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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22화 (22/225)

[22화]

노래방의 구조는 카운터와 긴 복도가 연결되어 있고, 복도의 양쪽에 방이 붙어 있는 형태였다.

소리는 복도의 끝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지하라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인지 복도는 소름 끼치도록 어두웠다.

시현은 소리를 따라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촤라락!

어둠으로부터 쏘아진 녹색의 넝쿨들이 바람을 갈랐다.

넝쿨은 시현이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쳐 냈다.

부지불식간에 빈손이 된 시현은 쓰게 웃었다.

“역시인가…….”

예상대로 소리의 정체는 악마였다.

복도는 녹색의 넝쿨에 잠식되어 있었으며, 그 끝에는 커다랗고 화려한 꽃이 피어 있었다.

꽃잎 한 장의 크기만 해도 무려 1미터에 달한다.

꽃의 중앙 부분에 달린 입으로부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살려 주세요…….]

[아파. 너무 아파!]

“사용하는 목소리는 두 개. 최소 두 명의 사람을 잡아먹은 악마다.”

“저 많은 촉수를 상대로 좁은 곳에서 싸우기에는 불리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요? 런할까요?”

“아니, 저놈은 그냥 놔두면 많은 사람들을 유혹해서 잡아먹을 거야. 그리고 그새 잊었어? 2레벨 구원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 준다고 했잖아.”

다급해 보이는 이나연과 달리 시현은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여기서 구경이나 해.”

앞으로 걸어 나가는 시현의 오른손에 검은빛이 맺혔다.

수많은 넝쿨이 빠르게 움직이며 시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촤악! 짜악!

궤도에서 벗어난 넝쿨이 벽이나 바닥을 때릴 때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자국이 생겨났다.

마치 채찍 같은 위력이었다.

가장 선두에 선 넝쿨이 시현을 공격했다.

시현은 피하지 않았다.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아 오른쪽으로 크게 꺾였다.

“오빠!”

초조함에 발을 구르던 이나연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응당 목이 부러져 즉사했을 위력 아닌가.

쇄도하는 넝쿨들을 보고도 망설임은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살아 있다면 구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하지만 이나연의 예상과 달리 시현은 멀쩡했다.

“얌전히 보고만 있으라니까. 또 말 안 듣네.”

짐짓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얻어맞은 부위를 마사지하는 시현의 손에서 무지개색의 반투명한 파편이 떨어져 나왔다.

“중형 이상의 악마가 외피를 가지고 있다는 건 이전에 설명했지? 그때 깜빡하고 말 안 해 줬는데, 구원자가 2레벨이 되면 외피를 사용할 수 있어.”

“그런 중요한 걸 깜빡하면 어떻게 해요. 걱정해서 손해 봤네!”

그제야 이나연이 안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여유로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시현은 꽤 초조해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강하네.’

악마의 힘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간단하게 막아 낼 줄 알았는데 외피의 일부가 뜯겨 나갔다.

외피는 모든 창검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해 주지만 강한 공격을 받으면 소모된다.

소모된 외피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어쩔 수 없지. 허세는 이쯤에서 접어 두고 제대로 싸우는 수밖에.’

다행히도 눈앞의 식물형 악마는 원작에서도 등장한 적 있는 놈이다.

당시 3레벨의 구원자를 집어삼킨 놈이지만.

그래 봤자 소형.

전투 방법과 약점 등을 꿰차고 있는 이상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현은 얼마 전 탐색 도중 확보한 손전등을 사용했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 뿌리를 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끼아아아아악!]

강렬한 빛이 쏘아지자 악마가 비명을 내질렀다.

꽃잎이 움츠러들고 넝쿨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명중률도 바닥을 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돌을 깎아 내던 채찍이 이제는 옷자락조차 찢지 못할 만큼 약해졌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악마의 지척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시현은 손전등을 들지 않은 오른손을 뻗어 꽃잎을 쥐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쥐어뜯었다.

[끼에에에!]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찢어진 꽃잎의 단면으로부터 녹색의 피가 뿌려졌다.

옷에 피가 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잎을 하나씩 차근차근 뜯어 냈다.

치명적인 약점을 찔린 악마는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오빠 와일드하게 싸우실 줄도 아네요. 다시 봤어요.”

“다음엔 스마트하게 싸워 볼게. 그보다 지쳤으니까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자.”

악마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시현이 등을 돌리는 그 순간이었다.

“여기에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103호 방에서 희미하게나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앳된 감이 남아 있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악마가 하나 더 남았나?”

시현은 문의 상단에 있는 창을 통해 내부를 살폈다.

놀랍게도 안쪽에 교복을 입은 남녀가 쓰러져 있었다.

둘 다 며칠을 감금되어 있었는지 삐쩍 말라 있었으며 여학생은 의식조차 없었다.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간 시현이 가까이 있던 남학생을 부축했다.

이나연은 자연스럽게 여학생을 맡았다.

“제발……. 도와주세요.”

“걱정 마. 도와줄 테니까. 설 수 있겠어? 일단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줄게.”

몸을 감싸는 따스한 손길에 남학생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 * *

시현이 두 학생을 데리고 돌아가자 마트가 발칵 뒤집혔다.

소란이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뭐가 문제란 건지 모르겠네. 너희는 신경 쓸 거 없어. 1층에서 데리고 있을 거니까.”

“절대 안 돼! 여기서 입을 두 개나 늘린다고? 그에 따른 추가 식량은 어떻게 해결할 건데! 게다가 이제 슬슬 날이 추워질 시기야. 의복은? 이불은?”

“그렇다고 다 죽어 가는 애들을 악마가 들끓는 거리에 버리자는 거냐? 아이고, 대단도 해라. 저 밖의 악마들이 너희들을 교수님이라 부르겠다!”

한기훈과 민성찬.

한 덩치 자랑하는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졌다.

당장 멱살이라도 잡을 듯 으르렁대는 모습이 먹이를 두고 싸우는 맹수를 보는 것 같았다.

싸움의 원인이 된 남학생은 한껏 풀이 죽어 눈칫밥을 먹고 있었다.

평소라면 한예인이 중재했을 테지만 그녀는 정신을 잃은 여학생을 간호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결국 점점 격해지는 두 사람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정수혁이 나섰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며칠 전에 했던 대사를 그대로 내뱉으며 말이다.

“…….”

정수혁이 나타나자 한기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법과 질서가 붕괴한 지금 시국에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력이다.

그 이상으로 경계해야 할 게 무력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사람이고.

정수혁은 후자에 속했다.

“리더, 윤시현이 다 죽어 가던 두 명의 생존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저희도 먹을 것과 약품이 부족한데, 그들을 받아 달라며 성화를 내더군요.”

“뭐……. 받아 주지 못할 것도 없죠. 그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의사가 있습니다만…….”

말을 흐린 정수혁의 시선이 남학생에게 향했다.

“만약 이곳에 악마가 공격해 온다면 맞서 싸울 수 있나?”

서늘한 음성에 남학생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속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 못 해요!”

“그러면 나가서 식량을 구해 올 수 있나?”

“그것도…….”

그런 것들이 가능했다면 진즉에 노래방 문을 열고 나와 악마를 쓰러뜨리고 탈출했을 것이다.

남학생은 안쓰러울 만큼 떨어 댔다.

아마 악마의 존재는 남학생에게 있어 평생이 걸려도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로 자리했을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못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나? 의학은? 건축은? 너는 우리를 위해 뭘 할 수 있지?”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없나 보군.”

원했던 답을 듣는데 성공한 정수혁의 입가로 희미한 조소가 맺혀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린 한기훈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저 두 사람 몫까지 하면 되는 거지?”

“그렇군요. 슬슬 겨울이니 최대한 많은 식량을 보관해 두고 싶습니다. 또 솜이불이나 겨울용 외투 같은 것들도요.”

“좋아. 가면 되잖아. 하지만 나도 한마디만 하자.”

식량을 담을 적당한 가방을 몇 개 주워 든 한기훈이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정수혁을 노려봤다.

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쯤 정수혁은 수천 갈래로 찢어졌을 것이다.

“힘을 얻었으면 남을 겁박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악마와 싸우는데 사용해라. 더럽고 비겁한 쓰레기 자식아.”

상대가 자신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훈은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정수혁은 멀어지는 한기훈의 뒷모습을 핏발 서린 눈으로 노려봤다.

그는 지독한 수준의 굴욕을 느끼고 있었다.

“조연 따위가 감히……. 나는 주인공이라고.”

무언가 일을 치를 분위기였다.

문제는 갈 곳을 잃은 정수혁의 분노가 가만히 있던 시현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시현 씨도 함께 가는 게 어떻습니까? 저 두 사람을 데리고 온 건 시현 씨니,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만.”

“음…….”

칼끝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확인한 시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요 며칠 정수혁은 시현으로부터 추가 식량을 얻어 내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본격적인 한파가 오기 전에 식량을 비축해 두고 싶다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식량들은 자신을 따르는 2층 생존자들을 위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속내를 알고 있는 시현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정보를 풀지 않았다.

애초에 시현이 노리는 것은 한씨 남매의 호감.

정수혁이 자신을 어찌 보든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그 결과, 정수혁의 눈 밖에 나고 만 것이다.

“알겠습니다. 자신은 없지만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껏 시무룩해진 얼굴을 한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시현이 속으로 환성을 내지르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잘 됐어.’

낙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악마를 사냥해 경험치를 먹여야 한다.

두 개의 낙인을 가진 시현은 남들보다 두 배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정수혁의 시선을 피해 한두 시간 외출해서 벌어들인 정도로는 턱도 없이 모자라다.

어떻게 하면 의심받지 않고 장시간 외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허가를 내주다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었다.

“오빠, 저도 데려가요!”

당연하다는 듯 이나연이 따라붙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남학생의 곁을 지날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참함과 미안함을 견디지 못한 남학생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피식 웃은 시현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민폐 좀 끼칠 수도 있는 거지. 이런 걸로 우는 거 아니다.”

“……네!”

남학생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것까지 확인한 시현은 먼저 떠난 한기훈의 뒤를 쫓았다.

“뭐야. 너희도 쫓겨난 거야?”

마트 뒤편의 주차장에서 담배를 태우던 한기훈이 자신을 따라 나온 시현을 발견하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꿍쳐 둔 식량 때문에라도 너는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튕겼나 봐요.”

“어차피 늦냐, 빠르냐의 차이지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을 거야.”

마지막으로 크게 한 모금을 빨아들인 꽁초를 바닥에 버린 한기훈은 뒷발로 짓이겨 불을 껐다.

내뱉은 담배 연기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

“타.”

그는 주차장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검은색 카니발을 가리켰다.

나름 보수를 한 모양이지만 여기저기 악마의 공격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이거 제대로 달리기는 하는 겁니까?”

“아마 한두 번 정도는 더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기 싫으면 네 오토바이 타고 따라오든가.”

“그게 더 위험하겠네요.”

시현은 조수석에 탑승했다.

안전벨트를 맬까 싶었으나 그만두었다.

긴급하게 탈출해야 할 경우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나연이 뒷좌석에 탑승하는 걸 확인한 한기훈이 시동을 걸었다.

타이밍을 맞춰 1층의 생존자들이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치웠다.

[키아아아!]

차량이 주차장을 벗어나기 무섭게 악마가 따라붙었다.

이동할 때 큰 소음을 발생시키는 차량은 그만큼 악마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와, 잠깐. 저 늑대 뭐야? 평소에 저희가 보던 거랑 조금 달라요. 덩치도 큰데 엄청 빨라!”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이나연의 호들갑에 한기훈은 더욱 강하게 액셀을 밟았다.

헐레벌떡 차량에 따라붙던 악마는 서서히 뒤처지다 결국 시야 밖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속도를 줄인 한기훈이 침묵을 깼다.

“안타깝지만 이 동네는 전부 털어 먹어서 남은 게 없어. 조금 멀리 가야 할 거 같다. 미안하지만 단단히 각오해 둬라.”

한기훈의 표정은 평소보다 몇 배는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시현은 창밖으로 시선을 줬다.

서서히 하늘에 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악마가 더욱 난폭하고 활발해지는 시간이었다.

* * *

대한민국은 한 블록 건너 편의점 하나가 있을 만큼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편의점은 아포칼립스 이후 가장 먼저 생존자들의 방문을 맞이해야 했다.

“역시 허탕인가.”

편의점 내부를 둘러보고 나온 한기훈이 투덜거렸다.

먹을 건 구할 수 없었으나 기호품은 발견할 수 있었는지, 그의 손에는 담배 한 갑이 들려 있었다.

“제법 멀리 나왔는데도 소득이 없네요.”

시현은 길게 숨을 토했다.

밤이 늦어지면서 기온이 더욱 떨어진 까닭에 허옇게 입김이 얼었다.

“젠장! 거기만큼은 결코 가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나…….”

“거기라니요?”

시현의 질문에 한기훈은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제법 밤이 깊었지만 하늘에 달과 별이 가득했기에 그의 손끝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멀리, 높게 솟은 빌딩의 위에 ‘LT 쇼핑몰’이라 적힌 큼직한 간판이 보였다.

쇼핑이라는 글자가 당장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시현의 표정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LT 쇼핑몰.

이 근방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를 가진 쇼핑몰로, 아포칼립스 당시 일부가 붕괴한 지반과 함께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건질 만한 물자가 상당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보물단지와도 같은 곳이다.

긍정적인 조건이 가득한 구역임에도 시현이 당혹감을 금치 못한 이유.

그것은 지금 LT 쇼핑몰이 개방되어서는 안 될 장소이기 때문이다.

‘쇼핑몰은 피폐해져 있던 정훈이 정신적으로 각성하는 장소야. 벌써부터 개방해도 되는 건가?’

본래라면 정훈과 한씨 남매가 함께 탐색하며 신뢰를 쌓아 가는 장소다.

하지만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됐다.

‘아무래도 나와 정수혁 때문에 이야기가 틀어진 것 같은데.’

나비 효과라는 말이 떠올랐다.

원작에는 없던 두 사람이 개입한 것으로 이야기가 본래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어느새 시현을 태운 차가 LT 쇼핑몰에 도착했다.

입구는 붕괴했기 때문에 깨진 창을 통해 안으로 진입해야 했다.

“뭐해. 안 들어가?”

“오빠?”

앞서 걷던 한기훈과 이나연이 쇼핑몰의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시현에게 의아한 시선을 준다.

“갈게요.”

감정을 감춘 시현은 웃으며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와서 이야기의 흐름을 바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철벅.

쇼핑몰 내부에 들어간 순간 발목이 물에 잠겼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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