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시현의 목표는 학교로 가서 민서라를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돌아간다 해서 문제가 생길 만큼 촉박한 여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신호석을 구하고 그로부터 신뢰를 얻는 건 시현에게도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신호석은 학교 소속의 구원자야. 친해져서 나쁠 거 없지.’
시현은 원작을 복습하는 한편 날짜를 계산했다.
‘신호석의 어머니가 처형장에 감금된 건 대충 일주일 전인가? 신호석이 소식을 전해 들은 건 어제저녁이고.’
소식을 접함과 동시에 신호석은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뛰쳐나왔다.
다행히도 그의 권능은 은신과 잠입에 특화되어 있었다.
신호석은 오늘 아침 즈음에 약탈자들과 악마들의 눈을 속이고 어머니를 만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권능으로는 어머니와 함께 처형장을 빠져나오는 게 불가능했다.
‘지금쯤이면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싸맨 채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고 있겠네.’
이대로 방치하면 그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당장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모든 일이 원작대로 흐르고 있다면 여유는 충분했다.
“임태연 씨.”
“네?”
아직까지도 이나연에게 흠모의 시선을 보내던 임태연이 시현의 부름에 빠르게 반응했다.
“원작대로라면 신호석의 어머니가 죽는 건 내일 저녁이니, 그 전까지만 신호석과 합류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그렇다면 처형장으로 가기 전에 하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습니다.”
시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방해가 되는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그는 단검과 흑도만을 챙겨 들었다.
어딜, 어떻게 봐도 전투에 임하는 자세다.
“해결해야 할 문제라더니, 대체 뭘 하시려고요?”
“그 망할 놈들에게 제 오토바이를 부숴 먹은 값을 받아 내야죠.”
약탈자들.
그 같잖은 놈들이 깔아 놓은 스파이크 트랩 덕분에 이동 수단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상응하는 무언가를 받아 내야 하지 않겠는가.
“망할 놈들이라면 설마…….”
사색이 된 임태연은 성수대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빼액 비명을 질렀다.
“너무 위험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시현이 주장을 굽히는 일은 없었다.
“아까 말씀드렸죠? 이번 구출 작전에서 제가 주인공이고, 나연이는 조연이라고. 이참에 그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무대 위의 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남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해는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셔도 좋고, 흥미가 있으시면 구경을 하러 오셔도 괜찮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웃은 시현이 공원 밖으로 향했다.
그러자 임태연은 멍하니 멀어지는 시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 * *
성수대교 입구에는 초조하게 부하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소위가 있었다.
“도망간 연놈들 잡아 오랬더니, 이놈들은 왜 이렇게 안 돌아오는 거야? 설마 어디서 농땡이 부리고 있는 거 아냐?”
담배를 입에 문 소위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얼핏 안전해 보여도 이 주변은 악마가 도사리는 위험구역이다.
언제, 어디서 악마가 튀어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총은 인간에게 향하면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악마가 상대라면 상당히 효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임태연 그 건방진 애새끼는 우리가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해 대고……. 벌써 네 번째야! 진짜 잡히기만 해 봐라. 리더께 보고해서 처형장에 처넣어 주마.”
대화만 들어도 임태연과 약탈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약탈자들의 손아귀에서 임태연이 구해 낸 사람은 시현이 처음은 아닌 모양이다.
소위가 담배 한 모금을 크게 빨아들이고 내뱉는 순간.
툭.
굴러온 돌이 군화와 부딪쳤다.
“……!”
빛의 속도로 몸을 일으킨 그는 돌멩이가 굴러온 방향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안녕.”
드디어 자신을 봐 주는 소위에게 시현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에 등장한 이가 악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소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째서 기껏 도망에 성공했으면서 제 발로 찾아온 것일까 하고.
“너 제정신이야?”
오죽했으면 이런 질문까지 던지며 시현의 정신 상태를 의심했겠는가.
시현은 무언으로 주변을 살폈다.
보이는 것은 소위뿐, 나머지 네 명의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네 명은?”
“그거야 너희를 찾으러 갔지. 그보다 넌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야? 여자는?”
미어캣처럼 목을 쭉 뺀 소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나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하, 여자가 도망가는 동안 시간을 끌어 볼 생각이신가? 이야~ 남자네!”
그는 이죽거리며 총구로 시현의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렸다.
자신이 착실하게 스택을 쌓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했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네 부하들을 전원 불러오는 편이 좋을 걸? 혼자 뒈지게 맞기 싫으면.”
“너 설마 총알이 없다고 생각해서 배짱부리는 거냐? 악마들이 몰려올까 봐 최대한 안 쏘려는 거지, 총알이 없는 게 아니거든?”
“이거 배짱부리는 게 아니라…….”
시현이 살짝 손을 움직이자, 아래로 크게 포물선을 그린 흑도가 소위의 턱을 가격했다.
빠각!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와는 다른 종류의 경쾌한 타격음이 울렸다.
“으억!”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는 소위의 얼굴을 향해 흑도를 내질렀다. 그러자 코뼈가 내려앉은 소위는 대량의 코피를 쏟으며 주저앉았다.
“너희가 나한테 아무런 위협이 안 돼서 그런 거야.”
“끄아아아아!”
격통을 참지 못한 소위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다친 코를 만지지도 못하고 눈물과 끈적이는 침만 흘렸다.
어찌나 괴로웠는지 소위는 애인같이 여겨야 할 소총까지 놓쳐 버리고 말았다.
“자, 내 오토바이의 원한을 혼자 감당하고 싶지 않다면 빨리 부하들을 불러와.”
“빌어먹을 새끼! 두고 봐라. 우리 애들만 오면 너 같은 건…….”
그는 이를 갈며 무전기를 통해 흩어져 있는 부하들을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명의 군인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소대장님! 그 인간이 제 발로 찾아왔다고……. 아니, 얼굴이 왜 그따위가 되셨습니까?”
“농담 삼아 빻은 얼굴이라고 말씀드리기는 했는데, 진짜 빻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지휘관인 소위를 걱정하면서도 시현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위협만 할 뿐 선뜻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다. 명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총 이리 내놔! 저 새끼는 내가 죽일 거야.”
눈이 돌아간 소위는 옆에 있던 병사의 총을 빼앗았다.
“아니, 본인 총은 왜 땅에 던져 두고 제 총을 빼앗으십니까?”
“시끄러워!”
그러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하나 들려온 소리는 총알이 살점을 꿰뚫는 끔찍한 소리가 아니었다.
팅!
무언가 단단한 것에 튕겨져 나오는 금속의 소리였다.
“허? 방금 저 녀석의 몸에서 투명한 막 같은 게…….”
소대장이 벙찐 얼굴을 했다.
시현의 몸을 관통했어야 할 총알이 어째서인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탄두가 망치로 내리찍은 것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그는 확인을 위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쏘아진 총알은 시현의 주변에 도달하는 순간, 무언가에 막힌 듯 저지당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이냐?”
“그러고 보니 우리 리더도 그렇고, 대장님도 그렇고. 구원자라는 놈들이 초월적인 힘을 쓰잖아요. 저놈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요?”
“하지만 총알을 막는 놈은 본 적 없는데?”
“아, 그러고 보니 리더가 그랬어요. 혹시라도 총알을 막는 구원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치라고. 그건 진짜배기 괴물이라고…….”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시현을 응시했다.
웃고 있지만 그 미소가 사신의 미소처럼 두렵게 느껴졌다.
이제야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후회해 봐야 늦었다. 엎질러진 물이다.
망가진 오토바이는 되돌아오지 않고, 그들이 시현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약 5분 후.
“으아아아…….”
“끄으으으!”
성수대교의 입구에는 다섯 명의 남자가 쓰러져 골골대고 있었다.
하나같이 어디 한 군데가 부러져 눈물을 쏟는 게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시현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오토바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타이어에 펑크는 기본이요, 넘어지며 충격을 받은 건지 휠이 망가져 있었다.
오토바이를 탈 줄만 알지, 정비에 관한 지식이 일절 없던 시현으로서는 소생 불가능한 파손이었다.
“어쩔 수 없나. 이거라도 받아 가는 수밖에.”
오토바이를 완전히 포기한 시현은 그를 대신하여 세 정의 소총과 총알을 입수했다.
무게는 문제되지 않지만, 세 자루나 등에 메고 있으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미 구원자로 각성을 마친 시현에게 총은 그리 좋은 무기가 아니었다.
소총은 구원자의 힘을 담아내는데 적합한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아니다.
잘만 이용한다면 기존의 오토바이,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탈것과 교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아아아!]
악마의 포효가 들려왔다.
저 멀리, 좀비와 검은 늑대가 섞인 악마의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고요한 도시에 선명하게 울리는 총소리를 듣고 사냥을 나선 것이다.
“히이이익!”
“사, 살려 줘!”
겁을 집어먹은 군인들은 시현에게 매달렸다.
이게 최후의 희망이라는 듯 바짓가랑이를 꽉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러나 시현은 그들의 손길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악마의 수가 제법 많기는 하지만 시현이라면 얼마든지 그들을 구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구원받을 가치가 없는 자들이다.
“총구를 들이밀면서 죽이려 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살려 달라니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하, 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울먹이는 그들을 뒤로한 시현은 이나연과 임태연이 기다리고 있을 공원으로 향했다.
매정하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현은 그들에게 일말의 연민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다리는 안 건드렸잖아. 가능하다면 능력껏 살아남아 봐.”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시현은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살아남든, 악마들에게 사냥을 당하든, 나머지는 저들에게 달렸다.
병사들은 서로를 의지한 채 달아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의 무리가 성수대교를 덮쳤다.
* * *
“보아하니 군대도 다녀온 거 같은데. 총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모르는 건가?”
임태연이 보기에 시현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나중에는 인간의 영역을 초월하는 구원자들이지만, 지금은 아직 가진 힘이 미약한 단계다.
몸을 지킬 수단이라 해 봐야 한층 단단해진 근육과 피부가 고작이기에, 그 정도로는 총탄을 막을 수 없다.
반면, 상대는 다섯의 인원 중 무려 셋이 소총을 장비하고 있다.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쏟아지는 총탄 세례 앞에 벌집이 되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말려야 하는데…….”
그러나 저 고집불통은 임태연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나연이 나서서 해결해 주면 좀 좋으련만, 사이가 좋지 않은 건지 제 동료가 사지로 걸어가고 있음에도 그녀는 하품이나 해 대고 있었다.
‘어쩌면 갓 구원자가 되었는지도 몰라. 그에 따른 만능감에 취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판단한 임태연은 필사적으로 시현의 뒤를 쫓아 성수대교에 도착했다.
저 멀리 시현과 다섯의 군인이 보였다.
늦었다. 결국 그들이 충돌하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그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었다.
시현은 멀쩡하게 서 있었으며, 다섯의 군인은 제압된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시현은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으아아아!”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군인 중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총을 난사했다.
팅!
하지만 총탄은 투명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외피!”
그렇지 않아도 큰 임태연의 눈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확대되었다.
“말도 안 돼……. 벌써 외피를 가지고 있다고?”
외피는 곧 2레벨 구원자의 상징이다.
지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초기.
원작의 등장인물 중 천재, 혹은 재능이 있거나 운이 좋은 몇몇만이 구원자로 각성을 마친 상황이다.
원작을 알고 있는 참가자라 해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지식을 알고 있다 해도 목숨을 걸고 악마를 사냥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를 모아 놓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참가자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 하는, 흔히 말하는 낙오자에 가까운 자들이다.
아마 아직까지 1단계 낙인조차 개화시키지 못한 참가자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 2레벨이라니,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윤시현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임태연은 연재 중인 Re write의 목록을 호출했다.
한데 그새 탈락자가 또 발생했는지 이제 남은 인원은 570명 남짓이다.
모든 소설의 제목은 적색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선두 열 개의 제목에는 찬란한 금빛의 테두리가 칠해져 있다.
그중 아홉 번째에 윤시현이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미친!”
그제야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있었다.
저곳에서 총기로 무장한 다섯의 군인을 무릎 꿇린 남자는 현 시점에서 승리와 가장 가까운 참가자로, 랭커라 불려 마땅한 인물이었다.
* * *
“2레벨 구원자면 미리 말씀을 해 주시지 그랬어요! 게다가 랭커시드만,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절 속이셨어요.”
시현이 단신으로 다섯의 약탈자들을 처리하고 소총을 노획해 온 후, 시현을 바라보는 임태연의 눈빛이 바뀌었다.
지금까지가 허세 가득한 참가자를 보는 시선이었다면, 이제는 존경하는 위인을 보는 시선이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 2레벨 구원자다! 이러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것도 그러네요. 솔직히 누가 와서 대뜸 그러면 재수 없을 거 같기도 하고.”
“그렇죠? 게다가 Top 10이라는 것도 함부로 발설하고 다니기엔 문제되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적색 등급의 보물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메달의 획득을 위해서는 순위권의 참가자를 사냥하는 수밖에 없다. 일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랭커라는 사실은 가능한 한 비밀로 하는 게 이롭다.
적어도 자신을 노리는 경쟁자들을 압도할 정도의 무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어찌 되었건 2레벨 구원자가 도와주신다니 든든하네요. 그렇다면 저도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하는 게 맞겠죠.”
잔뜩 흥분해서 뜨거운 콧김을 쏴 대던 임태연이 무언가 결심을 한 얼굴이었다.
“준비요?”
시현이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임태연은 장난기 다분한 미소를 짓기만 할 뿐, 시현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않았다.
“저는 어디 좀 잠시 들렀다 가겠습니다. 이따 저녁까지 처형장에서 만나기로 해요!”
“같이 가시지 않고.”
“남들에게 보이기 조금 그런 장면이 연출될 예정이라……. 그러면 저녁에 뵙겠습니다!”
마치 직장 상사를 대하듯 직각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임태연이 도망이라도 치듯 도로를 따라 달렸다.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이나연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