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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42화 (42/225)

[42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민서라가 시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네요. 여기는 어떻게 찾아오신 거죠?”

“민서라 씨를 만나고 싶어서요.”

의미심장한 시현의 말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연애는 쉽게 가십거리가 된다.

“…….”

시현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민서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봤다.

한 번만 더 농담을 던졌다가는 그대로 대화가 종료될 기세였다.

시현은 본론을 꺼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셨으면 합니다.”

“시급을 다투는 중요한 이야기인가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하긴 하죠.”

“그러면 일단 자리를 옮겨요.”

그녀는 능숙하게 모여 있던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오빠, 저는 학교 안 좀 더 둘러볼게요.”

슬쩍 눈치를 주자 이나연은 재빨리 자리를 비워 주었다.

처음 시현을 대할 때 그러했듯, 그녀는 엄청난 수준의 친화력을 보여 주며 여학생들 사이에 녹아들었다.

1층에서도 식료품 창고로 사용되는 매점으로 그를 안내한 민서라는 냉장고에서 탄산음료를 꺼내 시현에게 건넸다.

전기가 귀한 이 세계에서 차가운 음료는 귀한 대접을 받는 물건이다.

캔을 따자 들려오는 탄산 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한 모금을 마시자 청량감이 몸속을 휘저었다. 감동의 도가니였다.

“살아 있길 잘했다…….”

“아하하! 그렇죠? 저도 처음 시원한 음료를 마셨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니까요.”

본인 몫의 음료를 홀짝이던 그녀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나저나 묻고 싶은 게 뭔가요?”

손으로 눈가를 훔친 민서라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불필요한 말로 이야기를 질질 끄는 건 시현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았다.

“먼저, 민서라 씨. 랭킹 10위에 등록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땡~!”

그녀는 장난기 다분한 미소를 지었다.

“안타깝게도 저는 어제 점심 즈음에 13위로 강등됐습니다. 후후, 소식이 느리시군요. 시현 씨는 조금 더 자주 랭킹의 변동을 확인하셔야 할 것 같네요.”

“아니, 안전권 밖으로 밀려났는데 뭐 그리 발랄하게 말해요?”

“뭐 어때요.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사람이다.

그녀의 충고에 따라 시현은 현재 랭킹을 확인했다.

분명 이전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10위였던 민서라의 랭킹은 14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민서라 씨도 순위 확인은 조금 더 자주 하셔야 할 거 같네요.”

“네? 그게 무슨……. 앗! 또 떨어졌네? 아쉬워라.”

전혀 아쉽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반면 시현은 그새 8위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처형장에서 있었던 일이 일부 독자들의 흥미를 사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주시해야 할 인물은…….’

시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증오하는 이한울의 현재 랭킹은 2위.

이제 랭킹 1위인 한소현만 꺾는다면 이한울은 열 명의 우승자 중에서도 유일하게 추가 혜택을 받는 진정한 승자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게임의 극 초반 벌어진 차이를 따라잡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혀 기쁘지 않은 소식이었기에 시현은 애써 눈을 돌렸다.

“뭐,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메달에 대해 알고 계시죠?”

“그럼요. 그것 때문에 일부러 순위를 떨어뜨린 걸요.”

“…….”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었어요. 하지만 순위가 떨어져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저한테는 그 순위를 지킬 만한 능력이 없거든요.”

Re write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설이 엔딩을 맞이했을 때 랭킹 10위 내에 진입해야 한다.

1등이면 더 좋고.

꾸준히 높은 랭킹을 유지하면 그에 따라 토큰을 벌어들일 수 있기에 하위 랭킹의 사람들과 더욱 격차를 벌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높은 랭킹을 유지하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다.

메달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0위 내의 참가자를 죽이는 것이니까.

“아시다시피 메달로는 말도 안 되게 귀한 보물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도 슬쩍 봤는데, 원작을 알고 있는 참가자라면 눈이 돌아가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더라고요. 사실 블랙마켓 쪽이 더 엄청나기는 하지만, 그쪽은 불가능의 영역이니 대부분은 적색 보물을 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게요.”

아직 30억이라는 재화가 수중에 남아 있는 시현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그런 시현을 응시하는 민서라의 눈에 감정이 담겨 있었다.

순위권에 위치한 시현은 죽을 때 RPG의 몬스터처럼 메달을 드롭한다.

때문에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담긴 감정이 탐욕이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 민서라였다.

확인되는 감정은 순수한 걱정이다.

역시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며 시현은 안도했다.

“그래서 민서라 씨에게 협력을 부탁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서로 위험 구역에 있다면 등을 맞대는 편이 나을 테니까요.”

“저는 이제 순위권도 아닌데요?”

“곧 올라오실 거잖아요. 아니면 베드 엔딩이 취향이신가?”

666명의 참가자 중 최후의 순간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열 명뿐이다.

안정권 내에 진입하지 못한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끔찍한 베드 엔딩이다.

“저를 어떻게 믿고요?”

“믿으면 안 됩니까?”

시현은 웃었다.

멍하니 그를 응시하던 민서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 웃는다.

“하지만 시현 씨, 저는 여기 학교를 떠날 생각이 없어요.”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시현이 내민 손을 쉽사리 잡아 주지 않았다.

그동안 학교에서 생활하며 온갖 정이 들었을 터인데, 과거에 잠깐 같이 행동했다 해서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민서라는 그때 이서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다.

그런 고지식한 인간을 설득하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참가자가 아군으로 필요한 이상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공을 들여 해결하면 될 문제다.

“아무래도 민서라 씨는 학교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거 같네요.”

“좋아한다기보다는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가만 놔두면 몇이나 죽어 나갈지……. 게다가 물자도 항상 부족하고요.”

“그러면 먼저 학교를 지상낙원으로 만들죠. 원작의 23사단이 그랬던 것처럼 물자, 무력, 안전. 모든 게 갖춰진 세력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다음에 오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그때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시도 정도는 한번 해 봐야죠. 설마 민서라 씨를 영입하는데 이렇게 비싼 비용이 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 이나연을 데리고 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시현의 너스레에 민서라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보다 더 밝고 사양이 없는 미소다.

“그렇다면 저도 노력해야겠네요. 시현 씨 같은 고급 인력을 마냥 놀게 두지는 않을 거라고 미리 말씀드릴게요.”

아주 흡족한 대답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선방한 셈이다.

“아, 하지만 그 전에.”

“뭐가 또 있나요?”

“약탈자들의 리더가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제가 조금 시비를 걸었거든요. 어쩌면 조만간 공격을 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민서라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금세 잊힐 이름이라고 하지만 약탈자들은 일단 초반부 최강의 세력이다.

그들이 공격을 해 온다는데, 그 누가 멀쩡하게 웃고 있겠는가.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 일찌감치 떠날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쉽지만 신호석 역시 그들의 타깃입니다. 그 어머니도 함께요.”

“두 사람을 구해 주셨군요. 일단 호석이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원작을 알고 있는 민서라는 제공된 정보만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유추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상낙원이고 뭐고 일단은 대책부터 마련해야겠네요. 그에 대해서는 제가 선생님하고 상담을 해 볼게요.”

그 선생님이라는 인물을 언급할 때 민서라의 표정에 굉장한 신뢰가 드러났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며칠 만에 이렇게까지 민서라의 신뢰를 산 걸까.

선생님이라는 인물을 향한 호기심은 더욱 깊어만 갔다.

* * *

“오빠, 그거 알아요? 학교에는 물이 나와요.”

그사이 친해진 학생들과 학교 내부를 돌아다니던 이나연이 격하게 흥분한 채 말했다.

벌써 샤워실을 이용한 건지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이제는 엄청난 취급을 받다니, 웃음이 나왔다.

“토큰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도구 중에 그런 물건이 있어. 아마 그걸 사용한 거 같아. 제법 비쌌을 텐데…….”

시현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학교의 리더가 된 인물은 생존자들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토큰 하나하나가 아쉬울 초반부에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그 참가가자 누구인지 조금은 흥미가 생겼다.

“샤워실은 어디에 있어?”

권능으로 인한 축복이 언제나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해 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물을 맞으며 샤워를 하고 싶었다.

이른바 기분의 문제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신이 난 이나연이 시현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계단에서 내려오던 신호석에게 불려 세워지고 말았다.

“시현이 형!”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 형을 뵙고 싶다고 하셔요.”

기다리던 인물로부터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아쉽지만 이 세력에서 가장 높은 사람의 초청을 샤워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었다.

샤워실의 이용을 뒤로 미룬 시현은 신호석의 뒤를 따라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에서 시현을 기다리고 있던 인물은 흰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학교의 리더인 이은철이라고 합니다.”

낡고 구겨진 정장에 살짝 금 간 무테안경을 쓰고 있으며 살짝 웃으면 굉장히 선한 인상이 된다.

“참가자 윤시현입니다.”

“참가자요? 흐음……. 서라 씨도 그렇게 말씀하시던데. 그 참가자라는 단어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굉장히 궁금하군요.”

“……음?”

시현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래라면 학생이 차지하고 있어야 할 리더 자리를 꿰차고 있는 남자.

당연히 참가자라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은철은 참가자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랬기에 표정을 살폈으나 거짓은 아닌 듯싶었다.

‘쇼를 하는 건가?’

혹시나 싶어 랭킹을 확인해 봤으나 이은철이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현은 눈에 보이는 걸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가짜 이름을 사용하는 걸 수도 있어.’

현재로서는 이은철이라는 인물에 대해 정의를 내릴 만큼 정보가 풍족하지 않다.

시현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보다 저를 뵙자고 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아, 시현 씨께서 선빈이랑 호석이를 구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호석이가 제 어머니를 구하겠다고 뛰쳐나간 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은철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그의 지근거리에 서 있던 신호석도 덩달아 머리를 내렸다.

“감사는 그쯤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너무 과해도 부담스럽거든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쯤 해 두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다음 이야기요?”

“차와 소총을 교환하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그 차의 주인은 선빈이지만 저도 이것저것 투자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생각할 게 많아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성수대교에 이어 주차장에서의 전투를 통해 시현은 총 열 정이 넘는 소총을 소지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소총을 들고 다니기 귀찮다 여겼는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저희 세력이 생존자 수에 비해 전투원의 수가 많이 부족합니다. 소총을 거래해 주신다면 지금 인원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다 많은 이들을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윤시현 씨의 이름을 기억할 테고요.”

이은철은 딱 필요한 말만 하는 민서라와 반대되는 스타일이었다.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이런저런 미사여구로 상대방의 혼을 쏙 빼놓는 화술을 구사했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이은철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던 시현이 본론을 강제로 끄집어냈다.

“두 정을 드리죠. 일곱 정도 대여 형식으로 빌려 드리겠습니다. 탄약도 가지고 있는 것의 7할을 넘겨 드릴 거고요. 대가로 제가 타고 온 대형차를 받고 싶습니다.”

“그거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또 뭐를 줄 수 있죠?”

아무리 이동 수단이 귀하다지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강력한 무기와 교환하기에는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토큰을 조금 얹어 드리겠습니다.”

자신이 가진 물건 중 가치 있는 것을 고려하던 이은철이 가장 무난한 것을 꺼내 들었다.

“얼마나 주실 수 있는지 알고 싶군요. 안타깝게도 제 주머니 사정이 썩 좋지가 않아서요.”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스무 개 정도입니다만.”

“흐음…….”

생각보다 수가 적었기에 시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적어도 100개 정도는 소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세력을 가꾸는데 제법 많은 양의 토큰을 소모한 모양이다.

손해가 크지만 어차피 소총도 노획한 것들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총으로 무장한 학생들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구해 낼 것이다.

학교란 그런 세력이니까 말이다. 그 때문인지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거래는 그걸로 끝마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저희 애들을 구해 주셨을 뿐 아니라 이렇게 은혜까지 베푸시고……. 시현 씨의 갖추어진 인격은 저도 본받고 싶군요. 적어도 학교에서 지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은철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소총은 구원자에게 그리 귀한 자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토큰을 소모해 가며 소총을 구매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무장 상태를 높이기 위함이리라.

그가 단순한 등장인물인지, 등장인물인 척하는 참가자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있었다.

이은철이라는 남자가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선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 * *

이은철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빠르게 입수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요? 아아, 그분은 참가자가 아니에요.”

정보의 출처는 민서라였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던 도중, 시현의 질문에 민서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충격적인 발언을 토해 냈다.

“그런데 어째서 이은철 씨는 학교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으음……. 시현 씨가 뭘 의심하는지는 잘 알겠어요. 하긴, 원작에서 학교의 리더는 늘 학생이었으니까요.”

고개를 주억거린 민서라가 자신의 접시에서 비스킷 하나를 가져가 입에 물었다.

점심 식사라 해 봤자 보존 기간이 긴 가공품들이 대부분이다.

민서라는 그것들을 굉장히 맛없게,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씹었다.

“저도 처음에는 의심했죠. 그런데 며칠 지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선생님은 순도 100% 현지인이에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은철 씨가 원작을 뒤틀 수 있었던 겁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작을 뒤튼 건 선생님이 아니에요. 왕근식이라는 남자죠.”

“왕근식이요?”

처음 듣는 이름이다.

반사적으로 랭킹을 확인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민서라가 왕근식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을 풀어냈다.

“랭킹 23위 참가자예요. 듣기로는 아포칼립스 이후 선생님과 조우. 생사고락을 넘나들며 친해졌다고 해요. 원작의 지식을 이용해 학생들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지만, 본인은 연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선생님한테 리더 자리를 넘겨줬다고 해요.”

“어째서요?”

“저도 모르죠.”

민서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쉽사리 ‘아, 그래요?’ 하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참가자들의 목표는 10위 안에 들어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조력자, 2인자보다는 1인자 쪽이 독자를 끌어당기기 쉽다.

그게 아니더라도 원작에서 공개된 자원들을 확보하는데 리더의 친구보다는 리더 쪽이 몇 배는 더 유리하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연구를 위한답시고 리더 자리를 등장인물 이은철에게 넘긴 왕근식의 태도는 명백하게 승리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도 순위는 23위…….’

결코 낮지 않은 순위다.

영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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