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주먹의 주인은 김다혜였다.
시현은 반사적으로 몸을 젖혀 공격을 회피했다.
“어어?”
설마 공격이 빗나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김다혜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넘어졌다.
“왜 피해!”
“그럼 안 피해?”
“너 때문에 우리 전부가 몰살당할 뻔했는데 한 대 정도는 맞아 줘도 되잖아!”
그녀는 수치심 때문에 한껏 붉어진 얼굴로 삿대질을 해 왔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신호석이 황급히 그녀를 변호했다.
“죄송해요. 이쪽은 김다혜. 저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인데, 겁이 많고 가끔 버르장머리가 사라지는 질병을 가지고 있으니 이해 좀 해 주세요.”
“누가 겁이 많다는 거야!”
[키아아아아!]
어지간히 성깔이 있는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김다혜였으나, 소리에 민감한 좀비가 소리를 내지르며 현관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기겁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덕분에 그들은 현관에 쌓아 둔 가구들이 무너지지 않게 힘을 소진해야만 했다.
“야, 김다혜.”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문이 뚫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흥분했나 봐.”
그래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사과할 줄 알았다.
그조차도 못 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함을 감안하면 성격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닌 모양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좀비는 점차 조용해졌다.
덕분에 시현은 신호석과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리퍼한테서 선빈이를 구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 부탁을 받고 저희까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신호석의 눈에 존경과 감사의 감정이 담겼다.
“그렇게 헤어져서 걱정 많이 했는데, 선빈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그의 어머니 또한 온화한 미소로 시현을 반겨 주었다.
원작만 보고 억센 동네 아주머니를 떠올렸는데, 그녀는 생각보다 우아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박선희였다.
원작대로 처형장에 있는 생존자는 위의 셋이 전부였다.
예정대로 일을 진행해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것도 없고, 내일 여길 탈출하려 합니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미리 챙겨 두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박선희는 남아 있는 소량의 식량과 겨울옷 등의 물자를 챙기기 시작했다.
김다혜가 그녀를 돕는 사이, 시현은 신호석을 앉혀 놓고 탈출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원이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네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
“음……. 제 권능이 악마를 피해 숨는데 특화돼서 전투에는 자신이 없는데……. 그쪽 누나는요?”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 신호석이 시현의 무릎을 베고 누워 골골거리는 이나연에게 시선을 줬다.
“아까 창문으로 봤는데 엄청난 기술을 사용하시던데요?”
임태연이 그랬던 것처럼, 참가자가 아닌 신호석조차 이나연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만큼 이나연의 권능은 화려하고 강력했다.
그러나 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내일까지 회복되는 정신력으로는 권능을 한 번 사용하는 게 고작일걸?”
“꼭 내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누나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때요? 식량도 아직 남아 있는데.”
“내일이어야 해.”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시현은 필요 이상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원작에서 신호석이 탈출을 감행하는 날짜가 바로 내일이었다.
때문에 시현은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어떤 사고가 발생하는지, 처형장을 감시하는 약탈자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무장 상태가 어떤지, 철저하게 꿰고 있었다.
하지만 날짜가 바뀌면 그 정보들이 죄다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정보의 부족은 곧 예기치 못한 사고를 발생시킨다.
애초에 전원 무사 탈출을 위해서는 밖에 있는 임태연과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며, 그와 약속한 날짜가 내일이다.
그걸 이제 와서 멋대로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나연이한테 기대려 하지 마. 얘는 그냥 일회용 미사일 같은 거라고 생각해.”
“너무해. 엄청 노력했는데 칭찬은 못 해 줄망정……. 으읍!”
이나연의 입을 막아 우는 소리를 차단한 시현은 브리핑을 계속했다.
“작전은 간단해. 먼저 나연이가 폭풍을 이용해 길을 뚫으면 그 길을 따라 달려 탈출하는 거야. 그사이 몰려드는 좀비를 내가 처치할 거고. 만약 내가 흘리는 좀비가 있을 경우 호석이 네가 처치해야 해. 이상! 질문 있어?”
“그것뿐인가요?”
“그것뿐인데.”
신호석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이번 작전에서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들어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무지막지한 일을 시킬 거라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다른 인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반대편에서 좀비들의 이목을 끌어 달라는 식으로.
그런데 웬걸, 막상 들어 보니 힘든 일은 시현과 이나연이 도맡아 하겠다지 않은가.
오히려 신호석의 비중과 위험 부담은 굉장히 적었다.
“그렇게 되면 형한테 걸리는 부담이 너무 크지 않아요?”
“괜찮아. 내가 좀비에게 쫓기는 장면만 봐서 못 미덥게 느낄 수도 있는데. 그 정도 능력은 있어.”
“게다가 말씀하신 거랑 전혀 다르게 제 역할이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왜, 너도 주인공하고 싶어?”
웃으며 장난을 걸자 신호석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걱정 마. 네 역할 중요한 거 맞아. 네가 최후의 보루잖아.”
“…….”
“내가 뚫려도 뒤에는 네가 있어. 하지만 네가 뚫리면 네 뒤에 있던 두 사람은 죽어.”
“……!”
급하게 고개를 돌린 신호석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물자를 챙기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를 눈에 담았다.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옷자락을 쥐고 있는 신호석의 손이 벌벌 떨렸다.
“나는 너희를 구하러 왔고, 최선을 다할 거야. 약속했으니까. 하지만 만약 네가 뚫리게 된다면, 나는 다른 건 전부 제쳐 두고 나연이를 구할 거야.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얘가 제일 중요하니까.”
“에헤헤.”
“웃지 마, 이나연. 심각한 이야기 중이야.”
찰싹!
“으어어!”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저는……. 그러니까…….”
어지간히도 자신이 없었는지 신호석은 머뭇거리며 말을 흐렸다.
도대체 원작의 그는 무슨 배짱으로 혼자 좀비들의 이목을 끌어 보겠다고 한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결국 신호석은 신호석이었다.
“할게요.”
고민하고 헤매던 그의 눈에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망설임이 사라졌다.
꽉 다문 입술에서 굳은 각오가 느껴졌다.
“어머니와 다혜를 구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만약 제가 잘못돼도, 형이 두 사람을 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각오는 작은 송곳이 되어 시현의 가슴을 쿡 찔렀다.
어떻게 해서든 두 사람을 구하겠다는 필사의 의지가 엿보였다.
그 두 사람에 신호석 자신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현은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자연히 임태연이 떠올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압도적으로 적어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구할 수 없는 생명의 부적.
그걸 보수로 제시하면서까지 두 사람의 구출을 요구했던 임태연 말이다.
그가 말한 두 사람에는 김다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머리 아프네.’
시현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원작에서 김다혜는 자신이 살기 위해 박선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학교에 도착한 후에는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신호석을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해 잔꾀를 부려 그를 악인으로 만들었다.
원작의 김다혜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김다혜는?
현재론 아무 죄도 짓지 않은 그녀에게 죄를 물어도 되는 걸까?
무엇보다 시현이 의도적으로 김다혜를 제거하려 한다면, 신호석이 과연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까?
원작에서 김다혜는 신호석의 원수였으나, 이 시점에서 김다혜는 신호석의 친구다.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 탓에 가슴에 무언가 얹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러니 그저 한숨만 늘어갈 뿐이었다.
‘답답해 죽겠네. 이러고 앓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서 좀비들이랑 한바탕 싸우고 오는 게 낫겠어.’
그런 생각이 전해지기라도 한 걸까,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우아아아아아!]
외부로부터 좀비의 맹렬한 외침이 들려왔다.
낮에 흘리던 흐리멍덩한 소리와는 폭력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집 안의 분위기가 단번에 반전되었다.
지독한 공포.
그것이 생존자들의 감정을 덮어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밤이구나.”
어느덧 시침이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밤은 악마의 시간이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밤이 긴 겨울에는 이 시간만 되면 악마의 감각이나 흉포함 등이 몇 배는 더 증폭된다.
그 감각은 좀비들이 낮에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들을 감지하게 해 준다.
건물 안에서 생존자들이 만들어 내는 아주 작은 소음.
한숨을 토하거나 라면 봉지를 바스락거리는 정도의 작은 소음마저 감지한 좀비들은 습격을 해 온다.
“준비해. 좀비가 몰려올 거야.”
“현관 쪽에 물건을 조금 더 쌓을까요?”
“그것도 중요한데, 그보다 창문을 조심해.”
“창문이요?”
신호석의 시선이 창문으로 향했다.
유리는 이미 깨진 지 오래고, 가구를 부숴 얻은 판자로 대충 막아 놓은 창의 틈새로 붉은 것들이 번득이고 있었다.
“저게 무슨…….”
쿵!
신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을 막아 놓은 판자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틈 사이로 좀비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붉은 것의 정체는 좀비의 눈동자였다.
“여긴 2층인데…….”
깜짝 놀란 신호석이 창으로 다가갔다.
그제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린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건물에 수많은 좀비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 좀비 위로 다른 좀비가 올라타고, 그 위로 또 다른 놈이 올라탔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르막을 타고 좀비들이 2층의 창문까지 도달한 것이다.
“좀비의 수가 많으면 저런 것도 된다더라. 나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글로만 봤던 좀비 타워를 직관하게 된 시현은 그 괴상함과 광기에 혀를 내둘렀다.
원작에서는 야간 침공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그저 몇 줄의 짧은 묘사가 있었을 뿐이다.
야간 침공을 경험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신호석은 무리한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렇게 위험한 거면 거 자세히 좀 묘사할 것이지.”
시현은 태평하게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순간에도 좀비들은 나무판자를 하나씩 뜯어내고, 그사이로 머리나 팔 따위를 어떻게든 밀어 넣고 있는데 말이다.
“어딜 감히 들어오려고, 개자식아!”
걸쭉한 욕설과 함께 신호석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에 좀비의 머리가 으깨지며 피가 튀었다.
몇 번이고 좀비가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될 때까지, 반복해서 내려치는 신호석의 표정이 상당히 살벌했다.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싸울 때 망설임이 없다는 건 좋네.’
습관적으로 등장인물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끝마친 시현도 본격적으로 좀비의 습격을 저지하기 위해 흑도를 꺼내 들었다.
광견처럼 난폭한 싸움을 하는 신호석과 달리, 시현은 깔끔하게 일격으로 좀비의 머리를 꿰뚫었다.
이대로 창틈에 끼워 두면 잠깐이나마 좀비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비는 결국 힘을 이용해 밀고 들어올 터, 그렇게 되면 좀비의 시신 때문에 발 디디는 게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실수로 좀비의 피나 체액 따위가 생존자들의 구강 등을 통해 체내로 들어갈 수도 있다.
감염의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배제하고 싶었기에 좀비의 사체는 걷어차 밑으로 떨어뜨렸다.
“오오……. 형, 엄청 강하시네요.”
“말했잖아. 너희를 구해 줄 정도의 능력은 있다고.”
같은 구원자조차 올려다보게 되는 무력이 경쟁 심리라도 자극한 걸까.
신호석은 더욱 열심히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어느덧 나무판자가 완전히 깨졌다.
더 이상 진로를 방해하는 게 없었기에 한 번에 둘, 많게는 세 마리씩 좀비가 기어 들어왔다.
좀비 계단은 여전히 멀쩡했고, 날이 밝기까지는 한참 남았다.
반대로 체력은 빠르게 소모됐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좀비들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 번 주먹질을 할 때마다 문이 일그러지고 쌓아 놓은 가구들이 흔들리며 위치를 이탈하려 했다.
“아, 아줌마! 문 뚫리겠어요!”
“어떻게 하지? 이, 일단 막아야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두 여성은 호들갑을 떨며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
문이 흔들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지고 울상을 짓는다.
“거기 언니, 언제까지 자고만 있을 거예요?”
“어? 나?”
“그러면 누가 또 있는데요? 도와줘요!”
심지어 내일의 작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이나연을 보채기까지 했다.
이나연도 상황이 심각하다 판단하고 두 사람을 도왔다.
그러자 자연히 의문이 생겼다.
‘저 두 사람은 어떻게 며칠 밤을 새워 가며 좀비의 침공을 막아 낸 거지?’
두 사람이 처형장에 감금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전이다.
그리고 신호석이 처형장에 도달한 게 오늘 아침이고.
즉, 두 여성은 구원자의 도움 없이 처형장에서 일주일 가까이 좀비의 야간 침공을 막아 냈다는 말이 된다.
당연히 ‘어떻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혀, 형! 도와주세요!”
“아, 미안.”
생각에 잠겨 있느라 잠시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시현은 두 팔로 신호석을 붙들고 이를 들이미는 좀비의 머리통을 잡아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지금은 눈앞의 적에게 집중할 때다.
* * *
모두가 분전한 덕에 일행은 무사히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굉장히 긴 밤이었다.
“와……. 나 아침 해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야.”
“저도요.”
무심결에 중얼거린 한마디에 신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감을 표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좀비 무리를 쳐 내면서 문이 뚫릴 것 같으면 문 쪽을 지원해야 했다.
편히 휴식을 취했어야 할 이나연도 불가피하게 나서며 체력을 소모했다.
그 결과 가까스로 야간 침공을 막아 내는데 성공했으나, 전체적으로 몸 상태는 말이 아니다.
휴식이 필요했다.
“형, 작전 시작이 몇 시였죠?”
“11시.”
“와, 그러면 네 시간밖에 못 자겠네요.”
“야간 침공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오후로 작전 시간을 미뤄 둘걸 그랬어.”
하지만 시간을 늦추고 싶어도 바깥에 있는 임태연과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만약 작전을 멋대로 수정하면 좀비 무리는 무사히 벗어난다 해도 약탈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고 말 것이다.
“일단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자.”
“네.”
대답과 동시에 아무 데나 드러누운 신호석이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피곤한 건 시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농담 하나 보태지 않고 지금이라면 머리가 어디라도 닿는 순간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잠들기 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박선희 씨, 그리고 김다혜.”
시현의 부름에 막 잠에 들려던 두 사람이 시선을 주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피곤해 죽겠는데, 왜 부르냐는 질책의 감정이 표정과 눈빛에서 묻어났다.
물론 그에 굴할 시현이 아니다.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나 졸려 죽을 거 같으니까 짧게 해. 중요한 거 아니면 다음에 하고.”
작게 혀를 찬 김다혜가 시현을 흘겼다.
“지난 일주일. 어떻게 좀비들의 야간 침공을 막아 낸 겁니까?”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