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이 나쁜……. 믹서에 넣고 갈아도 시원찮을 놈들!”
이나연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격분했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아직 살해당한 모친의 기억은 그녀의 감정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겉으로 표출할 줄 알며,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숨길 줄도 안다.
아파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알며 좋은 일이 있으면 기뻐 웃을 줄도 안다.
심장은 뛰고 체온은 따뜻하다.
그들이 사람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놈들은 살아 있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요. 오빠도 그렇죠?”
불타는 시선이 시현에게 향했다.
번들거리는 눈을 보니 가만두면 크게 사고를 칠 기세다.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이대로는 좋지 않다.
“네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침착해. 지금 너무 흥분했어.”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이나연은 손부채로 열이 오른 얼굴을 식혔다.
“그런데 아까 보니 민성찬 고놈이 네가 전투에 참여하려는 걸 막아서더군. 이유가 뭘까?”
“사실 제가 이전에 있던 거주지에 상당량의 식량이 쌓여 있거든요. 그걸 이야기했더니 눈이 뒤집히던데요?”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한기훈은 제법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절대 그 장소를 정수혁에게 말해 주지 마라. 네게 가치가 없어진 순간 정수혁은 널 내버릴 거야.”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애초에 그건 제 물건도 아니고요.”
“그러냐.”
두 사람과의 대화에 만족한 한기훈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슬슬 밤이 될 거야. 그 전에 후문 쪽의 바리케이드를 완성시켜야 하니, 그쪽에 가 볼 생각인데. 너는 어쩔래?”
한기훈은 선택을 요구했다.
정수혁과 자신.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미 한기훈과 만난 순간부터 결정을 내렸으니까.
“돕겠습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기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시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 *
마트에서 지낸 지 며칠이 흘렀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악마의 침공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 덕분에 시현이 평화로운 일상을 누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점심 식사로 겨우 초코바 하나?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정량 배식이거든?”
“웃기지 마! 방금 저 여자는 추가로 건빵 한 봉지도 받았잖아!”
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어김없이 트러블이 발생했다.
이쯤 되니 차라리 떠돌이 생활을 하며 매일같이 악마에 시달리던 나날이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정수혁을 따르는 2층의 생존자들과 남매를 따르는 1층의 생존자들.
생존파와 구조파.
양립할 수 없는 생존 방식을 가진 두 세력은 지금처럼 빈번하게 충돌하고는 했다.
정확하게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싸움을 반복했다.
특히 이번에는 가장 민감한 식량과 관련된 문제였다.
간단하게 끝날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것도 없는 네놈들이 하도 처먹어 대는 바람에 식량이 모자라다고!”
“애초에 너 같은 돼지 새끼들이 배때기가 터지도록 먹어 대니 식량이 부족한 거겠지.”
“돼, 돼지 새끼? 이 쳐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결국 말다툼으로 시작한 두 남녀의 다툼은 당장이라도 주먹다짐으로 변할 듯 험악해졌다.
문제는 이 싸움을 지켜보던 이들 중 정수혁이 속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정수혁은 점잔을 빼며 싸움에 개입했다.
주인공 등장이라는 느낌이다.
“별거 아닌 일로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리더.”
그의 등장에 배식을 하던 여자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철저하게 정수혁의 권위를 세워 주었다.
지금까지 정수혁은 원작의 지식을 이용해 몇 차례 생존자들을 위기에서 구했다.
때문에 2층 생존자들은 정수혁을 제법 신뢰하고 존경했다.
반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1층 생존자들은 정수혁을 끔찍이 싫어했다.
싸움판을 벌이던 남자 또한 1층의 생존자.
그는 코웃음을 치며 정수혁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두드렸다.
“하! 마트의 그 많던 식량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에 다 있었군. 이게 돼지야, 사람이야?”
이는 명백하게 선을 넘은 도발 행위다.
서로를 싫어하지만 악마라는 공공의 적이 있기에 두 세력은 같은 장소에서 물자를 공유하며 머물고 있는 것이다.
감정싸움이 선을 넘어서는 순간 아슬아슬 유지되던 균형은 깨지고 말 것이다.
더군다나 좋건 싫건 정수혁은 엄연히 마트의 리더다.
보다 못한 한예인이 눈치를 주자 남자를 만류하기 위해 한기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수혁이 행동을 보였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정수혁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뭉툭한 주먹이 남자의 복부에 닿는 순간, 남자는 허공을 날았다.
대충 봐도 4~5미터는 날아간 듯했다.
“커허어억!”
남자는 끈적이는 타액을 쏟아 내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몇 번이고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
마트 내에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지금까지 정수혁은 원작의 지식과 비열한 수단을 이용해 집단을 이끌고 있었다.
둔한 몸과 나약한 근력.
무력은 정수혁과 거리가 먼 단어였다.
그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민성찬마저 정수혁의 나약함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 정도다.
하지만 지금 광경을 보고 그 누가 정수혁을 약자라 생각하겠는가.
그는 하루아침에 강자가 되어 있었다.
인간을 초월한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생존자 전원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무력에 자신이 있는 한씨 남매도 정수혁이 보여 준 괴력에 불신의 기색을 내비쳤다.
“오빠, 저 아저씨도 오빠처럼…….”
구원자에 대한 정보를 대충이나마 접한 이나연만이 상황을 파악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수혁은 악마와 싸우지 않는다.
악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가장 먼저 마트 깊숙한 곳에 숨기 바쁜 사람이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구원자가 될 수 있었을까.
시현은 며칠 전 2층으로 끌려가던 좀비 무리를 떠올렸다.
‘예상대로 치졸한 방식으로 경험치를 모으고 있었군.’
모두가 보내는 경악의 시선이 만족스러웠는지 정수혁은 웃으며 어깨에 힘을 줬다.
“여러분.”
평소보다 내리깐 목소리.
그는 자연스럽게 높은 곳으로 올라 생존자들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저는 오늘 아침 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게 축복을 하사할 테니 보다 많은 이를 구원하라고……. 저를 신의 사도로 선택한다고 말이죠.”
대사도 사전에 준비해 뒀는지 막힘없이 술술 쏟아 냈다.
어쩌면 오늘의 시비 자체가 예정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의 사도라……. 진짜 사도가 들으면 무슨 기분일까.’
작은 진실을 교묘한 거짓으로 포장해 부풀린 연설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굉장한 것 같지만 진실을 아는 시현이 듣기에는 개그일 뿐이었다.
시현은 폭소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단히도 애써야 했다.
그런 시현의 노고를 알 리 없는 정수혁은 목소리에 더욱 힘을 보탰다.
“축복을 받은 저는 방금 보신 것처럼 인간을 넘어선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앞으로 이 힘을 이용해 여러분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가장 먼저 민성찬이 박수를 쳤다.
사전에 언질이 있었는지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눈치를 보던 2층 생존자들이 하나둘 민성찬을 따라 갈채를 보냈다.
반대로 한씨 남매를 비롯한 1층 생존자들은 벌레라도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명 몇몇은 줄을 잘못 섰구나,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수혁이 추가로 입을 열었다.
쏟아지던 박수갈채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멈췄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정수혁은 배우라도 된 듯 과장된 몸짓으로 한씨 남매에게 팔을 뻗었다.
“그 대상은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저를 따르는 분들로 한정하겠습니다. 아쉽게도 제 힘이 미약해 모두를 지킬 수는 없으니까요.”
“저놈이…….”
한기훈이 이를 갈았다.
그런 한기훈을 보며 정수혁은 조소를 아끼지 않았다.
“과거는 묻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서로 잘 협력해 나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 순간, 가까스로 균형을 이루고 있던 마트의 세력 다툼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한 명의 구원자가 새로이 탄생했다.
* * *
마트에서 지내는 동안 시현이라고 마냥 놀고먹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디에 가려고요. 오늘도 산책?”
마트 밖으로 향하는 시현과 이나연을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돌아보니 후문의 경비를 담당하는 신철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한기훈을 친형처럼 따르는 1층의 생존자다.
최근 시현이 한기훈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종종 목격한 까닭인지, 그는 시현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근함을 표했다.
그날 이후 1층의 생존자 중 반 정도가 정수혁을 향해 주인 만난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정수혁은 한씨 남매에게도 손을 뻗쳤으나 그들은 끝내 정수혁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 때문에 심술이라도 부리려는 건지 1층 생존자들을 향한 정수혁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고, 견디다 못해 남매에게서 등을 돌리는 생존자도 많아졌다.
그걸 감안하면 지금까지도 남매를 따르는 신철수는 꽤나 의리가 있는 축에 속했다.
“거 위험하니까 안에 있으래도 그러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으려니 스트레스가 쌓여서요.”
“근래 들어 이 주변에 악마가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세요.”
그는 주의를 줄지언정 시현의 외출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이유야 간단하다.
“오늘은 그거 안 해요? 나를 쓰러뜨리고 가라!”
시현은 첫 만남에서 신철수가 했던 대사를 인용해 그를 놀렸다.
“아악! 내가 그때 왜 그랬지?”
그때를 떠올린 신철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자괴감을 표출했다.
불과 며칠 전.
산책을 핑계로 외출을 시도하는 시현의 앞을 신철수가 가로막았다.
악마가 들끓는 바깥으로 앞날이 창창한 시현을 내보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고는 호기롭게 외쳤다.
“정 나가고 싶으면 나를 쓰러뜨리고 가라!”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더 이상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던 시현은 흔쾌히 신철수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슬프게도 신철수는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울면서 항복을 선언했다.
구원자로서의 신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신철수를 제압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그런 시현의 피지컬을 몸으로 겪어 봤기에 신철수는 그의 외출을 말리지 않았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자만하다 어디 다치지 말고 몸 성히 돌아와요.”
배경에 꽃이라도 피어날 듯 화사한 미소를 남긴 시현은 등을 돌렸다.
폐허가 된 서울을 응시하는 눈빛이 차갑고 매섭게 변했다.
“남들은 악마들을 피해 다니느라 전전긍긍하는데, 나는 오히려 악마를 찾아다니는 운명이라니…….”
곁에서 익숙하게 야구 방망이를 손에 든 이나연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싫으면 안에서 쉬어도 괜찮아. 나도 경험치가 궁하거든.”
“누가 싫다 했나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으쌰! 오늘도 힘내자!”
힘차게 소리친 이나연을 선두로 두 사람은 악마를 찾아 돌아다녔다.
[으어어어…….]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현은 사냥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6차선 도로 중앙에 서서 신음을 흘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좀비가 이번 사냥감이다.
“겨우 좀비?”
사냥감의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 시현은 아쉬움을 표했다.
2레벨의 구원자가 된 시현에게 좀비가 주는 경험치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에 보인 악마를 그냥 놓아줄 수는 없었다.
“나연아.”
“넵!”
가볍게 내달린 이나연이 좀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빠각!
호쾌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짓이겨진 좀비가 허물어졌다.
악마를 사냥하겠다는 의지를 갖춘 사람에게 고작 소형 한 마리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좀비가 사망하자 그녀의 옆구리에서 희미하게 빛이 났다.
“너도 얼마 안 남았네.”
이나연이 가진 낙인은 전투 계열 중 최강이라 칭해지는 에르의 낙인이다.
그동안 꾸준히 경험치를 먹인 효과가 있는지 그녀는 각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 기세를 몰아 각성까지 달리도록 하죠!”
간만에 이나연이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내비친 의욕이 아쉬울 만큼 근처엔 악마가 보이지 않았다.
요 며칠 동안 근방에 있는 악마의 씨를 말리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요.”
“어?”
얼마나 걸었을까.
희미한 소리를 포착한 시현이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아까보다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주세요.”
사람의 목소리였다.
“잠깐. 근처에 생존자가 있는 거 같아. 목소리가 들렸어.”
“네? 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미간을 좁힌 이나연이 구부린 손을 귀에 가져다 대며 집중한다.
하나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잡아내지 못했다.
각성을 못 마친 그녀가 잡아내기에는 너무 작은 소리였다.
“내가 앞장설 테니까 천천히 따라와.”
앞장선 시현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소리는 지하 노래방에서 비롯되었다.
발소리를 죽여 계단을 내려간 시현은 문을 열고 조심스레 내부를 확인했다.
안에 악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 안쪽에서 여전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생존자는 아닌 거 같은데…….”
“설마 귀신 아니에요?”
“세상에 귀신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는 않구나.”
정확히는 귀신이 아니라 영체 악마이지만 말이다.
“지, 진짜 있어요? 봤어요? 귀신이면 방망이로도 못 때리잖아요!”
“애초에 영체 악마는 성대가 없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해.”
“하지만 생존자는 아닌 거 같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이 목소리는 뭐예요?”
“악마 중에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놈들이 있어.”
생각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이는 악마는 강한 힘을 가진 악마다.
그러나 강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대개 인간을 흉내 내는 악마다.
방심은 지양해야 할 덕목이다.
만약 이 목소리의 주인이 생존자가 아니라면 지하 노래방은 굉장히 위험한 장소일 수도 있다.
“사실 그냥 지나가는 게 상책이기는 한데…….”
만에 하나 이 목소리가 진짜 생존자의 것일 가능성도 있다.
고민하던 시현은 결국 지하를 향해 발을 뻗었다.
“오빠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야구 방망이를 쥔 손에 힘을 더한 이나연이 시현을 지나치며 선두로 나섰다.
“위험하니까 괜한 객기 부리지 말고 뒤로 와.”
“위험하니까 제가 앞으로 가야죠.”
“…….”
그러고 보면 원작에서도 이나연은 늘 그랬다.
위험한 곳을 개척할 때는 앞장서 걷고 퇴각할 때는 뒤에서 걸었다.
자신을 구해 준 정해수를 위해.
어디까지나 지켜야 할 대상이 바뀌었을 뿐 이나연이라는 인물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해수와 시현은 다르다.
그녀를 소모품으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던 시현은 이나연을 쥐어박았다.
“으악?!”
“어딜 감히. 내 앞에서 걸으려면 적어도 외피는 두르고 와.”
“아니, 든든한 4렙 갑빠가 되어 주겠다는데, 왜 굳이!”
“까불지 말고 얌전히 뒤따라와. 만약 안에 악마가 있으면……. 2레벨 구원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 줄 테니까.”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