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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45화 (45/225)

[45화]

‘나연이가 남을 건 예상했고. 민서라 씨도 고민 많이 하시더니 결국 남았네. 그리고……. 쟤가 남은 건 좀 의외였는데.’

시현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그 가벼운 입이 근질거리는지 눈동자를 굴리는 이재현이 보였다.

민서라의 조용히 해 달라는 지시를 아직까지 이행 중인 모양이다.

“시현 씨, 혹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작전이라도 있나요?”

“작전이라고 하면 조금 민망하기는 한데, 괜찮은 아이디어는 있죠.”

“어떤 생각이요?”

민서라가 관심을 크게 보였다.

2레벨 구원자 하나와 1레벨 구원자 셋.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민서라는 이 인원으로 리퍼를 사냥할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통의 리퍼도 아니고 여왕이다.

일반 개체보다 더 강한 여왕을 무슨 수로 사냥할지, 어떤 기발한 수단을 가지고 있기에 저리도 자신만만한 건지.

걱정도 되지만 동시에 기대감이 상승했다.

“서라 씨, 중형 악마는 소형 악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험치를 굉장히 많이 줍니다.”

“네? 물론 알고 있죠.”

어째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냐는 듯 민서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저기 둥지에는 부화 직전의 리퍼 알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고요.”

“…….”

“물론 새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성체의 2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사냥하기 까다로운 성체와 달리 새끼는 굉장히 쉽거든요.”

호랑이, 사자, 곰 등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맹수를 상대로 맨몸의 인간은 그저 사냥감일 뿐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사납고 강대한 맹수라 해도 그게 이제 막 태어났을 뿐인 어린 개체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맨몸의 인간이라도 간단히 제압하는 게 가능하다.

악마라 해서 다를 건 없다. 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진 리퍼라 할지라도 그 새끼는 한없이 나약하다.

제 목덜미에 칼을 들이밀어도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중형 악마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외피조차 없다.

“……오.”

시현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린 민서라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2레벨 구원자 하나와 1레벨 구원자 셋.

이 정도 전력으로 리퍼 퀸을 상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2레벨 구원자가 넷이라면?

만약 3레벨 구원자까지 등장한다면?

결과는 180도 뒤집어질 것이다.

“리퍼의 속도를 생각해 보면 저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입니다. 그 안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물론 레벨을 올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함정을 하나 준비해 놓을 겁니다. 그러니 뒷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시현이 말한 함정이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민서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질문과 답에 할애하는 시간 동안 한 마리라도 더 새끼 리퍼를 처치해야 하니까.

* * *

“형들이 걱정이네.”

신호석은 이걸로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 시현과 민서라를 돕고 싶었다.

혹시라도 뭐가 잘못돼 자신이 죽으면 남겨진 어머니가 슬퍼할까 봐, 차마 그러지 못할 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불효가 부모보다 먼저 죽는 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에휴.”

“아, 그렇게 걱정이면 너도 같이 있으면 됐잖아! 왜 사람 신경 거슬리게 계속 한숨이야?”

옆에서 걷던 권수학이 참다 참다 성질을 냈다.

그렇지 않아도 험악한 덩치에 얼굴인데, 성을 내니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들 얼굴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신호석도 여간하지 않았다.

“넌 남아 있는 사람들이 걱정도 안 되냐?”

“자기가 선택한 건데, 왜 내가 걱정해야 해? 거기서 죽든 살든 내가 알 게 뭐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세상 누구보다 재현이가 죽기를 바라는 놈이었지? 더러운 새끼.”

“뭔데, 지금 나랑 해 보자는 거냐?”

순식간에 두 남학생의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번뜩이는 눈으로 서로를 부라리는 게 싸움이라도 벌어질 기세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구원자가 아닌 김선빈은 자신을 지켜 줄 유일한 무기인 소총을 끌어안은 채 진땀을 흘렸다.

“이 두 놈이 견원지간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시도 때도 없네. 바람구멍 하나씩 뚫어 놔야 좀 친해지려나.”

귀찮은 것들을 따돌리기 위해 김선빈은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쳐 눈앞에 보이는 사거리로 향했다.

콰앙!

돌연 사거리 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뭐, 뭐야?”

앞서 걷던 김선빈은 물론이요, 서로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두 남학생도 놀라 달려왔다.

그들은 폐차 뒤에 숨은 채 머리만 빼꼼 내밀고는 사거리에서 발생한 폭발의 원인을 찾았다.

[키아아아악!]

저 멀리, 연기를 뚫고 몇 마리의 거대 박쥐가 날아오른다.

여기저기에 화상의 흔적이 보이는 거대 박쥐들은 무언가에 크게 놀라 달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사격 개시!”

우렁찬 외침과 함께 지상으로부터 쏘아진 총알이 거대 박쥐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들리는 소리로 보아 총을 쏘는 인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

최소한 열, 많으면 스무 명 정도는 되는 듯했다.

저 정도 수준으로 무장을 갖춘 집단은 서울에서 약탈자들이 유일하다.

신호석은 작게 혀를 찼다.

약탈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사람 중에는 자신도 있고, 자신의 어머니도 있다. 만약 발각된다면 얼씨구나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아무래도 돌아서 가야 할 것 같다.”

그들은 우측으로 나 있는 골목길로 향했다.

하지만 그게 최악의 선택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크아아악!]

골목의 입구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검은 늑대가 일행을 덮쳤다.

노리는 것은 김선빈이었다.

뒤에서 걷던 두 사람이 급하게 뛰어오는 게 느껴졌지만 그래서는 늦는다.

김선빈은 어쩔 수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마른 소리와 함께 검은 늑대가 나가떨어졌다.

당황해서 쏴 갈긴 게 정확하게 머리를 관통한 것이다.

운이 좋았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커다란 총소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을 불러왔다.

“어머, 이게 누구야.”

배후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그게 세 명의 남학생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노인네가 있는 학교의 애새끼들 아니야?”

* * *

“그러고 보니 묻는 걸 깜빡했는데. 오빠랑 서라는 어떻게 만난 거예요?”

막 새끼 리퍼 하나를 처치하고 흑도에 묻은 피를 털어 내던 이나연이 입을 열었다.

“서라?”

“알고 보니 동갑이더라고요. 친구 먹기로 했죠.”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미친 친화력이다.

그녀보다 한참 전에 만난 시현은 아직도 그녀와 정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이게 싫다는 건 아니다.

너무 정을 주고받으면 만약의 순간에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 인간은 그런 생물이니까.

“아포칼립스 첫날, 민서라 씨가 죽을 뻔한 나를 도와줬어.”

“누가 누굴 도왔다고요? 오빠가 누구한테 도움을 받는 장면은 상상이 잘 안 되는데.”

“왜, 나도 사람인지라 약했던 시절은 있었어.”

“으음……. 오빠라면 각성하기 전에도 막 중형 악마를 사냥하고 다녔을 것 같아요.”

“너 어디 숨어서 보고 있었냐?”

이야기하면서도 시현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수포를 베어 내고 쏟아진 새끼 리퍼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럴 때마다 등에 위치한 낙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아르하의 낙인도 이제 곧 2레벨로 오를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키아아아!]

새끼 리퍼의 울음소리가 퍼질 때마다 들려오는 어미 리퍼의 외침도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 전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외침에 이나연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빠, 리퍼 퀸은 일반 리퍼랑 비교했을 때 얼마나 강해요?”

“그건 개체마다 달라서 정확하게 말을 못 해 주겠는데. 대충 1.5에서 2배 정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리퍼 퀸이랑 싸워 본 적도 없으면서.”

“…….”

“이번뿐만이 아니라 오빠는 남들이 모르는 것들을 다 알고 있잖아요. 문득 궁금했어요.”

이번에는 시현의 손이 멈췄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은 알고 있었다.

참가자로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사용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보이게 되는.

평범한 등장인물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지식들을 이나연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그에 따른 의문이 쌓이고 쌓여 왔을 터, 평생을 비밀로 할 수도 없으니 언젠가는 말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게 지금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시현은 재차 손을 움직였다.

“그거 꼭 지금 알아야 하는 질문이야?”

“그건 아니지만, 어차피 손은 바빠도 입은 한가하잖아요. 오빠가 ‘너는 몰라도 돼!’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말은 저렇게 해도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동정심을 자극하는 이나연의 눈빛에 시현은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믿어 주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꼭 비밀로 해야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나연이 상대라면 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 순간이었다.

눈앞에 대뜸 적색의 메시지가 표시됐다.

<경고.>

등장인물에게 Re write에 대한 정보를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경고를 무시할 경우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1. 참가자가 가지고 있는 축복이 사라집니다.

2. 진실을 알게 된 등장인물의 정신이 붕괴합니다.

“…….”

간담이 서늘해지는 내용에 시현은 헛숨을 삼켰다.

만약 경고가 나타나는 게 1초만 더 늦었어도 시현은 진실을 발설했을 것이다.

식은땀이 줄기차게 쏟아지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오빠, 왜 그래요?”

얼굴에 묻은 리퍼의 체액을 닦으며 웃는 이나연의 뒤로 흐릿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양손에 흠뻑 피를 묻히고 있는 피폐한 분위기의 여성.

그녀가 누구인지 시현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정신이 붕괴하고 7악 중 1인이자 천살성이라 불리던 원작의 그 이나연이었다.

“……다음에.”

“네?”

“다음에 이야기해 줄게. 지금은 기회가 아닌 거 같아.”

생각 같아서는 죄다 이야기해 주고 싶지만 그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받아야 하는 페널티가 압도적이다.

만약 시현이 가지고 있는 두 개의 권능 중 하나가 사라진다면?

만약 이나연이 그때의 이나연으로 돌아간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 줄게.”

다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는 것도 좋은 수는 아니다.

진실을 속이기 위해 토해 낸 거짓은 언젠가 더 큰 거짓과 비극을 불러오기 마련이니까.

때문에 회피를 선택했지만.

“너무해요. 서라랑은 같이 비밀 공유하고 있으면서.”

한껏 시무룩해진 이나연을 보고 있자니,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건 단순히 토라진 게 아니다.

그녀와의 사이에 있던 신뢰에 아주 조금 균열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알겠어요. 오빠가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저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게요.”

“…….”

애써 밝게 웃으며 계단을 올라 4층으로 향하는 이나연의 뒷모습이 시현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하아……. 그냥 예언가인 척 거짓말이라도 할 걸 그랬나.”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왜 두루뭉술한 답을 했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은 언젠가 다 들통 나게 되어 있어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이게 다 지들이 만든 규칙 때문이건만.

자신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댓글을 달고 자빠져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이 화를 그들에게 전달할 수단이 없었다.

“망할 놈들!”

이런 식으로 허공에 대고 욕을 하는 것 외에는 말이다.

시현은 안에서 들끓는 분노를 부화하지 못한 새끼 리퍼들에게 풀어냈다.

수포를 찢어 내고 새끼 리퍼의 심장이나 머리에 단검을 꽂아 넣는 일련의 과정에 감정이 실렸다.

그렇게 몇 분 정도를 더 작업했을 때, 그토록 기다리던 신호가 왔다.

<아르하의 각인. 2차 해금 완료.>

<아르하의 축복을 받아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권능의 상승을 통해 ‘외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장의 외피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더욱 견고하고 효율적인 외피를 생성합니다.>

<권능을 사용할 때의 페널티가 소폭 감소합니다.>

“드디어……!”

감동의 파도가 밀려왔다.

두 개의 낙인을 동시에 키우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은 괜히 30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아르하의 낙인을 구매한 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생길 정도로.

아르하의 낙인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3레벨을 목전에 두고 있었을 테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은 있었다.

신체 능력은 다른 동레벨 구원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으며, 외피의 강도 또한 격이 달라졌다.

지금이라면 중형 악마와 1:1로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자만은 삼가야 할 항목이지만 말이다.

시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기다란 분침이 아슬아슬하게 약속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연아.”

“왜요?”

잔뜩 삐쳐서 대답도 안 해 줄 것처럼 굴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감정을 컨트롤한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얼굴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 내는 모습은 살벌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슬슬 리퍼 퀸이 도착할 시간이야. 나머지는 나중에 처리하고 일단 1층으로 가서 마중을 준비하자.”

“알겠어요. 그러면 예정대로 새끼 리퍼를 한 마리 데리고 가면 되는 거죠?”

그렇게 말하는 이나연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 * *

리퍼 퀸은 시현의 예상보다 2분 정도 늦게 둥지로 복귀했다.

호쾌하게 바닥에 구멍을 뚫으며 들이닥친 리퍼는 주위를 둘러보며 포효했다.

하지만 리퍼 퀸이 발견한 것이라고는 싸늘하게 죽어 있는 자식들의 시체뿐이었다.

[키아아아!]

분노한 리퍼 퀸이 포효했다.

광기를 담은 눈동자가 새끼를 죽인 범인을 찾아 뒤룩뒤룩 굴렀다.

어둠에 숨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시현은 발밑에 있던 새끼 리퍼의 목을 짓밟았다.

[끼이이이이!]

새끼 리퍼가 비명을 지르자 리퍼 퀸이 번개처럼 고개를 돌렸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 있던 시현과 리퍼 퀸의 시선이 교차했다.

“많이 늦었네.”

살며시 웃음 짓는 시현의 발아래에는 수많은 새끼 리퍼의 시체가 산을 쌓고 있었다.

가까스로 숨이 붙어 있는 새끼 리퍼가 어미를 향해 괴로움을 호소했다.

[캬아아아!]

리퍼 퀸은 시현을 향해 기형적으로 생긴 입을 찢으며 포효했다.

그러나 근처를 어슬렁거리기만 할 뿐, 공격을 해 오지는 않는다.

아직 그의 발밑에 살아 있는 새끼가 있기 때문이다.

모성애 때문인지, 아니면 미래에 자신을 위해 일해 줄 어린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리퍼 퀸은 몇 남지 않은 새끼가 다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시현은 한참이나 리퍼 퀸과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짤랑.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울렸다.

“준비가 끝난 모양이네. 그러면 슬슬…….”

원시적이지만 확실한 신호를 받은 시현은 다리에 힘을 가했다.

밟혀 있던 새끼 리퍼의 머리가 으스러지며 뇌수 섞인 피가 새끼 리퍼의 시체를 타고 흘러내린다.

눈앞에서 새끼의 죽음을 목격한 리퍼 퀸이 광분해 소리쳤다.

설마 그 외침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콰아아!

강렬한 돌풍이 천장을 뚫고 내려와 리퍼 퀸을 덮쳤다.

모든 오감을 시현에게 쏟고 있던 리퍼 퀸은 가지고 있는 민첩함이 무색하게 칼날과도 같은 돌풍을 회피하지 못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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