 시현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나연에게 살인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이 있으면 늘 제 손으로 처리했다.

그런 시현이 누군가를 죽이라 명령했다?

필히 누구나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얼마든지 자신의 손을 더럽힐 자신이 있었다.

식사 대신 먹고 있던 비스킷을 입안에 털어 넣은 이나연이 도로로 나섰다.

인근에서 학교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이나연은 학교를 빠져나온 왕근식의 동선을 꿰뚫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인 이나연은 한 발 앞서 왕근식의 도주 경로를 가로막았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왕근식이 보였다.

이나연은 흑도를 꺼내 들고 도로를 가로막았다.

“이나연? 젠장, 윤시현의 짓인가…….”

그 자리에 멈춰 가방을 끌어안은 왕근식이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동시에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다.

참가자인 그는 이나연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거래를 하지. 원하는 게 뭐야?”

그는 이나연과 싸우기보다는 교섭을 시도했다.

그러나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상큼한 미소와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꺼져.”

교섭은 고사하고 대화를 나눌 생각조차 없는 단호함이었다.

“빌어먹을 년!”

그제야 왕근식은 자신의 무기를 손에 들었다.

원형의 방패와 다소 투박한 느낌이 나는 검이 그의 주력 장비다.

먼저 이나연이 움직임을 보이자, 빠르게 질주한 흑도가 왕근식의 목젖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는 침착하게 방패를 들었다.

‘첫 일격을 막고 그로 인해 생긴 빈틈을 노려 공격한다.’

심플하지만 대인전에서는 훌륭한 전투 방식이다.

그러나 왕근식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나연은 자신의 특성인 천살성을 개화시켰다.

즉, 지금의 그녀는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살인의 스페셜리스트다.

내지르던 흑도를 도중에 회수한 이나연이 자세를 낮추고 미끄러지듯 왕근식의 우측 하단으로 파고들었다.

당황해 입을 쩍 벌린 왕근식의 머리를 노리고 흑도를 찔렀다.

왕근식은 가까스로 고개를 틀어 머리가 꿰뚫리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에 큰 상처가 나며 피가 흘렀다.

“이년이!”

분노한 왕근식의 검이 횡으로 휘둘러졌다.

태연한 얼굴을 한 이나연은 흑도를 들어 공격을 막고 밑으로 흘려보냈다.

“어어?”

부지불식간에 지면에 내리꽂힌 자신의 검을 보고 왕근식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을 손에서 놓은 왕근식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흑도가 그의 손목을 강하게 때렸다.

“끄아아악!”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왕근식은 비명을 질렀다.

그가 내지른 비명은 이나연의 입가에 꽃이 피어나게 만들었다.

“아파?”

“으아아아!”

“다행이다. 오빠가 최대한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이라 했거든.”

필사적으로 고통을 견뎌 낸 왕근식이 방패를 장착한 왼팔을 휘둘렀다.

회피를 위해 이나연이 살짝 뒤로 물러난 것을 확인한 왕근식은 떨어뜨린 검을 잡으려 허리를 숙였다.

퍼억!

“……?”

분명 땅을 보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하늘이 보였다.

자신의 몸이 뒤로 쓰러지고 나서야 왕근식은 이나연의 발끝이 자신의 코를 차 올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쪽 콧구멍에서 콧물 섞인 피가 흘렀다.

코뼈가 완전히 주저앉은 듯 말도 안 되는 고통이 뒤따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쏟아졌다.

“으아아아아……!”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엉거주춤 편 손이 차마 코를 만지지는 못하고 얼굴을 감쌌다.

“많이 아파?”

이나연은 여전히 히죽거리며 왕근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상대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그러나 이나연은 흑도를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매섭게 휘둘러지는 흑도는 왕근식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지 않았다.

팔과 다리 등 직접적으로 목숨과 연결되지 않는 부위를 타격함으로써 최대한의 고통을 선사했다.

시현의 지시를 철저하게 따르기 위해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정도로 곤죽이 된 왕근식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 정도면 오빠도 만족하겠지? 수고 많았어. 다음에 지옥에서 만나.”

흑도가 휘둘러지고 왕근식의 머리가 으깨졌다.

고통에 신음하던 남성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물끄러미 왕근식의 시신을 응시하던 이나연은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녀의 발끝이 향하는 장소는 학교였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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