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수고 많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웬일로 네가 제 역할을 해내는구나. 너를 조수로 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건 굉장히 오랜만이야.”
왕근식은 한껏 신이 나 보였다.
담뱃불을 구두로 비벼 끈 후에도 한참이나 의미 없는 말들을 떠벌렸다.
얼핏 보면 권수학을 칭찬하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염없이 그를 깔보고 멸시하는 말투다.
“네.”
시현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권수학이 왕근식을 대할 때 어떤 말투를 사용했는지, 두 사람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는 상대가 의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1레벨 구원자인 왕근식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를 처리하기 전에 아이들이 무사한지 확인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연구실 안쪽에 또 다른 결계가 있을 수도 있었다.
결계의 금액을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적지만, 뭐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둬야 대처가 가능한 법이다.
그렇기에 시현은 발톱을 숨긴 채 얌전히 때를 기다렸다.
“뭐, 귀찮던 외부인들도 처리했고. 이재현도 없으니 조금 어수선해지기는 하겠지만 나머지는 알아서 잘 처리될 거야.”
“네.”
“그러면 나는 마무리할 연구가 있으니까 적당한 곳에서 쉬어라.”
왕근식은 연구실로 들어갔다.
시현은 어느 정도 시간차를 두고 연구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깊은 불쾌감이 떠오르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적어도 평범한 약품 냄새는 아니었다.
창문이 없어서 그런지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자그마한 전구를 달아 조명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연구실 전체를 밝히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였다.
조명은 정확하게 두 개의 갈림길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시현은 감각을 집중했다. 그러자 왼쪽 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말소리를 포착해 낼 수 있었다.
왕근식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쪽에 있는 건가?’
파악해 두고 싶었으나 거리가 멀어 그런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에 관한 일을 나중으로 미룬 시현은 오른쪽 문으로 향했다.
왕근식이 없으니 보다 자유롭게 안쪽을 살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우측의 문을 열고 들어간 시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역한 냄새의 원인이 이것들인가.’
악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는지 곳곳에 악마의 뿔이나 눈, 뼈나 가죽 따위가 즐비해 있다.
그것들이 썩어 가며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악마의 사체는 어느 정도 방치해 두면 재가 되어 사라진다.
다만, 특별한 처리를 한 사체의 경우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드롭 아이템과는 엄연히 성질이 다르기기도 하고 악마의 사체는 섭취할 경우 감염되기에 보통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 외에는 특별한 게 없었기에 시현은 더욱 안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문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연구 일지가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일지를 주워 든 시현은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이용해 내용을 살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연구는 하수인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 그를 위해 하수인과 악마를 공급받고 있어.’
자연히 의문이 생겼다.
‘대체 누구에게?’
안쪽에 있는 악마의 사체 중에는 비교적 신선한 것들이 존재했다.
즉, 최근에 공수해 왔다는 말이 된다.
단순히 소형 악마라면 왕근식이 짬을 내서 사냥해 왔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체 중에는 중형 악마의 사체도 존재했다.
1레벨 구원자인 왕근식에게 중형 악마를 사냥할 만한 능력은 없다.
학교의 구원자들도 왕근식에게 악마의 사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외부 협력자가 있다.’
시현은 일지를 넘겼다.
그러나 대부분 하수인에 관한 연구 내용만 적혀 있을 뿐, 그 외의 단서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독약, 구원자를 강제로 감염시키는 약에 대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답은 둘 중 하나이겠군. 다른 연구 일지가 있거나, 아니면 감염 증상 자체가 연구 도중 나온 부작용이거나.’
일지를 덮은 시현은 다음 방으로 들어갔으나 굉장히 어두웠다.
어딘가 있을 꼬마전구의 스위치를 찾기 위해 시현은 손전등을 켰다.
[크르르르…….]
무언가가 빛에 반응했다.
“악마?”
놀랍게도 악마가 있었다.
사슬에 팔다리가 묶여 있는 검은 늑대와 좀비.
“살아 있는 악마까지 실험에 사용하고 있는 건가…….”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본인의 위험은 둘째 치더라도 이 밑에는 수많은 생존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학교가 안전한 곳이라고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말이다.
악마들이 소란을 피우면 다른 방에 있는 왕근식이 달려올 가능성이 있었다.
시현은 소리 없이 악마들의 목을 베었다.
어느덧 방 안에 고요함이 겨우 찾아왔다.
시현은 여유를 갖고 방 안을 탐색했다.
“찾았다.”
피가 묻은 낡은 책상 위에서 새로운 연구 일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현은 손전등 하나에 의존한 채 연구 일지를 확인했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하수인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연구다.
그러나 이 연구를 위해서는 많은 악마와 하수인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하수인과 현재 내 힘으로는 사냥할 수 없는 중형 악마를 사냥해서 공급해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제안을 해 온 젊은 남자는 이 혼돈으로 가득한 세상에 대해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그는 내게 많은 조언을 해 주었고, 놀랍게도 그 조언은 100% 맞아떨어졌다. 마치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정확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남자와 손을 잡았다.
“뭔가 이상해.”
시현은 입술을 씹었다.
왕근식은 참가자다.
민서라가 그렇게 말했고, 랭킹에도 그의 이름은 등재되어 있다.
모든 정황은 왕근식이 참가자라 말하고 있었다.
때문에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뭐란 말인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생존자가 남긴 일지 같지 않은가.
시현은 떨리는 손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연구에 필요한 재료를 전폭적으로 제공해 주는 조건으로 남자는 연구 하나를 병행할 걸 요청했다.
구원자의 레벨을 높이는 약의 연구.
그리고 구원자를 강제로 하수인으로 감염시키는 약의 연구.
그가 건네준 정보는 기초가 거의 확실하게 잡혀 있었다.
재료만 차질 없이 공급된다면 머지않아 그가 원하는 수준의 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참가자 이한울,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했다.
구원자가 아닌 참가자라고.
이게 무슨 뜻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미친…….”
충격적이었다.
어째서 병원에 레벨 서포터와 관련된 연구 기관이 없었는지, 권수학이 어떻게 해서 교단과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일시에 해결되며 쇠망치로 뒤통수를 후려치듯 거한 충격을 가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 비하면 이건 충격의 범주에도 못 낀다.
이한울의 휘하에 있던 한 사람이 내 연구를 보조하게 되었다.
그는 내 연구 중 가장 구하기 힘든 재료를 구하는데 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실제 그 덕분에 긴 시간 동안 부모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 사용하면서도 의심 한 번 받지 않았다.
그는 대체로 우수한 협력자였다.
그러나 분명 이해 못 할 구석은 있었다.
참가자 왕근식.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게 주고 자신은 이은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영 이해 못 할 행동이기는 하지만 내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나는 내 이름 석 자를.
구종환이라는 이름을 여기에 묻는다.
“구종환!”
연금술사 구종환.
그는 원작의 마지막에 레벨 서포터를 개발한 구원자의 이름이었다.
비록 시간에 여유가 없어 미완성으로 끝을 맺었지만, 시간만 있었어도 그의 연구는 분명 성공했을 거라 보는 이가 대다수였다.
그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 기껏해야 서울 출신이라는 것 정도.
보통 이 정도 정보량으로 누군가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 천리안이라도 갖고 있지 않은 한.
“완전 놀아났네.”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참가자 왕근식이라 알고 있던 인물이 알고 보니 연금술사 구종환이고, 왕근식에게 이용당한 선량한 구원자라 알고 있던 이은철이 사실은 참가자 왕근식이었다니.
민서라도, 자신도 손바닥 위에서 아주 제대로 놀아난 셈이다.
“이런 망할!”
분을 참지 못한 시현은 근처에 있던 상자에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넘어진 상자의 뚜껑이 열리며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내용물을 확인한 시현은 기함했다. 사람의 시체 일부였기 때문이다.
팔다리가 잘려 나간 것은 기본이요, 몇몇 시체는 등이나 복부 등의 가죽이 벗겨져 있었다.
톱 같은 것으로 거칠게 잘린 팔에서 선명한 낙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시현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낮에 먹었던 것들이 올라올 것 같았다.
“저건…….”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시현은 눈을 감고 말았다.
끔찍한 것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는데, 더욱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낯익은 아이의 머리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며칠 전, 민서라가 구출해 온 아이였다.
이번에는 특히 고생이 많았다며 하소연하던 민서라의 지친 것 같으면서도 만족감이 묻어나던 미소는 여전히 시현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굳어진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배후로부터 발소리와 더불어 희미하게 담배 연기 냄새가 났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그제야 겨우 굳어졌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멈췄던 시간이 감기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시현은 희미하게 풍겨 오는 담배 냄새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이 폐쇄된 방의 유일한 입구를 왕근식이 틀어막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구하기 힘들어진 담배를 입에 문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분명 겉모습은 권수학인데, 권수학이 아닌 윤시현이라니……. 세상에는 별의별 권능이 다 있군.”
담배가 없는 반대쪽 손에는 무전기가 들려 있었다.
무전 대상이 누구인지는 뻔했다.
“이은철……. 아니, 왕근식에게 정보를 받은 건가? 연금술사 구종환.”
“내 본명이 구종환인 건 맞는데. 그 연금술사라는 유치한 별명은 뭐야? 음……. 마음에 들기는 하네.”
구종환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마치 오랫동안 숨기고 있던 진실을 발견해 낸 자에게 깊은 흥미를 느끼는 듯한 미소였다.
더 이상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시현은 두르고 있던 연기자의 권능을 제거했다.
“구종환, 너는 최대한 고통스럽게 처리해 주마.”
시현은 허리춤에서 투박한 검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장비는 민서라에게 맡겨 놓은 상태였다.
지금 가진 무기는 조금 전 권수학을 처리하고 노획한 물건이다.
핏빛 칼날에 비하면 성능은 쓰레기나 다름없는 물건이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구종환은 1레벨 구원자.
설사 같이 죽자는 식으로 레벨 서포터를 사용해 봐야 2레벨이다.
이자프의 권능이 그를 악으로 지목하며 그의 권능과 신체 능력을 대폭 향상시켜 주고 있는 지금, 뭘 어떻게 해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심지어 아르하의 권능까지 있지 않은가.
“나는 연구직이라 싸우는 데는 영 자신이 없거든. 게다가 너는 2레벨 구원자잖아. 그러니까 정면 승부는 좀 그렇고. 내 식대로 싸우도록 하지.”
구종환 역시 무기를 꺼내 장비했다.
특이하게도 그가 꺼낸 무기는 도, 검, 창 따위가 아닌 액체가 담긴 약병이었다.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깨질 만큼 유리병의 두께가 얇다.
연금술사다운 무기다.
“마음껏 비명을 질러라. 아무래도 그 애새끼들보다는 네 비명이 내겐 더 즐거움이 될 거 같으니.”
약병이 구종환의 손을 떠났다.
‘붉은색.’
약병의 색을 확인한 시현은 몸을 틀어 회피했다.
그리고 앞으로 두 걸음을 내딛었다.
조금 뒤 바닥에 닿은 약병이 깨지며 내용물이 공기와 접촉했다.
퍼엉!
약품은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만약 두 걸음을 앞으로 내딛지 않았다면 시현 역시 범위에 말려들었을 것이다.
기습적인 첫 번째 공격이 빗나갔음에도 구종환은 당황하지 않고 두 번째 약병을 던졌다.
‘이번에는 초록색.’
크게 숨을 들이쉰 시현이 검으로 약병을 깨뜨렸다.
이번에도 내용물은 공기와 닿는 것으로 폭발했다.
다만 쏟아져 나온 것은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자욱한 녹색의 연기였다.
구원자에게도 적용되는 권능이 담긴 맹독이다. 그러나 해당 독은 호흡기로만 중독된다.
시현은 숨을 참은 채 앞으로 뛰어 연기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두 개의 약병이 동시에 던져졌다.
‘붉은색, 그리고 흰색.’
시현은 흰색의 약병을 먼저 깨뜨렸다.
액체가 기화하며 발생한 돌풍이 시현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연구 일지, 사람이나 악마의 시신 등이 돌풍에 실려 연구소 내부를 날아다녔다.
붉은 약병은 돌풍을 타고 한참이나 뒤까지 날아가고 나서야 깨지며 불꽃을 일으켰다.
‘고작 이 정도가 전부는 아닐 테고. 진짜 목적은 눈을 가리는 건가?’
돌풍 때문에 눈을 뜨고 있는 게 어려웠다.
그사이 구종환은 달아나고 있었다.
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보나 마나 함정이겠군.’
안 봐도 뻔했다.
원작에서의 구종환이 어떤 방식으로 싸웠는지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돌풍이 걷히고 자세히 보니, 가느다란 실이 통로에 가득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돌풍 때문에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는 피할 수 없을 만큼 교묘한 함정이다.
“나와.”
시현의 명령에 유령 하나가 그림자에서 솟구쳐 올랐다.
시현은 실체화시킨 유령을 앞으로 보냈다.
[키히히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유령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몸을 던져 복도를 가득 채운 실을 제거했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꽤 장관이었다.
떨어진 약병에 복도의 바닥이 얼어붙고 상단부에서 불꽃이 폭발했으며, 자욱한 독 안개와 환상을 보게 하는 오묘한 빛깔의 안개가 한데 뒤섞여 대기를 오염시켰다.
당연하지만 그 모든 공격에 적중당한 유령은 처참한 몰골로 소멸했다.
악인의 영혼으로 만든 유령이기는 하지만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모든 함정이 제거된 복도를 지나니 예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당연히 옥상을 벗어나 이은철을 자칭하는 왕근식에게 도움을 요청할 거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구종환은 갈림길의 왼쪽으로 피신했다.
이런 경우 예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개다.
그런 기본적인 사고마저 할 수 없을 만큼 당황했거나, 아니면 뭔가 믿고 있는 비장의 수가 있다거나.
천재라 불리던 구종환이 전자일 리가 없으니 당연히 답은 후자이리라.
“무슨 함정일지 궁금하기는 하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시현은 품속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이전에 마트에서 정수혁의 물건을 강탈한 것으로, 현재까지도 제법 요긴하게 사용하는 중이다.
전원을 넣은 시현은 버튼을 누르며 목소리를 송출했다.
“나연아, 부탁할 게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무전으로부터 기계음이 섞인 이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데요?
“학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줘. 만약 이은철이 학교 밖으로 나가면…….”
―나가면?
“죽여. 네가 아는 가장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네.
돌아오는 대답에는 어떠한 의문도, 망설임도 없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