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튼튼하던 외피는 순식간에 벗겨졌다.
기다렸다는 듯 천장에서 떨어진 커다란 콘크리트 파편이 리퍼 퀸의 머리를 때렸다.
콘크리트 파편에는 튼튼한 줄이 묶여 있었으며, 그 끝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베인 듯한 단면이 남아 있었다.
[끼이이이…….]
머리에 가해진 강한 충격에 비틀거리는 리퍼 퀸의 머리에 시현이 추가타를 가했다.
콰앙!
신체 능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인지 폭음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시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느낌을 통해 리퍼의 두개골에 균열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악마니 뭐니 해도 결국은 짐승이지.”
시체의 산에서 뛰어내린 시현은 권능을 두르고 리퍼 퀸을 상대했다.
기습으로 외피를 벗겨 내고 큰 부상을 입혔다고 하지만 상대는 리퍼들의 여왕이었기에, 보통의 리퍼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개체다.
금방 정신을 차린 리퍼 퀸은 두 팔과 긴 꼬리를 이용해 시현을 압박했다.
시현은 이를 악물고 리퍼 퀸의 공격들을 버텨 냈다.
‘충분히 버틸 만해.’
전에 상대했던 일반 리퍼보다 확실히 공격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시현 역시 그때보다 강해졌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니, 리퍼 퀸의 모든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캬아아악!]
눈앞에 원수를 두고도 어찌할 방도가 없자 리퍼 퀸은 더욱 광분해 날뛰었다.
머리에서 피가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서 이죽거리는 시현을 집어삼키기 위해 전력을 쏟아 냈다.
그런 리퍼 퀸의 배후로 이나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상태가 멀쩡했으면 나연이를 경계했겠지만……. 그럴 만한 정신은 안 남아 있는 모양이네.’
서걱!
이성을 잃은 대가는 참혹했다.
리퍼 퀸이 가진 가장 뛰어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꼬리가 중간에서 싹둑 잘려 나갔다.
이나연의 흑도를 작은 규모의 폭풍이 휘감고 있었다.
괴로워하던 리퍼 퀸이 앞발을 휘둘렀다.
“우앗!”
아직 자세를 회복하지 못한 이나연은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아프……지 않아! 이게 외피구나…….”
이나연의 주변으로 반짝이는 가루가 떨어지고 있었다.
[캬아아악!]
리퍼는 이나연을 무시한 채 재차 시현에게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자신의 꼬리를 자른 이나연보다 눈앞에서 새끼를 밟아 죽인 시현을 향한 분노가 몇 배는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퍼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타이밍을 맞춰 튀어나온 민서라와 이재현이 양쪽 다리에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쿵!
리퍼 퀸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기동력을 잃었다 해서 리퍼 퀸의 공격력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아아아악!”
마구잡이로 휘두른 공격에 얻어걸린 이재현의 신체가 크게 날아 기둥에 처박혔다.
자신의 주변에서 반짝이는 외피의 파편을 보며 이재현은 거칠게 호흡했다.
그 역시 2레벨 구원자가 되어 있었다.
“주, 죽는 줄 알았네!”
만약 외피를 손에 넣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이번 일격으로 죽었을 것이다.
“크윽!”
그나마 전투 경험이 많은 민서라는 리퍼 퀸의 공격을 전부 막아 냈다.
그러나 금방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리퍼 퀸의 공격을 막아 낼 때마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민서라의 눈에 불신의 기색이 역력하게 맺혔다.
‘저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저 공격들을 막아 낸 거야? 같은 2레벨인데 왜 차이가 나는 거냐고!’
시현이 가진 낙인이 두 개라는 것을 민서라가 알 리 없었다.
때문에 어째서 같은 2레벨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또 있는 것인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 봤으나 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올 리가 없었다.
설마 30억이나 하는 아르하의 낙인을 구매한 참가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때문에 민서라는 이어지는 시현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릎을 꿇은 리퍼 퀸의 머리 위에 올라선 시현은 리퍼의 두개골 중 균열이 생긴 부분에 손을 얹고 히죽 웃었다.
“폭풍.”
콰드득!
강력한 칼바람이 리퍼의 피부를 찢고 갈라진 두개골 사이로 파고들어 가 뇌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아직 힘드네.”
새끼 리퍼를 처리해 대량의 경험치를 끌어모은 결과 아르하의 낙인은 2레벨이 되었다.
그 보상으로 페널티인 소모 값이 다섯 배에서 네 배로 줄었고 위력은 보다 높아졌다.
정신력의 총량도 증가했지만 아직 폭풍을 남발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그래도 사용과 동시에 졸도하지 않는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키에에엑…….]
쓰러진 리퍼의 손끝이 아직 살아 있는 새끼 리퍼에게 닿았다.
그와 동시에 리퍼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리퍼의 눈동자는 자신의 새끼를 담고 있었다.
“…….”
인간을 잡아먹는 악마를 토벌하는 것뿐인데, 어쩐지 악당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역수로 쥐고 내리꽂은 흑도에 의해 리퍼의 심장이 꿰뚫렸다.
무릇 악역이란 자비가 없어야 한다.
그랬기에 시현은 무덤덤하게 확인 사살을 했다.
그런 시현의 곁으로 나머지 일행들이 다가왔다.
“오빠, 수고 하셨어요.”
“겨우 네 명이서 리퍼도 아니고 리퍼 퀸을 사상자 없이 쓰러뜨리다니……. 형,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잔뜩 흥분한 이재현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시기에 중형 악마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비록 정면 승부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중형 악마를 토벌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한껏 고무된 것이다.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이나연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런 두 사람과 달리, 참가자이기에 시현이 행한 것들이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알고 있는 민서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현 씨. 아까 그건 설마…….”
무언가를 말하려던 민서라가 멈칫했다.
승리의 고양감에 취해 좋아 죽으려는 이재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개인이 30억의 가치를 지닌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는지.
왜 그런 사람이 이 게임에 참가한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으나 참가자가 아닌 사람들 앞에서 늘어놓을 말은 아니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민서라는 블랙마켓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충격적인 문구에 눈이 질끈 감겼다.
<아르하의 낙인 — 30억 : 매진>
“미쳤네.”
“민서라 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시간도 늦었는데 빨리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먼저 돌아간 애들이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잖아요.”
“해야 할 일?”
“우리가 뭘 위해 리퍼 퀸을 잡았게요?”
“아아! 깜빡 잊고 있었어요.”
승리에 취해, 그리고 매진된 아르하의 낙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한 탓에 가장 중요한 걸 까맣게 잊고 있던 민서라가 손뼉을 마주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일행의 목적은 단순히 리퍼 퀸을 토벌하는 게 아니다.
둥지를 공략하고 보상을 손에 넣는 것.
그게 최종 목적이며 리퍼 퀸의 토벌은 그를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3층의 알들은 대부분 제거했고, 4층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서라 씨네 구역은 어떤가요?”
“1층은 다 끝났어요. 제가 비록 형님과 누님에 비해 힘은 부족할지언정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활력과 민첩함을 이용해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르게…….”
가슴을 편 이재현이 민서라를 대신해 말했다.
여전히 쓸데없는 말이 조금 많은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2층도 반 정도 끝났어요. 3, 4층에 비해 알의 수가 적었으니까요.”
“그러면 나머지 작업을 끝마치도록 하죠.”
“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민서라는 생각했다.
분명 둥지에 진입할 때만 해도 메인은 민서라였고, 독자들에게도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독자들의 관심은 시현에게 집중되었으며 민서라는 이나연이나 이재현 수준의 조연 취급이다.
‘아……. 또 구독자 떨어져 나가네.’
민서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 * *
일행이 둥지에 있는 리퍼의 알을 모두 처치하는 데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둥지 안에 있는 알들은 금방 처리했지만, 문제는 건물의 외벽에 붙어 있는 알들이었다.
만약 원거리 사출에 특화된 이재현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하루 이틀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저게 마지막 알이에요.”
마트의 옥상.
그 중심부에 다른 알보다 유난히 커다란 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멀쩡하게 태어났다면 다음 대 리퍼 퀸이 되었을 것이다.
“처리해.”
“넵!”
시현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이재현의 손끝에서 섬광이 쏘아졌다.
고열의 섬광은 알의 중심부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끼아아악!]
비명과 함께 기포가 찢어지며 축 늘어진 새끼 리퍼가 쏟아져 나왔다.
예상대로 생김새는 리퍼 퀸을 닮았다.
머리에 구멍이 뻥 뚫린 새끼 리퍼는 그대로 절명했다.
이걸로 둥지의 공략이 끝난 것이다.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둥지(리퍼)의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정화의 묘목이 심어졌습니다.>
<일대가 정화됩니다. 이 땅에는 악마가 범접할 수 없으며 오염되지 않은 식물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묘목이 파괴될 때까지 지속됩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청색의 문자가 올라오고 난 후 어디선가 빛이 터졌다.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생긴 자그마한 빛의 입자가 사방으로 흩날리며 일대에 가득하던 악마의 흔적을 지웠다.
아직 남아 있는 악마의 사체, 건물의 벽면을 채운 검고 끈적이는 정체불명의 액체, 고깃덩이, 그리고 기괴한 식물들까지.
모든 것이 잿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푸른 싹이 돋았다.
“와아…….”
모든 것이 정화되는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몽롱한 눈을 한 이나연이 빛으로 만들어진 민들레 씨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민서라도 상기된 얼굴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 위로 민들레 씨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으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그녀들은 멸망한 세상에 피어난 자그마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렸다.
반면.
“형님! 보상은? 보상은 어디에 있죠?”
“정화의 빛이 1층에서 시작됐으니까 거기에 있지 않을까?”
두 남자는 물질적인 것에 눈이 돌아가 있었다.
마트의 1층까지 한달음에 도달한 시현의 눈에 보이는 것은 따스한 느낌의 빛을 머금고 있는 1미터 크기의 작은 묘목이었다.
그리고 묘목 앞에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목함이 놓여 있었다.
보상이었다.
“오오오, 뭔가 게임을 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막 설레고 군침이 싹 돌고 그러네요. 숨겨 뒀던 성적표를 엄마한테 들킨 사건 이후 이렇게 심장이 뛰는 경우는 처음이에요.”
“그거 후기가 너무 궁금한데.”
이재현의 말따나마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둥지의 공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하지만 일이 힘들수록 그에 따른 보상도 커지는 법이다.
더군다나 중형 악마 중에서도 손꼽히는 리퍼의 둥지 아닌가.
과연 저 목함 안에 어떤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만 쏙 빼고 달려가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우, 너무하다!”
나름 죽이 잘 맞는 민서라와 이나연도 1층에 도착했다.
감성에 취해 있던 그녀들도 합류했겠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에 시현이 대표로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와아!”
누군가가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보상에 눈을 빼앗긴 시현에게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시현은 독특한 형태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흑색 일통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 청색의 문자가 나타나 무구의 성능을 알려 줬다.
<검은 가시>
정화된 인면수의 뿌리를 가공해 만든 단검.
인간의 체내에 씨앗을 심고 뿌리를 퍼뜨린다.
외피를 관통한다.
내구가 취약하다.
“역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는 게 장점의 전부인 흑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명품이다.
그러나 시현이 환호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비정상적인 형태로 휘어 있는 날의 형태를 보아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검은 가시라 하면 시현이 모방한 권능인 연기자의 원 주인인 정해수가 원작에서 주로 사용하던 무기다.
정해수는 굉장히 뛰어난 암살자였다.
주로 사용하던 암살 방법은 권능을 이용해 외형을 바꿔 적대 세력에 위화감 없이 잠입, 목표에 기습적으로 검은 가시를 꽂아 넣는 것이다.
검은 가시는 대상의 몸속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대상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게 된다.
인간을 죽이는데 특화된 무기, 그게 바로 검은 가시다.
‘검은 가시는 위험한 무기야. 악마 상대로는 효율을 보기 힘들지만……. 인간을 상대할 때는 어지간한 물건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어.’
목함 안에는 검은 가시 외에도 뛰어난 보물들이 잔뜩 존재했다.
“오오! 이 창 뭐야? 내가 상점에서 구매한 칼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좋은데?”
“오빠, 이 옷 좀 봐요. 조금 판타지 같은 느낌이 강하기는 한데 성능은 확실하네요. 예쁘기도 하고!”
“각성을 도와주는 장식……. 이거 학교에 걸어 두면 딱 좋을 거 같은데.”
일행 모두가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들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힌 시현은 강하게 손뼉을 마주쳤다.
짜악!
마르고 경쾌한 소리가 일행을 주목시켰다.
“여기에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것도 없으니, 빠르게 물건을 정리하고 분배하도록 합시다. 혹시 뭐 적을 거 있는 사람?”
“여기 수첩 대령했습니다.”
이재현이 주머니에서 꺼낸 수첩을 공손하게 대령했다.
시현은 거기에 검은 가시에 대한 정보를 기록했다.
“청색 문자는 보상에 최초로 접촉했을 때만 표시돼. 그러니 여기 수첩에 각자 접촉한 보상의 설명을 적어줘.”
시현의 요청에 따라 일행은 열심히 청색 문자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보상은 글씨가 가장 예쁘고 정갈한 민서라가 맡아서 정리했다.
“여기 다 됐어요.”
모든 정리를 마친 민서라가 수첩을 건넸다.
시현은 빠르게 내용을 훑었다.
<검은 가시>.
<호수의 창>.
특히 물에 관련해 강한 정화의 능력을 갖는다. 물이 있는 곳에서 위력 상승.
<불씨 겉옷>.
온도 조절 기능, 화염 내성.
<생존과 각성을 위하여>.
조각상. 장식해 두면 해당 영역에 있는 생존자의 각성에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줄여 준다.
<핏빛 칼날>.
피를 마시는 검. 피를 마실수록 공격력 및 정신 감응도 상승.
<말라비틀어진 세계수 열매>.
복용 시 전기 속성 저항력 상승.
<5.56mm 집중 탄환>.
외피를 찢는데 특화된 축복이 담긴 총알.
뼈가 드러난 중상도 간단하게 회복할 수 있다.
<토큰 23개>.
‘대충 이 정도인가.’
하나같이 탐이 나는 물건들이다.
그러나 독식은 금물이다.
함께 둥지를 공략한 일행과 분배하지 않는다면 추후 부메랑이 되어 찾아올 것이다.
애초에 그럴 권리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평한 분배가 될까.
시현은 예로부터 이런 상황에 애용되어 왔으며,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수를 꺼내 들었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부터 하나씩 고르는 겁니다.”
당연하지만 반대는 없었다. 그 결과.
“와아!”
주먹으로 세 개의 가위를 묵사발 낸 이나연이 불씨 겉옷을 챙겼고, 다음 승자인 시현이 검은 가시를 가져갔다.
검과 창 중에서 한참 고민하던 이재현은 창을 가져갔다.
남은 물건 중 장비품은 핏빛 칼날뿐, 당연히 칼을 챙기리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민서라는 조각상을 챙겼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