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단지 내부에 악마라고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시간이 악마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 아니기는 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까.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 해도 악마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건 비정상적이다.
“중형 악마라도 있는 건가?”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중형이라 해도 어떤 악마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갈린다.
예를 들어, 트롤이 이 영역의 주인이라면 얼마든지 농락하며 생존자들을 구출할 자신이 있었다.
반면, 리퍼 같은 놈이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달아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목숨이니까.
우선은 이 영역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한 후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를 위한 정찰이니까.
시현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이동을 재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현은 103동 앞 놀이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놀이터에서 무언가를 목격한 시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곳의 중앙을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철 십자가였다.
바닥을 뚫고 올라온 철 십자가의 끝부분은 마치 창처럼 뾰족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사람의 머리다.
구역질이 나오려 했다.
“철 십자가……. 이러니까 근처에 소형 악마가 코빼기도 안 보이지.”
이렇게나 바람이 차가운데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혔다.
시현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 철 십자가는 아파트 단지 전체에 분포되어 있었다.
시현은 철 십자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저건 중급 악마의 흔적이다.
그것도 트롤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고 교활한 사냥꾼 메탈 웜의 흔적.
놈은 사냥감을 머리만 빼고 잡아먹으며 남은 머리는 저런 식으로 장식해 일대가 자신의 영역임을 표시한다.
그런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있으니 다른 소형 악마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부 다른 곳으로 달아났거나, 메탈 웜에게 포식 당했을 것이다.
‘돌아가는 게 맞겠지?’
아무리 원작을 파악하고 있어도 메탈 웜의 영역은 위험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생존.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위험천만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건 목숨이 몇 개라도 위험하다.
시현은 빠른 속도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고고고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저 깊은 땅속 어딘가에서 메탈 웜이 시현을 쫓고 있는 것이다.
시현은 이를 악물고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각성을 통해 증가한 신체 능력을 한계까지 구사했다.
다행히도 시현은 무사히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가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난 순간 땅울림이 멎었다.
그 직후.
[쿠오오오오!]
땅을 뚫고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기본적인 형태는 지렁이를 닮았다.
몸의 절반밖에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그 길이가 5미터는 훌쩍 넘었으며, 전신에 갑주 같은 형태의 금속이 덮여 있었다.
원형의 입에는 달팽이처럼 수많은 이빨이 돋아 있었다.
한창 식사를 하고 있었는지 입가에 사람의 의복이 보였다.
다섯 쌍의 붉은 눈으로 시현을 노려보던 메탈 웜은 이내 흥미를 잃은 듯 땅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남아 있는 건 직경 1미터 가량의 크고 깊은 구덩이뿐이었다.
메탈 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영역 밖에서 사냥을 하지 않는다.
영역 밖에서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특성이 시현을 살렸다.
“……후우, 죽을 뻔했네. 얌전히 가던 길이나 갈 것을 괜히 오지랖 넓히다 죽을 뻔했네.”
만약 메탈 웜이 식사 중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현은 하마터면 자신의 무덤이 될 뻔한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확인했다.
‘연대 아파트.’
그 이름을 확인한 순간 불현듯 원작에 나왔던 어느 구원자의 대사가 떠올랐다.
“그 여자가 사용하던 권능……. 그게 이렇게 강할 줄 몰랐어. 외피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는 위력이라니……. 정해수, 그 인간이 괴물을 기르고 있었어.”
권능 중에서 감히 최강의 반열이라 말할 수 있는 권능.
에르의 권능 폭풍.
원작에서 에르의 낙인을 받은 구원자는 한 사람뿐이었다.
그 존재가 지금 저곳에 있다.
아직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리며 말이다.
“아, 하필이면…….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 * *
에르의 축복을 받은 구원자 이나연.
그녀는 마트에서 정훈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어느 의미에서 그녀는 최악의 빌런이었다.
주인공인 정훈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빌런 정해수의 오른팔로서, 그 전투력은 상식을 벗어나 있다고 말해진다.
주인공 보정을 받아 다른 구원자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가진 정훈조차 그녀와 1:1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언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가 정훈과 적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메탈 웜의 존재로 인해 연대 아파트는 창살 없는 감옥이 되어 버렸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용감한 주민들은 다음 날 머리만 남아 단지 내에 장식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주민들은 숨죽인 채 메탈 웜이라는 재앙이 다른 곳으로 떠나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메탈 웜의 서식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문제는 식량이었다.
일반 가정집에 비축된 식량으로는 일주일을 버티기 힘든 법이다.
전기가 없어 냉장고조차 사용할 수 없으니까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했다.
허기에 시달리던 주민들 중 일부는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수단을 떠올렸다.
메탈 웜의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식량을 빼앗는 것이었다.
이나연은 그 피해자였다.
그녀의 부친은 식수를 구하러 갔다가 메탈 웜의 먹이가 되었다.
모친은 친절했던 이웃에게 살해당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아주 소량의 식량, 그것을 노린 범죄였다.
홀로 남겨진 이나연은 어항에서 기르던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겨우겨우 숨을 연명했다.
매일 밤 복수를 다짐했으며, 그 다짐을 이뤄 내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을 저주했다.
그렇기에 메탈 웜을 쓰러뜨리고 모친을 살해한 자에게 복수할 기회까지 제공해 준 그 남자에게 이나연은 커다란 은혜를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 포기했던 목숨. 이 남자를 위해 쓰자.’
그러한 이유로 한 남자를 위해 어떤 악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최악의 빌런이 탄생하게 된다.
“바꿔 말하자면 이나연을 돕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빌런이 아닌 주역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거지.”
아파트 단지 옆에 붙어 있는 상가에 숨어든 시현은 크래커를 씹으며 머리를 굴렸다.
“정면 승부로 메탈 웜을 사냥하는 건 불가능해.”
중형 악마와 소형 악마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몇 개 존재한다.
하나는 외피의 유무다.
중형 악마부터는 외피라 불리는 무형의 보호막을 지니고 있다.
외피를 두르고 있는 악마에게 상처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현이 트롤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도 기생체들이 트롤의 외피를 벗겨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는 압도적인 덩치에서 빚어지는 힘이다.
구원자는 신의 축복을 받아 인간을 초월한 신체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제 막 구원자가 된 햇병아리가 중형 악마와 힘겨루기를 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꼴이다.
아직까지 중형 악마는 토벌 대상이 아니라 만나면 도망쳐야 하는 천재지변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특수 능력.
중형부터는 기본적인 신체 능력 외에도 고유의 이능을 지니고 있다.
트롤의 경우 재생 능력이었으며, 머리지네의 경우 정신 지배였다.
이는 악마의 토벌을 더욱 버겁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1레벨의 초짜 구원자였는데 메탈 웜을 사냥했었지. 어떻게 한 거였더라?”
분명 원작에 서술되어 있었는데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결국 시현은 시간을 투자해 다시 한번 복습의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의 시점에서 전개된 짧은 내용이라 대충 지나친 게 가물가물한 기억의 원인이었다.
“103동 아파트 내에 악마의 둥지가 있단 말이지? 그것도 이빌 보아의 둥지가.”
한 남자의 활약상이 담긴 페이지를 응시하는 시현의 눈은 탐욕이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악마의 둥지라 하면 보통은 기피의 대상이다.
둥지 안에는 수많은 악마가 서식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
때문에 둥지를 파괴했다는 건 구원자로서 명예를 드높이는 동시에 많은 보상을 얻을 기회이기도 하다.
반대로, 그만큼 목숨을 내놓을 위험이 높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위험천만한 둥지를 햇병아리 구원자가 파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지면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이 바로 그랬다.
“이빌 보아. 길이 4미터가량의 검은 비늘을 가진 뱀. 아주 소량의 독으로도 코끼리를 죽이는 게 가능한 소형 악마.”
이른 아침.
날이 밝자마자 연대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한 시현은 복습을 위해 원작에서 습득한 이빌 보아의 정보를 읊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빌 보아는 굉장히 까다로운 사냥감이다.
특히 둥지 내에서 보호색을 갖는 이빌 보아는 소리 없는 암살자로 통한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빌 보아는 너무도 간단하게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는 손쉬운 사냥감에 불과하다.
뱀 형태의 악마인 이빌 보아는 겨울잠을 잔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었다.
잠자는 뱀의 목을 비트는 일?
조금 과장하자면 아이조차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제, 밤을 지새우며 만든 시나리오를 복습한 시현은 아파트 단지 내로 발을 내딛었다.
지금쯤 시현이 자신의 영역 내로 진입했음을 감지했을 텐데, 메탈 웜으로부터 반응이 없다.
“들어오는 건 막지 않는다는 건가. 하긴, 먹잇감이 제 발로 식량 창고에 들어오는데 거절할 악마가 어디 있겠어.”
어제는 없던 철 십자가 하나가 한쪽 구석에 추가되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배가 불러서 그런 걸지도.”
보고 있으니 경각심이 샘솟았다.
‘어제는 운이 좋았지만 또다시 그런 행운이 따라 주지는 않을 거야. 들어온 이상 반드시 메탈 웜을 죽여야 해.’
중형 중에서도, 특히 거대한 덩치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긴장감에 정신이 먹혀 버릴 것만 같았다.
목적지인 103동 건물은 다른 동에 비해 파손의 정도가 심했다.
지저로 이동하는 메탈 웜이 뚫어 놓은 통로 탓에 지반이 붕괴했고, 건물의 절반 정도가 지하에 파묻혔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문이 아니라 창문을 이용해야 했다.
대부분의 창문이 잠겨 있었으나 열려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방의 구석에 시체가 보였다.
아포칼립스 당시 장롱에 재수 없게 깔려 죽은 건지, 시체는 커다란 장롱을 등에 업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게 보였다.
보고 있어 좋을 것 하나 없었기에 시현은 시선을 돌렸다.
시신을 수습해 주는 건 잊지 않았다.
혼자 사는 집인지 인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관을 나서니 좌우로 길게 뻗은 복도가 보였다.
‘이나연도 이나연이지만, 다른 생존자들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이 아파트 단지에는 식량이 없어 죽어 가는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
그들 모두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부족한 식량을 나눠 주는 것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편의점, 식품 매장, 슈퍼마켓, 대형 마트.
포스트 아포칼립스 초기인 지금은 어디를 가든 식량이 남아 있으며, 평범한 생존자에 비해 구원자의 거동은 비교적 자유롭다.
식량을 나눠 주는 것만으로 그들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면, 다소의 노고는 인내할 가치가 충분하다.
시현은 지하로 내려가며 모든 집 문을 확인했다.
열리는 집은 안으로 들어가 생존자를 탐색했고, 잠겨 있는 집은 노크를 해서 안에 있을 생존자를 호출했다.
생각보다 많은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단지 내에 불신이 번지기 시작했는지, 식량을 나눠 주겠다는 말에도 문을 열어 주는 집은 많지 않았다.
물론 적다뿐이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우리 영감도 총각 덕분에 살았어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이는 노파의 감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히려 이것밖에 드릴 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정말 복 받을 거야.”
지치지도 않고 감사 인사를 하는 노인을 뒤로한 시현의 눈앞에 청색 문자가 떠올랐다.
<선행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 두 개가 지급되었습니다.>
노린 건 아니었지만 식량을 나눠 줄 때마다 소량이나마 토큰이 들어왔다.
‘두 개 추가인가. 이걸로 내가 가진 코인이 총……. 몇 개더라?’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 확보한 토큰의 수를 파악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붉은 문자도 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붉은 문자는 어디까지나 참가자를 위한 시스템에만 관여한다.
그리고 토큰은 참가자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구원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즉,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애써 토큰으로부터 흥미를 거둔 시현은 계단을 내려갔다.
모든 집을 방문하다 보니 최하층까지 내려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여기부터가 둥지구나.”
원작에 둥지의 생김새에 대한 묘사는 그리 섬세하지 않았다.
때문에 둥지를 발견해도 알아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괜한 기우였다.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벽, 천장 따위가 어둠에 침식당한 것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다.
지하 깊이 파묻혀 있기 때문인지 산소의 농도도 옅다.
슬쩍 손을 대어 보니 찐득거리는 액체가 만져졌다.
내부에 빛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다행히도 다른 참가자의 흔적은 없는 거 같네.’
다른 참가자들 중에는 이빌 보아의 둥지를 노리는 참가자도 존재할 것이다.
이만큼 형편 좋은 사냥터는 달리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자신이 다른 경쟁자와 마주치지 않은 이유로 시현은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원작에 연대 아파트의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막연하게 강남 어딘가에 있다고만 기록되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속도다.
댓글만 보더라도 현재 구원자로 각성을 마친 참가자 수가 극도로 적음을 알 수 있다.
각성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악마가 들끓는 강남을 돌아다닐 배짱 있는 참가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현 시간을 기점으로 각성을 마친 참가자는 전투에 재능이 있는 소수의 인간들뿐이다.
그들 대부분은 현재 상위 랭크에 등록되어 있으며, 민서라 또한 현재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현은 이빌 보아의 둥지에 발을 디딘 참가자는 자신이 처음이라고 단언했다.
시현은 민서라의 집에서 챙겨 온 손전등을 이용해 앞을 밝혔다.
빛이 밝아지며 둥지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
시현은 숨을 삼켰다.
알고 있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건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했다.
하지만 담담하기에는 준비가 모자랐다.
둥지 안에는 커다란 뱀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감히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의 뱀들이 모여 맨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뭐야. 엄청 징그럽네.”
말과 달리 시현의 입가에는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굉장히 징그럽지만 동시에 최고의 사냥터이기도 했다.
잠을 자고 있는 상대의 목에 칼을 꽂아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면 시작해 볼까.”
시현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