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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47화 (47/225)

[47화]

“……어? 왜요?”

누구보다 칼을 탐내던 이재현은 특히 민서라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프로 복서의 잽을 정통으로 맞은 것처럼 어벙한 얼굴로 민서라를 응시한다.

“누님 미쳤어요?”

“너야말로 미쳤니? 이게 누나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아니, 그렇잖아요. 저기 기가 막히게 좋은 칼을 놔두고 왜 누님한테 쓸모도 없는 조각상을 챙기냐고요.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이해를 못 하겠네.”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분개하는 이재현을 보고 있자니 민서라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민서라는 선택을 번복하지 않았다.

“아직 각성하지 못한 애들한테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이 칼은 시현 씨한테 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저는 검은 가시를 가져갔습니다만.”

“그거 쓰려고 챙기신 거 아니잖아요.”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슬쩍 웃는다.

“……음?”

시현은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 쓰려고 챙기지 뭣하러 챙긴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 하고 있는 말을 듣고 있자니 그게 참 가관이다.

“위험하니까.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면 안 되는 물건이니까. 그래서 챙긴 거죠?”

“저는 그렇게 착해빠진 사람이 아닙니다.”

“에이, 부끄러워하시기는. 그러면 그런 셈 쳐요.”

“아니, 진짠데…….”

그녀는 뭔가 단단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당최 믿어주지를 않는다.

“아니, 형님도 그렇고 누님도 그렇고. 그렇게 빼시면 욕심 부린 저만 나쁜 놈 되는 거 같잖아요.”

결국 이재현까지 권리를 포기하고.

“에헤헤.”

말없이 웃는 이나연이야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졸지에 네 개 중 두 개의 무기를 갖게 된 시현만 얼떨떨할 뿐이었다.

그리고 시현은 제 발로 굴러 들어온 행운을 걷어 찰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 남은 열매는…….”

“애초에 시현 씨가 없었으면 공략은 시도조차 못했을 거예요. 실제 여기가 리퍼의 둥지임을 알았을 때 저는 도망갈 생각밖에 하지 않았어요. 일은 한 사람이 다 했는데 보상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저는 이 조각상 하나면 충분해요.”

시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민서라가 권리를 포기했다.

무려 속성 저항력을 증가시켜 주는 소모품이다.

구원자의 능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영약류 아이템이 굉장히 귀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민서라는 조금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결국 이재현과 이나연도 민서라의 주장에 동조해 남은 아이템의 권리를 포기했다.

부담감을 느낀 시현이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그들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 주시니 참……. 감개무량하네요.”

왼 손에는 기이하게 휜 검은색의 단검.

오른손에는 적색의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장검.

그리고 속성 저항력을 올려주는 영약.

세 개의 보물이 시현으로 하여금 옅은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기분이다.

* * *

권수학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춰 서는 순간 머리통에 총구멍이 뚫릴 테니까.

“저쪽이다! 저쪽으로 갔습니다!”

“절대 놓치지 마!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잡아!”

약탈자들은 악착같이 권수학을 쫓았다.

조금 전 사거리에서 습격을 당했을 때 일행은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졌다.

대부분이 신호석의 뒤를 따라간 건 다행이었지만, 1레벨 구원자인 권수학에게 총은 여전히 위협적이고 두려운 무기였다.

맞서 싸운다는 선택 따위는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도망쳐야 했다.

‘학교로 데리고 가면 큰 일이 날 거야. 대강당의 밥벌레 놈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지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최대한 학교로부터 멀어져야 해!’

모처럼 이타심을 발휘한 권수학은 학교와 먼 곳으로 도망쳤다.

문제는 권수학과 똑같은 생각을 한 도망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 권수학. 네가 왜 여기에…….”

“신호석!”

권수학은 비명을 질렀다.

하필이면 우연히 마주친 게 신호석일 게 뭐란 말인가.

여전히 신호석의 뒤에는 약탈자들의 본대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수의 병사들이 그를 쫓고 있었다.

도중에 피탄된 건지 신호석의 오른 쪽 팔에 총상이 남아 있었다.

삐이――!

돌연 이명이 들려왔다.

구원자가 되고 나서 몇 번이고 들었던 익숙한 이명에 권수학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몸을 던졌다.

타앙!

총성과 함께 탄두가 권수학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총알이 머리를 꿰뚫었을 것이다.

‘이러다가 죽을 거야.’

공포심이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눈물이 흘렀다.

자신의 뒤를 쫓는 자들이 총을 든 병사가 아니라 낫을 든 사신처럼 느껴졌다.

“권수학. 저 앞 사거리에서 다시 한번 흩어지자. 내가 왼쪽으로 갈 테니까 네가 오른쪽으로 가.”

옆에서 신호석이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으나 공포에 짓눌린 권수학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어디로 가야 살 수 있지? 그러고 보니 이 앞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D마트가 있는…….’

그의 뇌리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말이다.

“어어? 야, 권수학. 너 어디 가는 거야! 얌마!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이 미친 새끼야!”

당황한 신호석이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뻗은 손끝은 권수학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을 스칠 뿐이었다.

* * *

“리더! 표적 둘이 D마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D마트의 상태가……. 아무래도 둥지인 거 같습니다.”

“그래?”

간부의 보고에 임진아는 정면에 있는 마트를 살폈다.

외벽에 칠해진 검은 물체와 이유를 알 수 없는 음습한 기운.

원작에도 묘사되어 있고, 전에 작은 규모의 둥지를 공략해본 적이 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둥지가 분명하다.

“알아서 묘지로 걸어 들어갔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마트를 포위해. 다른 곳에 있는 인원도 전부 불러들여.”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간부가 무전을 하는 동안 임진아는 둥지에 시선을 줬다.

‘한 번 조사를 시켜 볼까?’

둥지는 기회의 땅이다.

엄청난 양의 경험치와 귀한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임진아는 둥지를 점령해서 얻을 수 있는 보상에 관심이 있었다.

지난번에 검은 늑대의 둥지를 공략하고 얻은 보상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목숨을 걸 생각은 없었다.

이곳에 모인 수많은 병사들.

그들이 임진아의 명령 하나면 목숨 걸고 둥지 안에 어떤 악마가 몇 마리나 도사리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 올 테니까.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 우선 너랑 너, 가서 안쪽을 조사해 봐.”

“네?”

임진아에게 지목당한 두 병사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나이가 어린 이등병은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주저앉아 버렸다.

“하, 하지만 어떻게 둥지 안을 저희 둘이서…….”

“왜, 싫으니?”

임진아가 웃었다.

흠잡을 곳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으나 적어도 두 병사의 눈에는 구천을 떠도는 귀신의 귀기 어린 미소처럼 보였다.

“아닙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상병이 주저앉은 이등병을 억지로 세웠다.

“야.”

“이병 최한진.”

“죽어서도 구천을 떠돌고 싶지 않으면 움직여.”

그는 이등병을 잡아끌다시피 하며 둥지로 향했다.

차라리 제 발로 사지를 향해 걸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병사들은 임진아라는 인물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저 나약해 보이는 여성은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 사이에서도 공포로 군림하고 있었다.

두 병사들이 과연 어떤 정보를 물고 올지,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던 임진아의 눈에 민들레 씨를 닮은 빛이 아른거렸다.

“……어?”

그날의 광경이 눈앞에 되살아났다.

검은 늑대의 둥지를 공략하고 기뻐하던 그녀의 머리 위로 정화의 빛이 쏟아지던 그날의 기억이 말이다.

둥지 전체를 빛이 휘감는다.

빛은 마트와 그 인근을 지배하고 있던 온갖 더럽고 오염된 것들을 밀어내고 정화시켰다.

앞서 걷던 두 명의 병사도 그 자리에 선 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리, 리더!”

“조용히 해. 생각 중이니까.”

임진아의 눈매가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이제 막 둥지에 들어간 두 사람이 둥지를 공략했을 리는 없어. 시간도 시간일뿐더러 이 둥지가 초소형 악마의 둥지라 해도 고작 두 명의 구원자가 어떻게 해 볼 수준이 아니야.’

그렇다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선객이 있었나 보네. 지금 시기에 둥지를 공략할 정도의 힘을 가진 세력이라면……. 이한울인가?”

그 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어찌 되었건 눈으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공략자가 이한울이 아닌 제3자라면 약탈도 서슴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은 약탈자들의 리더니까.

“진입해.”

그녀의 명령이 내려짐과 동시에.

[키히히히히!]

[캬하하하하!]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반투명한 영체들이 그녀의 그림자로부터 솟아나왔다.

병사들은 기겁하며 고개를 숙였다.

* * *

“밖이 조금 시끄럽네요.”

마트에서 모든 용무를 마치고 복귀를 준비하던 민서라가 소음을 감지하고 눈을 찌푸렸다.

지금 세상에서 소음이라 하면 십중팔구는 악마와 관련되어 있다.

돌아가는 길이 험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절로 표정이 구겨진 것이다.

“잠시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요.”

시현이 먼저 몸을 일으키자 민서라가 부리나케 따라붙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정문으로 향하던 시현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둘 보였다.

권수학과 신호석.

학교로 돌아갔어야 할 저 둘이 무슨 이유인지 사이좋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해?”

“형! 밖에서 누가 형을 찾고 있어요! 빨리 나가 보셔야 할 거 같아요!”

권수학이 소리쳤다.

“날 찾아? 누가?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당황한 시현이 되물었으나 권수학은 이미 2층으로 올라가 버린 후였다.

뭐에 쫓기듯 굉장히 다급해 보였다.

“저, 저 미친놈. 와, 저게 진짜 사람 새끼가 맞긴 한 건가? 하긴, 사람 새끼였으면 지 절친의 여친한테 손대는 미친 짓도 안 했겠지!”

신호석이 권수학의 뒤통수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박아 넣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형! 누나!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밖에 약탈자들이 쫙 깔려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신호석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학교로 돌아가던 도중 약탈자들을 만나고, 권수학이 저 살겠다고 인간 같지도 않은 선택을 한 것까지, 마음이 급해 횡설수설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빠뜨리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남녀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민서라 씨, 약탈자들과의 일은 잘 해결된 거 아니었나요?”

“저도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

“어쩌면 분쟁이 해결된 게 아니라 학교와 약탈자들 사이에 전쟁만 없을 거라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군요. 개인의 분쟁은 별개고요.”

차라리 잘 됐다.

그 빌어먹을 약탈자들의 전력을 깎아먹을 절호의 기회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저들은 저희를 얌전히 보내 주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리라니, 설마 싸우려고요?”

“저놈들이 싸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안 돼요!”

질문은 민서라에게 했는데 신호석이 펄쩍 뛰었다.

고개를 끄덕이니 필사적으로 손과 고개를 휘젓는다.

“밖에 약탈자들의 리더도 와 있단 말이에요!”

“……그래?”

어떻게든 시현을 뜯어말릴 생각이었겠지만, 신호석의 말은 시현에게 더한 흥미와 투쟁심을 안겨 줄 뿐이었다.

약탈자들의 리더.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언자 행세를 하며 강소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참가자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언제 한 번 꼭 만나고 싶다 생각하던 참이었다.

“아니, 왜 더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는데요. 형이 그 여자의 권능이 뭔지 몰라서 그러시는 거 같은데. 그거 완전 괴물이라니까요?”

미간을 한껏 찌푸린 신호석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서울 강북에 학교나 약탈자들 수준으로 규모가 큰 세력은 몇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신호석은 약탈자들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그들의 리더가 얼마나 두려운 권능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가 부족한 시현만이 신호석의 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약탈자들의 리더가 가진 권능이 뭔데 그렇게 유난을 떨어?”

“유령이요.”

“……유령?”

[키히히히히!]

배후에서 돌연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시현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뽑았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아름다운 검이 크게 반월을 그린다.

그런데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

“이건 또 뭐야?”

눈앞에서 누군가가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

두 눈이 있어야 할 장소가 푹 파여 있으며 끊임없이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다리는 없고 두 손톱은 갈고리처럼 길다.

무엇보다 검이 통하지 않으며, 그 육신은 반투명해서 그 반대편에 있는 게 고스란히 비춰졌다.

“진짜 유령이네? 대체 이게 왜 여기에 있어?”

시현은 빠르게 거리를 벌였다.

유령은 곧장 달려들지 않고 웃으며 시현의 주변을 맴돌았다.

마치 독 안에 든 쥐를 농락하려는 모양새다.

“민서라 씨. 설마 약탈자들은 유령궁주 유설의 영입에 성공한 겁니까?”

이 세상에서 유령을 다루는 권능은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유일무이한 권능의 주인이 바로 유령궁전의 주인이라 불리던 20대 중반의 여성 유설이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아니에요.”

“그러면 저건 뭐죠?”

“저 유령은 약탈자들의 리더인 임진아의 권능이에요.”

“그게 대체 무슨…….”

유령궁주 유설이 가졌어야 할 기냑의 권능 유령군대를 어째서 약탈자들의 리더가 가지고 있단 말인가.

답을 도출해 낸 시현은 표정을 마구 구겼다.

기냑의 권능은 강하다.

때문에 이나연이 가진 에르의 권능처럼 단 한 사람만이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낙인 자체가 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에르의 축복과 달리, 기냑의 축복은 다수의 생존자들에게 낙인을 찍는다.

그중에서도 최초로 각성한 단 한 사람에게 모든 힘을 부여하고, 나머지 낙인들은 회수해 가는 강자 독식의 축복이 바로 기냑의 축복이다.

각성하지 못한 생존자의 경우 기냑의 낙인 때문에 다른 낙인을 얻을 기회조차 날아간 셈이 된다.

전부를 얻거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모 아니면 도 이상으로 극단적인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임진아라고 했나? 원작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유설보다 먼저 각성하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어찌 되었건 지금 중요한 건 원작에서도 일인 군대로 정평이 나 있던 기냑의 권능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령에게는 보통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조금 전처럼 검이건 총이건 신체를 통과해 버린다.

그렇기에 상대하기 까다롭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당장 달려들지 않는 이유는 바깥에서 포위망을 만드는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함일 거예요. 지금 당장 퇴로를 확보해야 해요.”

눈앞의 신호석처럼 말이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네?”

자신만만한 시현의 대답에 신호석은 아리송한 표정을 했다.

“상대가 유령인데 도망 안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

“유령을 퇴치하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시현은 검을 휘둘렀다.

설마 자신에게 공격이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한 걸까.

유령은 공격을 회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만과 무지의 결과는 참혹했다.

[끼아아아악!]

검에 베인 유령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유령을 베어 낸 시현의 검에는 흑색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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