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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24화 (24/225)

[24화]

“이야……. 설마 루스의 낙인을 가진 물고기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나도 운이 참 좋아.”

남지후는 콧노래를 불렀다.

루스의 낙인.

오로지 짐승에게만 발현되는 낙인으로, 다른 낙인과 달리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낙인을 가진 짐승을 구원자가 먹게 되면 뛰어난 회복력을 갖게 된다.

그 효능이 일주일은 병실 신세를 져야 하는 중상도 이틀이면 말끔해질 정도이며, 가벼운 상처라면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구원자라면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 루스의 낙인을 가진 짐승을 사냥하려 든다.

그렇기에 며칠 전.

모종의 임무를 위해 방문한 LT 쇼핑몰에서 낙인을 가진 물고기를 봤을 때, 남지후는 뛸 듯이 기뻐했다.

“지금쯤이면 낙인이 완전히 그려졌겠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확의 날이구나!”

물고기를 육성시키느라 제법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요했지만 그간의 고생을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감정을 참지 못해 무심코 내지른 환성은 결코 작지 않았다.

소리를 감지한 기형의 물고기들이 오염된 물로 뛰어들었다.

[키아아아!]

놈들은 남지후를 물어뜯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남지후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악마들은 펑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갔다.

끔찍한 형상으로 죽어 있는 악마들을 보면서도 남지후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리더나 설아한테는 미안하지만, 마트의 감시라는 귀찮은 임무를 떠넘겼으니 이 정도 혜택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암, 그렇고말고.”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식품 코너로 향했다.

표정을 유지하려 해도 절로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어 버리고 만다.

남지후는 웃으며 수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엥?”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커다란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어야 할 물고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근처에 어질러져 있는 식사의 흔적.

얼마 전까지 유리 벽 너머로 시선을 교환했던 생선의 머리가 뚫어져라 남지후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떤 경우 없는 개자식들이 이런 잔혹한 짓을……!”

그는 광분했다.

커다란 행운을 빼앗아 버린, 누군지도 모를 침입자를 저주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내 물고기. 내 루스의 낙인! 어떤 자식인지 몰라도 가만 안 둬!”

* * *

후비적후비적.

시현은 새끼손가락으로 가려운 귀를 후볐다.

“나연아, 너 혹시 내 욕했어?”

“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어요. 으아아……. 죽겠다.”

이나연이 죽는소리를 했다.

돌아오는 길.

몇 번이고 마주친 악마의 무리와 홀로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를 각성시키기 위해 시현은 뒤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다.

체력의 한계가 드러날 때까지 싸워야 했던 이나연은 시현의 등에 업힌 채 골골거렸다.

“불만은 내가 말하고 싶어. 이미 필요 이상의 경험치를 먹였을 텐데, 어째서 네 낙인에서는 반응이 없는 거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에르의 축복이라 그런 건가? 당최 알 수가 없네.”

“에르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업혀 갈 수 있으니 열심히 한 보람은 있네요. 아, 편하다.”

“업어 주는 건 이번만이야.”

“네? 다음에도 또 해 줘요. 저도 해 드릴게요.”

뭐가 그리 좋은지 이나연의 다리가 앞뒤로 흔들렸다.

“잠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선두에서 걷던 한기훈이 걸음을 멈췄다.

우여곡절 끝에 일행은 마트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마트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

“……?”

그제야 시현은 마트 후문의 주차장을 확인했다.

어째서 한기훈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주차장 쪽의 바리케이드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에 파괴된 듯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을 뿐이다.

적어도 인간의 힘에 의한 것은 아니다.

순하던 한기훈의 인상이 맹수라도 찢어발기듯 험악해졌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은데.”

평소에 바리케이드 주변에서 경비를 담당하던 인원도 보이지 않았다.

마트 안으로 들어가는 한기훈은 거의 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1층의 상황은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리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원래 정리가 잘된 장소는 아니었으나, 마지막에 떠날 때보다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으며 정문의 바리케이드도 박살이 나 있다.

“한예인!”

한기훈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2층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 근처에는 튼튼하게 만들어진 바리케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말릴 수 없을 만큼 흥분한 한기훈은 거칠게 바리케이드를 걷어찼다.

그러자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만하지 그래? 그러다 악마들이 몰려오겠군.”

“민성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바리케이드는 어떻게 된 거고, 1층의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거야? 너희가 보호하고 있나?”

“아니. 1층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다.”

“왜!”

고함을 내지른 한기훈이 바리케이드를 잡고 흔들었다.

분노로 이성이 날아간 듯 핏발 선 눈에 호흡은 거칠었다.

이대로라면 바리케이드가 파괴되고 말 것이다.

들려오는 민성찬의 음성에도 다급함이 깃들었다.

“악마가 쳐들어왔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수가 많았다. 리더의 지시대로 에스컬레이터를 막을 수밖에 없었어. 1층 생존자들은 한예인의 지시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것 같더군.”

“설마 너희만 살겠다고 1층 생존자들을 버린 거냐?”

“어쩔 수 없었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어? 다 같이 개죽음당할 수는 없잖아.”

“너 이 새끼! 개 같은 새끼야!”

분개한 한기훈이 고함을 내질렀다.

시현의 등에서 내려온 이나연도 지시만 떨어진다면 당장이라도 야구 방망이로 바리케이드를 때려 부술 기세였다.

그들의 만행에 분개한 것은 시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분노에 몸을 맡겨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현은 화를 가라앉히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1층의 생존자들은 악마에 의해 죽은 게 아니라 악마를 피해 달아났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과 목숨을 건 술래잡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여기서 나가죠.”

시현은 여전히 광분하며 바리케이드를 두드리는 한기훈의 어깨를 잡았다.

“웃기지 마! 저 자식들의 허리를 접어 버리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못 물러나!”

“한예인 씨를 포함해 1층 생존자들의 행방을 확인해야 합니다.”

동생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제야 머리가 차가워졌는지 한기훈이 한발 물러났다.

“정수혁! 나는 반드시 돌아올 거다. 그때가 네놈들의 제삿날일 테고!”

마트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른 한기훈이 밖을 향해 달렸다.

그 뒤를 따르던 시현은 배후로부터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2층으로 이어지는 바리케이드의 틈새로 정수혁이 보였다.

팔짱을 낀 정수혁은 한기훈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이 넓은 서울에서 악마를 피해 달아난 사람들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시현은 무언가 수단을 강구했다.

반면, 그 잠깐의 기다림도 견디지 못한 한기훈은 단순 무식한 수단을 선택했다.

“예인아! 한예인!”

그것은 목청이 찢어지도록 동생의 이름을 부르짖는 것이었다.

[크아아아!]

돌아오는 건 한예인이 아닌 악마의 거친 화답이었다.

“저기, 아저씨. 아무리 생각해도 마냥 소리를 지르는 건 현명한 수단이 아닌 거 같아.”

“아니. 의외로 괜찮은 수단일지도 몰라.”

“엥?”

심각한 얼굴을 한 시현이 한기훈을 두둔하고 나서자 이나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나연이 본 시현은 대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런 시현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현도 나름 생각 끝에 내놓은 결론이었다.

“피난한 생존자들을 쫓고 있을 악마들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이쪽으로 돌릴 수 있으면 그만큼 그들의 생존 확률이 높아질 거야.”

그뿐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악마의 습격에 생존자들은 혼비백산하며 달아났다.

유능한 인재라지만 한예인 역시 결국은 사람이다.

대다수가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그녀가 모두를 통솔하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명 생존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을 터.

“어쩌면 흩어진 생존자 중 일부가 한기훈 씨의 외침을 듣고 합류할 가능성이…….”

“기훈 형님!”

“……누군지 몰라도 양반은 못 되는군.”

우렁찬 한기훈의 목소리를 듣고 숨어 있던 생존자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합류했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상가 건물에 숨어 몸 사리고 있던 후문 경비 담당 신철수는 한기훈을 보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저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악마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 전에 특이 사항은 있었습니까? 외지인을 추가로 받아들였다거나.”

치고 나온 시현의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신철수는 당황하면서도 기억을 떠올려 상황을 설명했다.

“아니요. 그냥 평범한 하루였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특이한 점은……. 저번에 시현 씨가 데리고 온 학생들의 상태를 보겠다며 민성찬이 1층에 내려온 게 전부였어요.”

“흐음…….”

미간이 찌푸려졌다.

외부인의 출입은 없었으며 정수혁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민성찬이 1층에 내려왔다.

골칫거리로만 여기던 학생들의 안부를 확인하겠다며 말이다.

냄새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저쪽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도중에 발을 다치는 바람에 미처 따라가지 못해 숨어 있었고요.”

그리 말하는 신철수의 발목은 누가 봐도 알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안전한 장소까지 데리고 가는 게 맞는 판단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부상자와 동행하면 그만큼 속도가 느려진다.

지켜보는 한기훈의 표정에 망설임이 생겼다.

한기훈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신철수가 애써 웃었다.

“형님. 어차피 저는 저기에 숨어 있으면 됩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해 주세요.”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미안하다. 돌아올 때 반드시 구해 줄 테니까 숨어 있어.”

신철수가 건물 내부로 숨는 것을 확인한 한기훈은 애써 침통한 표정을 감췄다.

일행은 신철수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생존자들의 뒤를 쫓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좋지 않은 의미의 흔적이었기에 일행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시신을 발견한 이나연은 토악질을 해댔다.

아직 그녀는 사람의 시체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흔적은 지하철역으로 이어져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서니 절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시야가 제한되는 어둠은 인간의 공포심을 극대화시킨다.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예인이, 이 녀석은 왜 하필이면 지하로 간 거지? 낮에도 빛이 안 드는 지하는 악마들이 딱 좋아하는 은신처인데.”

한기훈이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그냥 어둠뿐이면 문제없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악마의 울음소리가 문제였다.

어둠을 틈타 기습해 오는 적만큼 까다로운 상대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겠죠. 반대쪽에서 접근해 온 악마들에게 포위를 당했다거나.”

한예인의 선택을 옹호한 시현이 손전등을 켰다.

한기훈도 그를 따라 손전등을 꺼냈으나 넓은 범위를 밝게 비춰야 할 빛이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건전지가 부족한 것이다.

“하필 이 타이밍에……. 시현아, 내가 앞장설 테니까 손전등 좀 빌려 줘.”

“아니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시현은 단박에 거절했다.

이 앞은 굉장히 위험하다.

아무리 한기훈의 피지컬이 뛰어나다지만 결국은 평범한 인간이기에, 다수의 악마들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다.

“네가 그렇다면야 뭐……. 생각해 보니 두 손이 자유로운 편이 싸우기에 편하겠네.”

악마가 나타나면 자기만 믿어 달라 말하며, 한기훈은 뼈가 으스러지도록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그래 봤자 2레벨의 구원자인 시현에게는 귀여운 애교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현을 선두로 일행은 지하로 내려갔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 존재하는 소리라고는 세 사람의 발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악마의 소리뿐이다.

계단을 내려가 깨진 유리문을 통과하니 본격적으로 악마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수는 개찰구에 이르러 정점에 달했다.

“생각보다 수가 많은데…….”

한기훈이 식은땀을 흘렸다.

대부분이 좀비나 검은 늑대 등 흔한 개체였으며 가끔 처음 보는 악마들도 보였다.

‘다행히도 중형은 없는 거 같네.’

물론 그래 봤자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정도지,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저것들은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너희들은 물러나 있어.”

각오를 다진 한기훈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시현이 번개처럼 내달렸다.

지하의 유일한 빛이라 할 수 있는 손전등의 빛이 시현의 손에 들린 채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피가 튀거나 무언가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어? 엥? 뭐야? 뭔데?”

당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한기훈은 알지 못했다.

격하게 흔들리던 빛이 침착함을 되찾았을 때, 시현의 근처에 두 발로 서 있는 악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

한기훈이 자신의 눈을 비비적거렸다.

지켜야 할 대상이라고만 여겼던 시현이 보여 준 초월적 무력에 어안이 벙벙해진 것이다.

“너……. 대체 뭐야? 어떻게 악마를 그렇게…….”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시간 없습니다.”

놀란 토끼 같은 얼굴을 한 한기훈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시현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어디지?’

핏자국이나 발자국 따위의 흔적은 이 근방에서 끊겨 버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생존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철로로 내려간 거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전부 죽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깨끗해.’

한 구의 시체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악마들의 포식 행위가 벌어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빠, 저쪽!”

밤눈이 좋은 것인지 이나연이 짙은 어둠 속을 가리켰다.

그곳에 손전등을 비춘 시현은 좁은 곳에 몰려 있는 수많은 악마들의 등짝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어딘가로 향하는 통로를 몸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으적으적.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시현은 땅을 박찼다.

이자프의 축복과 아르하의 축복.

남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두 개의 축복으로 인해 그의 신체 능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거기에 처형의 권능까지.

만능감이 신체를 휘감았다.

소형 악마 따위가 얼마든지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빠각!

크게 휘두른 주먹에 좀비의 머리가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얼굴에 튄 불쾌한 냄새의 고깃덩이를 손등으로 훔친 시현은 이나연에게서 빌린 야구 방망이를 마구 휘둘렀다.

길을 가로막고 있던 악마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모든 악마를 처리하고 나서야 통로가 화장실로 향하는 입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반쯤 깨진 유리문 너머에 마트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이 있을 것이다.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뻔했다.

문 앞에 한예인이 있었으니까.

“…….”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처참한 광경에 야구 방망이를 쥔 손이 떨렸다.

헐레벌떡 뒤따라온 두 사람의 기척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히익!”

이나연이 숨을 삼키고 한기훈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초점을 잃은 한예인의 하반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현이 막 쓰러뜨린 악마는 피가 떨어지는 심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선행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 스물한 개가 지급되었습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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